1.

 

 [우울증 극복 300일 프로젝트]를 제목에 다 써대려니 너무 민망하여 (--;;), '우울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길'의 약자인 '우행길'을 머릿말로 쓸께요. 관심없으신 분들은 꼭 스킵해주세요ㅠㅠ

 

이번 달, 혹은 다음 달 까지, 우울증 재발을 막고, 뇌를 재활, 개선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제가 연습하고자 정한 첫번째 방법은 'Sati, 깨어있는 마음, 마음챙김, Mindfulness'입니다. 전 짧은게 좋으니 앞으로 'Sati'라고 하겠습니다.

 

어제 Sati의 생 기초를 닦기 위해, 저 스스로 지키겠다 마음 먹은 구체적 행동지침들을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더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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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에 집중하기

 

- 한번에 한가지만 할 것

- 하루에 1000번씩 들숨, 날숨을 알아차리기.

- 지금 하고 있는 것에'만' 몰입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 

 

 2. 현재를 자각하기

 

- 자각 없이 자동적으로 하기 쉬운 것들인 '먹는 것'과 '돈 쓰는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길 것.

- 시시때때로 과거로 미래로 부유하는 사고의 흐름을 알아차리고,  다시 현재로 조용히 돌아올 것. 하루에 세 번 이상..

- 시시때때로 사고, 감정, 몸의 느낌들에 주의를 기울일 것. 비판단적으로, 그저 관찰만 할 것. 하루에 세 번 이상...

- 시시때때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피부에 닿고, 혀로 맛보고, 코로 느끼는 감각들 중 하나를 골라 가만히 관찰해 볼 것. 하루에 세 번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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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인 오늘, 가장 주의를 기울인 것은, '한 번에 한가지만 하기', 그리고 '숨쉬기'입니다. 그런데 둘 다 굉장히 어렵더군요.

  

남들은 저를 '엄청 바쁜 사람'으로 봅니다. 왜냐면 늘 두가지 이상을 동시에 찝쩍대며 바쁘게 파드득 대거든요. 밥 먹을 때나 응가 쌀 때는 꼭 신문이나 책, 잡지를 들고 갔고 (요새는 아이폰-_- 침침한 화장실 불빛 아래서 아이폰 화면을 보자니 눈이 너무 아파, 아이패드를 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죠.) 걸어 다닐 때도 무언가, 어학강의든 오디오북이든 podcast든, 혹은 그닥 즐기지 않는 음악이라도, 무언가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집을 나설 때면 꼭 책을 들고 갔고, 손에 책이 없으면 근처 서점에 들러 (결국 읽지도 않을-_-) 책을 한 권 사거나, 하다 못해 편의점에서 시사잡지나 영화잡지라도 샀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들에게 바쁘게 보인 만큼, 효율적으로 살아왔느냐.  '전혀 아니요!!!'

 

전 어마어마하게 시간을 낭비했어요. 예능프로 미드 몇 십편씩 몰아보기, WOW나 기타 각종 게임에 푹 빠져 지내기, 인터넷 서핑하기 (아이돌이나 드라마에 큰 관심도 없으면서 왜 bestiz부터 텐아시아까지, 관련된 연예 뉴스란 뉴스는 싸그리 다 읽어댔는지-_-;; 듀게나 몇몇 까페의 죽순이인 것도 그렇고.), 인터넷 쇼핑하기 (수분크림 하나 주문하려다, 화장품 리뷰 사이트부터 화장* 파*더* 사용후기 다 검색질하고, 그게 끝나면 또 가격비교 사이트를 들락날락...)  기타 등등.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다가 정작 '생산적인 일'을 시작할라 치면, 시작하는게 뭐가 그리 어려운지 미루고 또 미루고 멍때리고 딴짓하고 책상정리(1달동안 안하다가 왜!!) 강아지머리빗기기....갑자기 자잘하게 할 일은 왜 그리 많던지. 그나마 시작한 일도 지속적으로 ,끈덕지게 규칙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초반에 잠깐 불 붙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잊어버렸죠.

 

기타 하소연 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지만 이런 잡소리는 줄이고... 하여튼 되돌아보면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살았습니다. 바쁘게 바득대며 정신없이 왔다갔다는 하는데 실제 일의 효율은 형편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도 없죠. 물론 제가 멀쩡히 태양 아래 사람답게 잘 살다가도 지하로 급강하, 진창속의 좀비가 되기를 반복하는 우울증 환자였던터라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조건이였던 탓이 가장 컸지만, 이 악영향을 제한다 하더라도, 다양하고 잡스러운 관심사를 유지하며 시간을 쪼개어 멀티테스킹하기를 중시 여겼던 제 삶의 태도는, 상상외로 비효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몇 안되는장점 중 하나가 몰입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왔습니다.생각  주의 지속력이 현저히 딸려서 그렇지, 단기 집중력은 탁월한 편이라고 스스로 자평하곤 했죠. 하지만 제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그런 단기적 몰입마저 흥미롭고 지적, 감정적 자극이 강렬한 것에 한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더이상 흥미롭지 않아지면 몰입은 커녕,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던져 버렸죠. 오히려 제 집중력, 몰입력은 아주 안 좋은 편입니다. 특히 일상적으로 지속, 반복되는 행위나, 생산적인 일이지만 초기에는 어느 정도 정신적 마찰을 요하는 일에, 침착하고, "의식적으로" 몰입하는 능력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저의 단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마음 내키는대로 (제딴에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거라 착각하고) 즐거운 것에만 몰입하며 산 결과 생긴 습관 중 하나가  '흥미로운 것은 한 번씩 건드려보는 잡스러운 관심사 유지'와, 늘 반복해서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없는, 그래서 지루하다 느껴지는 일상의 시간 (먹고, 씻고, 양치하고, 싸--;;고, 걸어다니고, 출퇴근 하고...하는 시간)에는 꼭 자극거리 (책, 신문, 잡지, TV...)를 곁들이는 멀티테스킹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밥 먹으며 활자를 읽고 길을 걸으며 흥미로운 뭔가를 듣는 식의 멀티테스킹은  '알뜰살뜰한 시간사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거죠. 이건 오히려 나중에 가져다 붙인 합리화의 이유에 가깝습니다.  물론 새해가 되었거나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밥 먹거나 출퇴근하면서 문화, 연예 가십을 읽거나 인터넷서핑을 하는 대신,  영어오디오북을 듣거나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책을 읽는 등 생산적인 행위를 하곤 했지만, 그래봤자 '(지루한) 일상시간에 자극거리 투하'라는 내면의 요구에 따른 활동이었던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랬으니,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희미해지고 동시에 어학공부가 잘 안되거나 책이 조금 지루해지거나 어려워지면 금방 다른 것, 좀더 쉽고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돌려버렸던거죠.

 

이런 성향 때문에, 명상코스(라고 해서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마친 코스는  '명상'과 '인지치료'를 결합한, MBSR? MBCT?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임상적으로 우울증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프로그램이죠. 템플스테이 같은 정통 명상코스는 아닙니다.)를 듣던 와중 명상 선생님이 저에게 정색을 하시며 '밥 먹을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밥만 먹어라'고 화를 내셨던거죠. 물론 저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선생님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 분 충고 대로 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밥만 먹으려니 시간 낭비인 것 같고 뭔가 짜증나고 좀이 쑤시고 지루하고 심심하고...도저히 못 참겠더군요. 금방 가방 속에 있던 책을 꺼내 뒤적이며 밥을 먹었죠.

 

그러니까, 저 같은 성향의 사람이야 말로 밥 먹을 때는 밥 먹고, 걸어다닐 때는 걸어다니고, 러닝머신을 뛸 때는 TV체널 이리저리 돌려대지 말고 온 몸의 근육에 주의 집중 좀 해보고, 지하철에 앉아 좌선 하는 것은 것은 못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든 음악을 듣든 책을 보든 셋 중 한 가지만 (제발 셋다 다 하려다가 커피 쏟고 이어폰 한쪽 빠지고 잡스럽게 허둥대지 말고 --;;;) 하는 것이 중요했던거죠.

 

저는 자극이 안 오는 일이라도, 아니 오히려 그런 일에 더, 집중하는 연습이 아주 시급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제 '자연스러운' 성향을 고치기 위해서요. 그 자연스러운 성향 때문에 제가 삶을 밀도있고 생생하게 살아내지 못했거든요. 밥 먹고 나서도 뭘 먹었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즐거웠는지 생각해보지 않는건 당연했어요. 물론 누군가 '뭐 먹었냐' 물어본다면 메뉴 쯤은 머리로 기억해 낼 수 있지만, 그 음식들의 촉감이나 맛,  먹는 당시 느꼈던 감정 등 온 몸으로 한 경험은 기억해내지 못하는거죠. 실제로 그런 경험을 안 했으니까요-_- 또 밥 먹으며 오며가며 산만하게 듣고 읽은 책의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이해고 기억하는 것은 해 냈지만, 그 책에 깊이 몰입하여 사색해보고 내 경험과 생각을 혼합하여 새로운 지식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식의 제대로 된 독서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런 것을 할라 치면, '내가 대체 뭘 읽었더라-_-' 싶어 다시 책을 들춰봐야하고... 하여간 무언가를 하더라도 하나를 제대로 깊이 있게 해내지 못했어요. 놀 때 충실하게 열정적으로 온 몸을 다 던져 노는 것도 불가능했고 (저 딴에는 시크한 성격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그게 아니었던거죠) 인생의 기쁜 순간들 흥미로운 순간들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우울증 때문에 슬프고 괴로운 순간들은 몇 십배로 증폭되어 경험했고-_-)....삶의 모든 면이 그런 식으로 굴러갔습니다. 얇팍하게요.

 

그래서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것, 이 습관을 들이는 것은 저에게 꼭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유독 이걸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에 하나 씩 하는 일을 시도하는데 많은 장애 (주로 짜증, 귀찮음, 초조함, 하기 싫음, 한 번에 하나 씩 하는 시도를 할 의욕이나 동기가 사라짐 등등...)가 따라올 것이 뻔했지만, 그 장애가 닥칠 것을 사전에 명확하게 인식 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꼭 필요했습니다.

 

이런 식을 생각을 하며, 드디어 오늘 점심,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기를 시도했습니다.  아이폰이 곁에 있는데, 방금 박재범이 사과문을 올렸다며 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리플이 백몇개씩 막 달리고 있는 글을 막 읽다가 '앗..밥만 먹어야지...'하고 막 사파리를 끈 참인데, 궁금해 죽겠는데, 그래도 고개 쳐박고 그냥 밥만 먹었습니다. 좀이 쑤셔 덜덜덜 -_-;;;;;  참았습니다.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찌푸리며 밥만 꾸역꾸역. 하지만 나빠지는 기분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노력하면서, 밥 먹는 것에 집중 했습니다. 반찬 색이며 모양, 맛, 혀에 닿는 감촉, 온도 등등에 집중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 와중, 나빠졌던 기분이 좀 풀리더군요. 그리고 밥 먹는 것도 꽤 다양한 자극을 준다는걸 새삼 알게 되면서 밥 먹는 것에 집중이 좀 잘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평소 같으면 맛 없다고 툴툴댔을, 밍밍한 밥과 싱겁고 별 맛 없는 반찬을  남기지 않고 끝까지 싹싹 다 먹었어요. 점심밥을 이렇게 먹고 나니 저녁(한밤-_-)밥 먹을 때는 '밥에만' 집중하기 더 쉬웠습니다. 퇴근하며 사온 <심야식당>을 밥 먹으며 읽고 싶었지만, 잘 참았어요. 아니, 사실 연습이 한차례 되었는지 밥 먹으며 읽고 싶은 충동도 별로 안 생기더군요. '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다가 사라졌습니다.밥만 잘 먹었어요. 나물도 많이 많이 먹고. 하지만 울집 강아지가 저도 고기 달라 낑낑대서(저녁 메뉴는 설롱탕), 고기 뜯어주고 어르고 하다 보니 좀 산만해지긴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면 늘 있는 '강아지와 놀기' 타임. 평소에도 '강아지와 놀아주는건 중요해'라는 생각에 꼬박꼬박 놀아주곤 했지만,  너무 사랑하고, 폭풍애정을 쏟으며 귀여워하는 녀석과 놀아주는, 즐거워야 마땅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은근 귀찮아했던 것 같습니다. 놀아주다 보면 저 역시 방방 뛰어다니며 많이 웃고 즐거워합니다만, 동시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뒷골이 땡기(-_-)고, 결정적으로 귀찮았습니다. 새로운 강아지를 입양하려 했던 것도,  외로워하는 강아지를 위한 것도 있지만, 친구가 생기면 덜 놀아달라 보채겠지 싶은 기대감도 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강아지와 노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마음 먹고, TV도 끄고 양치도 미룬 채 장난감을 들고 강아지녀석을 유인하...기 시작할 필요도 없이, 지가 장난감 입에 물고 제 발 아래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노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제가 한 마리의 개가 된 것 같았습니다-_- 동생녀석이 '야밤에 시끄럽게 쿵쾅거리지 말라'며 짜증을 냈어요. 개무시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스트레스도 귀찮음도 거의 없이, 오랜만에 참 즐거웠어요. 물론 그런 몰입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양치질 하고 루이보스차를 끓이면서 계속 놀아주긴 했지만...처음으로 시도 한 것 치고는 결과가 꽤 좋았죠.

 

 

그리고 숨 1000번 쉬기.

 

이건 어느 선원에서(몇 번 깔짝거리며 나가다가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와, 우울증세가 덥쳐서 잠수타는 중..-_-;; 다시 가야지..) 스님이 "사소한 실천이 기적을 만든다"며 알려주신 방법입니다. 숨쉬기 기록 수첩도 주셨는데, 거기 적혀있는 '숨 1000번 쉬기' 방법을 옮겨볼께요.

 

- 카운터기(숨 쉴 때 마다 한번씩 누루는, 애벌레 같은 카운터기가 있습니다. 귀여워요.)를 사용하여 들숨 날숨을 알아차린 후에 한 번 누른다.

- 목표량을 정하고 반드시 채워라. : 500번을 기본으로 하여 점차 1000번까지 늘려도 좋다.

- 카운터를 새로 시작할 때는 들숨에 무, 날숨에 상을 세 번 한다. 세상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집착을 버린다.

-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기상 후/ 걸어달 때 / 산책 / 화장실 / 신호대기 / 잠자기 전 등 틈만 나면 호흡을 센다.

- 좌선보다는 행선(걸어다니며 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주로 한다. 행선을 주로 하면 맑은 마음으로 걷게 되어 건강에도 좋다.

 

수첩에 보니, 예전에 이걸 시도할 때 끄적여놓은 글들이 있네요.  '정말 너무 바쁘고 몸이 지칠 때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제대로 안됨' '애벌레(카운터기)를 못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음.' '숨에 제대로 집중하지도 않으면서, 카운터계만 기계적으로 눌러서 횟수를 채우지말자!!!'

 

카운터기는 진즉 망가졌기에 (나름 열심히 한다고 화장실에도 들고 갔었는데, 손 씻다 물에 빠트림 -_-)  오늘은 그냥 생각 날 때마다 숨쉬는 것에 주의를 집중해봤어요.  정확히는 들락거리는 숨의 공기가 코와 인중사이에 마주치는 곳을 닻으로 삼아, 그 언저리 숨에 주의집중. 새삼 느끼는 것. 역시 저는 주의를 집중하기 시작하면 숨 쉬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는 것. 숨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양, 숨쉬기 자체가 어색해지고, 가슴이 아프고 머리가 띵..  애초 이 방법을 접했을 당시 그나마 명상코스를 두어번 돌리고 가서 다행이지, 처음에 '숨 1000번 쉬기' 시작했으면 몇 십번 세보기 시도하다 짜증나서 때려쳤겠죠.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니 징하게 안 되긴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잡생각의 폭풍에 휩쓸려다니다 '앗..숨쉬기 하고 있었지...' 다시 돌아오는 노력을 기울일 정신머리는 남아있더군요.  숨 몇 번 쉬다,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다,  그걸 알아차리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고, 돌아오고..돌아오고....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라는 책이 있어요. 제가 들은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한 '존 카밧진' 박사가 20년도 전에 쓴 책이에요. 그 책 상권이 지금 어디있는지 못 찾겠는데, 하여간 거기에서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 태도를 기술한 부분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대강 '큰 기대를 갖지 않을 것,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자기 스스로를 믿을 것, 그리고 인내심을 가질 것...' 등이었어요. (몇 개 더 있었는데..정말 주옥 같은 태도들이었죠.) 그 중 '인내심'을 대단히, 특별히, 강조했어요. 그 프로그램은 하루에 50분씩 명상하는게 가장 기본이에요-_- 애초 암 말기 환자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통증감소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으니, 고통에 시달려 정신이 피폐해져있는,  기독교문화권의 고도로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학자, 전문가 계층의 사람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불교교리를 들먹이며 매일 50분 씩 숨만 쉬며 아무 것도 하지 말라 했으니 사람들이 오죽 힘들어 했겠어요. 미친듯이 떠오르는 생각의 덩어리들을 알아채고 다시 숨으로 돌아오고 돌아오고..  하지만 그는 강조했죠. 명상은 인내심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명상의 효과가 없어 통증이 그대로 남아있을지라도,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마치고 나면 인내심 하나는 정말 제대로 키울 수 있을거라고.

 

'인내심 없음'은 제가 가진 버라이어티한 약점 중 최고, 최강의 약점이에요.  나도 우선 인내심부터 기르겠어... 하루에 숨쉬기 1000번이라도 채워보겠어.. 라고 다짐했지만, 사실 오늘은 500번도 못 채운 것 같아요. 흑흑...그래도 숨쉬기 다시 시작하니까, 오늘은 몸의 긴장도 많이 풀렸고, 기분도 좀 차분해지고, 실수도 훨신 덜 하고..바로 효과가 나더군요. 전 Sati의 효과가 참 즉각적으로 나타나요. 이건 행운인 것 같아요 ^^ 내일은 1000번 채워야지. 음, 숫자를 세는게 귀찮으니 그냥 대강 시간으로 끊어서 해야겠어요. 1분에 대략 몇 번 숨 쉬는지 세 보고, 숨 쉬기에 집중한 시간으로 어림짐작...  헉, 한시간에서, 숨이 좀 길어지면 한시간 반은 훌쩍 넘게 해야 되는군-_-;;;

 

 

 

 

 

2.

 

듀게에서 <심야식당>의 존재를 알았어요. 어느 분이 <심야식당> 드라마 클립을 링크해 주셨거든요.  드라마가 원작인줄 알았는데, 만화가 원작이대요. 어제 한 권 사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오늘 2권을 샀어요. 역시 좋았어요. 이 글을 다 쓰고 인터넷서점에서 나머지 심야식당 책을 다 주문할거에요. 드라마 주인공(심야식당 마스터)도 얼핏 보니 멋있는 분위기의 배우던데, 드라마도 싹 다 볼까...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하지만 잡스러운 관심사를 자제하자는 생각을 오늘 많이 해서 볼까 말까 고민 중........

 

너무 잔잔하고 분위기있게 좋아서, 어머니에게도 꼭 읽어보시라고 쥐어드렸더니, 재미 없으시대요. 글이랑 그림이랑 동시에 읽는게 힘들어서 글만 읽었더니 뭔 소린지 모르시겠다고.. '만화'라는 매채를 읽는게 힘드신가봐요. 요새 책 많이 안 읽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은 점점 더 '책'이라는 매채에 해독력이 떨어지고, 그럼 수요가 줄고, 그러면 출판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을거고......그러면 책 좋아하는 저 같은 애는 피보고... 생각에 꼬리를 물고 물다가, sati를 발휘했어요. 또 잡생각 하고 있구나 -_-  동생에게 던져주니 야는 재미있게 보네요. 좋은 책이니까.

 

드라마 볼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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