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FTA, 이명박의 FTA 비교 정리

2011.10.30 15:57

Hollow 조회 수:8837

제가 최근 열폭하고 댓글다는 바람에 마음 상하셨을분들께, 피곤하셨을 분들께 죄송한 마음에 이 글을 옮길지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대체 뭐가 차이인지 고민하고 궁금하실것이고 "다똑같이 나쁜놈"과 "노무현FTA는 좋은거, 이명박 FTA는 나쁜거" 중간 어디쯤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지난번에 그랬듯 물뚝심송님의 글이 나름의 설명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시 한번 옮깁니다. 무조건 반대!보다는 각자 귀찮더라도 조금 더 정보를 구하고 생각을 해보고 입장을 정하는게 맞겠죠. 이전부터 일관되게 FTA에 대해 반대하셨던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글은 매우 쉽고 재밌습니다.


http://murutukus.blogspot.com/view/sidebar


에 본문이 있습니다만, 블로그스팟이 좀 이상해서 잘 안열리는군요. 원문을 가져옵니다.

FTA 토탈 정리

짜증나 죽겠다.

왜 짜증이 나냐고? 이넘의 FTA라는 넘은 워낙에 방대하고, 관련된 문제점도 이루 다 언급하기 힘들정도로 다양하며, 이 사건을 둘러싼 우리 정치권의 움직임들, 그 역사 까지도 워낙에 복잡 다단해서 한눈에 보기 좋게 정리한다는 것이 말 그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용은 또 완전 국가간 무역, 국제 경제, 양국의 사회 경제체제, 각종 추상적인 표현들로 가득차 있어서 천페이지가 넘는 관련 문서들을 한번 훑어 보는 것 조차 불가능하기도 하고.. 하여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짜증 덩어리가 된다.

근데, 근본적으로 뭔가 불안하다. **.. 이거 진짜 *되는거 아닌가.

이 정도면 그래도 참을만 하다. 가카가 추진하는 거, 아주 단순하다. 가카가 하면 무조건 개같은 짓거리라 봐도 별로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씨바, 이 FTA 라는 넘은 노무현의 참여정부때 시작된 거다. 가카가 하는 개같은 짓거리가 그 참여정부때 시작되었다고? 이런 젠장..

헷갈리기 그지없다. 이 쯤되면 인지부조화 비슷하고 데자뷰 같기도 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머리속은 혼란스럽게 되고, 논리적인 판단은 커녕 그냥 인간적인 믿음, 특히나 노짱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걸 해결해 버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선 안된다.

자, 이제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매고 덤벼들어 정리를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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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가 전혀 경제쪽 전문가가 아닌 탓에, 들은 얘기, 읽은 것들, 그리고 내 시간이 허용하는 한 읽어본 관련 문서들, 그런 것들을 근거에 두고 작성되었다.

참여정부쪽 인사로는 이정우나 정태인 등의 진술이나 글을 주로 참고 했고 노혜경의 의견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특히 FTA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널리 퍼진 민노당 발 자료도 참고했고,

내가 아는 사람중에서 FTA에 관해 가장 활발한 의견개진을 하고 있는 전문가 이해영교수의 의견도 많이 참고했다. 그 밖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참고했으며,

프레시안에서 연재했던 기획기사, 왜 다시 한미 FTA 인가 라는 기사도 주요하게 참고가 되었다.

각각의 인용문에 모두 출처 표기를 해줘야 하겠지만, 내가 이 글로 무슨 학위를 딸 것도 아니고 읽는데 오히려 방해될 거 같아서 뺐다. 하여간 좀 좋다 싶은 문장은 몽땅 베껴온 문장이다. 개중에는 단순히 베끼지 않고 그 뉘앙스만 인용된 것도 있다.

내가 한 일은, 그런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두 긁어모아 하나의 뼈대를 구축한 것 밖에 없다.

틀린 거 있으면 지적해주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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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TA의 발단. 

확실한 것은 초기 한미FTA 가 미국의 요구로 인해 시작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 전임 부시는 이 한미FTA를 시들하게 생각했던 거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왜 미국이 시들해 하는 한미FTA를 먼저 나서서 추진했던가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 부분은 당시의 국제정세를 약간 참고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얘기를 다 하기는 힘들고, 하여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는 미국의 위대한 금융위기가 현실을 강타하기 전 시절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이 한미FTA(구찮으니까 앞으론 그냥 한미파타로 치겠다. 한영키 누르기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는 홍헌호씨의 의견이 있다.

- 너무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
- 너무 높은 무역의존도
- 너트크래커

도대체 이게 뭔 얘긴지 설명해 보자.

한미파타는 근본적으로 프리 트레이드, 자유무역 협상이다. 쉽게 얘기해서 양국간에 무역을 할 때, 관세따위 부과하지 말고, 상대방 국가의 산업이 자국에서 영업하는 걸 방해하지 말자는 협정이다. 이게 핵심이다.

근데 분명히 양국간에는 산업의 수준에 차이가 많다.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부문별로도 천차만별이다. 그 상황에서 "자유 무역"을 하자.. 그러면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일이 생기게 된다. 이걸 모두 퉁 치고 자유무역을 하자는게 한미파타니 얼마나 복잡하겠나. 그래도 중요한 건들은 있다.

미국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서비스업의 수준이다. 물론 농업같은 일차산업도 차이가 나고, 이차 산업의 생산성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 두 분야의 산업은 이미 과거의 트렌드이고, 미래는 서비스업에서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판단이 2000년대 초반에 분명히 존재했다.

노무현은 여기에 착안을 한거다. 우리의 서비스업이 낙후된 상황에서, 그걸 한순간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앞선 서비스업을 직접 끌어들여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국내 서비스업의 수준, 그 중에서도 시스템의 공정성, 뭐 이런 것을 확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핵심에 국내 서비스업 생산성이 너무 낙후되었다는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전문가는 개뿔.. 삼성의 의견이지. (참여정부 초기부터 참여정부의 청와대에 삼성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는 정설이다. 근거는 각자 찾아 보시라.)

이게 첫번째 너무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이라는 함정에 대한 얘기다.

무역의존도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무역의존도는 무척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니 무역없이 자급자족으로 살 수 없는 나라이며, 어떻게 해서든 국제 경제에 참여해서 무역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이건 매우 그럴싸하다.

거기에 또 소위 전문가들이 국내 경제의 무역의존도라는 거부하기 힘든 숫자들을 들이대며 참여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무역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 그걸 정확하게 묘사할 숫자는 있을까?

어찌되었거나 당시 그 숫자는 청와대에 프리젠테이션 되었고, 노무현은 성급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애초에 참여정부의 계획은 우리나라랑 맞짱을 뜰만한 나라들과 먼저 FTA를 체결하고 경제의 체질을 강화한 뒤, 최종적으로 한미파타로 간다.. 라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노무현이 이 순서를 뒤집어 버린다. 한미파타부터 간다.. 라는 걸로.

그렇게 된 배경 중의 두번째 이유로, 너무 높은 무역의존도라는 숫자의 귀신이 있다는 얘길 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호두까기(너트 크래커)에 끼인 호두 신세라는 얘기가 있다.

앞선 미국, 일본과 쫓아오는 중국, 동남아 사이에 끼인 신세라는, 상당히 갑갑하고 두려운 현실상황에 대한 압박감이 강요되었다는 것이다.

여차하면 기껏 쌓아온 우리 경제의 위치가 한참 뒤로 밀릴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며, 그렇게 될 경우 원상 회복조차 하기 어려워 지고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말이다.

이 세가지 압박스러운 배경 속에서 노무현은 한미파타를 초고속으로 추진하기로 맘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세가지 배경 모두 그리 명확하지 않다. 즉, 반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세한 반론은 홍헌호씨의 글을 참고하시고,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서비스업 생산성에서 그 생산성이라는 것 자체가 국가 GDP에 의존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GDP가 낮은 나라는 아무리 일을 잘하고 산업체질이 강해도 생산성이라는 숫자가 작게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이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그럴싸한 권위(삼성경제연구소 발 보고서다.. 라는 권위 같은거 말이다.)로 포장된 보고서라 해도 언제나 반론이 가능한 법이지만, 참여정부에는 그런 반론을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없었다는 얘기다. 아니 청와대 뿐이 아니다. 국내에 없었다.

무역의존도는 아예 가치가 없는 숫자라는 지적이 있다. 학술적으로 정의된 숫자도 아니고, 심지어 국내에서도 기관에 따라 상호 충돌하는 기준의 숫자가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무역의존도라는 것은, 추상적인 판단이 필요한 것이지, 그럴싸한 숫자에 눌려 압박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흔히 얘기할 때, 1억이상의 인구가 있다면 자체 시장이 되고, 뭐 이런 소리에서 과연 1억이라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확신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트 크래커는 그야말로 웃긴 지적이다. 전체 국가 중에서, 1위와 꼴찌 국가 빼고 너트 크래커 아닌 국가가 있겠는가?

그런 현란한 어휘는 실상을 묘사하지 못한다. 다만 결정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카피일 뿐이다.

이 세가지 문제는 확실히 노무현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문제들이 현존하는 위협이라기 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한 양면 의견을 골고루 제공하지 못한 청와대 스탭들의 무능에 의해 발생한 편향된 판단의 근거였다는 얘기가 된다.

어찌되었거나 노무현은 한미파타의 초석을 깔았다. 그것도 애초 기획된 로드맵을 엎어가며 한미파타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역사적 실수를 했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어떤 핑계를 대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당시 노무현 주변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 모두, 한때라도 노무현을 지지했던 모든 사람들, 현재도 노무현의 후광을 발판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는 모두는 이 점에 대해 인정과 반성을 선행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내가 (파병문제와 함께) 한미파타 문제로 노무현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접었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노무현을 내가 만나본 정치인 중 최고의 정치인으로 간주하는 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노무현의 실수였다고 지적을 하고, 인정을 하고, 그것을 지지자로써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한미파타는 노무현의 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2. 노무현은 한미FTA 체결에 실패했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노무현은 한미파타를 끝까지 추진하지 못하고 퇴임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노무현은 왜 한미파타를 체결하지 못하고 퇴임했을까?

노무현은 한미파타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을 따져보고 있었다. 그 결과,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조건들을 몇개 제시했다.

- 자동차 관세
- 미국산 쇠고기
- 개성공단 상품

그 조건들은 이 정도일 것이다. 이 밖에도 농민 보호에 관련해서 여러가지 조항을 달기도 했다.

자동차 관세는 사실 노무현이 제시한 조건이 관철되어,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차들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 경제에 과연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의 한국경제에는 이익이 되는 조항이다.

부시 정권이 한미파타에 시들했던 이유도 아마 이 조항이 제일 컸을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아주 오래된 고질병이며, 새롭게 미국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한국차에 대한 공포는 미정권에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한국차가 미국에 수출되는 것 보다 미국에서 현지 생산되는 현기차 브랜드의 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매우 타당한 지적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대미수출용 자동차 관세 철폐 조항은 미국입장에선 난감한,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나마 유리한 조항이었다. 결국 이 조항 때문에 노무현 시절, 미국 의회는 한미파타를 부결시키고, 참여정부는 한미파타 체결에 실패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너무 많이 다루어져 왔기 때문에 다시 얘기하지 않고 넘어간다. 노무현이 제시한 안 조차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의 안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있었다. 그냥 가져다 먹어라.. 하는게 미국의 입장이거든.

개성공단의 상품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노무현은 북한의 값싼 인건비와 남한의 기술이 모여 만든 상품은 미국 시장을 점령하는 중국산과 대적할 만한 우리의 무기라고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그 개성공단의 상품이 활발하게 대미수출에 투입될 때,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플랜도 가지고 있던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문제의 급속한 호전 문제보다도, 또 하나의 강력한 중국상품이 생길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무척이나 우려를 했던 것이다.

결국 이 세가지 모두 미국이 받아들이기에는 무척 껄끄러운, 그러나 노무현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그런 부분들이다.

노무현은 앞서 얘기했던 세가지 문제들, 서비스업 생산성, 무역의존도, 너트 크래커 문제로 인해 한미파타를 추진하기로 맘먹으면서도, 우리 사장을 완전 개방해서 미국에게 엄청난 이권을 제공하는 판에 최소한 이 세가지, 자동차, 쇠고기, 개성 문제는 지키고 싶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 이면에 한미파타에 담긴 본질적인 독소조항들의 문제는 숨어 있던 것이다.

노무현은 그런 독소조항들까지 다 감수하면서도, 이 세가지 문제를 지키고 싶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던 걸로 드러난다.

3. 부하들에게 배신당한 노무현

노무현은 이런 판단하에 지지자들에게까지 비난을 받게 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일을 추진하게 되는데, 추진 과정에서조차 농락을 당하게 된다.

김종훈으로 대표되는 협상단은 애초에 노무현의 의지와 판단 따위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것이다. 그들은 말 그대로 자신의 상관을 속이고, 자신이 받는 월급을 주는 국민을 속인다. 그러면서까지 그들이 추진한 것은 미국의 이익.

그들은 미국의 이익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스탠스를 참여정부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국민도 우습게 보고, 당연히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우습게 본다.

의원님, 공부좀 하세요~ 라는 소리는 뭐 눈깜빡 안하고 뱉는 공무원들이다. 진짜 건방지네~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바로, 개성공단 문제를 우선 처리하라는 청와대 훈령을 드러내놓고 무시해버린 만행이다. 이 사건은 아마 위키리크스에 드러난 미국측 외교문서가 없었다면 영원히 드러나지도 않았을만 하다. 도대체 얘들은 어느나라 공무원인지 모를 일이다.

이들은, 노무현이 내건 세가지 조건을 미국이 들어줄 생각이 없음을 알자,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 조건들을 무효화 시키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그 싸움이 완벽하게 승리로 끝나지 않자, 즉 다시 말해 참여정부가 그 조건을 철회하지 않자, 결국 협상을 차기정권으로 미뤄서 뜻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하게 된다.

참 웃기는 일이다.

결국 노무현은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 한미파타를 추진했으나, 그나마 마지막까지 걸고 있던 몇가지 조건이 미국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자신 임기내에 한미파타를 체결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참여정부 시절 협상에 임하던 실무 공무원들은 노무현의 조건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한 흔적이 전혀 안 보인다. 오히려 참여정부를 상대로 조건을 철회하라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의 뜻에 맞게 한미파타를 추진하는게 한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친미도 아니다. 숭미주의자 들이다. 그들은 아마 한국이 미국의 새로운 한 주로 편입된다고 하면 대규모 환영행사라도 벌일 놈들인 것 같다.

4. 정권교체

뼛속까지 친미(to the core~)인 이명박이 참여정부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게 된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한미파타의 최단시간내 체결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충분히 뻔뻔한 세력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명박 정권이 한미파타를 추진하기 위해 최초로 내세운 것은 노무현이 걸었던 쇠고기 수입에 관한 조건을 백지화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잘 안되고 말았다.

저쪽 입장에서 봐도 참 이 한미파타라는게 쉽게 되는게 아닌 복잡한 문제였던 것은 사실이다.

뜻밖에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 문제는 광우병 문제와 맞물려 거대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어쩌면 노무현도 일반인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고 있었기에 끝까지 쇠고기 문제를 양보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더 쉬운 해석은 노무현이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었다기 보다는, 쇠고기 전면 수입이 위험하고 옳지 않기에 반대했었다고 보는게 더 맞다. 노무현은 그렇게 단순하고 우직한 사람이다.

(노무현이 정치적 도박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 그거 헛소리다. 노무현은 그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쪽에 이해득실 따지지 않고 올인을 하는 거고, 상대가 오히려 이해득실 따지다가 스스로 스탭이 꼬여 제 발등 찍는 일이 여러차례 있었다. 그렇게 당한 놈들은 상대가 베팅의 달인이라고 믿고 싶어지기도 하겠지. 그런 메카니즘으로 인해 노무현을 자꾸 베팅 잘한다고 우기게 되는 거 뿐이다. )

그래서 또 한미파타는 표류하게 된다.

개성공단 상품 문제는 조건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명박 정권의 정말 개념없는 남북관계 설정 및 천안호사건, 기타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개성공단은 실질적으로 없는거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어 버린다. 이제 미국에게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상품의 관세를 없애달라 뭐 이런 조항 자체를 요구할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거기에 시점상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상의 문제가 따라 붙는다.

초기의 오바마는 닥쳐온 금융위기 덕분에 한미파타 같은 문제를 다룰 여지가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래서 한미파타는 또 잠시 소강상태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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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한가지 의미가 있는 발언이 있는데, 전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지켜본 노무현은 자신의 판단을 바꾼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한미파타 추진의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서비스업 생산성 문제에 관한 얘기다. 서비스업의 핵심인 금융에서 가장 생산성 높고 선진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 금융이 저렇게 모래성같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면, 상식적인 사람은 누구나 "아, 미국의 서비스업이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정상이다.

노무현 역시 그런 판단을 하게 된 것 같다. 결국 그는, 지금 추진되는 한미파타에서 미국 금융문제, 즉 서비스업 관련된 부분에서 지금 미국이 직면한 것 같은 금융위기와 관련된 부분, 즉 그런 위기를 초래할 부분이 있는지 다시 정밀하게 재검토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물론 당연히 아무도 그런 일에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린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종족인가 보다.

그러고 노무현은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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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간 흐른 후, 오바마 정부는 이제 금융위기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 (이라고 쓰고, 지네 잘못으로 입은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자기네 맘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만만한 나라들 상대로 삥뜯을 궁리라고 읽는다.)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한미파타를 좀더 손봐서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맘을 먹게 된다.

물론 그 앞에서 이명박 정권은 부시 카트 한번 몰아주는 댓가로 쇠고기 전면 개방을 얘기했던 적도 있다. 그러니 오마바 입장에서는 이명박을 압박해서, 한미파타를 사상 최고의 조건으로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결국 쇠고기 문제도 대폭 양보를 다시 받아내고, 자동차 관세 문제에도 온갖 조항을 달아 미국측 입맛에 맞게 개정을 해 버린다. 노무현 시절부터 내려온 독소조항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오히려 디테일하게 강화되어 버린다.

결국, 한미파타는 한국에서는 한국법보다 높은 위치로, 미국에서는 미국법보다 훨씬 아래로 자리를 잡게 되고, 오죽 맘에 들었으면 미국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명박은 미국에 건너가 디트로이트 까지 쫓아가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늘려 주겠노라고 약속하면서 오바마의 재선 선거운동원으로 눈부신 활약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한미파타는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의회 본회의만 통과된다면 바로 체결이다.

5. 노무현의 FTA, 이명박의 FTA

다른가? 같은가?

민노당에서 제기한 한미파타의 독소조항 열두가지 라는 자료가 인터넷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 독소조항들은 참여정부 시절의 한미파타에 이미 들어있던 조항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 래칫조항 : 조항의 개정은 앞으로만 간다.
- 금융/자본 시장의 완전개방
- 지재권 직접 규제
- 스냅백 : 수틀리면 자동차 관세 원상복귀
-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개방 : 어느어느시장을 개방할지 정하는게 아니라, 개방 안하는 서비스만 지정하는 것, 새로생기는 시장은 자동개방
- 미래의 최혜국 대우 : 다른나라랑 더 좋은거 하면 이 계약도 같이 적용
- ISD : 유명한 투자자 - 국가 제소
- 비위반제소 : 조항에 직접적인 위배가 없더라도 어쨋거나 피해보면 제소
- 정부의 입증책임 : 규제정책을 만들 땐 정부측에서 그게 옳은 거라고 입증해야 됨.
- 간접수용 손실보상 : 조항에 의해 피해본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피해봐도 보상
- 서비스 비설립권 : 심지어 국내에 회사설립도 안하고도 장사할 수있다. 세금무, 책임무
- 공기업 민영화 : 꾸엑...

목록만 써도 질릴만한 살벌한 조항들이다. 왜 살벌하냐면, 저 조항들 대부분이 우리가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살벌하기도 하고, 저 조항대로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보호를 받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인 것을 확실하다. 저 많은 독소조항들을 넣고, 겨우 자동차 관세 철폐, 개성공단 상품 수출경로 확보 정도를 요구했던 노무현도 참 안타까울 정도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정상적으로 한미파타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서 있을 자리가 된다.

즉, 자동차 관세 철폐, 쇠고기 수입 제한, 개성공단 상품 수출 정도의 혜택이라면 저정도 독소조항은 받아 들일 수도 있지 않냐.. 라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서비스업 수준 향상, 무역 발전 정도의 원초적인 얘기도 포함된다.

그 부분은 논의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것도 반대다.

어찌되었거나, 노무현을 지지했고, 현재 지지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 이명박의 FTA는 나쁜 FTA 뭐 이런 소리는 할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저 독소 조항들은 초기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해오는 조항들이다. 우린 저걸 주기로 한 것이다. 이거 모두가 인정하고 사과하는게 정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노무현의 FTA와 이명박의 FTA는 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노무현은 FTA체결에 실패했고, 이명박은 바로 앞두고 있다. 노무현이 한미파타 체결에 실패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노무현은 분명히 저 독소조항과 바꿀 우리의 이익이 되는 조항들, 쇠고기, 자동차,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은 그런 이익들을 과감히 내던져 버렸다.

단순하게, 노무현의 한미파타 안은 미의회에서 부결되었고, 이명박의 한미파타 안은 미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이게 같은 건가?

노무현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고, 한미파타를 정밀하게 재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었다. 이명박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고 자기가 뭘 본건지를 모른다. 이게 같은건가?

노무현은 끝까지, 개성공단 상품 수출권을 확보하려고 했고, 이명박은 천안호 사기 사건의 댓가로 던져 버렸다.

노무현은 끝까지, 쇠고기 수입 개방을 조금이나마 막으려 했고, 이명박은 부시 카트 대리운전비로 줘 버렸다. (근데 대리운전비를 왜 운전사가 차주한테 주지?)

노무현은 끝까지, 자동차 관세를 어떻게든 더 낮춰 주려고 했고, 이명박은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왔다.


이 두가지 정책이 같은건지 다른건지는 독자들이 판단해야 한다.

한때 노무현의 지지자, 참여정부의 지지자였던 내 입으로는 너무나 염치가 없어서 이 두가지가 다르다고 주장을 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절대 그 두가지가 똑같은 거라고 매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할 뿐이다.

아.. 두가지가 정확하게 똑같은 부분이 하나 있다.

어찌되었거나 그거나 이거나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 반대해야 된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한미 FTA를 결사반대한다. 이게 내 입장이다.

6. 맺음말

다시 말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한미파타는 결사 반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 무엇이다.

특히나 그나마 우리 의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세력,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이 계약을 막아야 하는 역사적 책임이 있다.

이것만 막아 주시라. 그러면 그간의 모든 민주당의 실망스러웠던 과거를 모두 잊어 주겠다.

하지만, 이것도 못막는다면 민주당의 앞날은 정말로 보장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지금 유권자들 사이에 형성된 트렌드를 봐달란 말이다. 한미파타 반대는 대세다. 그 흐름에 올라탄다면 민주당은 살아 남을 것이고, 그것을 외면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민주당 말고도, 지금 오락가락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민주당 의원이라 해봐야 의회에서 소수당에 불과하다. 그들이 일당백의 괴력을 발휘해서 의사당 본회의장을 개판으로 만들어서라도 막아야 하는 판이다. 그들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

FTA가 어쩔 수없는 국제무역상의 대세라 하더라도 이명박의 FTA는 용납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얘기이다. 일단 막아놓고 보자.

참고로 이해영 교수도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저보고 FTA 반대자라고 얘길 하는데, 저는 FTA를 반대한 적이 없어요. 저는 FTA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생각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추진되는 FTA는 아니라는 게 정확한 제 입장이에요. 그러니 저는 FTA 반대자가 아니라, 현재의 한미FTA 반대자라고 해야 합니다. "

FTA가 대세인지 아닌지, 그건 나중에 다시 정상적으로 논의해도 된다.

나 또한 근본적으로 FTA가 옳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정확하게 아는 것은 이거다.



가카가 추진하는 FTA는 개나 주라 그래!!  



뱀발 : 이거 쓸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써야 될 거 같다.

결정적으로 FTA가 체결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막장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래칫 조항 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계약은 없다.

분명히 조항 중에는 언제든지 이 계약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한다. 양측 어느쪽이거나 이 조약을 더 이상 유지하기 싫어진다면, 서면으로 뜻을 표시하고 6개월 지나면 자동으로 무력화된다. 즉, 대통령이 팩스 한장 보내면 이 조약은 6개월 후에 자동 폐기된다.

이 얘길 했더니, 과연 어떤 대통령이 미국 무서워서 그런 팩스를 보낼 수 있겠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면 지금은 미국 무서워서 이 조약 체결을 어떻게 반대하나?

물론.. 한미파타가 체결된 후 시간이 흐르면서 망가져가는 우리의 산업과 그 종사자들이 받는 고통은 무엇으로도 보상되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막자. 그리고 못 막아도 세상 망하는 것은 아니니 최대한 빨리 팩스 보내자. 아니 좀더 정확하게, 내년 대선에서 팩스 보낼 대통령을 뽑자. 이게 우리의 살길이다.
by 물뚝심송 at 1:1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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