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동성애자인 것 같아요.

2013.02.12 22:13

익명. 조회 수:10237

제목 그대로예요.

제 남동생이 동성애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살짝 예상은 했었습니다.

동생이 군대를 갔다가 몇 달 전 제대를 해서 집에 왔는데, 그 즈음 인터넷 주소창에 주소를 치려는데 갑자기 처음 보는 사이트가 떠서 이게 뭔가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동성애자를 위한 사이트인 것 같더라고요.

엄마나 아빠가  들어갔을리는 없으니 동생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때도 살짝 혼란스럽긴 했지만 그냥 호기심으로 들어갔겠거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어차피 동생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거고, 간간히 여자친구도 사겨왔거든요.


그러다가 며칠 전 지금 동생한테 남자 애인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어요. 동생은 제가 알고 있다는걸 모르고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평소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인정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제 동생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네요. 참 이중적이죠?


어차피 동생한테 제가 알고 있다는걸 말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일단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동생도 지금까지 이것 때문에 스스로 힘든 점이 많았을텐데 저까지 짐을 얹어주고 싶진 않아요. 


그런데 노력은 하지만 사실 그대로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지금까지 여자친구도 잘 사겨왔는데 혹시 양성애자는 아닐까?(차라리 양성애자이면 여자도 좋아할 수 있는거니 그런거면 좋겠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드네요.기분나쁘신 분이 혹시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혹시 나중에 또 어찌어찌 여자친구 잘 사귀면서 결혼한다고 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도 해요. 


동생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동생이 만약 진짜 동성애자라면, 물론 지금은 애인도 있고 친구들도 많고 외롭지 않게 잘 지내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잘은 모르지만 동성 애인이란게 이성 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나기가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중에 나이 들어서 외롭게 지내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엄마아빠도 걱정돼요. 동생이 그냥 결혼을 안한다고 해도 엄청 스트레스 받으실 분들이고, 동생이 말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동성애자라고 하면 정말 감당 못하실 것 같거든요.

가뜩이나 요즘 여러가지로 힘드셔서 예전보다 많이 어두워지셨는데.. 걱정돼요.


사실 제가 지금 이렇게 걱정한다고 해서 뭐 바뀌는게 없다는건 알아요. 그래서 그냥 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밥먹다가도 문득 떠오르고 걷다가도 문득 떠오르고 꿈꾸는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며칠째 계속 이 상태로 지냈더니 좀 힘드네요. 매일 매일 동생이랑 얼굴 보면서 지내야하는데 계속 이러면 어쩌죠?제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는게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어디 털어놓을수도 없어서 듀게분들게 털어놓습니다.


사실  지금 듣고 싶은 말은 '동생이 그러다 그냥 또 여자친구 잘 만나고 결혼도 하고 그럴거야~' 뭐 이런 말이지만, 안되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나쁜 누나인가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무 말이라도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려요.


- 글을 쓰고 보니 걱정이 되어 덧붙입니다. 동성애자분들을 나쁘게 봐서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라는걸 알아주세요. 제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은게 혹시 누군가한테 상처가 될까봐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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