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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미국-캐나다, 2017.       ☆☆☆☆


A Bull Productions/Double Dare You Co-Production, distributed by Fox Searchlight. 2시간 3분, 화면비 1.85:1, Arri Alexa XT/Mini, D-Cinema 48khz 5.1. 


Director: Guillermo Del Toro 

Screenplay: Guillermo Del Toro, Vanessa Taylor 

Cinematography: Dan Laustsen 

Production Design: Paul Austerberry 

Editor: Sidney Wolinsky 

Costume Design: Luis Sequeira 

Special Effects Makeup & Creature Effects: Victoria Arias, Mike Hill, Shane Mahan, Legacy Effects 

Music: Alexandre Desplat 

Visual Special Effects: Mr. X Incorporated. 


CAST: Sally Hawkins (일라이자 에스포지토), Michael Shannon (리처드 스트릭클랜드), Doug Jones (반어인), Richard Jenkins (자일스), Michael Stuhlbarg (호프스테터 박사), Octavia Spencer (젤다 풀러), Nigel Bennett (미할로프), Nick Searcy (호이트 장군), Lauren Lee Smith (엘레인 스트릭클랜드), David Hewlett (플레밍), Morgan Kelly (파이 만드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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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는 만화 박물관이 있다 (Cartoon Art Museum 이라고 불린다). 의외로 일본 망가와 또 한국의 출판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는 언더그라운드계통의 만화가 각광을 받는 곳인데 (규모로 따지자면 같은 도시의 월트 디즈니 박물관의 압도적인 위용에 쨉도 안되지만), 한번은 그 곳에 가서 쇼핑을 하다가 LGBTQ 만화를 진열해 놓은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한 만화 패널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었던고 하니, 바로 "아마존의 반어인 (半魚人)" (사실 이것은 일본에서 전래된 표현) 또는 "흑색 초호에서 나온 괴물" (creature from the black lagoon) 이라고도 불리는 괴물이 금발머리의 젊은 백인 여성을 덥썩 들어안고 정글 속의 늪지대를 성큼성큼 활보하는 그림… 인 것처럼 처음에는 보였다. 이 이미지는 50년대 이후 미국 괴물영화의 하나의 정형적인 상징성이 담긴 장면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비백인/원주민/피식민자 등의 타자 즉 "괴물"을 표상하는 반어인-- 폐와 아가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서 물속에서나 물 바깥에서 동시에 생활을 할 수 있는 괴인-- 이 아리따운 백인 여성을 "보쌈" 해서 어디론가 데려가는 그 이미지가 건드리는 상징적 터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물론 대다수의 영화에 있어서 그 괴물들은 이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기 전에" 백인 남성 주인공들에 의해 퇴치되고 마는 것이 상식이었다 (70년대에 이르러 각종 장르의 공식이 붕괴되면서 반어인 괴물들이 비키니 입은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고 착취적으로 보여주는 [심해에서 온 휴머노이드들 Humanoids from the Deep] 같은 작품들도 등장하게 되었는데, 로저 코어먼이 제작한 이 악명 높은 한편의 감독이 의외로 캐서린 피터스라는 여성이라는 사실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일화의 펀치라인은, 그 그림을 자세히 보니, 무시무시한 반어인에게 비키니 수영복도 안 입고 아주 발가벗은 채 안겨 있는 사람이 여성이 아니라 잘생긴 젊은 남자였고, 그 남자는 공포에 질린 표정 대신 뭔가 기대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얘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셰이프 오브 워터] 는, 내가 그 시치미 떼고 괴수영화의 공식을 슬쩍 뒤집은 만화 패널을 보고 박장대소를 했던 것과는 일맥 상통하면서도 또한 다른 의미로, 우리가 항상 건드리기 무섭고 쪽팔렸던-- 주류 사회의 비난과 멸시가 무서워서!-- 판타지 공식 뒤에 숨은 "진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치 없는 것처럼 깨끗이 말소되었던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 을 다 꺼집어 들어내어 어떤 관객도 애써 무시할 수 없도록 중심에 가져다 놓는 한 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추측하건데 이 한편을 한국에서 개봉할 때 모든 영화에 따개비처럼 따라붙는 "홍보성 규정" 은 아마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일반적인 수준에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 란 아마도 실사판 [미녀와 야수] 정도의 영화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는 [셰이프 오브 워터] 는 [미녀와 야수] 보다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에 훨씬 가까운 한편이다. 아니, 이제까지 한국 여성들의 욕망과 주체성을 줄기차게 무시해 왔던 한국 영화계의 실상에 미루어 보자면, 어쩌면 [아가씨] 보다도 더 격렬하게, 충격적인 호소력 (나는 "소구력" 이라는 이상한 업계 용어 쓰지 않는다) 을 지닌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가씨] 와 비교하더라도, [셰이프 오브 워터] 는 한국에서 공개될 때 많은 난관에 부딪칠 것이 예상된다. 이 영화가 거의 기본으로 깔다시피 하고 들어가는 30-50년대 괴물영화 (creature feature)나 고전 뮤지컬 그리고 지극히 인공적인 세트와 설정 안에서 정서적 고양을 연출해냈던 헐리웃 고전 멜로드라마 등 미국 영화의 전통에 대해 일반 한국 관객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것도 하나의 접근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내가 걱정되는 것은 그런 실상은 별로 높지 않은 진입장벽 보다 도, 이 한편이 대놓고 일부 "한국 남자" ("한남" 이란 "차별적" 표현 안 썼다. 됐지?) 들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아주 높고, 그 불편한 심기를 카무플라지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개연성이니 뭐니 신자유주의 비판이 제대로 안되어 있다느니 뭐니 하는 커피 끓이고 남은 찌꺼기 같은 "비판담론" 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점이 더 염려된다. 


언론기관이나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영화에 대한 정보가,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것에 대한 표면적인 지식을 떠벌리는 것이 가능하게끔 해 주는 수능시험 "문제집 독해"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구태의연한 공식적 표현에 뚜드려 맞추어서야 만이 어떤 문화 제품에 대해 "의미 있는" 담론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보니 (한국 *만* 그렇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니, 일반화의 오류라고 성급하게 비난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댁께서는 스포일러 쓰지 않으시려고 주의하신다고요? 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런 공식적인 언어로 규정 또는 묘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이 *진정한 예술작품*이 과연 어떤 대접을 받을 것인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이 한편이 어째서 그렇게 한국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스포일러로 진입하지 않고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굳이 시도를 해보자면, 첫째로 이 작품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감독적 성향을 따지기 훨씬 이전에, 그가 여성 작가 ([왕좌의 게임] 등을 작업한 바네사 테일러) 와 협업해서 집필한 각본이, 정부의 연구 시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여주인공 일라이자의 주체적인 시점에 온전히 닻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라이자는 사고로 말을 못하게 되었다는 비극적인 과거를 지녔지만, 결코 인생의 부하에 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허구 헌 날 영화나 TV 속의 판타지로 도피하는 "꿈 많은 소녀" 캐릭터는 더더욱 아니다. 그녀는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세상 사람들과 리얼리티와 계산에 바탕을 둔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뚜렷한 성적 욕망을 가진 성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일라이자가 매 아침 타이머에 맞추어 계란을 끓이고, 목욕을 하는 시퀜스에서, 벌써 우리는 그녀가 욕조 안에서 숨가쁘게 자위행위를 하는 신을 목도하게 되고 (여기서 나는 곧바로 박찬욱 감독이 연상되었다만), 디즈니적인 "어른들의 동화" 는 그 시점에서 이미 M78성운으로 초광속으로 날아가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으로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샐리 호킨스의 이 한 편에서의 연기는 분석을 거부하는 마법적인 위력을 지녔는데, 내 입장에서 가장 놀라왔던 것은 그녀가 대사 없이 수화와, 때로는 얼굴의 미묘한 변화만으로 표현하는 일라이자의 강인함이었다. 일라이자는 흔히 "로맨틱" 한 관계 라는 것을 [시애틀에서 잠 못 이루는 밤] 같은 작품들처럼 "어딘가에는 반드시 내 짝이 있을 거야" 따위의 수동적이고 운명적인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시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캐릭터다. 너무나 멋지게 재현된 고전 흑백 뮤지컬의 커플 댄스를 일라이자가 상상하는 시퀜스에서도, 호킨스의 연기는 항상 지상에 발을 디디고 있으며, 결코 여러 장르들에의 오마주에 일라이자의 캐릭터를 복속시켜서 붕 하고 풍선으로 띄워버리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가수가 전력을 투구하여 부르는 아리아처럼, 호킨스는, 예를 들자면 일라이자가 그의 이웃이자 친구인 자일스에게 "정부 자산 (asset)" 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수화로 격렬하게 표현하는 장면에서, 나와 같이 영화를 본 모든 관객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화면에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러한 파워를 거리낌없이 발산한다. 나는 그녀의 이 작품에서의 연기가 최소한 아카데미상 후보에라도 오를 것을 확신하고, 만일 오르지 못한다면, 이런 연기도 인지 못하는 주제에 무엇을 연기상을 주겠다고 주접을 떠는지? 그렇게 눈들이 삐었다면 오스카상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 


둘째, 꿈과 상상을 긍정적인 연료로 삼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적이기 이를 데 없는 일라이자 캐릭터와 대극을 이루는,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는 이 한편의 악역인 리처드 스트릭클랜드가, 대한민국의 "꼴페미" 들이 델 토로 감독하고 짜고 범세계적 음모를 꾸몄어도 도저히 이럴 수 는 없었을 정도로, 여성혐오적-가부장제적-남근중심적-갑질권위주의적- 백인중심적-인종차별적-군바리패권주의적-기타 등등-말로-다 할 수 없는-고추달린-개색기 기질-성향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존재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스트릭클랜드가 영화에 처음 등장해서 하는 짓이, 일라이자와 그녀의 절친인 흑인 젤다 ([히든 피규어] 에서도 출연했던 옥타비아 스펜서) 가 청소중인 화장실에 거리낌없이 밀고 들어와서 볼일을 보고는, 손 닦는 타월을 내미는 일라이자를 싸그리 무시하고 "진짜 남자는 오줌 싸기 전에 씻으나 나중에 씻으나 자기 맘이지. 그게 남자란 거야, 우하하" 라는 식의 일장 연설 (!) 을 하는 것인 다음에야! 말 다했지. 


북미의 리뷰 일부에 스트릭클랜드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라서 (그야말로) "개연성이 떨어진다" 라는 비판이 간혹 눈에 띄는데, 웃기는 짬뽕이다. 아마존의 반어인이 나오는 괴물 판타지 영화에서 50년대 냉전하 국가주의가 빚어놓은 백인 남자색기의 추악함을 코엔형제 영화 따위에서 보다 훨씬 더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황에 마주치니, 이게 18 뭔 일이여 하고 멘붕이 왔다, 라고 솔직히 고백해라 ([올드 보이]를 인종차별적인 언사로 매도한 것으로도 유명한 렉스 리드가 기예르모 델 토로를 "베니시오 델 토로" 라고 잘못 기입하는 바람에 트위터에서 존나게 까인 혹평 리뷰를 썼는데, 스포일러가 많으니 추천은 하지 않겠지만, 그 리뷰의 내용이 아주 웃기지만 의도치 않게 적절한 방식으로 이러한 주류 백인 남성 평론가의 "멘붕" 상태를 고백하고 있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 스트릭클랜드라는 작자의 발티모어에서의 일상 생활과 심리적인 디테일의 묘사-- 의외로 애정이 넘치는 자녀들, 그리고 남편의 출세에 올인해서 사는 인형같이 다듬어진 모습의 아내, 그가 새로이 구입한 청록색의 캐딜락, 다친 손가락 어떠냐는 안부 질문에 "보X쑤시는 데는 지장 없죠" 라는 식의 구역질 나는 "농담"으로 화답하는 태도 등-- 가 자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델 토로는 사상적으로 자기들이 "진보" 라고 믿으면서 어설프게 구축해 놓은 영화 안의 캐릭터들을 비웃는데 집중하거나, 아니면 각종 장르의 요소들을 레고 블록처럼 해체하고 조립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다른 감독들 (예를 들자면, 퀜틴 타란티노) 과는 달리, 경박한 "블랙 코메디/풍자" 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섬뜩하리만큼 논리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겉으로는 순풍에 돚 단 배처럼 출세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적개심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스트릭클랜드의 삶을 조명한다. 푹푹푹푹하고 기계처럼 피스톤 운동 섹스를 하면서, "조용히 해, 아무 말도 하지마." 라면서 밑에 깔린 아내의 입을 막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왜 저러고 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저것이 또한 50년대 세계의 패권국가로 발돋움 했던 미국의 "이상형" 남성들의 민낯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오싹 끼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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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캐릭터들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의 정밀성은, 조역들인 상업화가 자일스와 "정부 자산" 에 대한 순수한 학구심과 불가항력적인 정치의 검은 힘 사이에서 번뇌하는 생물학자 호프스테더에 있어서도 전혀 느슨해짐이 없다. [헬보이] 나 [패시픽 림] 의 조역 캐릭터들의 다분히 성기고 긴장도가 떨어지는 묘사에 비하면 같은 감독이 맞는가 의심이 들 지경이다. 특히 자일스를 연기한 리처드 젠킨스는 최소한 내가 본 작품들 중에서는 (아카데미상 후보작인 [더 비지터]를 본 일이 없으니 제일 중요한 비교 대상이 빠졌다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포일러니까 얘기 하지 않겠지만, 자일스처럼 "성적 긴장감이 없이 여성들과 친한 남성"이라는 캐릭터도 미국 영화의 하나의 스테레오타이프인데, 젠킨스가 연기하는 자일스는 일라이자와 마찬가지로 그 전형성을 외투 벗듯이 벗어 던지고, 경쾌한 (뮤지컬) 스텝을 밟으며 거센 바람에 가지를 굽히는 나무처럼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려는 외연 뒤에 숨은 두려움 (무엇보다도 세상에 능동적으로 간섭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실망과 더불어 실제로 닥쳐 올 수 있는 물리적 박해에 대한) 과 혼란의 심정을 결코 과장됨이 없이 전달해 준다. 마치 히치코크나 더글러스 서크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의 칼러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복잡한 "전형성"-- 찬찬히 뜯어보면 소위 "리얼리즘"을 내세운 영화들보다 결코 덜 진실되지 않는-- 을 연상시킨다. 


당연한 얘기지만, 타이틀 롤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의 반어인 캐릭터, "정부 자산" 의 실체화에도 이 전형성을 끌어안으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공력은 고대로 발휘된다. 이 양서류 괴인은 델 토로가 [헬보이] 의 에이브 사피엔을 통해 이미 한 번 구축해 본 존재이지만, 이 한 편의 "정부 자산" 의 경우, 완전히 만화-프랜차이즈적인 성격이 탈색되어 있고, 말하자면 "원전으로 돌아간"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디자인부터 더그 존스의 몸과 얼굴의 하반부 (이 반어인의 눈은 개구리의 그것처럼 눈꺼풀이 양 옆에서 가로로 닫혔다 열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가 관객들의 감정을 투영하기 수월한, 일반 외계인이나 에이브 사피엔의 그냥 "검은 눈동자" 와는 지극히 다른 인상을 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쉽사리 우리가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동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를 원용한 "육체적 연기" 에 이르기까지, 그 박진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진짜 같아 보이는 괴물"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상태의 고양-- 또는 성적 흥분?-- 에 도달하면 그의 몸에서 반딧불 같은 푸른 빛 (bioluminescence) 이 비치는 등의 시적이고 몽환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고 구비하고 있는 캐릭터다. 샐리 호킨스와 더그 존스의 연기적 주고 받음의 과정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노라면,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SF 판타지 작품들이 CGI 등의 특수효과에 밀려서 진정한 판타지 캐릭터와 인간 캐릭터와의 교감이라는 측면을 등한시 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임스 카메론, 조지 루카스, 피터 잭슨! 보고들 계십니까?). 


이 모든 것에 더해서, [셰이프 오브 워터] 는 금년 본 극장용 신작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편이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결코 쇼핑몰적인 "깨끗함" 이나 마블 영화적인 "매끈함"을 표방하지 않는 프로덕션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 화면에 그야말로 물이 스며들듯이 "번지는" 색채와 명암 (빛과 그림자) 의 아름다움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별로 드라마틱한 장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화면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눈물이 눈에서 흘러내렸다. 어떤 면에서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작품의 "기능적이고 생활적이면서 동시에 이질적인 세계"를 연상시키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고전적 헐리웃 영화들의 인공적이면서도 휴머니즘에 기조를 둔 색채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델 토로 감독은 그와 오랜 협동 작업을 해온 촬영감독 댄 라우스트센과 베네주엘라 영화 [해방자] 및 [폼페이] 등에서 대규모 프로덕션 디자인의 경험을 쌓은 폴 오스터베리 이하의 스탭들이 최고 실력을 발휘하도록 멍석을 깔아주되, 결코 지나침이 없이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델 토로 감독영화기 때문에 한 두 서너 군데 정도 "쓸데없이 과잉이다" 라고 느끼는 구석이 있기는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중 하나는 고양이와 관계된 불쾌한 에피소드다).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엔딩에서 무슨 기상천외한 "반전" 그런 것은 당연히 없고, 내용상으로는 웬만한 SF 판타지가 논리적으로 귀결점이라고 상정한 시점에서 끝난다 (크로넨버그 감독 정도는 되어야지 이런 엔딩을 와해시켜버리는 수준의 변태적인 상상력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겠다). 그런 면에서 단순히 관객들의 예상을 짓밟는 "플롯"을 가진 영화만 "오리지널" 이라고 믿는 싸구려 씨네필적 감성으로 접근하시면 당연히 "별거 아니네" 라는 반응 밖에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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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리자.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의심의 여지 없이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작이며, [판의 미로], [크림슨 피크] 등에서 보여주었던 유니크한 상상력 및 서정성과 [패시픽 림], [블레이드 2] 등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적 덕후적 공력이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된 작품이다. 나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 관람했고, 보는 동안 영화에 풀장에 빠져들듯이 몰입해서, 발끝부터 눈망울까지 온 몸의 신경에 다 해파리가 쏘듯이, 전기가 오르듯이 자극을 받으면서 보고, 보고 난 다음에는 아무런 용을 쓰지 않아도 몸이 부력으로 수면에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해방감을 맛보게 되는 그런 체험을 했다. 2017년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관람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학문적으로 이것저것 따지자면 [셰이프 오브 워터] 보다 더 사상적으로 훌륭하거나 영화라는 매체의 역사상 더 의미가 있는 영화도 반드시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러한 활동사진 고유의 마법을 보듬고 관객들에게 그 마법을 걸어서 딴 세상을 엿보게 해주는 작품들이 여전히 좋고, 그러한 활동사진들이 영화의 정수라고 여전히 우기고 싶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님, 그대는 이제 마스터의 반열에 드셨네요. 원래 팬이었지만 이젠 뭐 덕후성으로 보나 예술가로서의 기백으로 보나… 절 받으세요 el maestro!


그리고, 한국의 여성 SF 판타지 팬들이여 (당신들 분명히 거기 계시는 거 제가 압니다. 한국 주류 사회에서는 아예 존재 자체도 인정 못 받고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일라이자가 스트릭클랜드에게서 마치 투명인간 취급을 받듯이), 이 바다에서 헤엄치다 주운 보석같이 아름다운 조개 같은 한편이 극장에서 "한국 남자들" (한남이라는 "남혐적" 표현 안 썼다. 됐냐?) 난리 치는 알탕영화에 치여 죽게 놔두지 마시오. 


한국 개봉할 때 이 리뷰에다가 스포일러성 코멘트 더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 한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남친/남자 가족들이랑 알탕 영화 보러 가지 말고,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러 가시길 (이 한편을 보고 나서, 개연성이 어떻다, 내용이 별거 아니다 어쩌구 잡소리를 늘어놓는 "남친" 을 어떻게 하셔야 좋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이므로 내가 뭐라고 조언을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경고* 이 영화는 18금임. 다시금 말하지만 한국에서 어떻게 편집/자막 세탁을 하였든지 간에 원본은 분명히 어른들 보는 영화라는 것을 잊지 마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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