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젊음, 성장성)

2020.03.13 02:41

안유미 조회 수:438


 1.심심하네요. 어쩔 수 없죠. 태어났으니까요.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힘들게 살거나 심심하게 살거나 둘 중 한가지 삶을 겪어야 해요.


 하지만 힘들게 사는 것엔 두가지 종류의 경우가 있죠. 타의에 의해 힘들게 살거나 자의에 의해 힘들게 사는 거예요. 후자의 삶...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삶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2.물론 나는 늘 열심히 살았지만 바쁘게 살거나 힘들게 살지는 않은 편이예요. 내가 말하는 '열심히'는 가능한 한 많은 리워드가 기대되는 최선의 셋팅을 해둔다는 뜻이니까요. 내겐 고수준의 부가가치를 지닌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바쁘게 움직여봐야 별 아웃풋이 안 나오거든요.



 3.하지만 요즘 바쁘게 살아 보니 노동의 주요한 목적은 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보람이라는 감정은 놀 때 느끼는 즐거움이나 기쁨과는 다른 감정이고요. 큰 돈은 못 되어도 나름대로의 보람이 되는 일거리들을 이리저리 구해봐야겠죠.


 사실 어렸을 때 더 바쁘게 살았다면 큰 돈도 되고, 보람도 얻을 수 있고 명성도 얻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출 수도 있었겠죠. 후회해도 어쩔 수 없죠.



 4.휴.



 5.생각해 보면 젊음이라는 건 그저 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원이예요. 그야 막상 젊었을 때는 40대 50대들을 보고 비웃으며 '아직 어리고 체력도 좋고 발기도 잘 될때 놀아제껴야 해. 인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지금 뿐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놀면서 젊은 시절을 보내면 미래로 갈 수가 없어요. 


 그야 놀면서 지내든 뭘 하면서 지내든 어쨌든 나이는 먹고 시간은 흘러요. 하지만 뻔하디 뻔한 미래가 자신에게 '오는' 것과 자신이 바라는 미래로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죠. 자신이 그려내는 미래로 다가가려면 어쨌든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해요.



 6.늘 쓰는 것이지만 나는 결정된 것보다는 결정되지 않은 걸 좋아해요. 그야 '더이상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면 뭐라도 메이드시켜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사람도 돈도 계속해서 키워 나갈 여지만 있다면 계속 성장시키는 걸 바라는 편이예요. 사실 나에게 현금이란 건 10억이든 20억이든 70억이든 비슷해요. 10억이 있든 70억이 있든 어차피 나는 그 돈을 안 쓸 거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거거든요. 10억이 있다고 해서 벤츠 한 대를 사는 데 쓰지 않을거고 20억이 있다고 해서 포르쉐를 사지 않을거예요. 70억이 있다고 해서 람보르기니를 사지 않을거고요. 나에게 돈이란 건 더 큰 돈으로 가는 징검다리여야 하니까요. 


 돈이 있다고 해서 규모를 깨가면서 펑펑 쓴다는 건 사실상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람이나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돈을 '줄어들도록 소비하는'사람들을 잘 이해 못해요. 돈은 줄어들도록 만들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불어나라고 있는 거니까요. 물론 돈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돈의 규모 자체를 줄여버리는 큰 소비는 절대 하지 않아요. 그야 소비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면 절대적으로 보면 꽤 많은 돈을 써야 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규모를 뜯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죠. 나는 가지고 있는 돈의 앞자리를 바꿔버리는 소비는 절대 안해요. 꼬투리 정도만 쓰는 거죠.



 7.그야 전에 썼듯이, 어리거나 젊은 시절엔 열심히 살지 않고 그냥 하루를 낭비하는 것 또한 즐거움이예요. 그러나 젊음이라는 자원(기회)은 그저 누리면서 소모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기도 하죠. 그 순간에만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써야만 온전히 기회를 살린 거니까요.


 작가를 예로 들면 그가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이야기를 쓰더라도 20대에 쓸 수 있는 이야기와 30대에 쓸 수 있는 이야기, 40대에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요. 20대 때에는 40대가 되어야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절대 쓸 수 없고 40대가 되면 20대 때에 할 수 있던 이야기를 쓸 수 없게 되죠. 20대에 쓰는 이야기든 40대에 쓸 이야기든 그 순간에 써놓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쓸 기회는 영영 날려 버리는 거죠.


 돈 같은 자원은 쓰지 않으면 그 액수만큼 보존되지만 젊음이라는 자원은 일종의 기회예요. 그 순간을 하릴없이 지내며 날려 버리거나 심신이 아프다고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그 순간의 가능성과 기회는 살릴 수가 없는 거죠.



 8.이런 일기를 쓰는 이유는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라는 거라는 걸 깨닫고 있어서예요. 모든 것을 풍화시키고 모든 것을 열화시키는 시간이 최후의 승리자일 거라는 걸 살면서 점점 깨달아 가거든요. 


 그리고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흔적을 역사에 새겨넣는 것 뿐이예요. 업적...이라고 쓰지 않는 건 그건 너무 거창한 말이고, 누군가의 작업물이 흔적인지 업적인지 정하는 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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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쓰면 누군가는 '야아 여은성이 정신을 차렸구나. 이제 열심히 작업을 하겠구나.'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글쎄요. 어쨌든 오늘은 시간이 아니라 내가 승리자인 상태니까요. 아직은 시간이 나를 약하게 만들지도, 늙게 만들지도 못한 상태예요. 게다가 불금이니까 일단 좀 놀면서 생각해 봐야겠죠. 


 어쨌든 요즘 할일이 다 끝나니 다시 심심해졌네요. 코로나 사태가 좀 나아져야 번개라도 쳐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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