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

2013.10.19 19:38

sophie 조회 수:4324

살면서 딱히 배신이랄 일을 겪지 않았어요. 경계심이 강해 사람을 잘 믿지 않았고 운이 좋아 믿었던 사람은 저에게 같은 호의와 믿음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같이 저도 이런 일을 겪네요. 그것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믿고 노력했던 사람에게서요. 그러고나니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네요.

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 돌이켜보면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힌트가 꽤 많았는데 믿고싶다는 마음으로 넘겨버린 저의 어리석음에 대한 한탄, 자신이 했던 말에 책임을 지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에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안 지킨 상대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 씁쓸함, 상실감, 두려움, 원망......

감정은, 상황은 변할 수 있어요. 어느 것도 영원하진 않겠죠. 하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 나누었던 말들은 남아 있고 그 시간들은 간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상대의 비열한 마지막 모습때문에 그럴 수도 없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쓰라린 것은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상대가 마지막에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네요. 지나온 시간을 송두리째 시궁창에 넣어버려 이제 추억으로 남길 수조차 없어졌어요.

어제 예상치않게 그 일을 겪은 후 넋 놓고 저도 모르게 주저앉아 버렸어요. 온 몸에 힘이 빠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군요. 지금은 분노와 적개심, 복수심에 마음이 괴롭네요.

지금은 그저 시간이 가길 기다려야겠지요. 사람 마음 갖고 장난치면서 죄책감도 없는 사람을 못 알아본게 뼈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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