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의 전화를 받다보면 깜짝 놀랄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저랑 별로 친하지않은 사람의 안부를 물어볼 때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냉담하게 모른다고 얘기하긴 곤란하니 적당히 핑계를 만들어서 요즘 연락을 잘 닫지않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죠.

그외에도 사람들과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옛일에 대해 얘기를 하면 묘하게 제가 이전 사람들과 잘알고 매우 친했던 걸로 되어있거나

심지어 제가 그 집단의 모임을 주선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은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되어있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아싸'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시덥잖은 인간형 나누기 자체에 엮이기 싫어하지만요.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왜 사람들이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까하고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워낙에 조직생활도 싫어하고 사람들과의 트러블 생기는걸 극도로 피하고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거도 극혐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입니다. 실제로 일때문에 사람들에 매여있는 생활을 할때는 정말 당장 때려치고 싶었거든요.

그냥 동등한 관계에서도 서로 피곤할 일이 생기는데 일때문에 속해진 위계질서까지 생각해야하니 얼마나 짜증이 났겠습니까?


무튼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와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적어도 사람한테 휘둘리고 스트레스 받을 일 없는 위치가 되자 그때야 비로소

사람들과의 만남이 편하고 즐거워지더군요. 아마 그때 만난 사람들이 저를 인싸로 기억하는게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갑, 을이 아닌 동등한 관계라면 그 사람이 아주 성격이나 취향이 안맞지않는 이상 크게 어울리지 못할건없거든요.

해서 사업 시작하고 그 업계에서 알게된 분들과 자주 모임을 가지고 지금도 서로 잘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때도 제가 특별히 나서서 사람들의 모임을 주도하고 소위 나댄 기억은 전혀없거든요,

집단 내에서 많은 사람과 두루 다 친하기보다는 친한 일부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남을 가졌었거든요.


그래서 답이 뭘까하고 생각해보니 제가 어떤 집단에서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그 집단내의 리더격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즉, 저는 그 집단에 소속된 멤버가 아닌 객의 입장이었는데도

하필 그 집단의 리더와 친분이 있었기에 또 친해지면 서스럼없는 성격탓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쟤는 여기서 좀 나가는 사람인가보다 했던거였더군요.


근데 일부러 그런 사람들과 친해진건 아니고 어떻게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더군요.

심지어 예전에 몸담았던 소모임이나 동호회에서도 어찌어찌하다보니 사람들한테 쟤는 모임장 오른팔아냐?

이런 수근거림도 나오고 아무튼 참 의도치않은 오해를 많이 받은 것 같네요.


재미있는건 그리 오래가지 못할 인간관계라면 그때 좀 친분을 쌓고 같이 자리를 몇번하는게 전부라는 겁니다.

사람 마다 환경이 다르겠지만 인간관계라는게 그렇게 내가 많은 것을 바쳐가며 만들어야하는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네요.


물론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한 친구, 공통된 주제로 사는 이야기, 업계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동료나 지인이 있는건 좋은거죠.

다만 그런 인간관계의 시작도 우선 본인의 자존감부터 채워지고 상대방과 자신을 동등한 입장으로 바라봐야 가능하다는겁니다.


애초에 내가 이 사람을 동경하거나 우러러 보고 있고 혹은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 바라고 있는 느낌으로 접근한다면 그리 건강하고 오래가는

관계로 유지하기 어렵겠죠.


또, 사람 자체는 많이 가리지만 일단 어떤 집단에 몸을 담으면 어지간해서는 트러블을 만들거나 누군가에게 날을 세우지않고 둥글둥글하게 지내는것도

한 몫한다고 봅니다. 물론 저도 안맞는 사람, 싫은 사람이 있지만 이런 경우는 어차피 계속 볼 사이도 아니니 적당히 좋게좋게 지내려고 했구요.


그렇게 편하고 성격 유한 이미지가 되다보니 모임내에서 분쟁처리나 중재같은 일도 어찌어찌맡아서 하게 되더군요.

가장 힘들었던건 주로 이성분들이 모임내 성격이 강하거나 거친 인물들 좀 안보게 해달라, 안부딫히게 해달라는 식의 부탁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없는 얘길 만들어서 그런거도 아니고 그 정도면 저도 충분히 불편해하는 사람들이란 뜻이죠. 

가끔 그렇게 도저히 모임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타인을 괴롭게 하는 분들에 대해선 저도 참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 글을 쓰게된 이유가 술집이나 가게에서 가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면 그게 잘들어오는 편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술자리 이야기 주제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더군요. 사는 곳이 대학가라 그런지 학생들도 많은데 학생들은

특히 더 한 듯 보였습니다. 저는 요즘은 다들 취업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하는 줄 알았는데 당장 내가 속해있는 집단에서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많더군요. 뭐 직장인들의 얘기도 거진 거기서 거기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덜한 삶을 사는 것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복이 아닐런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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