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는" 이라는 문장으로 본문을 적었고 이에 집단 폭격이 가해졌다. 
이유는 "저는"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 게시판에서 작성자는 본문을 작성할 때  평어체, 경어체, 구어체, 문어체, 번역체를 골라서는 자유조차 없단 말인가. 

직접 상대방 댓글이 아니라면 본문은 불특정다수가 그 대상이다. 
개인적으로 불특정다수에 한 말을 자신에게 했다고 우기는 자의식 과잉은 없다.
그렇다면 평어체로 쓰인 모든 장르의 작품은 독자를 우롱했기 때문에 폐기되어야 한다. 

한국인은 나이를 따지고 서열을 매기면서 존댓말에 갇혀서 수직 사회에 함몰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보았다. 
개인적으로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에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작성자의 과거는 관심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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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이방인>의 도입부이다. 

과거에는 "엄마가 죽었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로 번역되었다. 
그 당시 한국 정서상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울음을 파는 대곡녀도 있는 초상집 문화에서 이런 후레자식이 주인공이라니 감당이 되지 않았나 보다. 
더 나아가 주인공은 노모의 죽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애인과 격정 없는 정사를 한다. 

아무도 그가 슬펐는지 어쨌는지 관심이 없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그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고 양로원에 버렸으며 심지어 어머니를 죽인 원흉이다는 어마어마한 결론을 도출한다. 

작가는 세상의 시각과는 반대로 예의와 위로보다 저 심연에 가라앉은 진짜 주인공의 마음을 무심하게 펼쳐놓는다. 

이 소설이 세계인에게 던진 충격과 파장은 일상의 "부조리"의 자각이다. 
성인이 엄마를 어머니로 호칭하지 않고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근원적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인이 비로소 눈치챈 것이다. 

누구나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애인과 섹스하면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게시판 본문에서 나로 시작되는 평어체를 사용하면 집단 다구리(폭격)를 당할 위험이 있다.

"오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원했던 미묘한 뉘앙스는 차버리고 과거로 돌아가 번역자가 작위적으로 쓴 번역문을 읽으면 글에서 모욕받았다는 느낌이 해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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