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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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돈을 퍼다 부은 환타지 액션물까지도 홍보는 멜로. 한국인들의 멜로 사랑이란...)



 - 신라 시대에 '처용대'라는 이름의 퇴마 부대가 있었답니다. 신라는 참으로 위험한 곳이었군요.

 암튼 참으로 일 열심히 하는 성실한 부대였습니다만. 윗분들의 부패와 타락과 만행을 견디다 못해 조국을 위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아무 것도 못 하고 몰살을 당합니다(...) 그런데 딱 한 명은 살아 남았죠.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라며 동료들을 말렸던 우리 정우성씨, '이곽'이라고 합니다.

 근데 이 분도 이 분대로 아픔이 있는 것이, 한참 전에 넘나 사랑하는 자기 마누라가 되게 억울하게 죽었어요. 그 후로 '처용대'에 들어가 동료들과 믿음직한 허준호 선배 덕에 그럭저럭 살고 있었는데 거기도 저 모양이 되고 본인은 현상수배범이 되었죠. 

 그래도 뭐 착한 일 하며 살아 보겠다고 어느 가난한 마을에서 퇴마 의뢰를 받고 한 건 해낸 후에 감사의 술 한잔을 얻어 먹는데... 사실 마을 사람들은 이곽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거였고 술에는 독이 있었던 거죠. 간신히 도망쳐서 몸을 숨기지만 의식을 잃은 후에 정신을 차려 보니 '중천'입니다.


 그러니까 이 곳은 연옥 비슷한 건데, 49일간 머문 후 환생을 한다든가 그래요. 그래서 동네 구경 좀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억을 잃은 자기 마누라가 나타나서 악귀들과 맞서 싸우고 있네요. 당연히 구해주고 얘길 좀 나눠보며 혼자 애틋해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아까의 악귀들을 조종하는 게 바로 자신의 동료였던 처용대 녀석들이고. 이들의 최종 목적은 김태희가 전수 받은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열라 짱 센 파워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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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는 살짝 로맨틱 코미디 느낌이 나는 게 의외였습니다.)



 - 안 좋은 얘기부터 하죠. 네, 익히 듣던대로 스토리가 참 구립니다. 캐릭터는 당연히 거기 따라가구요.


 그러니까 대략 20부작쯤 되는 드라마의 11화부터 20화까지 내용 요약본을 보는 기분이에요. 거의 모든 주요 캐릭터들이 다 사연이 있고 서로간에 역사가 있고 그래서 어쩌다 마주치기만 하면 애틋한 눈, 이글거리는 눈, 그윽한 눈을 하고선 블라블라 분위기를 잡아대는데 빌드업이란 게 아예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다 보니 그게 1도 공감이 안 되는 거죠. 길 가다 우연히 남들 싸우는 거 구경하게 되면 앞뒤 사연 하나도 몰라도 실감나서 재밌기라도 한데요. 픽션에서 그런 상황이 되면 그냥 왜 날 내버려두고 니들끼리만 그러니... 라는 생각 밖에 안 들구요. 게다가 요약본답게(?) 영화가 시작한 후의 이 놈들 감정과 관계도 초고속 진행이라 그냥 내내 시큰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대충대충 달리다 보니 드라마의 감정은 고사하고 이야기의 개연성 역시 증발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 뒤 장면 연결이 어색해지는 건 당연하거니와, 보다가 종종 아주 기본적인 설정까지 헷갈려서(아? 그게 이게 아니고 다른 거였나?) 몇 번 앞으로 되감아 보기도 했는데요. 그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중반부턴 그냥 포기하고 대애충 봤어요. 아니 사실 스토리라는 게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자, 이번 볼거리는 다 찍었으니 다음 관광 장소로 이동할게요~~' 라는 게 최우선인 게 빤히 보이니 이야기에 관심이 두어 지지가 않아요. 만든 사람들도 별 관심 없는 부분에 제가 신경을 쓸 게 뭡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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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 만들 수 있다!!! 라는 의지가 보입니다. 의지만 보이지만 암튼 의지는 아주 선명해요.)


 배우들, 특히 김태희의 연기가 아주 화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뭐 그렇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 중에 압도적으로 못 한 건 맞아요. 김태희에 비하면 정우성은 아주 숙련되고 안정된 배우처럼 느껴지니 뭐 어쩌겠습니까. (근데, 사실 전 정우성 연기에 큰 불만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근데 사실 뭐랄까... 각본이나 감독 탓도 작지 않아 보이기도 했어요. 이 영화가 초반엔 의외로 개그를 많이 시도하는데, 그땐 김태희 연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거든요. 다만 그렇게 개그를 할 때 김태희의 표정이 나중에 진지한 장면에서도 종종 튀어 나옵니다(...) 이런 건 좀 ng 내고 걸러줬음 막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리고 심각하고 애절한 표정을 지을 때 이 분 표정이 단 하나 밖에 없다는 건 모두들 아는 사실이니 그냥 넘어가구요.

 암튼 결론적으로 연기 못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이 분이 연기를 잘 했다고 해서 영화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겠냐고 따져 본다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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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가 설정상 강력한 힘의 소유자라 의외로 싸우는 장면이 꽤 나옵니다만. 네임드 몹(...)들에겐 늘 언제나 여지 없이 털리죠. 그것이 그 시절 한국 히로인의 운명!!)



 - 다음으론 좋은 얘길 좀 해보겠습니다. 네, 놀랍게도 칭찬할 부분들이 없지 않아요.


 일단 cg를 처발처발한 특수효과들은 확실히 수준급으로 올라왔습니다. 뭐 요즘 세상 기준은 당연히 아니구요. ㅋㅋㅋ 근데 굉장히 과감하게, 거의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사방 천지를 cg로 다 발라 버리는 식의 장면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그 중 상당수는 꽤 그럴싸해요. 그 시절에 봤더라면 아마 훨씬 감탄했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어쨌거나 예쁘고 폼 나는 그림은 자주 나옵니다. 이게 중국 회사랑 합작을 한 건지, 엔딩 크레딧에 보면 중국 프러덕션이랑 중국인들 이름이 적잖게 보이던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 영화 치고는 스펙터클 측면에서 굉장히 스케일을 크게 잡고 가요.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들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들, 뭐 연못 비슷한 게 나와도 바다 사이즈이고 그런 식인데 나름 볼만했습니다. 게다가 일단 배우들이 정우성, 김태희이고 클로즈업이 꽤 자주 나와요. 뭘 더 바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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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당연히 cg 티는 나고. 미술도 아주 맘에 들진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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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그림은 참 예쁩니다. 자연이든 배우든 간에 말이죠. ㅋㅋㅋ)



 액션은... 이걸 장점이라 해야할지 단점이라 해야할지 좀 애매하네요. 그러니까 이 역시 상당히 중국 무협풍입니다. 바로 전에 '아라한'을 보고 이걸 보니 확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근데 뭔가 장면 하나하나는 괜찮은데 액션의 내적 논리가 종종 개판을 쳐요. 정우성은 그냥 인간 속도로 뛰어 도망가고 악당은 스파이더맨 웹스윙 스피드로 쫓아가는데 아무리 달려도 따라잡히질 않는다거나, 분명히 실력 차이가 상당했던 놈들이 갑자기 별 이유도 없이 동시에 서로 찌르는 결말로 동반 퇴장한다든가... 그런 식이라서 사실 보는 내내 별로였는데요.

 마지막에 정우성이 홀로 수만 대군을 상대하는 장면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뭔가 진삼국무쌍 같긴 했지만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그 엄청난 숫자에서 오는 쾌감 같은 게 있어서 거긴 맘에 들었어요. ㅋㅋ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입니다. 심심하면 한 번 보시죠. 17년 묵었으니 큰 기대는 마시고... ㅋㅋ)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원래 3부작 영화로 만들어 보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안고 시작했다가 이렇게 한 편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럼 그렇지. 그래서 스토리가 이 모양이었구나... 라고 이해는 했지만, 그래서 이렇게 쪼그라들었으면 쪼그라든 규모에 맞춰서 제대로 각색을 해야죠. 그건 전혀 핑계가 못 되겠구요.

 보니깐 제작비가 105억이 들어갔다던데. 특수 효과고 뭐고 간에 이렇게 돈 팡팡 들여 영화 만들려면 뭣보다 일단 각본부터 챙겨야 한다는 그 평범하고도 상식적인 진리를 배우는 데 충무로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린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길게 적었지만 간단히 두 문장으로 요약이 되잖아요. 1. 특수효과나 볼거리들은 괜찮았다. 2. 그런데 각본이 망했다. 그리고 이거랑 똑같은 케이스에 들어가는 선배 영화들이 어디 한 두 편이었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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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화산고'에서 맡았던 캐릭터가 더 재밌고 더 폼나고 훨씬 강력했습니다.)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귀천도'와 '은행나무침대'가 1996년 영화입니다. 그로부터 딱 10년만에 이 정도로 기술적 발전을 이뤘다는 건 사실 전설의 레전드급 사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적당히를 모르는 한국인들(...)이 이뤄낸 쾌거라고 해도 딱히 과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구요.

 다만 이렇게 급속도로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동안 정작 '이야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는 게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세상에 돈 많은 사람들 참 많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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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건 두 분의 비주얼 뿐. 뭐 사실 정우성은 현대극이 훨씬 예뻐 보입니다만.)



 + 이제 이런 거(?) 그만 보려고 했는데 얼떨결에 그만 재생을 눌러 버렸을 뿐이고... 이제 제 리스트상으로 볼 수 있는 다음 영화는 2009년 '전우치', 2011년 '7광구'입니다. '전우치'는 멀쩡한 영화라는 거 알고 있는데, 그 다음 영화의 명성이... 허허. 그래뵈도 왓챠, 티빙, 넷플릭스를 모두 평정한 영화인데 한 번 봐야 할까나요. 근데 보고 나면 적을 내용은 또 뻔한데 굳이 봐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ㅋㅋㅋㅋ



 ++ 이 영화를 보다보면 계속 쿡쿡거리며 웃게 되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정우성 사생팬들이에요. 아니 정말로, 그 '처용대' 멤버들 모두가 우리 정우성을 너무 격하게 사랑해서 모든 문제가 생기거든요. ㅋㅋㅋ 암튼 너도 나도 다 정우성 캐릭터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그에 대한 사랑을 목놓아 부르짖으니 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웃었습니다. 



 +++ 무술 감독 정두홍, 특수효과 정도안씨 이름이 또 나란히 크레딧에 찍힙니다. ㅋㅋ 그냥 거의 매번 뵙는 것 같아요.

 


 ++++ 영화는 안 보셔도 되고. 정 궁금하시면 이것만 보셔도 됩니다.



 당연히 지금 보면 허접하거나 거슬리는 부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어쨌든 이게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부분이라는 건 맞을 거에요. ㅋㅋ



 +++++ 그래서 스포일러는요.


 제일 처음 정우성과 붙은 남성 2인조. 등에서 무슨 거미줄마냥 칼 달린 와이어를 발사하던 놈들인데요. 그 중 한 명은 김태희를 찌르려고 달려들다 정우성이 가로막자 칼을 거두는데요. 정우성은 칼을 그냥 뽑아 들고 있었던 관계로 걍 자기가 와서 찔려 죽어요. 그걸 보고 우와아앙! 하고 다른 한 명이 고함을 지르는데 정우성이 칼을 뒤로 하니 갸가 푹 찔려 있네요. 아까부터 계속 뒤에서 따라오기만 하고 있었는데 언제 뒤에 와서 서 있었는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등에 칼 여섯개를 짊어지고 이걸 뉴타잎 판넬 날리듯 조종하는 놈이 나오는데, 정우성을 지키겠다고 자기 편을 배반한 소이현과 대치하다가 서로 푹푹 찌르고 동시에 사망.


 허준호는 압도적인 파워로 정우성을 농락합니다만. 비열한 주인공 버프로 목숨을 간수하던 정우성이 김태희의 뭐뭐 정화인지 뭔지 버프를 받아 그냥 단칼에 찔러 죽입니다. 이 영화의 대결 장면 중 최고로 허망했던 장면. ㅋ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허준호를 처치했으니 허준호가 망쳐놨던 모든 게 원상복구가 되겠죠. 그 직전에 분명히 '니가 정우성 따위를 위해 하늘의 길을 버리고 자신을 소멸시켜가며 그걸 정화하겠다고?' 라고 말했는데, 정화 다 하고도 김태희가 멀쩡한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멀쩡합니다. 대신 김태희 파워로 다시 살아났던 정우성은 죽어가고 있어요. 왜인지는 궁금해하지 맙시다. 암튼 그렇게 김태희 무릎을 베고 누운 정우성이 그냥 '낭만적인 대사'를 몇 마디 하다가 살아 있는 사람은 맡을 수 없는 '중천'의 꽃 향기를 맡아요. '다시 태어나면 꼭 너 만나게 해줘'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그렇게 정우성은 죽고 김태희는 뽀로롱 하늘로 올라갑니다.


 뻘소리지만. 정우성의 전체 출연작 중 생존률을 따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 후기작들은 안 그런데, 초기부터 한참 동안은 나오는 영화마다 죽었다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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