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장르는 SF는 개뿔! ㅋㅋ 환타지 코미디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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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 보면 트집 잡을 곳 투성이인 메인 포스터. 뭐 걍 그림 예쁘니까 넘어가 줍시다.)



 - 영화가 시작되면 80년대 서울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장소입니다. 한국인 여자애가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풀밭을 헤매고 있고 뒤에선 엄마가 집에나 빨리 가자고 보채고 있죠. 아이가 인형을 찾아 기쁜 얼굴로 고개를 드는 순간 저 멀리 고질라 사이즈의 거대한 괴수가...


 장면이 바뀌면 현재(=2016) 뉴욕이구요. 직장에서 잘리고 자신감을 잃어 1년 동안 술만 퍼마시는 폐인 생활을 유지 중인 해서웨이씨가 결국 남자 친구에게 차입니다. 근데 진짜로 술은 알콜 중독 수준이고 이 양반의 생활은 정상인이 곁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네요. 그러고 살며 어떻게 해서웨이 비주얼을 유지하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인생 위기에 처한 해서웨이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시골 마을로 돌아가요. 그놈에 미국 시골 생활!!!


 지금은 비어 있는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간 해서웨이는 거기서도 여전히 폐인 생활을 하는데, 그러다 우연히 초딩 동창 남자 '오스카'를 마주치고. 갸가 하는 술집에서 술 퍼마시며 어찌저찌하다가 오스카의 친구들과 친구 먹고요. 그냥 거기서 알바로 일하며 새 삶을 살려고 다짐하는데... 20여년만에 다시 서울에 대괴수가 나타납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며 감탄하던 해서웨이씨는 문득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데, 아무래도 그 괴수의 정체가 자신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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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사알짝 스포일러성의 두 번째 포스터. 쓸 데 없이 자세히 들여다보실 경우 좀 더 제대로 된 스포일러를 발견하실 수도 있습니다.)



 - 올레티비 vod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며 '언젠간 볼 영화' 목록을 만들다가 발견했는데요. 좀 놀라웠네요. 소재가 딱 제 취향인 것인데 전 어째서 이 영화의 존재 조차 모르고 있었을까요. 한국엔 2017년 개봉이었다는데 2017년의 저에겐 무슨 일이!!! 다 보고 찾아보니 듀나님 리뷰도 있더라구요. 듀나님 리뷰들은 빼놓지 않고 다 읽는 편인데 왜... 아 뭐 그만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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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제가 주인공입니다. 원탑이죠. 제가 제작했거든요.)



 - 일단 SF라고는 봐 줄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쪽으론 기대하지 마세요. 앤 해서웨이와 괴물의 그 관계가 어떻게 된 것인가엔 아예 관심이 없는 이야기에요. 막판에 계기가 나오긴 하는데 그냥 '아무 설명도 안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테니 대충 뭐라도 넣어주자' 라는 식이죠. 당연히 말도 안 되구요.

 근데 그건 괜찮습니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얘길 무리해서 설명해보려다가 재미 없는 장면을 잔뜩 넣어버리는 것보단 차라리 과감하게 대충 뭉개고 넘기면서 자기 하고 싶은 얘기,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나 잘 보여주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길을 가요.


 앞서 말했듯이 장르는 코미디인데... 그쪽으로 아주 잘 합니다. 알콜중독 폐인 앤 해서웨이도 웃기고 고향 마을 루저 친구들도 웃기고 넷이 함께 빈둥거리는 것도 웃기는 데다가 괴수도 웃깁니다. 그 괴수가 웃기는 동안 우리의 서울시는 말도 못할 거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일단 웃기는 건 웃기는 거니까요. 다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다 웃기는 장면이고 좀 별로였던 건 다 진지한 장면들이더라구요. 어쨌든 웃깁니다. 그렇다는 얘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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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시골 마을 평범 찌질이들'은 이제 클리셰도 아니고 그냥 장르랄까...)



 - 다만 맘 편히 칭찬만 해주긴 좀 애매한 게... 안 웃기는 부분들이 문제입니다. 시작부터 계속해서 킬킬거리며 웃게 만들던 영화가 후반에 들어가면 갑자기 정색하고 진지해지는데. 이게 뭐 찌질찌질 우울 이런 게 아니라 독하고 사악한 빌런놈이 을러대는 식의 진지함이거든요. 근데 그 빌런 캐릭터가 참 이해가 안 가고. 또 결정적으로 그 빌런 놈의 행동들이 초반에 웃으며 좋게 봤던 장면들의 감상을 많이 해칩니다. 간단히 좀 둘러 말해서 '쟤가 갑자기 왜 저러는데?'라는 황당하게 불쾌한 기분이 계속 들어요. 나름 밑밥을 조금씩은 깔아주고 막판에 설명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심하거든요. 캐릭터에 납득이 안 될 정도로. 


 암튼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빌런이 계속 불쾌한 짓을 하는데 그게 자꾸 선을 넘어요. 범죄 수준이 아니라 그냥 범죄를 막 저지르거든요. 순진무구한 코미디 영화를 보는데 그게 갑자기 사이코패스 스릴러로 장르가 전환되는 기분이랄까요. 나오던 캐릭터들과 사건은 그대로인데 말이죠. ㅋㅋ 암튼 그래서 그게 좀 많이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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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오히려 피해자에 가까운 포지션인데도 대접이 참 안 좋았던 구남친님.)



 - 딱 포스터에 그려진대로 앤 해서웨이의 영화입니다. 심지어 본인이 제작에도 참여했구요. ㅋㅋ

 근데 엄청 잘 합니다. 어찌보면 평소의 앤 해서웨이 연기이긴 한데, 그게 영화에 아주 잘 맞아요. 왜 이 양반 보면 분명 연기는 잘 하는데 그 과도하고 비현실적으로 큰 이목구비와 그로인해 과도하고 비현실적으로 드라마틱해 보이는 표정들 때문에 좀 어색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장르를 아예 코미디로 가고 그것도 대괴수가 날뛰는 이야기로 가니 그런 과장된 느낌들이 그냥 이야기에 딱 적절하게 잘 맞더라구요. 흥행은 망했다지만 뭐 그래도 이 정도면 직접 제작해서 만들어 볼만한 보람은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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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 눈 코 입 사이즈를 보고 있으면 이 분이 보정 빡세게 들어가는 셀카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떤 사진이 나올지 무섭습니다. ㄷㄷ)



 - 한 가지만 설명을 더 붙여보자면. 결국 이 또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뉴욕에선 남자 친구에게, 고향에 와선 초등학교 동창 남자에게 빌붙어 살던 의욕 없던 여성이 이런저런 일들로 다 떨쳐내고 아이 엠 인디펜던트 우먼! 남자 없이 잘 살아!! 이렇게 되는 스토리니까요. 가만 생각해보면 그 과정이 좀 미심쩍긴 하지만, 암튼 이런 류의 이야기인 건 맞는 거.



 - 결론을 내자면 전 이랬습니다.

 뚝 잘라서 앞쪽 절반은 아주 좋았습니다. 코미디 파트요.

 그리고 스릴러스런 전개가 시작된 이후로 내내 별로였는데 끝은 또 좋았구요.

 그러니까 대략 단순무식하게 절반만 재밌는 영화... 이긴 한데 재밌었던 절반이 좀 많이 좋았고. 또 재미 없었던 후반 파트도 마무리 하나는 아주 시원하고 즐겁게 잘 내줘서 그 재미 없음을 절반 정도는 상쇄해준 느낌이니 대략 75% 정도로 괜찮았던 셈 치겠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상상력 하나는 맘에 들었어요. 뒷수습 안 하는 상상력이긴 해도 그 덕에 재밌는 장면 많이 건졌으니 된 걸로.




 + 어떻게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을 못 했지? 라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불매 운동 안 일어난 게 다행이다 싶더군요.

 아예 영화 첫장면부터 교포 한국어가 작렬을 하구요. 나름 중요한 장면의 중요한 대사에서 엉터리 한국어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성의도 없어 보이고. 또 앤 해서웨이는 한국에 안 왔겠더라구요. 합성하고 대역 쓰고 편집 훼이크 치는 게 너무 티가 나던. ㅋㅋ



 ++ 어쨌든 실제 한국에서 촬영한 장면들이 많긴 한데. 두 가지 이유로 나올 때마다 내내 웃었습니다.


 첫째로 실제로 한국 분량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면들을 한 장소에서 찍었어요. 길이 100m도 안 되는 유흥가 골목 하나를 이 각도로 보여주고 저 각도로 보여주고 하면서 계속 써먹는데 가게 간판들 때문에 너무 티가 납니다. 

 그리고... 거기가 제 처가집 앞입니다. 10여년째 매년 다니는 길이라 보는 순간 알아봤는데 그게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 나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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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리 봐도 딱 고질라가 어울릴 이야기인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 봤는데.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원래 기획은 고질라였더군요.

 그쪽이랑 문제가 생겨 틀어져서 서울이 된 건데. 뭐 나름 성의를 보이긴 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괴수가 한국 영화 '불가사리'에 나오는 괴물을 기본으로 변형해서 만든 디자인이라 그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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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꽤 닮긴 했네요. 근데 이 정도 정성이면 그 얼마 안 나오는 한글, 한국어도 좀 신경 써주지 그랬니.



 ++++ 아무리 장르물이고 코미디 영화라지만 나잇값 못하는 알콜중독자 하나 철들게 하려고 서울 시민들에게 강요된 희생이 너무나 큽니다... ㅠㅜ

 뭐 이것 자체도 서방 강대국과 제 3세계 국가의 관계에 대한 풍자 비슷한 걸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원래 설정이 도쿄였다는 것과 이 영화의 이야기가 결국 궁서체로 진지한 주인공 갱생 + 여성 성장담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마 그건 아닐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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