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고 그냥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입니다. 2020년작이고 상영 시간은 93분. 스포일러 없게 적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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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빈 베이컨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부부로 나와요. 58년생과 85년생의 부부 조합이라니 좀 과하지 않나 싶지만 다행히도 극중 인물들도 그게 과하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네요. 케빈씨는 갑부이고 아만다는 미모의 영화 배우이고, 케빈씨는 자신의 늘금 때문에 아내를 의심하고 걱정하고... 뭐 이런 게 설정으로 들어가 있어요.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등장해서 케빈 베이컨에게 처음으로 하는 대사가 '선크림 좀 발라'이기도 하고(...) 또 극중에서 둘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연이 나오고 그게 이야기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암튼 일단은 큰 문제 없이 6살난 딸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정입니다만. 우리 케빈옹께서 최근들어 자꾸 자신의 딸을 누가 해치는 악몽 같은 걸 꾸네요. 정신과 상담을 다니며 시키는 것들도 열심히 해보지만 별 차도는 없고... 그러다 아내가 영국으로 장기간 촬영을 간다고 하니 '내친 김에 우리 식구 다 같이 가서 즐거운 시간 좀 보내보세!' 라며 웨일즈에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 하나를 예약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상한 일이 벌어지겠죠. 이 영화는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호러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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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정해 보이죠. 사실은 "썬크림이라도 좀 바르세요" 라고 노인 구박하는 장면입니다. ㅋㅋ)



 - 케빈 베이컨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이름만 보고 아무 기대 없이 고른 영화였습니다. 보나마나 별로겠지만 그래도 이게 얼마만의 케빈 베이컨이냐!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예쁘니까!! 게다가 런닝 타임도 짧네!!! 라는 맘으로 본 건데... 다 보고나서 드는 생각은 이거였네요. 이 배우들이 어쩌다가 이런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걸까. 시나리오 보는 눈이 없는 걸까. 요즘 일이 안 들어 오나. 아님 어딘가에 고성이라도 하나 사서 관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걸까... 


 사실 케빈 베이컨의 경우엔 금방 수수께끼가 풀렸어요. 본인이 프로듀서더라구요. ㅋㅋㅋ 뭐 그래도 '왜 이딴 각본으로 영화 만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새로 생기긴 하지만 뭐 그건 다른 사정이 있었겠죠. 맘에 드는 원작 소설이 (네, 원작이 있습니다) 있어서 만들기로 결심했는데 최종 각본이 이따우로 나와 버렸다든가...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맹크'로 오랫만에 찬사 받기 전까지 한동안 커리어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고 이 영화가 '맹크' 바로 전에 촬영한 작품입니다.


 근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하지만 글 시작부터 이런 소리나 늘어놓고 있으니 대충 짐작이 가시겠죠. ㅋㅋㅋㅋㅋ



 - 여러번 게시판에 적은 적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화끈하게 못 만든 영화는 좋아합니다. 재밌게 봐요. ㅋㅋ 제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애매... 하고 맥아리 없이(?) 못 만든 영화인데 이 영화가 딱 그런 경우에요. 정말 무난~ 하게 모든 면에서 별로라서 신나게 씹는 재미도 얻기 힘든 거죠.

 그 '모든 면' 중에서 몇 가지만 지적을 해 보자면,


 1. 일단 93분짜리 영화에서 60분을 돌파할 때까지 중요한 사건이 하나도 안 벌어지구요. 그렇다고해서 그 60분동안 캐릭터와 드라마를 충분히 쌓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영부영 어설프게 불길하고 어설프게 애틋한 장면들로 시간 낭비만 합니다. 그 덕에 애초에 시시한 클라이맥스에 더더욱 힘이 빠지는 효과도 있구요.


 2. 무서워해라! 놀라라!! 하는 장면들이 정말 초현실적일 정도로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긴장감이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 수준.


 3. 초반부터 진상이 대략은 뻔하게 보이는 이야기인데... 전 60분 무렵에 아주 조금 기대를 품었거든요. 그때 갑자기 제가 짐작했던 뻔한 진상과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라는 떡밥이 던져져서요. 근데 결국 마지막엔 처음 짐작했던 뻔한 결말로 가구요, 제가 기대했던 떡밥은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버려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 안 되고 대충 버려지는 떡밥 장면들이 몇 개 더 있어요. 진짜 그냥 작가 편할 대로 써갈긴 각본이란 얘기죠. 있어 보이려고 떡밥 투척은 하지만 회수는 않으련다... 라는 직업 의식 없는 작가님!!! =ㅅ=



 - 쓸 데 없이 글 길이만 늘어나니 이 쯤에서 끊구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야기가 굉장히 흐리멍텅하고 느슨합니다. 뭘 강조하고 뭘 부각시키면서 어떻게 이어가야할까... 에 대한 고민을 깔끔하게 포기한 느낌이랄까요. 다 보고 나서 가만히 머리 속으로 정리해보면 나름 멀쩡한 스토리가 있고 주제 같은 게 있는데 그게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뭐랄까... 아마도 '식스센스'처럼 인간적인 드라마에 바탕을 둔, 그러면서 반전도 있고 공포도 있고 감동도 있는, 뭔가 삼가 말하는 류의 고급진 호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암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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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적인 부성애를 보여주고 싶었다!!! 의도는 그러했다!!!!!)



 - 너무 모진 말만 한 것 같아서 좋은 점도 찾아서 이야길 해보고 싶습니다만. 그게 쉽지 않네요. 심지어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평소보다 덜 예쁘게 나와요. ㅋㅋㅋㅋ 그래도 딸 역할 배우는 예뻤고.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기신 케빈 베이컨 할배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건 반가웠습니다. 장점 끝.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매우 개인적이면서 특별한 이유로 뭐가 되었든 호러 영화 한 편을 봐야하는 상황인데 겁이 많아서 어떤 호러를 봐도 힘들다... 는 분들은 보세요. 

 케빈 베이컨이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팬이시라면 이 분들이 나온 다른 영화를 모두 다 보신 후에 마지막으로 보시면 됩니다.

 사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아논'도 완성도 면에서 만만치 않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그 영화는 아만다라도 예쁘게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보지 마세요.



 + 각본 쓰고 감독까지 하신 분이 이름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더라구요. 분명 내가 아는 영화랑 관련이 있는 양반일 텐데 어떤 분이신가... 하고 검색해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ㅋㅋㅋㅋㅋ 앞으론 그냥 연출은 하지 않으시는 걸로. ㅠㅜ 이 분 경력이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눌러 보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B%8D%B0%EC%9D%B4%EB%B9%84%EB%93%9C_%EC%BC%91



 ++ 번역제가 참 쓸 데 없이 감쪽 같고 창의적입니다. '더 히든' 이라니... 이걸 누가 한국인이 만들어 붙인 제목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원제는 You Should Have Left에요. 극중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문장이거든요. 그냥 그대로 번역을 하든가 하지 영화 내용과도 관련 없는 '더 히든'은 난데 없이 무엇...;



 +++ 가만 생각해보면, 그냥 욕심 없이 대략 30분에서 50분 사이의 앤솔로지 에피소드 하나로 들어갔음 괜찮았을 것도 같습니다. 

 감독의 옛날 옛적 인터뷰를 보면 본인의 인생 영화가 '로즈마리의 아기' 라면서 호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데... 참 안타깝네요. 역시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일치하기가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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