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초딩같은 화두로군요 이거.

 

'살 빼려고 하는데여ㅠㅠㅠㅠㅠㅠ친구들이 수영하면 어깨 넓어진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 말래여ㅠㅠㅠㅠㅠ 진짜 수영하면 어깨 넓어지나여???'

 

   이런 거 말임다. 수영 입문 질문의 클리셰.

 

   수영을 다시 시작한 지 3개월째 접어들었어요. 재작년에 벱후랑 3개월 정도 강습받아 평영까지 배운 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는데, 차근차근 강습받아 지금은

한팔 평영을 마스터(....라고 막 내맘대로 말해도 돼? 우짜든동 안 쉬고 25m 왔다갔다하는건 되는 정도)한 뒤 오리발을 사서 양팔접영을 어푸어푸 익히는 듕이죠.

진짜 재밌어요. 강습 없는 날에도 한시간씩 자유수영 하는데, 안 쉬고 턴하면서 맴맴맴맴 서른  턴도 찍어봤지요(한 바퀴에 2분 걸리니 30분 안 쉬고 한 셈인데,

30턴! 찍고 어푸 일어서니 머리가 띵~실신하는 줄 알았....무모했어요, 그 뒤로는 열 턴 이상 안 함...).

 

   원래도 근육이 (안 이쁘게)잘 붙는 체질이고, 타고난 일자쇄골로 유이와 손담비를 바라보며 '그래도 너네는 얼굴이 되잖...또르르' 하는 사람인지라, 수영에

푹 빠지면 어깨가 그냥 막, 튼실튼실해질거란 거 알고 있었지요. 두 달이 넘어가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국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돌아온 동네형을 꼬셔서 같이 수영강습 듣고 있는데(동네 잉여들 총집합하는 오후 3시 강습), 강습끝나고 커피마시며 노닥거릴

때 어깨에 뙇, 힘을 주면서

 

-이거이거, 만져봐봐봐. 완젼 딴딴하다잉.

 

   갸웃, 하고 제 삼각근-_;;;을 함 만지더니 뙇, 안색이 변합니다

 

-헐, 내 팔인 줄 알았....

 

   별로, 웨이트 같은 거 안 한다구요. 하면 분명 기골이 장대해질 게 뻔하니까! 흑흑흑흑흑

그래서, 로즈란을 꿈꾸는 웨이트꿈나무 새옴마님이 오셨을 때

 

-팔에 힘 좀 줘봐

 

했스빈다. '요즘 운동 안 해서...' 짐짓 몸사리는 멘트를 날리며 뙇, 짧은 팔에 힘을 주는 새옴마님.

아.........................................................딴딴하다잉. 나보다 훨씬 딴딴해!!!

 

...좋아할 필요 없지요. 우라질, 새옴마님은 체구가 작단 말임다! 딴딴하고 나발이고 어깨 넓어진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여기다 최근 한두달간 (폭식과 음주로)불어난 살까지 겹치면서 어흑.....여름 가.....빨리 가란 말야................옷 입기 힘들다잉........................

 

  3주쯤 전부터  베프랑 카카오아지트를 만들어 끼니마다 식단일기를 쓰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피자도 먹고 파스타도 먹고 와퍼도 먹고 술도 마셔요. 

우리가 베프가 된 지는 8년인데, 8년 내내 다이어트만 하고 있는 두마리입니다.  왜냐면 둘 다 전직 뚱보거든요. 타고나길 마를 수가 없는 체질이라

둘이 운동을 그렇게 ㅊ해도 절대 스스로가 원하는 몸이 되지 않아요. 거기다 둘 다 식탐대마왕이라 흔히 몸 만드는 사람들이 하는 '닭가슴살 원푸드'

이런 걸 못 합니다.

 

 얼마 전에 둘이 우이천에서 자전거 타다 종아리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넠ㅋㅋㅋㅋㅋㅋ살 세로로 텄닼ㅋㅋㅋㅋㅋㅋㅋㅋ 살쪄서 튼겈ㅋㅋㅋㅋ

-아니라곸!!!!!!!!!!!!!!! 키 커서 그런거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지얔ㅋㅋㅋㅋㅋㅋㅋ 키 크면 가로로 튼다잉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걸로 찧고 까부는 사이.

   그러니까 결론은, 아마 이번 생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벱후 방학하면 둘이 필라테스 끊어서 '여친 따라와 같이 요가해주는 상냥 남친' 코스프레 하기로 했어요.

그러고보니 둘이 처음 수영 배우러 다닐 때도 그런 코스를 했던 것 같습니다. 별로, 아니 하나도 재미는 없어요.

  

   운동하고 있으니 '어떤 몸을 가지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먹어도 안 찌는 체질, 이런거 다 필요 없구요. 그냥 자그마한 어깨를 가진

아담한 여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전 그거면 될 것 같아요.

 

 

 

+) 수영 끝나고 사우나 하면서 동네 여인네들 알몸을 지겹게 보는데, 전 여인네들 알몸 관찰하는 게 참 좋아요.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몸의

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유추됩니다. 그리고 둥글거나, 하얗고, 넉넉하거나 푸근하거나, 아무튼지간에 여자의 몸은 참 예뻐서, 포근하게

안기고 싶기도 하고. 그리거나 글로 써서 핍진하게 묘사해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얼마전엔 정말이지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림에서 나올 법한 몸매의 여성분 옆에서 샤워를 했습니다. 아름다워서 정말 그리고 싶었지만,

정말 변태스러운 것 같기도 해서 그만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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