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때 왜 그랬을까 2

2010.11.07 00:51

Johndoe 조회 수:1991

주말이 끝나갈 때마다 왠지모르게 이불속 하이킥 거리가 자꾸만 떠오르는 건 세월탓인지...어쨌든,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SF가 좋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SF에 끌리는 건 어린이의 숙명같은 거라고 보지만.


뭐, 그런 과정에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외에도 SF번역서같은 것도 멋도모르고 읽어제꼈는데

어떤 작품들은 지금봐도 그 나이에 이런 걸 읽으면서 재밌어 했단 말이냐? 나 천재? 바보? 중2병? 하면서 아리송해집니다.


돈많은 친구집에 있는 학원출판공사 세계공상과학모음 명작선 32권세트를 침을 질질흘리며 뺀질 나게 빌려보다가

나도 질 수 없다!는 마음에 차곡차곡 용돈을 모아 SF서적을 샀던게 아마 최초의 수집인생이었지 싶은데

그때 첫 스타트를 끊었던 게 현대정보문화사에서 나왔던 일련의 SF시리즈였습니다.


이 시리즈도 참 인상깊었던 게 책날개였나 뒷표지에 작가의 재치있는 캐리커쳐와 약력을 집어넣어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파운데이션 9권짜리 시리즈를 보고 이거다! 하면서 1권부터 시작해서 낱개로 차곡차곡 사갔었지요.


당시엔 같은 제목의 이어지는 권수라면 당연히 내용도 전권의 마지막장면과 다음권의 첫장면이 반드시 이어져야한다는 1차원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던 탓에

파운데이션 2권(프리퀄 마지막권)과 3권(본편 1권)의 괴리에 한동한 컬쳐쇼크를 먹고 내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면서 잠시 고민했던 것도 같지만

어쨌든 내돈 주고 산 책이니 열심히 사가면서 읽어나갔었는데 꽤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저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고마는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짓을 저지르고 말았던 겁니다.


당시까진 수집가로서의 각성(?)이 덜되었던 탓에 저지를 수 있었던 젊은 날의 치기...


그 이후 무참한 편집으로 인해 애매한 권수로 쪼개 나온 재판 파운데이션 번역판을 볼 때 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현상이...

덤으로 가끔 이렇게 하이킥도 하고...


아래는 파운데이션 서적 이미지 찾다가 튀어나온 라마와의 랑데뷰. (같은 현대정보문화사 시리즈) 

이건 제대로 소장중이다가 이사 와중에 분실되고만 쓰라린 과거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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