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4 15:54
일단 주인공들에 '간지'가 없습니다. 애엄마 애아빠 설정은 기본이고, 한국 드라마였으면 저 나이에 로맨스가 가능하단 말인가 싶을 정도의 배나오고 주름진 중장년층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썸도 타고 그래요. 그리고 무슨 천재적인 능력이나 학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직업인으로서 일을 할 뿐... 딱히 부자도 아니구요. 잘살지도 못살지도 않는 영국 중산층 정도의 사회경제적 위치들을 가지고 있어요. 뭔가 성격적인 흠이나 개인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있기는 한데 그 나이 쯤 되면 그런 흠이나 과거나 스트레스가 없는 게 또 개성이죠. 그 와중에도 수사는 진행되기 때문에 직업인 느낌이 더 강화되구요.
다음으로 성별에 큰 의미가 없어요. 남자도 몸짱이 아닐 뿐더러 굴곡진 몸매를 뽐내며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는 여자도 없구요. 다들 그냥 일하기 편한 옷 입고 나와서 자기 할 일들을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남녀의 구분이 의미가 있는가 싶을 때도 생기구요.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의 사랑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지를 보여주는 묘사도 딱히 없어요. 그냥 인생의 당연한 발달과업을 치르고 있는 느낌? 로맨스가 있긴 한데 하나도 안절절... 인물들의 알몸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관음 따위 느껴지지 않는 생활 알몸입니다. '세수 너무 좋아'아니고 '먹고자고싸고 세수하고'랄까. 아마 나이도 뒤죽박죽인 거 같은데 자막에선 그게 드러나지는 않더라구요.
주인공들에게 간지가 없지만 배경에도 간지가 없기는 매한가지. 개인적으로 영국의 우중충한 좁은 골목길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그건 개인적인 선호구요. 배경을 다루는 방식 역시도 그냥 생활 공간이에요. 수사관들의 사무실도, 또 그들의 집도 그냥 누군가 오래 눌러 앉았던 느낌 그대로에요. 그냥 생활공간이나 사무실을 빌려서 아무 것도 안건드리고 사람만 들어가서 찍었다고 해도 믿겠어요. 세트를 만들기는 했을까 싶은 수준으로 멋대가리가 없습니다. 이쯤 되면 당연하지만 감각적인 편집이나 카메라 워킹 따위도 없구요. 음악도 잘 안씁니다. 인물들이 저렇다 보니 화려한 액션은 고사하고 몸싸움도 드물게 나와요.
벌어지는 사건도 거대한 음모 따위 없구요. 물론 복잡하게 꼬여있기는 하지만 수사를 차근차근 진행하니 하나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거지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범죄 천재가 정교한 계획을 짜고 주인공들을 한발짝 앞서거나 하는 따위의 일도 없고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도 안나와요. 그냥 범죄가 일어났는데 알아보니 이런 진상을 가지고 있더라 하는 정도. 동네 경찰서 가면 이런 사건 많이 쌓여 있을 거 같습니다. 그 와중에 범죄 동기는 대개 인물간 관계나 의외로 치정이네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2019.11.04 16:05
2019.11.04 16:18
이런 구질구질함이 또 의외로 계속 보게 하더라구요. 가끔 액션이나 음모 비스무리한 게 나오긴 하는데 구질구질한 얘기 할 때보다 더 시시해 보이는 걸 보면 이 동네 사람들은 구라에는 소질이 잘 없나봐요.
2019.11.04 18:05
2019.11.04 19:36
2019.11.04 18:56
공감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브로드처치는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경찰이 어찌 저리 무능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일이라곤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는 것뿐.. 저는 호평이 이해가 잘 안되더군요.
영국 수사물 "벡스트" 한번 보세요. 경찰의 사명감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다는 건 농담이구요. 수사물인데 그냥 웃깁니다. 주인공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유머감각을 지녔습니다. (극단적인 직업인으로서의 경찰 아저씨..)영국식 유머를 좋아하신다면 추천이요.
2019.11.04 19:38
2019.11.04 19:49
원래 브로드 처치를 조만간 볼 작품 리스트 상위권에 올려 놓고 있었는데 엄... ㅋㅋㅋ
벡스드 기억해 두겠습니다. 넷플릭스에 있군요! 수사물보단 그냥 캐릭터 코미디 드라마라는 평이지만 그래도 전 웃기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2019.11.04 19:54
2019.11.05 03:55
벡스트 추천받고 보는 중인데 와....
시작부터 참 못돼쳐먹었네요 인간들이 ㅋㅋㅋㅋㅋㅋ 한국 드라마에선 절대 못 볼 것 같은 블랙유머 ㅋㅋㅋㅋㅋㅋㅋ
정주행각 섭니다. 추천 고맙습니다.
2019.11.05 10:47
보셨군요. 남자주인공이 하드캐리하죠. 얼굴은 영드 주인공 치고 못생기진 않았는데 ; 배 나온걸 보면 역시 친근함이... 저는 빨리 퇴근할 생각만 하는 이 진상 캐릭터가 밉지 않더라구요.
2019.11.05 14:09
벡스드 주인공이 토비 스티븐스 아닌가요? 매기 스미스 아들. 젊을 때는 나름 미남. <007 다이 언아더 데이>의 악역이었죠.
2019.11.04 19:02
<조나단 크릭>도 꽤 정통적인 탐정물이었죠. 남녀 주연이 둘 다 미남미녀는 아니고요. 셜록 시즌4 나오고 가디언에서 조나단 크릭을 돌려달라고 쓴 것을 봤습니다. 경찰이 나오는 뱀파이어 물인 <울트라바이올렛>도 예산 적은 느낌 팍팍나는, 칙칙한 수사물이었어요.
2019.11.04 19:38
2019.11.04 19:39
둘 다 유투브에 있을 거예요
사족으로, 저는 스티븐 모펫이 안 맞는 것 같아요. <닥터 후>도 <셜록>도요. 컴버배치도 잘 하는 배우일 뿐 스타로서의 매력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2019.11.04 19:53
2019.11.04 19:56
조나단 크릭은 넷플릭스에 있는 것 같은데 울트라바이올렛은 유투브에. 제가 단순해서 모팻처럼 너무 머리쓴 드라마는 안 좋아하게 됩니다.
2019.11.05 10:58
셜록은 너무 머리를 썼다고 말할 수도 있고 비약과 억지 가득한 플롯이라고 할 수도 있죠.. 저도 셜록은 전혀 안맞더군요. 탐문 수사와 증거 수집도 없는 수사가 말이 되냐고요!! (모든 것은 셜록 머리 속에..;;;) 하지만 범인은 술술술 자백... 보통은 증거를 들이밀어도 인정 안하는데 말이죠.
2019.11.05 14:58
셜록의 캐릭터 스터디로 방향을 추구할 수 있지만 저는 그다지 셜록과 브로맨스에 매력을 못 느껴서요. 머리쓴 거라고 썼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억지스럽다였어요. 그래서 제가 <엘리멘트리>를 좋아합니다. <셜록>은 나중에 두 주연배우가 인종관련해서 비하적인 발언을 하기도 해서 싫어요.
<엘리멘트리>의 남녀 주인공이 옷이 예쁘기도 하고요.
2019.11.05 16:32
2019.11.04 20:14
셜록의 "레스트라드" 경감이랑 인데버를 보면 간지도 그런 간지가...
2019.11.04 21:21
다 그런 건 아니니까요 ㅎ 셜록을 이 라인에 넣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2019.11.05 00:40
인데버.. 전 청순미를 느꼈었는데ㅎㅎ
2019.11.04 20:19
화이트채플도 추천합니다. 잭 더 리퍼가 출현했던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사건을 1시즌에서 다루고 4시즌까지 합니다. 이건 아마존 프라임에 있네요.
2019.11.04 21:05
2019.11.04 21:21
줄줄이 달리는 추천 좋네요. 감사합니다. ㅎ
2019.11.05 12:49
컨셉이 되게 맘에 들어서 보려고 했는데 무심코 클릭한 글을 보니 떡밥 살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급 종영돼 버렸다고...
음... 이러면 좀. ㅋㅋㅋ 아직 보지도 않은 드라마지만 아쉬운데요. 그냥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2019.11.04 22:26
미결처리반Q....그건 북유럽(경우에 따라 영국도 북유럽에속한다고는 하네요)영화이지만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주인공 형사가 촉은 참 좋은데 성질머리랑 사회성이 나빠요 ㅋㅋ 이 시리즈는 다 재밌어서 애정합니다.
2019.11.04 22:39
2019.11.05 10:48
미결처리반Q도 재밌긴 재밌는데 캐릭터 설정이나 사건 전개는 완전히 헐리웃스럽다 생각했어요.
2019.11.04 22:53
2019.11.05 00:17
2019.11.05 15:51
미국 드라마지만 <몽크>는 어떠신가요?
2019.11.05 16:35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5454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4006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2654 |
그래서 제가 이런 이유로 미국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얄팍하고 표면적이고 겉만 번지르르한 듯 한. <CSI 마이애미>사랑했죠.
영드는 수사물이 아닌 스파이물도 이런 부분은 같아요. <스푹스>를 몇 년 전에 재감상하고 느낀 게 사실적으로 '보이게' 느껴지는 영국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칙칙한 분위기의, 배우들도 미국 배우들보다는 덜 치장하고 못 생긴 느낌이라서 사실적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휴 로리나 피터 퍼스같이 대사빨좋은 배우들이 냉소적인 말을 빠르게 쏟아내주니 그게 사실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낸 게 아닌가 싶기는 한데 저는 그 대사를 듣고 있으면 실생활에서 저렇게 따박따박, 총알로 명중시키듯 말을 못 할 게 십중팔구라 현실적이기는커녕, 초현실적이라는 생각만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