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춤을 따라 가는 의식의 흐름

2020.09.01 15:28

여름 조회 수:343

집에 스스로를 가두는 울적한 요즘입니다.


집에서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뭐라도 하려고 괜히 분주히 움직여 봅니다.


실패했던 레시피들 재도전도 하고(성공!)

물색해 두었던 무선 물걸레 청소기를 사서 매일 청소도 하고(만족!)

이 집에 이사온 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창틀 청소도 하고(개운!) 베란다 청소도 하고(오예!)

내 눈에 안 보이면 장땡이란 생각에 무조건 쳐박아 두었던 수납장도 꺼내어 정리하고(경악!)

(다용도실 청소는 더 먼 훗날을 위해 남겨둡니다.)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그렇게 지내는 것도 지겨워 드라마를 보다 보니 지난 주말엔 무기력이 극에 달해

라면만 끓여 먹다 괜히 드라마에 감정 이입 되어 엉엉 울어도 보고.

이건 도저히 울적해서 못 견디겠다 싶던 와중에

저만 이런 건 아니었는지 포털 사이트에 코로나 블루와 관련된 기사와 함께

우울증 검사 항목이 뜨더군요.

총 10가지 항목이었는데, 저는 그 10가지 중 아무것에도 해당이 안 되더군요. 저는 우울한 게 아니었던것이었더랬습니다.(나가 놀고 싶어!)



갑갑한 기분에 별그램을 들어가니 제게 동영상을 하나 추천하더군요.


https://youtu.be/HS0Or-xyTDc


처음 보는 밴듭니다.

가사도 영상도 패션도 나 힙해!를 뿜어 대고 있습니다.

딱히 제 취향의 음악은 아니지만 이 갑갑한 나날들에 저 막춤을 보고 있으니 취향 따위 아무렴 어떤가요.


극도의 짜증이 몰려 와 말로 풀어 내기조차 지칠 때면 가끔 몸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친구와 갖곤 합니다.

내 기분이 지금 어떤지 알아? 온 몸을 베베 꼬며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관절 꺽기를 중간에 넣어 주면

친구 역시 몸으로 대답을 해줍니다. 니 기분 뭔지 나도 알 거 같아. 그렇게 파닥파닥 거리다 보면 어느 새 둘의 꼬라지가 웃겨서 깔깔깔 마무리 됩니다.

기분 전환에 제법 도움이 됩니다. (강추!)



https://youtu.be/gmyGnNsdtWg


미성의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가수는 계속 보게 됩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음악을 통해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스스로도 이야기 한 만큼

자신의 잠재된 스타성을 그도 인식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무대를 보면, 노래 하는 모습이 꽤 어색해 보입니다.

그 어색함은 우리에게도 분명히 전달이 될 정도입니다.(온스테이지 무대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하지만 곧 둠칫둠칫 몸 풀기와 같은 막춤이 시작되며 우리는 다 같이 그 어색함에서 탈출합니다.


박자도 미묘하게 어긋나고 제 멋대로 나가던 동작이 비트로 급하게 다시 돌아 오느라 춤은 중간중간 멈추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한 그의 팬들은 그의 막춤을 좋아합니다. 몸보단 표정으로 춤을 춥니다.

새로운 노래가 발표될 때마다 "이번엔 다리도 움직이네요!"와 같은 코멘트로 찔끔찔끔 진화하는 그의 막춤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https://youtu.be/QcD_YXCxxZM


막춤이라 할 순 없지만 이 영상도 생각이 납니다. (내 의식이니까요)

모름지기 막춤이라 함은 마치 자신만이 아는 (보는 이는 부끄러운)세 번째 방과 같은 무아경에 도달하는 것일테니까요.



https://youtu.be/S86Cr1kaH7I



막춤을 이야기 하는데 장기하를 빼 놓을 순 없습니다.

직선의 곡조에선 직선의 춤을, 곡선의 곡조에선 곡선의 춤을 춘다는 자신만의 막춤 철학을 가지고 있는 고수이기도 합니다.

동작에 거침이 없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계획되었다 싶을 만큼 정갈한(?) 막춤을 선보입니다.

이 노래는 가사가 야해서 더 좋습니다. 딕션은 또 어찌나 좋은지. 듣고 있으면 노랫말의 받침까지 구분이 될 정돕니다.




https://youtu.be/7hJb9MxI2NY


(춤은 1:17부터 시작됩니다)

이 정도 가지고 막춤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을만큼 경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그루지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저렇게 춤을 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묘하게 박자가 하나도 안 맞잖아요.

무아경은 커녕 그는 추는 내내 어색함을 유지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의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는 막춤이라는 게 딱 저렇잖아요. 자신은 물론 타인을 의식하며 그 시선을 온 몸에 덕지덕지 달고 춤을 추잖아요.

가장 인간적인 보통의 막춤입니다.

(그나저나 라이브 좀...어떻게 좀...)


https://youtu.be/7nJRGARveVc


이쯤 되니 타고난 춤꾼들의 멋드러진 동작도 그리워집니다.

박자 비트 무시하며 휘적거리는 그 순간, 적어도 내 마음속 모습만은 이와 같을 테니까요.





저마다의 생김새가 다르듯 제 멋대로 추는 막춤 만셉니다.

어서 현 상황이 나아져 저도 어둡고 번쩍이는 데 가서 막춤 추며 놀고 싶습니다.




-듀게에 동영상 올리는 거 엄청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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