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관도 얼마 없는데 저녁 시간이 맞아 두 번이나 운좋게 봤네요.

찰리 신을 제 친구들이 톰 크루즈 닮았다고 했는데 이 영화의 마틴 신이 제게는 크루즈 닮아 보였죠. 극중에서 베트공을 찰리라고 부르는데 카를로스 에스테베즈는 왜 하필 찰리란 가명을 택했는가 싶었죠. 카를로스도 C로 시작하니 알파 브라보 찰리의 찰리를 택한 건가. 이 영화에서 어린아이 중 한 명으로 나왔죠.<웨스트 윙>에서 바틀렛의 젊은 모습으로 마틴 신 아들 레이몬드가 나왔어요. 마틴 신이 아픈 동안 형제인 조 에스테베즈가 내레이션 대신했다고. 이 영화의 대사와 독백은 올해 본 <이중배상>못지않게 버릴 게 없어요.

마틴 신은 문명과 섞이질 못 합니다. 임무 하달받는 점심 식사 장면에서도 먹지를 못 해요. 브리핑해 주는 해리슨 포드도 헛기침하며 긴장했다는 게 드러나고 cia요원만 편하게 먹죠. 프랑스 농장에서도 먹지를 못 하고 와인을 마시지도 않고 문명화된 세팅 안에서는 긴장하고 섞여들이지를 못 하죠. For my sins,they gave me one이고 하는데 정부 요원을 암살하기도 했던 전력이나 호텔 안에서도 베트공을 생각하고 와이프가 이혼하자는 말에 예스라고 말할 때까지 아무 말 없었다는 걸 볼 때 전쟁에 사로잡혀 있을 대로 잡혀 있어요. 정글에서 암살 대상인 커츠의 자료를 볼 때서야 초콜렛 먹는 게 나오는 것 봐서 윌라드한테는 전쟁터와 임무가 더 편한 겁니다. 농장에서 만난 록산느는 살인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면도 있음을 일깨웁니다.

프랑스에 요리 유학 가려던 쉐프는 프랑스 어도 하고 헨리 밀러의 파리 생활을 다룬  <섹서스도> 읽고 애인과의 장거리연애를 계속 하려 합니다. 농장에서도 소스와 와인에 대한 감탄을 늘어놓으면서 문명과의 끈은 놓지 않죠. 미군과의 교신도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가 최후는 뭐.

랜스는 철저히 자연/야만에 동화되어 가죠. 유명한 서퍼이고  윌라드가 위기 상황마다 그를 빼냅니다.로버트 듀발이 연기한 또라이 서핑광 대령이 Do you want to surf or fight?이라고 물으며 부하 둘을 그 난리에 서핑시키는  와중에  그를 빼낸 것도 윌라드입니다. 윌라드는 총이라고는 쏴 본 적  있을 거라고 상상하기 힘들다고 랜스를 소개했는데 베트남 사람 배를 마주쳐 사람을 죽이고 lsd를 흡입합니다. 위장이라고 얼굴에 화장을 한 모습은 거츠 왕국 주민들과 비슷하고 그 곳에서 동화되어 물소 도살에 참가하는데 윌라드가 그를 빼냅니다. 농장에서 식탁 매너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을 탐하는 것은 무분별,비이성으로 흐르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 줍니다. 죽은 치프를 수장,즉 자연으로 돌려 보내고 강아지를 안고 다니다 없어지니 찾는 것도 랜스입니다. 윌라드가 마지막에 끌고 갈 때도 순순히 따라가고 보트 타고 떠날 때도 섬 사람들을 계속 바라봅니다. 전쟁에 물들기 쉬운,생각없는 젊음을 상징한 건가 싶어요.

<어둠의 심장>처럼 회상,후일담 형식인데 임무를 마친 윌라드가 군을 떠났을지는 모르겠네요. 군에서는 소령 진급을 약속했다고 독백하는 대목에서 나는 군에 있지 않다고 하는 걸로 봐서 사실 커츠의 왕국에 넘어갔다고 봅니다. They were going to make me a Major after this and I wasn’t even in their fucking army anymore”

커츠 살해는 역설적으로 커츠의 소망을 실현시켜 주는 거였고요. 살해할 때 커츠처럼 얼굴에 칠을 한 상태였죠.  파이널 컷에서는 윌라드가 떠나고 기지 폭발하는 건 안 나옴. 폭탄 투하해 다 없애 버리라는 커츠의 손글씨로 쓴 메시지를 따랐는지 안 따랐는지 불분명하게 처리.그렇게 해서 윌라드가 커츠에 완전 동화되어 타락했는지는 불분명해짐.

마틴 신의 얼굴 클로즈업이 많이 나오는데 배에서의 여러 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은 무력한 방관자보다는 차분하게 빠져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Clarity가 대사에 나와요. 다른 군인과 달리 윌라드는 암살자이고 필요하면 무자비한 면을 보입니다.

Snl 대부 패러디에서 존 벨루시가 말론 브란도 흉내내면서 말머리때문에 동물보호협회가 나 잡으려 함 이랬는데 물소 장면때문에 코폴라도 당시에도 곤욕 좀 치르지 않았을까 싶네요.


리덕스 판이 호불호가 갈리는데 20분 잘라낸 파이널 컷이 더 나은 거 같아요. 스콧 글렌은 대사가 파이널에서는 없네요.


바그너 음악이 깔리며 공습하는 장면은 솔직히 역겹다는 생각이 드네요.  <왓치맨>에서 닥터 맨하탄 베트남 전에 투입하는 장면에서 그 음악 나오는 건 적절함.


비토리오 스트라로를 비롯한 촬영팀한테 이탈리아에서 직접  파스타와 와인을 비행기로 공수했다는데 그만한 수고를 할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한 바탕 백일몽, 열에 들뜬 그림같은 질감이 있고 이게 음악과 어울려져 더 그래요


저는 예일대 역사학과 다니다 중퇴해 베트남 전 갔던 올리버 스톤이 비슷한 심정을 느낀 게 아닌가 싶네요.스톤은 훈장도 받았다네요. 


포스터 또 받아서 두 개나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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