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구요. 시즌 2는 제작 중이고 시즌 1은 45분쯤 되는 에피소드 열 개로 한 묶음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어요.



 - 제목 그대로 19세기... 인데 정확히는 19세기 말입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뉴욕 경찰국장 하던 시절이고 이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죠. 

 암튼 뭐 당연히 당시의 뉴욕은 전세계에서 밀물처럼 몰려온 이민자들로 난리 법석이었고 당연히 그 분들은 극빈층으로 비참 곤궁한 삶을 살고 있었구요. 그 와중에 생계를 위해 몸을 팔던 어린 소년들이 하나씩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정신과 의사 라슬로라는 분인데 한쪽 팔에 심각한 장애가 있고 가족 없이 혼자 사는데다가 상당한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보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본인 일에는 천재적이겠죠!! 그래서 이 분께서, 위에서 말한 연쇄 살인이 예전에 자신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은 어떤 사건과 같은 범인의 소행일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구요.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들 따윈 주인공이 아니니까 죽어도 못 잡을 그 범인을 자신의 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잡아 보이겠노라고 선언하며 부잣집 한량 친구, 뉴욕 경찰청 최초의 여직원, 대학 동창 루즈벨트와 유태인이라 늘 무시당하는 과학수사 덕후 콤비(인 동시에 이란성 쌍둥이 형제)를 끌어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이 시리즈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일단 압도적인 비주얼입니다. 찾아보니 편당 500만 달러씩 제작비를 들였다는데, 사실 이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잘 감이 안 오지만 (뭐 한국으로 치면 엄청난 제작비인 건 맞지만 이건 미쿡 드라마니까...) 그냥 비교를 해보자면 헐리웃 블럭버스터 사극 비주얼에 전혀 밀리지 않아요. 당시 뉴욕의 풍경을 도시의 전경, 건물 하나하나, 길거리, 집안의 소품들까지 빠짐 없이 몽땅 되게 디테일하게 (화려한 건 정말 화려하게, 칙칙한 건 정말 칙칙하게!) 살려서 보여주는데 정말 화면 구석구석이 다 볼거리라는 느낌. 그리고 그 퀄리티가 기복 없이 마지막까지 갑니다. 눈호강을 위해 사극 챙겨보시는 분들에겐 필견인 작품입니다.



 - 또 한 가지 이 시리즈의 포인트라면, 정말 실감나게 난장판인 당시 뉴욕의 묘사입니다.

 상류층과 하류층의 삶을 각각 모두 꽤 디테일하게 보여주고요. 특히 넘쳐나는 이민자들과 그로 인해 폭발하는 빈민층이 사는 모습을 쓸 데 없이(?) 실감나게 보여줘요.

 거기에다가 경찰과 정치가, 자본가, 종교인, 범죄 조직이 결탁해서 당당하게(아무래도 19세기니까요) 도시를 말아 먹는 모습들이 꽤 큰 비중으로 묘사되구요.

 빈부 격차에 인종 차별에 성차별이 난무하고 또 그와중에 미국 원주민들을 악마화하고... 암튼 당시에 대한 지식을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암울한 버전의 뉴욕의 모습을 10화 내내 신나게 보여주는데 정말 '지옥도'가 따로 없지요. 보다보면 '역시 인류가 가장 살기 좋았던 시절은 바로 지금 현재로구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듭니다. ㅋㅋ



 - 캐스팅도 상당히 좋습니다. 주인공 '에일리어니스트' 라자로씨는 멀쩡하게 생긴 찐따(...) 같은 인상을 주는데 보다보면 정말 찐따구요(!!?) 멀끔한 영국풍 성매매&알콜 중독 신사 캐릭터는 정말 그렇게 생겼고. 과학 덕후 유태인 형제는 정말로 그런 거 되게 좋아하게 생겼으며 비열한 악당은 설득력있게 비열한 악당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시대에 맞서는 씩씩한 페미니스트이지만 아무래도 물리적 위협을 받으면 쫄아들 수밖에 없는 여성 캐릭터 역시 딱 그럴 사람처럼 생긴 가운데 다코타 패닝을 닮았죠. 

 그리고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기도 꽤 좋습니다. 특히 남자 배우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참 좋더군요. 

 그래서 가끔 좀 캐릭터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배우들의 생김새와 연기로 개연성을 충전하고 그냥 볼 수 있습니다. ㅋㅋㅋ



 - 근데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사건'과 '수사'에 대해서는 음...;;


 일단 '사건'의 경우에는 뭐랄까.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소재부터가 '미성년 성매매 소년'과 '난도질 신체 훼손'이라는 극단적인 것들인데 이걸 또 시각적으로 굉장히 디테일하게 살려 버린단 말이죠. 1화부터 10화까지가 하나의 사건이다 보니 계속 해서 그런 장면들을 봐야 하는데 나중엔 좀 질리더라구요.


 '수사' 쪽은 사실 괜찮은 편입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과학 수사 덕후에다가 범인 심리를 읽어내려는 정신과 의사 캐릭터를 넣어서 필요한 때마다 슬쩍 반칙성 능력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편이에요. 아주 가끔은 주인공들이 현재에는 비과학으로 치부되는 기법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21세기 배경 수사물을 봐오던 입장에서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게 또 분명한 이 시리즈의 개성이 되어주니 재미가 있더라구요.


 다만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주인공과 제목입니다.

 '에일리어니스트'라는 게 결국 요즘 말로는 정신과 의사인데요. 시리즈 내내 이 양반이 시도하는 게, 간단히 말해서 프로파일링입니다. 그럼 제목과 주인공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 당연히 프로파일링을 통한 사건 해결을 기대하게 될 텐데... 그렇게 안 됩니다. ㅋㅋㅋ 주인공이 이리저리 추측하는 게 결과적으로 대충 맞아떨어지긴 하는데 정작 수사에는 별 보탬이 안 돼요. 범인은 그냥 발로 뛰는 탐문으로 잡을 뿐이고 프로파일링은 그와 거의 별개로 제시되거든요. 

 물론 명색이 주인공인데 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종일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이긴 한데, 그게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집념과 상황 분석 능력으로 보탬을 주지 프로파일링으로는 하는 게 없어요. 그러다보니 좀 쓸 데 없이 허탈한 느낌이 들어요. 심지어 막판에는 주인공이 별 보탬도 안 되고 민폐까지 끼치거든요. 그리고 결말도... 음;; 이럴 거면 왜 주인공을 굳이 '에일리어니스트'로 설정했는지 궁금해질 정도.



 - 글이 너무 길어지니 대략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보고 듣는 맛이 아주 훌륭한 스릴러 사극입니다. 때깔도 좋고 배우도 좋고 다 좋아요.

 곁다리 이벤트 하나 없이 그냥 사건 하나로 한 시즌을 끌고 가다 보니 보다가 좀 지치는 기분도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전개가 늘어지는 건 아니구요.

 다만 좀 과하게 자극적인 소재에다가 고어 측면에서 표현 수위도 높다보니 이런 데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시즌 2가 지금 준비중인데, 어쨌거나 첫 시즌의 주 소재가 되는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되니 되다 만 시즌 마무리 싫어하는 분들도 보실 수 있어요.

 그래서... 매번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그냥 1회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한 드라마입니다. 특히 이 시기를 배경으로하는 사극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많이 맘에 드실 거에요.




 - 그럼 또 여담으로.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고 아직 각본으로 써먹을 책이 몇 권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결말을 보면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되지만 인물 관계 측면에선 해결해야할 숙제를 꽤 많이 남기고 끝내요.



 - 흑인, 유태인, 동양인, 미국 원주민, 이탈리아계 이민에다가 중동쪽 인물까지 우루루루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시대 배경이랑 아주 잘 어울리죠. 근데 좀 쌩뚱맞은 포인트에서 현실적인 게, 결국에 사건 해결은 부자 백인 한량들이 다 맡아서 하고 이 인물들이 죄다 이런 일 안 해도 빈둥빈둥 잘 먹고 잘 살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이들의 사건 해결 과정이 뭔가 '자아 실현 놀이'같은 느낌이 들어서 동방의 소국에 사는 아저씨로서 좀 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21세기 드라마 패치로 현실성 조금 깨지더라도 시대를 초월하는 능동적 여성 캐릭터도 넣어주는 이야기이니 다른 소수자들도 좀 더 괜찮은 역할을 줬음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했네요.



 - 위에서 이어서, 다코타 패닝이 맡은 여성 경찰청 직원 캐릭터는 뭐랄까... 캐릭터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은데 극중 역할이 좀 모호합니다. 활약을 많이 하긴 하지만 종종 '여자 캐릭터도 밥값 하도록 해야 하니 이런 일을 시켜 보자'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캐릭터는 루크 에반스의 부잣집 한량 캐릭터였어요. 셜록-왓슨 콤비의 왓슨 캐릭터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인데 주인공이 영 찐따(...)인 이 시리즈에서 그나마 맘 붙이고 응원할만한 인물이거든요. 가끔 너무 영국식 사극 로맨스 주인공처럼 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넘나 암담하고 칙칙한 이 시리즈에서 해독제 같은 역할을 맡은 거라고 생각하고 눈감아줬습니다. ㅋㅋ

 그 다음으론 유태인 형사 콤비가 귀엽고 좋았는데 이 분들은 비중이 너무 없더군요. 그 중 잘생긴 측의 로맨스도 분량이 너무 없어서 영 쌩뚱맞았고...

 난감한 얘기지만 주인공 캐릭터는 엄...; 이게 결국 이 분의 성장극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 성장 과정이 너무 답답하고 막판엔 너무 갑작스런 드라마틱 전개까지 들어가서 별로였습니다. 이 분보단 차라리 야심가이지만 기본 양심은 잡고 버티는 루스벨트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었네요. 어쨌든 성장 완료!를 외치고 마무리 되었으니 시즌 2에서는 이제 찐따 놀이 그만하고 천재 캐릭터답게 활약에 전념해줬으면 하네요.



 - 아마도 안 그럴 것 같지만, 다음 시즌에는 좀 사건 여러개가 짧게 짧게 나오는 형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다 못해 두 개라도.

 제목 때문에(...) 주인공들이 사건을 통해 습득한 경험과 지식들로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사건 하나로 한 시즌을 끌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잘 안 보였거든요.



 - 그러고보니 첫 에피소드를 보면 꼭 우리 주인공님께서 이전부터 경찰이 애먹는 사건에 종종 끼어들어왔다는 듯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이후 전개를 보면 이런 거 난생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흘러가서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각본의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암튼 열정만 넘치는 아마추어 탐정들이다 보니 종종 심히 답답한 전개들이 나와요. 특히 중반에 나오는 미끼 작전 장면에선 시청을 중단해버리고 싶을 정도로 빡쳐서...



 - 크레딧을 보니 이것도 캐리 후쿠나가가 만든 작품이더군요. 제가 바로 얼마 전에 본 '매니악'과 비교해보면 뭔가 공통점이 보입니다. 흔한 장르라고 해도 나름의 차별점이 분명한 아이디어로 각본을 짜내는 사람이고, 시각적 묘사 측면에서 센스가 뛰어나구요. 그런데 스토리 측면에선 뭔가 내공과 뒷심이 살짝 부족한 느낌이랄까. 다음 007 영화의 감독 & 각본이던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를 검색하다가 알게 됐는데 다음 007영화의 공동 각본가 중에 피비 월러브릿지가 끼어 있습니다. ㅋㅋㅋㅋ 뭐죠 이 분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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