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많이 답답합니다

2010.09.13 23:20

메피스토 조회 수:4999

* 전 게시판 운영에 있어 운영자나 다수의 유저들의 동의를 전제로한  '룰'이나  '규제' 혹은 강도는 덜하다해도 비슷한 취지를 가진 유사한 것들에 비교적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수의 유저들에게 공감할만한 불쾌감을 조성하는 특정 유저를 강퇴시키거나, 글의 주제나 표현 등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게시판의 논쟁이 발생할 경우 전 늘 거기에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령 그게 제 자신이 된다고해도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렇기에 절 가리켜 완장을 찼다는 둥, 독재를 지지하는 유저라는 둥(응?), 뭐 이런 소리도 한두번씩 들었습니다.

 

 

* 그럼에도. 전 왜 아기사진에 '주의' 혹은 '경고', 혹은 이와 유사한 관련 문구를 달아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이런 의견을 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아이 관련 게시물을 싫어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어버린분, 아이를 가질 수 없는분, 혹은 기타의 이유로 아이가 싫은분 등등. 아이 관련글을 올리시는 분이 이 문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일단 이 글을 쓰고 있는 메피스토라는 유저 부터가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혼 및 출산 경험도 없거니와 내 자식도 아닙니다. 아이를 워낙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다른 사람 아이가 뭐가 이쁘고 좋을게 있습니까.

 

하지만. 전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보편적으로. 네. 정말 보편적으로 말입니다. 여기서 '보편적'이라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나 구습 등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끼리, 인간들끼리 서로 지내가는데 굳이 정의내리거나 말하지 않아도 서로 합의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보편적으로. 아이의 사진이나 아이와 관련한 일상잡담들이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글쓴이가 글을 쓰며 '조심'해야 하는 주제인가요. 전제가 붙긴 합니다. 그런 얘기들에 뭔가 공론화할만한 정치적, 종교적 등등 뭔가 기타 다른 류의 논쟁할만한 주제가 섞여있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고요. 적어도 이 게시판에서 게시글 주제에 듀나님이 직접 언급하신 기준;이미지나 동영상의 수위와 관련된 문제를 제외한다면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끝입니다. 만일 듀나님이 아이를 정말이지 너무 싫어하셔서 아이관련 사진or게시물은 사양해요...라는 말을 게시판 룰에 끼워넣었다면? 네. 안올려야죠. 듀나한테 충성하기때문에? 아뇨. 그냥 게시판 운영자가 정한 규칙이니 그렇습니다. 사실 저런 주제의 규칙을 끼워넣은 게시판'따위'에 굳이 가입하거나 남아야할 필요성도 못느끼겠지만.

 

 

* 만약 게시판에 부모님을 잃어버려 상심이 큰 유저가 있습니다. 이 유저가 부탁한다면, 게시판 사람들은 이 유저 한명을 위해 '부모'가 들어가는 일상잡담들을 쓸때마다 이 유저를 배려해야하는건가요. 집안사정이든 뭐든 불가피하게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이 사실에 불편한 감정을 지닌 유저가 있습니다. 그럼 그 유저가 부탁을 하면 우린 이 유저 한명을 위해 '학교'가 들어가는 일상잡담이나 질의를 할때마다 이 유저를 배려해서 글을 써야 하나요.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 게시판 유저들은 그 유저가 부탁을 하면 '신체를 이용하는 행위'와 관련한 글을 쓸때마다 이 유저를 배려해야 합니까? 소수자의 부탁이면 무시해도 좋다라는 의견이 아닙니다. 도대체 '배려'를 고려해하는 주제에 들어갈만한 '건덕지'가 있냐는겁니다.

얼마전 전 기억도 나지 않을 유아시절에 벌거벗은 사진을 '누드 사진'이랍시고 올린적이 있습니다. 만일 어떤 유저가 어, 이 게시물은 남성의 성기를 드러내놓았으므로or나체에 준하는 사진을 올렸으므로 성희롱입니다.라고 하면,  전 정식으로 사과하고 향후 이런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해야 하는겁니까? 아...정말 죄송하지만 전 강퇴를 당하더라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아니..다 집어치우고. 전 왜 이런것들이 다 큰 성인들이 다수 모인 게시판에서 논의가 되고, 공론화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전 정말이지 이곳에 올라오는 여러 토론들;타인의 의견을 지적하고, 타인의 의견에 반대하는 과정을 통해 쌍방이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거나 의견을 관철시키는 토론 및 의사소통을 보거나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우고, 그것들이 굉장히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가 나올때마다, 기계적으로 토론하고 논쟁하고 합의하고 규칙을 정하고 이런류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부 유저들의 모습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낍니다.  유저가 자기 아이 사진을 올리고 아주 일상적인 잡담을 하는것이 그렇게나 거창한건가요? 아이의 사진과 이야기들이 그렇게나 타인의 상처를 건드리거나 불쾌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주제인가요?  

 

아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주 가끔가다가 건프라가 싫다, 아이돌 얘기가 싫다, 뭐가 싫다. 이런 투덜거림이 올라옵니다. 이런 글이 올라올때마다 게시판의 다양성은 줄어듭니다. 상징적으로가 아닙니다. 실제로 유저들이 떠나거나 눈치를 보느라고, 혹은 더이상 분란을 만들지 않으려고 글을 올리지 않으니까요. 게시판의 다양성을 막는 글들은 살아남고, 게시판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는 글들은 죽어갑니다. 오히려 진짜 다수의 유저에게 불쾌감을 주는 글이나 의견들이 '다양성'을 보호하자는 논리를 이용하여 기생충처럼 살아남는 경우가 많았던건 무슨 아이러니인지. 전 저런식의 딴죽을 거는 유저들이 자신들이 깎아먹는 게시판의 다양성을 채울만큼의 뭔가를 게시판에 제공하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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