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위험하다.

2011.11.21 18:45

마르세리안 조회 수:4247

1. 'One of Them'. 박근혜의 현재 위치를 설명하는 단어입니다.  3년이 넘도록 철옹성같았던 'The one'은 서울시장 재보선과 안풍에 무너졌습니다. 오늘 있었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다자구도에서도 2위로 밀렸습니다. 자연히 그녀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연 그럴까요. 상처를 입은건 맞지만 치명상은 아니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그 이전의 이회창, 이인제등. 보수측의 많은 바람들은 한번 치명상을 입자 순식간에 쪼그라들었습니다. 박근혜는 다릅니다. 안철수를 제외한 그 어떤 주자도 박근혜의 지지율 근처에도 오지 못합니다. 안철수 역시 그리 큰 격차로 박근혜와 차이를 벌리고 있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밀리고는 있지만 얼마든지 역전할 수있는 위치. 저는 박근혜가 저 자리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풍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저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들고 싶습니다. 안풍이 문풍을 대체했다는 평면적인 분석 때문이 아닙니다. 박근혜가 안풍으로 one of them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 안철수가 나타나기 전까지 내년 대선은 박정희 vs 노무현의 대리전이었습니다.  그 대리전은 박근혜 vs 문재인으로 귀결됩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박정희와 노무현 없이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들은 홀로 선 적이 없어 서로가 닮아 있다는 뜻입니다. 박근혜가 박정희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 문재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둘의 품성이나 능력이 같다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이 정치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는 3년간 꾸준히 문재인 대세론을 밀어왔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발언에서도 드러납니다. 김어준 총수는 문재인에 대해 "박근혜가 가지고 있는 품성을 야당측에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박근혜의 잠재력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사람' 이라고도 말했죠. 안풍이 일어나기 전까지. 문재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박근혜와 닮은 야권인사' 라는 것이었죠. 박근혜가 강고하게 1위를 유지할 수록 문재인 역시 야권 내에 유력 인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가 아무것도 안하면서 1위를 하는게 유지된다면, 문재인 역시 그러할 수 있습니다. 


3.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문재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보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양 극단에 있지만. 그들이 인기를 얻는 요인은 비슷합니다. 따라서 한 명이 무너지게 되면 다른 한 명도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박근혜 보다 문재인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3년 이상 대세론을 유지하며 꾸준히 지지도를 구축하고 있는 박근혜보다 문재인이 더 취약하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드러났습니다. 서울시장을 제외한 다른 지방의 재보궐 선거에서 박근혜는 위력을 발휘했고, 문재인이 직접 나선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의미있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안풍 이후 문재인의 지지율이 무너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안철수가 문재인을 대체했다고 볼수도 있지만, 더 큰 것은 박근혜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절대 강자에서 그저 유력한 대선후보로 위치가 격하되면서 문재인 역시 그 역할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형상입니다.


4. 만약 문재인이 대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같은 분석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습니다. 박근혜가 무너지면 문재인도 무너진다라는 분석은 철저하게 문재인이 대권 출마에 나선다는 가정하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문제는 문재인이 대권출마에 대해 모호하게 처신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이것이 의도적인 모호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본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흘림으로써. 정권 교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겠다는 거죠.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흘림으로써 PK내의 야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는 전략입니다. 문재인은 그 지지율을 가지고 자신이 대권에 도전하던지, 아니면 안철수나 손학규와 같은 다른 주자들에게 넘기던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문재인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겠죠. 저는 이 지점에 있어 문재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의 권력 의지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니까요. 


5. 문재인의 이 구상이 현실화 되려면 그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계속 남아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제목으로 문재인이 위험하다. 라는 것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껍니다. 박근혜가 타격을 입으면서 밀리게 된 문재인의 지지율은 그를 계속 유력 대권 후보로 남지 못하게 합니다. 더구나 유력한 1,2위 후보에게 지지율이 몰리는 한국 정치의 특성상 3위권을 맴몰지 못하는 문재인은 계속해서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건 '혁신과 통합' 이나 '통합정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정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중통합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뿐이라는 건 저만 알고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의 작품입니다. 문재인이 계속 노무현 그늘에 머무르는 이상 그는 pk에서 노무현 이상되는 지지율을 끌어 낼 수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대중적 이미지라곤 노무현에 대한 향수밖에 없는 문재인으로서는 노무현 향수가 점점 사그라드는 현 상황에서 의미있는 지지율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충청도가 일관되게 박근혜 지지를 천명하고 해외 유권자가 내년 대선부터 참여하는 이상 pk에서 노무현이 얻어낸 지지율 만으로는 문재인이 원하는 정권 교체는 요원합니다. 


6. 사실 FTA 논쟁에서 문재인이 다른 스탠스를 취했다면 저는 그가 위험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껍니다. 문재인에게 있어 노무현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있는 방법이 FTA였을 껍니다. 제가 FTA를 반대해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아닙니다. 문재인이 자신의 구상을 현실화 시키려면 노무현을 넘어서야 합니다. 자신이 박근혜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노무현에 반대하거나 부정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계승하되 일정한 차별성을 두라는 얘기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FTA였습니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고 FTA에 대해 최종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이가 반대입장으로 선회하는 것은 굉장한 무게감을 가지죠. 어쩌면 유시민이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는 것 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질껍니다. 말 바꾸기라는 공격에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경제의 변화라는 이유를 댈 수 있죠. 


7.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죠.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찬스를 놓쳐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으로서는 자신이 정권 교체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생각할껍니다. 하지만 불쏘시개도 어느정도 능력이 되고, '깜'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 노무현과의 특별한 차별성 없이 대권을 노리는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안철수가 설령 도움을 준다 할지라도요.



할 말은 많은데. 줄이다 보니.. 글의 일관성은 이리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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