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불륜 건은 벌써 일주일도 전에 웹에 올라온 얘기였고

불륜 상대녀가 시보로 일했던 법무법인 세x  앞의 피켓팅 시위도 진작에 전해들은 바가 있어서

듀게에선 별로 관심없을 일인가보다 했더니 뒤늦게 화제가 되었네요.

지금까지 웹에 뿌려진 정황들을 보면 불륜 및 불륜남 가족의 매매혼 의도는 꽤 객관적인 사실로 보이구요.

대형 포털에서는 측근들이 재빠르게 손을 쓰는 모양인지 관련 정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왔지만

다음 아고라에서는 불륜남녀의 사법연수원 퇴출 서명운동이 9차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이 얘기를 처음 듣고 화가 났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죽었다기에 화가 났고,

오래 사귀고 사랑했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다가 그 무게를 못 이겨서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기에 더 화가 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문제가 다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단지 개인의 치정관계에 대해 제 3자가 덩달아 화내는 상황이 아니란 거죠.

 

사법연수원생들입니다.

다른 사회경험 없이 어린 나이에 잘하면 영감 소리 들어가면서 평생 갑질할 수 있는 위치죠.

고시 패스에 들어간 노력과 그 재능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현재의 고시 체계에서 다른 직종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대단한 권력과 명예를 얻게 되는 위치라구요.

 

그런데 그거 공짜 아니죠.

그만큼 소수고, 그만큼 명예를 쥐어줬으면 그에 맞는 행동이 기대됩니다.

명예라는 게 정량적으로 따져지고 합리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닌 것처럼

그 명예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에 부과되는 댓가도 정성적으로 가혹한 게 당연하죠.

 

공짜로 교육받고 5급 공무원 수준의 돈까지 받으면서 생활한다고 해도 연수원생이고, 졸업 전에 시보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대기업으로 치면 인턴이거나 수습 사원이죠.

그 시기엔 어떻게든 몸 사리고 잘 보이려고 하는 게 보통 기대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연수원생이면서 내부에서 불륜하고,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기혼임을 연수원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자신들이 얻었고 앞으로 얻을 권력과 명예에만 지레 취해서 정신줄 놓은 철없는 애들이거나 애초에 도덕성으로는 싹수가 노란 애들이거나 할 겁니다.

어느 쪽이든 사기업 수습이라면 정식채용 기대하기 어렵겠죠.

 

이 사건이 공론화된 초기에

불륜 상대녀의 전화번호와 인적사항으로, 사법연수원 들어갈 예정인데 로스쿨 과외한다는 예전 글의 캡처본이 돌아다녔습니다.

그 캡처본에는 친절하게 너 이거 공무원법 위반이다 다시 이 글 보이면 신고하겠다는 답글까지 같이 캡처되어 있었구요.

그거 보고 드는 생각이 얘 간이 배 밖에 나왔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불륜남녀의 카톡 캡처본이라고 떠도는 걸 보니

차라리 간통으로 처리되어서 이혼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있더군요.

간통죄가 사문화되어가고 성관계 동영상 정도 강도가 아니면 간통죄 인정도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법 공부한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는 없고, 불륜이라 해도 법적으로 크게 손해볼 거 없다고 가볍게 여겨서 떠든 말이겠죠.

아무리 사문화되어간다 해도 법 다룰 사람들이 연수원 시절부터 법에 대한 존중도 없고

준 공무원이란 신분에 대한 자각도 없고 조심성도 없고.

철이 없든 도덕성이 애초에 없든 간에 저렇게 싹수없는 애들을 내 세금으로 공부시켜서 평생 갑질하게 둬봤자 자격증 가진 지능형 범죄자밖에 더되겠나 싶더군요.

 

예전에 듀나님이 그런 칼럼 쓴 적이 있죠.

교사에게 스승이란 권위를 자동적으로 부여할 게 아니라 그냥 교사라는 직업인으로 대해야 한다고.

그 논리에 공감했습니다.

그 중 좋은 교사는 스승이 되겠고 아닌 교사는 평범한 직업인이 되겠고 직업윤리에 미달하는 교사는 다른 직업인들처럼 냉정하게 평가 퇴출되어야겠죠. 

 

법조인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재능있고 잘 훈련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이라면 대단한 명예나 돈을 누릴 수 있을 거고

그 높은 명예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면 잘려나가는 거구요.

그게 불륜남녀를 사법연수원에서 퇴출시켜달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출되는 걸로 보여요.

 

영남제분 건이나 남양유업 건처럼

불공정하게 주어졌다고 여겨지는 권력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가

인터넷 유저들이 인터넷 여론으로 상황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는 싹을 본 것 같아요.

일반 대기업에서도 윤리교육 빡세게 받고 사내불륜 같은 건은 인사와 직결되는 마당에

사회 일반과 불균형하게 대단한 권리를 누린다고 여겨지는 법조계에서 오히려 더 느슨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말이 되나요.

질투라기보단 당연한 의문과 분노가 아닌가 싶어요.

 

이 사건에 대한 여론에는 분명히 감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사람이 죽었고, 시가에서 학대받은 며느리라는 전통적인 희생의 형태가 있고, 성공한 다음 조강지처같은 오랜 인연을 저버리는 자에 대한 복수심이 있겠죠.

그런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아요.

인터넷 여론몰이는 무조건 감정에 휩쓸린 처사이고

단지 이걸 개인사이고 여론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고 잘라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네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