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ㅡ 집에 가고 싶다. 

 ㅡ 집?

ㅡ 응 집에 가고 싶어. 

ㅡ음 니가 한국을 집이라 부르는 걸 보니 진짜 한국에 갈 떄가 됬나보다. 

ㅡ 응 집에가서 친구들 만나고 싶어.

ㅡ집에 가서 친구들 만나고 싶다고? (친구들 만나러 간다면)스웨덴은 뭐가 문제인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대답해봐란 표정으로)

ㅡ너랑은 한국어로 수다를 못하잖아. 

ㅡ 아.......


어제 제 친구 H랑 한 대화입니다. 정말 집에 가고 싶어요. 겨울에 갑니다. 똥강아지(아들), 거북이랑(신랑) 같이. 때마침, 호주에 있는 동료 한명이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한국여행을 온다고, 어 나 그떄 한국에 있어, 연락해서 같이 만나자, 했어요. 계획은 점점 늘어납니다. 막상 대학 떄 제일 친했던 절친 친구 두명은 외국에 살고 있어서, 어제 후배랑 통화할 떄, 언니 오면 이제 누구랑 놀거에요? 라고 물어보더군요. 


2. 정말 제일 그리운게 한국어로 수다떠는 겁니다. 맛이 다르잖아요. 요즘 책 안 읽고 동영상으로 이것 저것 한국 프로그램들을 봤는 데 옆에서 거북이가 뭐가 그리 재미있어? 정말 죽도록 웃어대는 거 알아? 라고 물어오더군요. 그냥 설명할 수 없어, 말장난이 재미있어.

제가 스웨덴에 그것도 스톡홀름이 아닌 린쇠핑에 사니까, 정말 한국어로 수다 떨 일은 별로 없어요. 여기도 제가 근무하는 대학에 교환학생들이 오고 해서 만날려면 만나지만, 수다란 건 다른 거잖아요. 더군다나 이제 나이차이가 너무  있으니까 (학생들이 저를 여전히 언니라고 부르는 데 제 동생 말로는 그건 정말 테러다 라고 하더군요), 한국 학생들도 저랑 수다 떨기가 힘들겠죠.


3. 제 친구 소피아의 친구가 하는 연구가 스트로크로 언어 장애가 온 노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이랍니다. 그 연구 프로잭트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특히 이런 저런 이유로 스웨덴어를 못하는 이민자 노인들이 그런 노인기관에서 얼마나 혼자 인지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뭐 한 이민자 노인이 있는데 아무도 그 할머니랑 대화란 걸, 하다못해 안녕 이란 말도 안하더래요. 그래서 저분은 누군가요? 했더니 간호사들이 아 그냥 무시하세요. 저분은 우리랑 이야기 안해요.라고 했다고.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고, 본인들이 안하는 건 생각 전혀 안한다고). 그떄제 표정이 어땠는지, ㅡ사실 이게 저의 가장 큰 두려움이거든요. 노벨처럼, 스트로크에 걸려 갑자기 스웨덴어 다 잊어버리고 한국어만 하게 된다면,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아무도 내 말을 이해 못한다면! ㅡ  소피아가 저를 보고는 걱정마, 난 네가 한국어만 하고, 내 말은 하나도 이해 못해도 네가 그런데 가 있으면 가서 수다 떨어 줄거야 라고 약속해 주더군요. 


4. 어찌나 한국말이 그리운지, 글쎄 요즘 보고 있는 학교 2013 속의 욕까지 정겹습니다. 아 저 한국어로 욕 못해요. 어렸을 떄 아버지께서 욕을 정말 싫어하셔서, 한번도 하시는 걸 들어본 적도 없고, 아무도 한 적이 없고, 저희 부모님 친구분들도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욕하는 걸 좀 심하게 싫어했습니다. 지금도 스웨덴어로는 욕 하는 데 한국어로는 정말  아주 아주 화가 나지 않은 못해요. 한국어로 욕하고 나면 굉장히 아 나 잘못했다란 느낌을 받거든요. 


5. 며칠전 신문에서 읽은 소식. 한 미국인에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자 다른 건 다 잊어버리고 자신이 스웨덴인이라고 하더래요. 신분증과 다른 이름을 대면서. 영어도 못하고. 며칠 뒤 다시 읽은 소식에 의하면 그 사람이 언젠가 스웨덴에 살았으며, 그가 자신의 이름이라고 댄 스웨덴 이름은 그 사람이 연기했던 극중 이름이라고 하더군요. 기억상실로 영어와 자신의 과거는 잊었다고. 


6. 어제 제가 H한테 한 말. 너 한국어 배워라. 언어에 무척 소질도 많은 네가 한국어좀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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