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 스타 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나는 기와 함께 있고 기는 나와 함께 있다. 나는 기와 함께 있고 기는 나와 함께 있다."


미국-영국, 2016.     


A Lucasfilm Production, with Black Hangar Studios, Allison Shearmur Productions, Stereo D & Walt Disney Studio. 화면비 2.39:1, 2시간 14분.


Director: Gareth Edwards

Screenplay: John Knoll, Gary Whitta, Tony Gilroy, Chris Weitz

Producers: Kathleen Kennedy, Simon Emmanuel, Allison Shearmur

Executive Producer: John Knoll, Jason Gatlin

Cinematography: Greig Fraser

Production Design: Doug Chiang, Neil Lamont

Costume Design: David Crossman, Glyn Dillon

Editor: John Gilroy, Collin Goudie, Jabez Olssen

Music: Michael Giacchino

Visual Effects: Industrial Light & Magic, Stereo D, Blind Ltd., Hybride, Jellyfish Pictures, The Third Floor


CAST: Felicity Jones (진 어소), Diego Luna (카시안 안도르), Alan Tudyk (K-2SO), Donnie Yen (치루트 임웨), Wen Jiang (베이즈 말부스), Forrest Whitaker (소우 게레라), Ben Mendelsohn (오슨 크레닉), Riz Ahmed (보디 루크), Mads Mikkelsen (게일렌 어소), Genevieve O'Reilly (몬 모스마 상원의원), Jimmy Smits (베일 오르가나 상원의원), Valene Kane (라이라 어소), James Earl Jones (다스 베이더: 목소리), Beau Gadsdon (어린 시절 진 어소), Warwick Davis (위티프 츄비), Guy Henry (모프 타킨 지사), Alastair Petrie (드레이븐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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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써놓고 보니 1977년작 오리지널 [스타 워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있는데, 고치려고 하면 고칠 수 있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둔다. ^ ^ 아직도 [스타 워즈]를 안보신 분께는 (듀게에도 그런 분 있으시긴 하겠지? 자그마치 40년전에 극장 공개된 영화이니…) 미리 죄송한 말씀 드린다.


내 리뷰를 지속적으로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가레스 에드워즈의 영미판 [고질라]을 지지하고 (최근에 안노 히데아키의 [신 고질라] 를 보았다. 여러가지로 좋게 평가해줄 만한 한편이었고 특출난 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난 여전히 영미판 [고질라]가 제대로 된 괴수영화라고 생각하고 [신 고질라]는 괴수영화의 틀에서 탈피해서 다른 무엇인가가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스케일의 자연재해를 둘러싼 일본 사회의 반응을 다룬 블랙 코메디?-- 인상이 진하다) [로그 원]과 같은 형태의 스핀오프도 제대로만 해준다면 본편을 넘어설 수 있는 뭔가가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사람이다. 무엇이던지 시작은 미약한 것이 그 결과가 창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니 말이지. 


[로그 원]은 제 1편 [스타 워즈] (누누히 얘기하지만 나는 에피소드 6, 7 어쩌구 하는 계산법은 완전 부정하니 그리 아시라) 에서, 은하제국에서 막 완성하여 그 시운행 (試運行)에 나서고 있는 초병기 데스 스타의 약점을 포함한 일련의 정보가 어떻게 반군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플롯의 중심에 놓는다. 아이디어로서는 재미있지 않나? 1편에서는 당연히 그냥 배경 설명으로 지나쳐버린 정보를 맘껏 부풀려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고, [스타 워즈] 우주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게 어떻게 말이 되느냐" 라고 많은 비판과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데스 스타처럼 하나의 천연위성에 맞먹는 사이즈와 복잡성을 지닌 우주 기지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만한 환기구멍에 폭탄 하나 쏴 넣는다고 터져버린다" 는 설정도 "사실은 이런 이유가 있었다" 라고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준다는^ ^ 이점도 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옛날에 단순히 생각해서 써버리고 넘어갔던 이슈가 나중에 따지기 좋아하는 독자들 때문에 불거지면 난감하게 느끼는 분들이 대다수인지, 아니면 그냥 터프하게 무시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지 개인적으로는 궁금하다) 근데, 영화를 실제로 보고 있노라면 왜 데스 스타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약점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플롯을 가동시키는 맥거핀의 역할을 하고 마는 것이, 오히려 1회 [스타 워즈] 보다 덜 정교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아무튼 [로그 원]을 보고 난 나의 감상은 [깨어난 포스] 때 느꼈던 압도적인 즐거움과 기대감의 상쇄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한편이-- 예를 들자면 [뉴우요커]의 리처드 브로디의 "아직 만들지도 않은 영화의 예고편을 2시간 반 동안 멀거니 보는 것 같다" 라는 투의-- 공장 제품처럼 영혼이 없다, 어둡고 칙칙하다 등의 혹평에 값 한다고도 여겨지지 않는다. [로그 원] 은 여전히 잘 만든 한편이고, 잠시 [스타 워즈] 우주에서 떼어내서 고려하자면 [깨어난 포스] 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우세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기법에 있어서나, 캐릭터들의 존재감이나 설득력에 있어서나, [로그 원] 은 최소한 일반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기준에 맞추어 볼 때 월등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혹평을 퍼부은 평론가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나 또한 느끼는 이 껄끄러움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나의 나름대로의 해석은, [로그 원] 은 [스타 워즈]의 세계에 어떻게 자신을 끼워 맞출 것인가, 또한 어떻게 이 세계를 확장시키고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잠재적 관객들을 끌어 모을 것인가를 고민한 나머지, 오리지널 [스타 워즈] 시리즈가 지녔던, 그리고 [깨어난 포스] 가 멋들어지게 재구성했던 일종의 나이브함이 휘발되고 없어졌다는 것이다. 비유를 애써 하자면, [로그 원] 은 최근 잘 나가는 일본의 만화가가 70-80년대의 걸작 만화-- [바벨 2세] 도 좋고 [데빌맨] 도 좋고 [캔디 캔디] 도 좋다-- 를 실력을 발휘하여 강화-리메이크한 버전 같다: 작화는 더 디테일이 스며졌고, 캐릭터들은 멋있게 업데이트되었으며, 스토리와 설정은 전반적으로 세련되어지고 더 "개연성" 이 강해졌다. 그러나 오리지널이 지녔던 일면 황당하고도 감성적이며, 궁극적으로는 두뇌확장적인 매력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독자들이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고 이런 리메이크-업데이트판을 읽는 것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다)


이것은 [스타 워즈] 의 혼성장르적인 아이덴티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슈가 아닌가 한다. 쌍제이는 오리지널 [스타 워즈]의 가족멜로드라마적인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가레스 에드워즈는 그 부위에는 관심이 없거나, 다른 장르적인 요소와 같이 섞어서 희석시켜 버린다. 아버지가 제국의 과학자이고 데스 스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백그라운드가 있는 진 어소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부녀간의 갈등과 화해에 관한 요소를 집어넣기는 했지만, [깨어난 포스]의 가족관계의 대립에 비하면 부차적인 지위로 떨어진 채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매즈 미켈슨과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는 이 맥락상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으니 연기자들의 책임은 없다). 무엇보다도 [로그 원] 은 영화의 거의 2/3까지 우주판타지적인 요소를 박탈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게릴라 특공대-전쟁영화" 장르에 경도되어 있다. The Force (나는 여전히 "기" 라고 번역하기를 선호한다) 는 [로그 원] 에서는 다른 [스타 워즈] 작품들에서보다 더 확실히 종교적인 신념의 대상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며, 각종 병기며 무기들을 쿨하고 번쩍이는 완구물이 아닌 기능적인 한계를 분명히 가진 살인 도구들로 묘사되고 있다.


에드워즈가 이 한편을 전쟁영화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디에고 루나가 연기한 카시안으로 하여금 접선 끄나풀을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여버리는 등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특공대원의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끝에 도덕적 회의에 의해 잠식당하여 고뇌에 빠진 캐릭터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도덕적인 회의는 그러나 결코 자신들이 싸우기 위해 믿는 대의에 대한 진정한 의문이나 해체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2차대전을 철저하게 연합국측에서 다룬 전쟁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실제로, 카시안이나, 반군과도 틀어진 채 반제국 게릴라 활동에 매진하는 소우 게레라 같은 "비주류적" 캐릭터뿐만 아니라, 제다 시티의 묘사라던가 기타 은하제국의 변방에 속한 행성들의 사회적 묘사에서 시리아나 이라크와 같은 대국들의 국익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21세기 지구의 특정 국가들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닥터 스트렌지] 의 히말라야-티벳이 똑같이 헐리웃적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배려에 바탕을 두고서도, 완전히 판타지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것과는 반대편의 극점에 서있다). 이러한 "리얼" 하고 "사회비판적인" 묘사들 때문에 아마도 상당수의 한국인 평론가들이 [로그 원]을 [스타 워즈]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보다 높게 평가하는 양태를 보여줄 것이 이미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들은 진정한 사회비판적인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기 보다는, 이런 더럽고, 뻐근하고, 도덕적으로 애매한 요소들을 스스로에 융해시킨 지 오래된 "사실적 전쟁영화" 의 켄벤션에 충실한 에드워즈 내지는 제작진의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에드워즈의 스펙터클에 대한 뛰어난 심미안과 장인적 스킬이 이러한 사실적 접근과 결합했을 때 [로그 원] 만이 지닌 강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는 "또 데스 스타야?" 라고 불평의 대상이 되기도 할 만큼 [스타 워즈] 우주에 자주 등장한 데스 스타인데, 초월적이고도 경외스러운 파괴력을 지닌 "대규모 살상병기" 로서의 그 모습을 정치하게 그려낸 작품이 이제까지 [스타 워즈] 시리즈에서 등장한 일이 없었고, [로그 원]에 와서야 바야흐로 그 파괴력의 전모와 전율스러운 함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칼하다. 제다 시티를 데스 스타가 "가장 낮은 출력"으로 파괴하는 시퀜스의 숭고함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엄숙한 접근법은 에드워즈 특유의 것이며, 제다 시티의 잔해가 모래와 흙의 쯔나미를 이루어 덮치는 장면의 공포감에 비하면 [깨어난 포스] 의 스타킬러의 행성 파괴 신은 디지털 붓으로 그려낸 빛이 번쩍이는 라이트쇼에 불과하다. 또한 후반부, 정확하게 말하면 최후 1/3의 전쟁영화 액션 시퀜스는 편집, 액션 지도, 디지털 특수효과와 아날로그 액션의 버무림이라는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안개 속에서 움찔거리며 그 모습을 일부만 드러내는 임페리얼 워커가 근사한 장난감이 아닌, 금속으로 만든 공룡처럼 친근감이 배제된 위협을 전달해주는 것만 보아도, 프리퀄들의 중딩맞춤용 비데오 게임 같은 액션 시퀜스들은 [로그 원] 의 그것들과 그 임팩트에 있어서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캐릭터들의 운용 방식은 특공대-전쟁영화의 클리세에 복속되어 있으며, 이런 작품군에는 항상 그렇듯이 도덕적인 책임을 짊어진 리더들 (주인공 진과 반군 특공대장 카시안) 은 뻣뻣하고 재미가 없고, 부수적인 사이드킥 캐릭터들이 훨씬 더 생기가 있다. 난 사실 견자단 (도니 옌) 의 참가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가 연기한 맹인 승려 (TV 시리즈 [쿵푸] 생각이 난다) 치루트 임웨와 무려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에 출연했던 (그리고 무려 [악귀가 온다 鬼子來了]의 감독인!) 강문 (쯔앙웬) 이 연기하는 베이즈 말부스가-- C-3PO와는 달리 어떤 상황에서나 가장 직설적이고 눈치를 안 보는 대사를 내뱉는 드로이드 K-2SO 와 더불어--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남았다. 견자단이 "기"를 다루는 방식은 정말 무협영화랄까 자신이 몸담고 있던 장르의 컨벤션을 [스타 워즈]의 독특한 세계관과 연결시키는 점에서 너무나 스무드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져서, 탄복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하면 오슨 크레닉을 위시한 악당들이 다스 베이더의 특별출연적인 존재감에 짓눌려 버려서, 그림자가 얇게 되어버린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 최소한 나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꼈던 것이, [스타 워즈]에서 출연했던 일부 캐릭터들을, [트론] 리메이크판에서 제프 브리지스 연기자에게 구사했던 것과 동일하게, CG 아니메이션으로 다른 연기자들의 얼굴에 오리지널 배우들의 얼굴을 그려넣는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는데, 설정상 그나마 말이 되었던 [트론] 의 경우에 비해서도 기술적으로도 나아진 바가 없을 뿐더러, 몸과 목소리만 재현하는 새 연기자들에게나, 원래 작품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에게나 불명예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이건 내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굳이 이 기법을 써먹은 것은, 에드워즈 감독의 선호라기보다는 디즈니에서 개발하는 팀이 밀고 있는 것 같다. 디즈니 사령탑에서는 궁극적으로, 이미 고인이 된 배우들의 유족에게 푼돈을 지불한다든지 그렇게 초상권 문제를 해결한 후, 이 기법을 전면적으로 기용한 작품을 만들 생각이겠지. 난 [트론]의 경우는 그나마 그렇다고 치고, [스타 워즈]에서 이런 작태를 보여주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본다. 나에게는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중의 하나가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이다. 이렇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미 고인이 된 배우의 얼굴을 다시 그려 넣는다고 그 분이 다시 살아서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새로운 배우로 캐스팅을 하지 않고 이런 꼼수를 부릴 필요가 무어가 있단 말인가? 이런 CGI 로 그린 얼굴이 아무리 "진짜 사진" 에 가까워진들, 그것이 오리지널 연기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추잡하게 비역사적이고, 배우의 연기를 소도구 비슷하게 취급하는 무식 (無識: 지식이 없어서 무식이 아니라, 의식이 없기 때문에 무식한 무식) 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디즈니는 [스타 워즈]에는 다시 이 기법을 써먹지 말고, 데이빗 프라우스가 연기한 [제다이] 의 다스 베이더의 최후 장면의 팬 재생버젼이나 치사하게 초상권 따져서 틀어막지 말고 일반 공개 가능케 할 것을 충고한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르코스 카보타 감독의 [내가 니 애비다 I am Your Father] [2015]를 참조할 것)


에드워즈의 작곡가 선택도 실망스러웠다. 마이클 기아키노는 재능이 있는 작곡가이긴 한데, [깨어난 포스]의 존 윌리엄스에 비교하면 정말 모든 면에서 아니다. (어차피 극적인 부분에서는 윌리엄스옹의 라이트모티브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고) 제리 골드스미스 사후 존 윌리엄스옹이 이제 세상을 떠나시면 미국 영화음악계는 아마도 영원히 이 두 자리를 메꿀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모짜르트와 베토벤과 맞먹는 클래식 음악 작곡가가 나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윌리엄스옹 사후에 유일하게 대타로 맞설 수 있는 현존 작곡가는 [반지의 제왕]시리즈의 하워드 쇼어 뿐이지만, 심지어는 이분의 음악도 과연 [스타 워즈] 우주에 어울릴 지는 시도해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고질라]를 맡았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차라리 더 좋은 선택지였을지도)


결론적으로, [스타 워즈]의 열성팬이 아니거나, 팬으로 자칭한다 하더라도 그런 팬적 관심사과 상관없이 잘 만든 "어른스러운" 특공대-전쟁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께 오히려 추천하고 싶은 한편이고, 열성팬들 사이에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릴 수 있으며, 내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칭찬할 부분은 많았지만 마음이 열리고 눈시울이 떨리는 감동을 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보태자면, [로그 원] 의 정치적인 함의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본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개봉과 동시에 보이코트하자고 떠들었다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반군은 외계인도 포함한 다양한 인종 및 다양한 가치체계와 신념체계를 지닌 정치집단이고 "제국" 은 자기 능력에 도무지 못 미치는 포지션을 꿰차고도 불만에 가득차서 심술을 부려쌓는 왜소한 악당으로 대표되는 위선적인 "군사국가"로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에 가서는 이러한 전쟁영화가 지닌 "보수성"-- 한국에서 영화보는 평론가분들이 보통 생각하는 "보수성" 과는 다른 개념이다. 장르의 틀에 철저하게 자신을 가두고 벗어나려 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로그 원] 이 전쟁영화의 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현존하는 전쟁영화들, 특히 60-70년대에 나온 작품들을 좀 더 많이 보셔야 할것이다-- 에서 벗어나지 못하긴 하지만, 트럼프대통령을 앞둔 미국의 장르 팬덤 및 헐리웃 내 리버럴들의 우울한 심정 (과 미약하게나마 "아침에 매일 일어나서, 자식 새끼들 벌어멕이면서 계속 살아가려면" 가져야 할 희망)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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