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을 보았습니다.

 

어릴 때 어린이용으로 나온(간추린 건 아니었고요) 레미제라블을 읽고는

대강의 줄거리를 다 아니까

그 이후로는 뮤지컬이든 원작소설이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어릴 때엔 코제트가 불쌍했어요.

특히 장발장과 만나는 첫장면, 테나르디에 부인이 무거운 물통을 들고 어둡고 추운 밤 우물까지 다녀오라는데

그 물통의 무게가 어린 저에게도 확 실감나면서

아아 불쌍한 코제트 얼마나 무거울까 싶었지요.

그밖에도 주인집 딸들은 예쁜 인형 가지고 노는데 코제트는 무슨 빗자루인지 뭐인지에다가

인형 이름 붙이고 귀여워하고...쥔집 딸들 안 가지고 노는 인형 한번 쓰담했다가 된통 혼나고...(물론 장발장이 더 크고 좋은 인형 사가져 왔지만)

어린 저에게는 마구마구 감정이입이 되었어요.(저희 엄마가 저 인형 잘 안 사주셔서 그랬던 것은 것은 아닙니...)

 

 

그런데 다 크고 나서 애엄마가 되어서 영화로 만든 레미제라블을 다시 보니

코제트는 그닥 안 불쌍하고 팡틴만 너무너무 불쌍하네요.

자기 애는 그래도 배 안 곯고 건강하게 키우겠다고

머리 잘려(그래도 이건 좀 나았어요), 어금니 뽑혀-원작에서는 앞니죠. 아직도 어릴 때 읽었던 책에서 '앞니가 뽑여 흉측해진 꼴이 되어 거리의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어릴 때는 걍 그런갑다 그랬는데 영화화된 영상을 보고 나니 확 와닿네요. 삭발하고 비쩍 마르기만 해도 저렇게 불쌍해 뵈는데

앞니까지 없었다면...게다가 그 앞니 진짜 예뻤다잖아요ㅠㅠ-, 갖은 고초를 다 겪는 모양이 너무나도 불쌍하고 안됐고 소름끼치더라고요.

저는 가끔가다 고기 같은 거 잘못 세게 씹으면 다음날 잇몸이 붓는지 어금니가 들뜨는지 너무 아프거든요.

그거 나으려면 어금니 뒤의 사랑니를 빼야한다는데, 잇몸 통증만으로도 아파서 사랑니 뺄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 1인으로서...;;;

게다가 어릴 땐 '거리의 여인' 이 뭘 뜻하는지 정확히 몰랐기에

팡틴의 몰락이 그렇게 처절하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녀가 겪은 일들이 그냥 문자의 나열에 불과했는데-걍 그런갑다, 좀 불쌍하다 정도-

커서 제가 팡틴 또래(아마도 팡틴보다는 좀 늙었겠지만)가 되고 나니

코제트는 안 불쌍하고(어차피 너는 좋은 양아버지 만나서 양가집 규수처럼 자랄 거고 멋진 신랑감 만날 거잖아!)

팡틴만 불쌍해요.

이렇게 팡틴을 가엾게 여기게 된 건 앤 헤서웨이의 비주얼과 연기력이 압도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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