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 가는 슈퍼스타 K 잡담

2010.09.18 13:50

얼룩이 조회 수:4082

전 시즌 1 완전 팬이었습니다.

케이블에서 1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재탕 삼탕 할 때도 질리지 않고 봤었죠.

어떤 분들은 아메리카 아이돌 카피했다고 지적하시지만, 제가 팝보다는 가요를 좋아하고 아메리카 아이돌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관계로, 슈퍼스타 K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유명하거나 과거의 명곡들을 아마추어가 부르거나 미션을 통해서 재창조 되는 것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고요.

마지막에 내 핸드폰으로 투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빠 폰, 엄마 폰까지 총 동원에서 지지하던 조문근이 떨어지면서 배신당하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조문근에게는 2위가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1위보다 더 관심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그 사람의 뛰어난 실력과 그 보다는 떨어지는 외모의 대비에 "비운의 2위"라는 이미지가 더해지자 그 자체로 "조문근"이 되었죠.

곧 나온다는 앨범, 기대가 됩니다.

 

실력은 좋은데 데뷔하고 영 어정쩡해진 것이 길학미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랩도, 노래도, 춤도 다 수준급이었고 슈퍼스타 K 무대에서 가장 빛나던 사람이었고 최후의 2인에 들지 못한 것이 억울할 정도의 실력자였는데, 데뷔한 노래를 들으니 그냥 평범한 댄스가수 같더군요. 여전히 노래는 잘 하지만 길학미만의 포스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빛나던 사람도 그냥 평범해보여지는 게 진정 프로의 세계인가 하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죠. 아니면, 아직 적당한 노래를 찾지 못했거나요. 

 

10에 들지 못했던 사람 중에서 제가 지금도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역시 정슬기겠죠.

전 이 사람 목소리와 얼굴이 너무 좋아요. 피쳐링이나 디지털 싱글곡을 계속 내고 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라이머의 change up입니다. 발매된 그 날 바로 구입해서 지금까지 mp에서 삭제된 적이 없어요.

 

각설하고, 전 지금의 앤드류를 보면 시즌 1의 박세미가 생각납니다. 예쁜 외모 때문에 top10 무대에서 보라빛 향기를 엄청 망치고도(그 노래는 성시경이 아무리 노래 못하는 사람도 노래방에서 부르면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고 한 마법의 노래입니다) 합격을 하고 다음 미션으로 넘어갔었죠. 아마 아바의 노래도 별다른 게 없었는데 합격했었죠. 박세미가 그 사실을 무척 감당하기 힘들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기보다 잘한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자 부족한 실력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 뿐만 아니라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조급함을 함께 느끼면서 어떤 정신 공황상태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그 다음 미션이 기성곡이 아닌 신인 작곡가와의 공동 작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은 거의 미션 안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죠. 연습 중에 울기도 많이 울고요. 다른 사람들은 이제 서서히 프로가 되어 가고 있는데 박세미만은 아직 아마추어 레벨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던 윤종신의 혹독한 심사평도 본인이 감당할 수 없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합격.

 

그렇잖아요. 내가 이 사람들 사이에 있을 만한 실력과 자질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지지와 응원에 의해서 자기가 그 위치에 놓여져 버렸다고 생각한다면 점점 더 주눅들고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전 그 때 박세미를 상대로 그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무슨 이지메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만 내려오고 싶어하는 것 같았거든요. 아...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것 같아.....라고 생각할 정도 였어요. 떨어졌을 때 오히려 자기 자신이 가장 후련해하는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전 앤드류가 그만 떨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이번에 박보람과 김은비가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원래 거의 완성되어 있었던 장재인, 김지수, 허각의 수준까지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고, 오히려 그 성장폭이 훨씬 커서 더 인상적으로 보입니다. 앤드류가 괜히 그 안에 있다가 버겨워하면서 무너지는 것보다는 적당한 수준에서 탈락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탈락자가 나오고 다들 눈물을 보였지만, 앤드류의 눈물은 왠지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김그림과 자기 중에 "자신"이 합격했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해 하는 게, 이미 충격을 받은 사람 같았습니다. 그 미소가 좋다고 하시지만 제 생각엔 그 미소가 얼굴에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강승윤하고는 다른 게, 이 친구는 아무리 그래도 자뻑모드가 있어서 올리면 올리는 대로 넙죽넙죽 자괴감 없이 받아들일 것 같단 말이죠.(이번 미션에서 그다지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전 그래도 이번의 바뀐 창법이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으로 김그림은 예상대로 탈락했습니다. 솔직히 김그림은 because of you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번 하숙생이 김그림의 숨겨진 재능을 딱히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앤드류나 강승윤보다는 훨씬 잘했습니다. top 8의 끄트머리에 올라타는 게 오히려 정상처럼 보였을 거예요. 사실 저도 김그림이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이 이기적이라거나 무책임하다거나 한 점보다는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사람처럼 보여서 그게 싫었습니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나 자신보다 못해보이는 사람들에게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보다 실력이 있거나 강한 사람들에는 순진하게 구는 이중적인 면이 보여서요. 강한 사람에게 약하게 구는 사람은 그냥 그러나 보다 하는데 약한 사람에게 강하게 구는 사람은 확실히 성격이 나빠 보이죠. 이건 이기적인 것보다 더 나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마 이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그림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겠지만 확실히 뼈저리게 배운 점도 적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은 약한 사람에게 약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허각이 그런 것처럼요.

 

전 지금은 딱히 지지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이 그런 것처럼 허각으로부터 뭔가 다른 게 보고 싶기는 한데(조문근이 팔짱 끼고 엉덩이 흔들면서 "허니 허니" 불렀을 때 얼마나 귀여웠는데요. >.<)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일단은 제대로 된 top6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박보람과 김은비가 탈락하지 않기를 빌어야 겠죠.  

 

P.S 김은비가 카메라 따라가는 시선 지적받기는 했지만 귀엽지 않았나요? 전 호오~~~~~~~~ 하면서 봤는데 나중에 그러면 안된다고 해서 왜? 어째서? 하는 반발감이 들었습니다. 김은비가 노래 처음에 살짝 웃으면서 노래부를 때 너무 이뻤어요. 진지한 것보다는 그런 분위기로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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