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산 스페인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28분. 장르는 적은대로 스릴러에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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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 이름은 영어로는 어떻게 읽나요. 퍼맛? 퍼맷?)



 - 아주 충격적인 대사로 시작합니다. '소수가 뭔지 모르시는 분은 그냥 가시구요~' 쿠쿵.

 재생을 중단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이겨내고 이어서 보면... 음. 초반 전개가 좀 산만해서 요약으로 넘기겠습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수학자 다섯을 '난제 풀이 모임'이라고 꼬셔서 초청을 해요. 그 다섯이 주최자의 매우 수상한 인도를 따라 아주아주 외딴 섬에 있는 수상한 장소에 도착을 하고. 어찌저찌하다가 그 중 한 명이 자리를 비운 후 넷이서 문제 풀이를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 장소에 미리 비치되어 있던 PDA(!)를 통해 전달되고 매 문제마다 제한 시간은 단 1분. 그 시간 안에 풀지 못하면 사면의 벽이 조여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문제 하나라도 푸는 데 실패하면 다 함께 납작하게 눌려 죽는 거죠. 그래서 넷은 아주 바빠집니다. 문제 풀어야죠, 주최자가 누구이고 왜 이러는지 파악해야죠, 그 와중에 혹시 있을지 모를 문제 못 풀고도 살아 나갈 방법도 찾아야죠.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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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장 스틸컷인데 주인공들 중 한 분 얼굴 가렸네요...)



 - 90분이 안 되는 영화인데 본격적인 문제 풀이는 30분이 경과한 후에야 시작해요. 그 전엔 이런저런 밑밥 깔고 힌트 주는 내용들인데... 음. 솔직히 그게 너무 쉽습니다. 앞부분만 집중해서 봐도 범인이 누구일지, 왜 이러는 것일지 다 파악할 수 있어요. 그래서 도입부 장면 소개를 스킵한 것도 있구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학자 양반들을 모아 놓고 던져주는 문제들입니다. 수학과 상관이 없어요!! ㅋㅋㅋ 그냥 뭐 커뮤니티나 sns 하다 보면 몇 년에 한 번씩 올라오는 '이 문제는 세상에서 1%만 풀 수 있는 문제란다'라는 뻥과 함께 소개되는 퀴즈들 모음집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저도 절반은 이미 다른 데서 본 퀴즈였구요. 심지어 한 번은 문제가 나오자마자 극중 인물들 중 하나가 '나 이거 알아요!'라고 외치기도.


 근데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겠습니다. 정말로 수학자들에게 어울리는 문제 같은 걸 내버리면 관객들에게 몹쓸 짓이기도 하고. 1분 안에 풀어야 한다는 시간 제한과도 어울리지 않게 되겠죠. 그러니 '수학' 부분은 이 영화에서 그냥 토핑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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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그 분 얼굴도 나오는 샷 하나. 지금 타고 가는 배엔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컨셉충...)

 


 - 음... 그리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이런 식입니다. 저 위와 같은 식이요. 구멍이 엄청 많고 허술해요. 스토리 측면에서 보면 보는 도중에도 범인의 계획이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 싶고 다 보고 나서 돌이켜보면 더더욱 그렇구요. 이야기의 설정도 순순히 믿어주기 어려운 구석 투성이이고 거기다가 연출도 종종 허술하고. 촬영도 좀 70~80년대 저예산 B급 영화 느낌이 날 때가 종종 있고 (전반적으로는 그냥 무난한 수준은 됩니다) 어떤 측면으로 바라봐도 '웰메이드'와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그나마 배우들 연기에서 특별히 부족하단 느낌은 못 받았다는 게 천만 다행이랄까.


 하지만 뭐. 제 글 자주 읽으시는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전 이번에도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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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정말 얼마 안 되는 다 함께 퀴즈 푸는 장면.)



 - 일단 '수학자들의 미스테리'라는 컨셉이 특이하고 좋습니다. 비록 모여서 하는 일은 인터넷 고전 퀴즈 모음집 풀이지만 시작할 때나 끝날 때, 그리고 중간중간 자기들끼리 대화들 속에 수학과 관련된 설정과 드립들을 적절히 섞어 넣어서 수학과 관련된 척하는 분위기는 나름 성실하게 잡아 줘요.


 그리고 게임의 룰이 아주 심플 단순한 것도 괜찮아요. 어차피 90분도 안 되는 런닝타임이니 심플한 게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더군요. 퀴즈 못 풀면 방이 작아짐!!! 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또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연출 덕에 나름 긴장감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처음엔 문제 풀이 시간 1분이 너무 짧다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그것도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관객들이 동참할 수 없는 게임이기도 하고, 또 등장 인물들끼리 뭘 주고 받으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문제 풀이는 그냥 한 명씩 튀어나와서 '나 이거 알 것 같아!!'라며 혼자 풀어내는 식으로 대충 처리해버리고, 그동안 나머지 멤버들이 이 상황에 대해 추리하고 갈등하는 쪽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흘러갑니다. 뭐 괜찮았어요. 살짝 '오징어 게임' 생각도 나더군요. 그것도 비슷한 방식이었잖아요.


 마지막으로 마무리도 뭐 나름 깔끔합니다. 불필요하게 불쾌한 뒷맛 남기고 그런 것이 전혀 없어서 걍 깔끔하게 '음. 오늘도 90분 나름 알차게 죽였군' 이라는 기분이 들게 해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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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퀴즈 풀이에 진심이신 분. 다들 뻘소리 하는 동안 혼자 열심히 푸셔서 참 믿음직했습니다. 상대적으로. ㅋㅋ)



 - 뭐 더 길게 얘기할 게 없습니다.

 '페르마'를 언급하는 거창한 제목과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떡밥인 '골드바흐의 추측' 같은 건 그냥 포장지이고 토핑입니다.

 영화 속 퀴즈 풀이조차도 그냥 관심 있는 사람은 나중에 차분히 생각해서 풀어보라는 식의 떡밥에 불과하구요.

 본체는 시시각각 조여들어오는 밀폐된 공간에 갇힌 인간들이 자기들끼리 빡세게 머리 굴리고 화내고 협력하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릴러에요.

 뭐 그 진상도 해결책도 딱히 참신하거나 특별히 재밌는 건 아닙니다만. 나름 신경을 쓴 훼이크 떡밥이 풍기는 개성과 심플, 직관적인 게임룰 덕에 그냥저냥 허허거리며 보게 되네요.

 그런 영화들 있잖아요. 잘 만들지 못했음은 명백하지만 그냥 보고 있으면 별 짜증이나 스트레스 없이 시간은 잘 가는 B급 소품들.

 딱 그 정도 기대치를 갖고 보시면 그 정도 보람(?)은 챙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근데 이게 나름 꽤 유명한 영화더라구요. 특히 한국에서요. 수학 교사들이 겨울방학 직전 진도, 성적처리 다 끝내고 시간 남을 때 틀어주는 아이템으로 인기가 좀 있었나 봅니다. ㅋㅋ



 ++ 앞서 말했듯이 등장 인물들은 모두 실제 수학자의 이름을 딴 닉네임으로 불리는데. 그 중 '올리바 사부코'라는 양반은 좀 이상하더군요.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수학 쪽 업적이 전혀 안 나와요. 게다가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성도 극중에서 설명되던 거랑 인터넷 검색 결과로 나오는 거랑 굉장히 크게 안 맞구요. 아마 각본 쓰던 사람이 유명한 여성 수학자 + 스포일러 특성까지 맞아떨어지는 인물을 못 찾아서 대충 옛날 여성 과학자 중 하나 골라 잡은 것 같기도 하고...



 +++ 이걸 보고 나니 '탄젠트 룸' 이라는 영화가 또 땡기는데 이건 유료라서 일단 보류하는 걸로... ㅋㅋㅋ



 ++++ 재미 없는 글 읽느라 고생하셨는데 퀴즈나 구경해 보시죠. 영화에 나온 것들 중에 언어 문제 없이 퀴즈 성격에 관계 없이 그냥 생각해서 풀 수 있는 것만 옮겨보... 려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생략합니다. 그냥 따로 새 글로 올리든가 하는 게 낫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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