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최고의 블루 레이 리스트 듀나게시판에 올린다. 언제나처럼 물리적으로 2017년에 구입한 타이틀로 한정한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디븨디의 구입율이 전체 광학 매체 구입 (돈 쓰지 않고 공짜로 받은 타이틀도 포함-- 이것들의 약 반 이상이 디븨디임) 의 20% 를 밑돌았고, 학문적인 흥미를 돋구는 작품들 이외에는 상위 40위에 드는 타이틀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여러분들도 당해 보셨으니 (…;;;)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대통령선거의 결과가 그나마 제대로 빠져 나온 것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굉장히 머리가 나쁜 풍자작가가 끄적여서 무대에 올린 것 같은 3류 블랙 코메디 같은 정치-국제적 상황이 계속되었던 2017년이었지만 (물론 그 와중에도 여성들의 미 투 운동처럼 앞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 기대되는 전개도 있었으니까 일반론적으로 하는 말이긴 하다), 디븨디나 블루 레이를 수집하는 콜렉터들에게는 2017년도 도무지 두 눈을 믿기 힘든 보물-괴작-미친 타이틀들이 쯔나미처럼 쏟아져 나온 해였다.


작년에 특별히 나의 눈에 띄었던 트렌드를 몇 개 언급해보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콜렉터로서의 나의 주관적 시점에서 바라보고 적은 사항들이라는 것을 미리 언급해두겠다. 산업적인 평가라던가 진짜 통계적인 가치가 있는 연구의 반영은 당연히 아니다. 첫째는 블루 레이가 융성하면서, 세계적인 고전 영화 블루 레이 출시의 구심점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애로우 비데오의 성공적인 북미 시장 진출뿐 만 아니라, 원래 대서양 너머 크라이테리언과 맞서서 착실히 고전 걸작들을 출시해주던 유레카, 스튜디오 카날 등의 극장 배급사, 네트워크 등의 고전 TV 중심의 레벨, 한국의 영상자료원에 해당되지만 단순히 "영국영화" 이라는 국적에 연연하지 않는 British Film Institute, 원래 남들이 돌보지 않는 아트하우스 작품들을 챙겨왔던 Artificial Eye, 그리고 이제는 아예 북미 고전 영화를 맡아서 출시해주는 파워하우스 인디케이터 레벨까지 생겨나서 학수고대하던 고전 미국 영화, 고전 프랑스, 이탈리아 영화들이 리젼 B 로 하나씩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마 영국의 BFI 에서 자크 리베트의 [셀리느와 쥘리가 배를 타고 가다]를 아름다운 블루 레이로, 그리고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공포의 보수] 의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복원판을 내놓을 줄 누가 알았겠으며 (한번 물어보자.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타이완이나 타일랜드, 필리핀의 유서 깊은 역사적 걸작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복원판 블루 레이로 출시할 태세가 되어 있는지? 나는 실제로 영상자료원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돈만 있다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라고 생각한다. 근데 출시해도 과연 한국에서 몇 장이나 팔릴까?), 한 때 이탈리아 호러 영화와 착취성 장르영화 타이틀로만 알려져 있던 애로우 비데오가 현재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전집" 에 가까운 형태의, 열 편의 에릭 로메르 작품이 수록된 블루 레이 컬렉션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페데리코 펠리니의 최후의 극장공개 작품인 [달의 목소리] (1990) 까지도 번듯한 블루 레이로 출시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고전 영화를 확실히 겨냥한 "애로우 아카데미" 레벨의 경우, 스즈키 세이준의 타이쇼 트릴로지, 요시다 요시시게(키주우) 감독의 일련의 아방가르드 작품들, 사샤 귀트리 컬렉션 등 그 한 편마다 쏟는 정성과 학문적 열정이 가히 크라이테리언을 창피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면 마리오 바바나 다리오 아르젠토의 총천연색 호러 고전들의 출시는 뒷전에 밀린 형국이냐면 또 그런 것은 아니라서, 갈수록 이 부티크 레벨들의 고전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인디케이터 같은 경우는 아예 회사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것인지, 이미 미국에서도 소니-콜럼비아 등의 스튜디오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디븨디로 (일부는 블루 레이로) 출시된 레이 해리하우젠 특촬작품들을 정말 보석 세공하듯이 눈물겨운 노력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다시금 복원판 블루레이로 내놓는 미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데 말씀이죠. 자칭 영화 팬이라는 여러분들, 이래도 리젼 코드 해제해주는 블루 레이 플레이어 구입 안 하시려나요? 


둘째, (내가 뭐 좀 다른 형태로 이전에 예견했듯이) 스트리밍 시장은 영화제작자들이나 TV 채널들이 가져다 주는 콘텐츠를 팔아먹는 방식으로 장사를 해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상황에 이미 몇 년 전에 도달했고, 스트리밍의 실력자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그리고 이제 판에 뛰어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는 디즈니 등) 은 이제부터 케이블 TV 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오리지널 컨텐츠-- 특히 *극장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컨텐츠*, 당장 그게 뭔지 딱 집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은 아무도 없다. 현재 상황에서 지네들이 안다고 떠벌리는 놈들은 아마도 확실히 사기꾼. 넷플릭스도 지금 몇 개 프로그램들을 완전 폭망시킬 것을 각오하고 실험 중이다-- 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스트리밍 기술이 현 단계에서는 아무리 발전을 해 봤자 전파를 타고 컨텐츠가 넘어오는 이상, 퀄리티면에 있어서 광학 미디어 디스크를 완전히 때려눕힐 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모종의 혁명적인 진보 (SF 에 나오는 것처럼 전 세계를 통틀어 국가적-지역적 차이가 전혀 없이 동질한 퀄리티의 다운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성립된다 던지, 그런 정도는 되어야 얘기가 진전이 되지. 이런 것은 사실 기술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민족국가" 따위 18-19세기에 발명된 정치-경제체제의 쪼다스러움이 발을 잡는 것이다)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광학 미디어 매체, 천보 양보해서 개인소장용 고화질 파일이 스트리밍에 치어서 없어지는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작년까지는 이미 디븨디 특별판을 소유하고 있는 타이틀들은 될 수 있으면 새로 블루 레이로 구입하지 않으려는 내면적 밀당을 해왔던 것이 사실인데, 2018년을 기점으로 그 짓도 그만두려고 한다. 과거에는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구입한 블루 레이 판본의 화질에 실망한 적도 있었고, 단지 화질이 좋고 사운드가 좋다라는 것 만으로 같은 타이틀을 두 번 구입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72인치 4K 울트라 HD 월페이퍼 TV 를 구입하느냐 마느냐 하는 (작년에 이 모델의 값이 45% 가 넘게 떨어졌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시된 아나모르픽 확장도 안된 디븨디는 이제 다시 돌려보기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코멘터리나 서플이 수록되어 있다는 식의 특별한 예를 제외하면 과감히 처분하고 (그렇다고 해서 버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긴 하다. VUDU 해서 하는 것처럼 개당 한 3천원인가 내고 개인이 소장한 디븨디를 디지털 파일로 바꿔주는 서비스라도 해 볼 까 사안중이다), 새 블루 레이로 바꾸는 것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럴 때는 내 낮의 직업 (…;;;) 인 역사학자로서의 올바른 태도-- 자료는 무조건 보존!-- 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한숨).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2018년에도-- 캘리포니아 대지진 같은 천재지변이나 우리 집 은행 구좌가 작살난다 던지 하는 재앙이 벌어지지 않는 한에는-- 작년과 맞먹거나 더 많은 수의 블루 레이 디스크를 구입하게 될 것, 그리고 내년 1월에 작성하게 될 리스트에서도 마찬가지로 극심한 선정상 고민을 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 만 말해둔다. 


늘상 하는 말이지만, "최고" 라는 표현은 영어에서 말하는 My Favorite 의 번역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영화사적, 미적, 예술적 가치, 유명세, 심지어는 나의 개인적인 평가의 높고 낮음과도 관계없이, 나에게 "놀람" 과 "발견 (또는 재발견)" 의 경험, 다시 말하면 충격과 경외감을 안겨준 타이틀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었다. 작년도 선정된 타이틀의 수를 스무 편으로 줄이는 데 애를 먹었지만 2017년의 경우는 스무 편은 씨알도 안 먹힐 것이라는 것이 이미 12월 초에 명약관화했고, Mondo Digital 의 나타니엘 톰슨 평론가처럼 30편까지로 늘릴 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25편에서 어설프게 타협을 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이 25편에 선정이 안 된 2017년의 출시작들이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또는 불후의 명작이나 경악스러운 컬트작들이 아니어서 빠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 드린다. 


작년과는 달리, 선정되지 못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개별 엔트리에 조금씩 부연 설명을 하기로 한다. 항상 매년 1월의 마이 페이보릿 리스트를 읽고 있노라면, 뭐가 그렇게 주절거릴 말이 많은지, 내가 써 놓고도 한심하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아주 말을 안 하면 허전하기도 하고 그렇긴 하다. 다만, "유명하신 선수 분들 리스트에는 있는데 내꺼에는 빠졌어요. 근데 그건 내가 그 타이틀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중얼중얼" 이런 식의 변명조 "해설" 은 싸각싸각 잘라버렸다. 뭘 변명이셔, 누가 관심이나 가져준다고. 참고로 말씀 드리자면 위에서 언급한 에릭 로메르 컬렉션은 DVD Beaver 에서 스물 다섯 명의 업계 전문가들이 선출해서 집계한 베스트 블루 레이의 10위는커녕, 20위내에도 못 들었고 39위 (!) 에 겨우 올라가 있다 (Artificial Eye 에서 내놓은 아홉 편 들어간 아녜스 바르다 컬렉션은 77위…;;; 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베스트 100편에 타이틀이 올라가는 것 만 해도 어마무시한 성취다. 주류 사회에서 통용되는 "죽기 전에 봐야 하는 영화 200편" 이런 따위의 모음집이 얼마나 허망한 작태인가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면 최종 25 편 리스트로 진입한다. 영어 버전도 있고, 곧 Q Branch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요번에는 15편 이후의 영어와 한국어 타이틀 선정이 조금 다를 것이다. 꼼수나 마나, 여전히 말도 안되는 퀄리티의 작품들을 망연자실 상태에서 넘버 26 밑으로 도끼로 찍듯이 잘라냈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길. 영화의 타이틀은 될 수 있는 한 네이버에서 확인한 한국 공개 제목을 가져다 썼고, 특정한 경우에는 괄호 속에 원제의 직역을 삼입하도록 했다. 


25. 랫 핑크 Rat Fink (1965, Retromedia,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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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은 나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이 작품이나 레트로미디어의 관계자거나, 미국에서 영화 복원 내지는 2류 컬트영화와 관련된 일 내지는 연구를 하고 있는 분들이 아닌, 다른 모든 분들이 이제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일이 없는 영화라는 것을 확신한다. 레트로미디어에 의하면 이 작품은 헐리웃 저예산 착취영화부터 시작해서 로버트 알트먼의 [멕케이브와 밀러 부인], [롱 굿바이], 스필버그의 [슈거랜드 특급], [클로스 엔카운터] 까지 담당을 하면서 헐리웃 최고 촬영감독의 하나로 승격하게 된 빌모스 지그몬드 촬영감독이 [더 사디스트] 라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B급 범죄영화에 이어서 제임스 랜디스 감독 (존 랜디스와는 아무 관계 없음. 60년대에만 활동하고 그 이후는 은퇴한 듯) 과 협업한 한 편이다. 심지어는 극장에 공개되어서 꽤 괜찮은 평까지 받았는데, 이 한편으로 스타덤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을 맛본 스카일러 헤이든은 하와이에 가족을 데리고 가버린 채 소식을 끊었다.  세월이 흐른 후 70년대에 다시 영화계로 진출하려는 찰나에 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떴고, 극장에 걸린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 [랫 핑크]의 네거티브는 화재로 유실되었다. 그렇게 해서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영화 중 한 편이 될 운명이었는데... 2017년에 정말 우연하게 35밀리 프린트가 발견되었고, 레트로미디어에서 다시 이 프린트를 복원하여 블루 레이로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영화는 어땠냐고요? 위대하거나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기대에 보답하는 하드보일드하게 잔혹한 플롯과, 무엇보다도 봅 레이펄슨, 로저 코어먼, ([대부] 만들기 한 참 전 어린 각본가 시절의) 프란시스 코폴라, 몬티 헬만, 잭 힐 등의 60년대의 저예산 착취-인디영화 세력들과 공통된 반체제적인 울적함이 충만해 있고, 잭 니콜슨과 워렌 비티를 더해서 둘로 나눈 것 같은 나름 멋진 용모의 스카일러 헤이든의 연기에도 범상치 않은 처절함이 깃들어 있다. 간단히 말해서, 2017년의 "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덥석 샀는데 턱이 빠지는 놀라움을 안겨준 타이틀"로 선정될 자격이 있는 한편이다. 



24. 윌라드 Willard (1971, Scream Factory,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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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은 한국에 극장에 걸렸을 때는 분명히 내가 너무 어려서 보지 못했을 것이 확실한데, 이상하게도 신문지에 실렸던 공포스러운 광고와 TV 에서 브루스 데이비드슨이 연기하는 윌라드 청년이 "물어 뜯어! 죽여버려!" 라고 쥐떼들에게 명령하는 예고편의 영상이 뇌리에 여지껏 남아있다. 그런 반면 이 영화는 VHS 시절부터 디븨디 시대가 되도록 45년이 가까운 세월을 아무 곳에서도-- 심지어는 심야 방송 TV 프로그램에서도-- 본 일이 없는 "신비의 미견작" 으로 남아있었는데, 웬 일입니까, 언제고 믿을 수 있는 샤우트 팩토리의 호러 영화 전문 레벨 스크림 팩토리에서 마침내 블루 레이로 내놓아 주셨네요. 


[윌라드]는  "동물이 인간을 떼거지로 습격하는" 패닉 재난 영화-- 통상 알프레드 히치코크의 [새 (1965)] 로부터 시발되었다고 여겨지는-- 의 연장선상에서 주로 회자되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니,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연기하는 못된 아버지의 친구에게 득달과 쪼임을 당하고 살다가, 페트로 기른 생쥐떼들을 통해 마침내 원한을 푸는 데 성공하지만, 복수 하는 자 곧 무덤을 두 개 파라는 충고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파멸을 맞이하는 윌라드의 시점에 줄곧 맞추어져 있는 심리스릴러가 정체였다. 2017년의 "죽기 전에 한번은 보고 싶었는데, 마른 하늘에 벼락같이 하늘에 뚝 떨어져 출시된 타이틀" 로 선정하련다. 



23. 후라이트 나이트 Fright Night (1985, Eureka!,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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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시리즈로만 정신이 팔렸던 영국 레벨 유레카에서 "말도 안돼…" 라는 신음이 저절로 나오는 초절정 화질의 4K HD 트랜스퍼로 복원한, 80년대를 대표하는 흡혈귀영화. [사탄의 인형] 의 각본가 톰 홀란드가 그야말로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자신의 고전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표현한 한편이고, 옛날 호러 영화의 스타였지만 이제는 TV 심야 프로그램의 호스트짓을 하고 있는 왕년의 명배우 로디 맥도월과 "한밤중의 낯선 방문객" 을 휘파람으로 불면서 등장하는 흡혈귀 크리스 사란든 등, 배우들의 위트 넘치는 연기도 이 한편의 명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진짜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시리즈에 못지 않은 어마어마한 정성을 들여 인터뷰, 메이킹 오브, 캐스트 리유니언 등 각종 특전영상을 꾸역꾸역 찡겨 넣었는데, 그 중에서도 어마무시한 것은 2시간 26분 (!) 이나 되는 이 출시판을 위해 특별히 수주 제작한 (!!) 메이킹 오브 도큐멘터리다. 유레카! 제작진 어딘가에 이 영화의 광팬들이 포진하고 있나보지. 그렇지 않다면 어찌 이 상황을 설명함? 


2017년에는 유레카의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시리즈에서는 이례적으로 연말 리스트에 진입을 못 했는데,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2015, Eureka! The Masters of Cinema, Region B)], 카와세 나오미 감독의 [너를 보내는 숲 殯の森 (2007, Eureka! The Masters of Cinema, Region B)], 그리고 성룡의 대표작 [취권 醉拳 (1978, Eureka! The Masters of Cinema, Region Free)] 등이 주된 경합작이었다. 



22. 페어런츠 Parents (1989, Lionsgate Vestron Video Collector's Series,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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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스 엔카운터], [2010 우주 여행] 등에서 성격배우로 잘 알려진 밥 발라반이 감독으로 나선 [페어런츠] 는 50-60년대 미국 교외의 중산층 삶의 위선적이고 엽기적인 이면을 파헤치는 일련의 작품들 중 하나다. 아마도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 벨벳] 이 이 트렌드의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것일 텐데, 나에게는 [페어런츠] 의 일면 과격하게 주인공 마이클 소년의 내면세계에 깊이 잠입하는 묘사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왜 그런지 디븨디 시절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한 편인데, 라이온스게이트가 주로 80년대 VHS 시절에 베스트론이라는 회사에서 출시되어 유명세를 떨쳤던 장르영화들을 블루 레이로 복원한다는 기똥찬 기획을 미는 덕분에 HD 화질로 보게 되었다. 청명한 화질은 아니지만 89년 당시에 동부의 극장에서 보았던 약간 거칠고 어두운 화면의 질감을 너무나 잘 살리고 있어서 내심 약간 놀랐다. 


발라반 감독과 제작자 보니 팔레프가 등장하는 코멘터리 트랙을 위시해서 주로 스탭들과 엄마 역할의 메리 베스 허트의 인터뷰등 서플도 충실하다. 베스트론 비데오 시리즈로의 다른 타이틀로는 켄 러셀 감독의 유쾌한 괴수영화 [백사의 전설 Lair of the White Worm (1988, Region A)] 이 거의 리스트에 근접했다. 



21. 담뽀뽀 タンポポ (1985,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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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타미 쥬우조 감독은 아마도 쿠로사와-미조구치-오즈 이후로 일본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 북미 관객들의 애정을 가장 많이 받은 일본 영화인일 것이다. 이분이 매력이 넘치는 자신의 아내이자 굉장한 연기자인 미야모토 노부코와 같이 만든 일본 사회의 종교, 관혼상제의 풍습, 야쿠자, 보건 시스템 등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항상 내가 살던 동네의 아트 하우스 극장들을 꽉 채우고 많은 북미 관객들이 즐거워 하면서 관람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중에서도 [담뽀뽀]는 음식이라는 소재에 집중하여, 단편적이고 헐겁게 보이면서도 휴머니즘이 넘쳐나는, 명랑하고 은근히 눙치는 코메디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어딘가 무상감이 감도는 어른스러운 한 편이다. "라면 웨스턴" 이라는 우스개소리 비슷한 표현으로 곧잘 일컬어지는데, 90년대 말 당시의 일본 사회의 풍속상 따위의 시대적인 요소들을 떠나서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을 맛있게 빨면서 잠드는 샷을 마지막에 배치한, 젠틀하면서도 확연하게 인간의 집착을 포착하고 이해하는 이타미 감독의 시선이 아닐까. 처음으로 눈에 띄는 조역 자리를 맡은, 흰색 갱스터 스타일로 폼을 제대로 잡은 야쿠쇼 코오지 연기자 (당시 28세!) 의 활달한 "청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을 위시해서, 끝없이 맛있는 반찬이 딸려나오는 고급 호텔의 정식 같은 한편. 


크라이테리언의 서플멘트는 여전히 아름다우신 미야모토 노부코 여사의 인터뷰 등 충실한데, 재미있게도 "라면" 에 관한 일급 세프들의 인터뷰와 윌리엄 블랙모어가 집필한 여전히 라면과 일본 문화의 전파라는 주제의 인서트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에 대한 존중심과 영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듣는 곤 사토시 감독의 명작 [퍼펙트 블루 (1997, All the Anime, Region B)] 를 제치고 리스트에 진입했다. 기타 애로우 비데오에서 출시된 후카사쿠 킨지 감독의 [현경 대 조직폭력 県警対組織暴力 (1975, Region A)]와 [울프가이 불타라 늑대사나이, ウルフガイ:燃えろ狼男(1975, Region A)] 도 이 자리를 놓고 경합하였다. 



20. 위기의 남자 The Man Between (1953, BFI/Studio Canal,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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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카날에서 판권을 소유한 고전 영국 영화들을 BFI에서 정부의 문화 사업 펀딩을 받아 출시하고 있는 Vintage Classics시리즈에서, 캐롤 리드 감독의 [추락한 우상]에 이어 내놓은 한편. [제 3의 사나이] 처럼 배경은 베를린이지만 아마도 대놓고 냉전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또 그레엄 그린이 각본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지만, 나한테는 여전히 괄목할 만한 놀라움을 주는 영화였다. 리드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이 독일인과 영국인 연기자들이 맡아서 그려내는 "생활형" 악당들과 경찰, 관료, 그리고 제임스 메이슨이 연기하는 주인공을 무조건 신용하는 어린 독일 소년의 묘사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누락되거나 무시되는 캐릭터가 없고, [제 3의 사나이] 보다 훨씬 더 섬뜩하리만치 거대한, 폭격에 맞아서 무참하게 뭉그러진 빌딩들의 잔해 위에, 수북히 눈이 쌓인 초현실적인 배경 또한 강렬하게 다가온다. 메이슨은 조금 이상한 독일어 액센트를 제외하면 여전히 멋있고 복잡한 인물상을 조형하고 있지만, 이 한편의 진정한 스타는 이 한편이 거의 데뷔작이었던, 말도 못하게 아름다운, 당시 스물 한 살의 클레어 블룸 여사라고 단정할 수 있다. 



19. 해머 하우스 오브 호러 Hammer House of Horror: The Complete Series (1980, iTV Studios/Network,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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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에 한 번 말 한 것 같은데 고전 영미권 TV는 비데오가 아니고 35mm 필름으로 원본이 촬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을 블루 레이로 복원-재생할 경우 방영 당시의 시청자들이 한번도 볼 수가 없었던 극한 최상의 화질로 감상이 가능하다. 해머 스튜디오의 쇠퇴기에 등장한 불과 1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해머 하우스 오브 호러] 시리즈는, 일부에서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새로 HD 트랜스퍼가 된 그 모습은 마법으로 뭇 사람들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초절정의 미모로 회춘한 노회한 마녀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그 중 [심연의 수호자들] 이라는 에피소드를 실험적으로 1.78:1 의 와이드스크린으로 마스킹해서 수록하고 있는데, 그 에피소드뿐 만 아니라 상당수의 작품들이 70년대에 극장에 걸렸던 해머 작품들 못 지 않은 (어떤 면에서는 솔직히 능가하는) 각본과 연기와 비주얼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나는 솔직히 골백번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TV 시리즈인데, 이렇게 극장 영화를 능가하는 화질로 볼 수 있게 되다니 다만 감읍할 따름이다. 


네트워크에서는 기타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프로덕션 정보를 수록한 [UFO: The Complete Series (1970, iTV Studios/Network, Region B)] 블루 레이 세트도 내놓았다. 



18. 새로운 백부장들 [센츄리안] The New Centurions (1972, Powerhouse Indicator,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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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인디케이터 레벨에서는 처음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나 존 카펜터 감독작품들을 손대면서 예상할 수 있는 수순으로 (그래도 그 존재가 덜 반가왔던 것은 아니지만) 가고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니 이런 영화를 어떻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북미 고전 영화들을 마구 건드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콜럼비아 픽쳐즈와 계약을 맺고 본편과 같은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LAPD 의 형사로 재직하는 도중 쓴 소설이 대박을 터뜨려 전업작가로 나서게 된 조셉 웜보오 작가의 데뷔작을 (이제는 "거장" 이라는 타이틀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이 영화화한 [새로운 백부장들] 은 이어서 [세르피코], [프렌치 코넥션] 등으로 연결되는 70년대 경찰 드라마의 선두에 선 한편이다. 현재 북미 영화와 "미드" 계에서 가장 클리세화된 장르 중 하나인 "경찰들의 애환과 분노"를 다룬 영상물들 중 하나의 중요한 지표 (메르크말 Merkmal) 에 해당되는 작품인데, 조지 C. 스콧과 스테이시 키치, 그리고 제인 알렉산더의 연기를 보고 있기만 해도 압도되는, 70년대 미국 영화의 저력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한편이다. 인디케이터가 수록한 메이킹 오브 도큐멘터리도 스테이시 키치, 원작자 조셉 웜보오, 당시 LAPD 에서 웜보오의 파트너였던 리처드 코크 등의 관련자들이 등장해서 정말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LA의 경찰과 헐리우드가 서로서로의 이미지에 환상을 지니고 끌려들면서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키는 모양새에 관한 비화를 들려준다. 


인디케이터에서는 2017년에는 기타 숀 코네리 주연의 [도청작전 The Anderson Tapes (1971, Powerhouse Indicator, Region Free)], 미아 패로우의 정밀한 맹인 연기가 돋보이는 역시 리처드 플라이셔 감독의 [악은 보지 말지어다 See No Evil (1971, Powerhouse Indicator, Region Free)] 등의 추천 타이틀들도 출시했다. 



17. OSS 117 Five Film Collection (1963-1968,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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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원래 버스터 키튼 등 사일렌트 영화의 출시에 주력하던 키노 로버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전혀 기대하지도 않고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고전영화들을 무데기로 쏟아냈는데, 그 중에서도 경악스럽게 놀라왔던 것이 이 프랑스에서 만든 "OSS 117" 시리즈 다섯 편의 등장이었다. 이 작품들은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말도 안 통하는 AFKN 의 흑백 화면을 멀거니 보면서 "이거 뭐지. 보아하니 007 영화의 빠꾸리 인가 봐? 배경 화면은 좋고 여자 배우들은 이쁘네. 저 주인공 배우는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라는 류의 애가 타는 감상밖에는 할 수 없었고, 레나드 몰틴 등의 "별점 평가" 영어 책들에 눈이 닿으면서 "007시리즈의 그저 그렇고 그런 아류작" 이라는 무시에 가까운 평가만 기억하고 있던 활동사진들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최소한 2K 이상이라고 생각되는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의 칼러풀하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화질의 트랜스퍼와, 미셸 마뉴의 우아한 재즈 스코어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프랑스어 사운드트랙 (!)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 영화들의 실제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의견이 분분할 수 있겠으나, 일단 한가지 확언을 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들은 "007의 싸구려 아류작" 들이 아니라는 것이고, 나에게 가장 놀라왔던 것 중 하나는 맨 처음 만들어진 두 편에서 위베르 보니쇠르 드 라 바트 (때로는 위베르 바르통) 이라는 황당한 이름의 OSS 미국인 첩보원 (!!) 을 연기하는 [신배드의 7인의 항해] 의 주인공 커윈 매튜즈가 보여주는 정갈한 스파이 히어로상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 대사를 읊으시는 듯?!). 결과적으로 그냥 심심풀이 내지는 호기심 만족용으로 볼까 하고 구입했다가 완전 신 세계를 발견하는 경험을 한, 작년 블루 레이 관람기 중 대표적인 예가 되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가 남들이 (떨거지 같은 프린트나 VHS 등에서 저질 트랜스퍼, 13류 영어 더빙으로 봐 놓고) "별 거 아니다" 라고 한 줄 리뷰로 써 붙인 것을 별 생각 없이 읽어보고, 결과적으로는 영원에 근접하는 세월 동안 놓치게 되는, 나름대로 가치 있는 활동사진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 생각하면 새삼스럽게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키노 로버 레벨은 밑의 상위 리스트에도 재등장 할 것이지만, 여기서는 일단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의 고전 서부극 [부러진 화살 Broken Arrow (1950, Kino Lorber, Region A)] 과 리 마빈과 미후네 토시로가 연기 격돌을 하는 존 부어먼의 이색작 [태평양의 지옥 Hell in the Pacific (1968, Kino Lorber, Region A)] 도 충분히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만 언급하겠다. 



16. 기숙학교 La Residencia/The House That Screamed (1970, Scream Factory,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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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의 역사에 통달한 분들께서는 아마도 이름 정도는 들어보신 일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스페인 호러의 거장 나르시스코 이바녜스 세라도르 (임산부 내지는 우울증 있으신 분들은 절대로 봐서는 안 되는 [어떻게 어린이들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가 대표작이다) 가 제작해서 일본에서는 미소년 연기자 존 몰더 브라운의 인기몰이 때문에 [상아색의 아이돌] 이라는 괴이한 제목으로 극장 공개 되었던 한 편인데, 이 작품도 영어 더빙판으로 10분 이상이 잘려나간 "미국 상영판" 만 계속해서 시장에 돌아다녔었다. 결국 스크림 팩토리에서 도맡아 평소의 실력을 발휘했다. 스페인어판을 깨끗하게 복원함과 동시에 이제는 60대가 된 존 몰더 브라운과 영화 안에서 주역인 크리스티나 가르보를 못살게 구는 일진 여학생으로 나오는 메리 모드 연기자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는 특별판을 내놓았다. 


아이고 좋은겨! 이런 화질로 감상할 수 있게 되니, 비로소 이 한편의 심리 호러영화로서의 공력이 제대로 드러나고, [서스페리아] 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심증도 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만한 모양새가 갖춰 지는 게 아니냐고 말이지! 작년 출시작 중에서 호러 팬으로서의 까맣게 오래된 리퀘스트에 부응해 준 한 편으로 꼽고 싶다. 



15. 리퀴드 스카이 Liquid Sky (1982, Vinegar Syndrome,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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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스카이] 같은 영화의 정체를 한 문단 정도로 요약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얘기다. 이 극한적으로 80년대적인 뉴욕 펑크-뉴 웨이브 패션-저예산SF-초현실주의-퀴어 멜로드라마-아주 아주 아주 지랄맞게 뽕 빠는아방가르드 독립영화를 나는 (여기서 잘난 척하기) 극장에서 봤다는 거 아니겠심까. 그래도 설마하니 뉴욕 42번가의 쥐새끼들이 뾰로록하고 통로를 쏘다니는 극장에서 틀어주던 포르노 같은 과거의 착취성 작품들을 블루 레이로 툭툭 내놓던 비네가 신드롬 ("식초 증상" 이라는 이 표현이 뭔가 에로틱하고 변태적인 의미를 지닌 거 아닌가 하는 분들도 계실 지 모르겠는데, 사실 이것은 멀쩡한 업계 용어로써 아세틴 코팅을 한 셀룰로이드 필름에서 수분을 흡수한 아세틴 성분이 초산으로 변질되면서 필름을 열화시킴과 동시에 지독한 식초 냄새를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말하자면 이 레벨은 "영화 필름을 뒤늦기 전에 보존하자" 라는 결의를 담고 있는 명칭인 셈이다) 에서 진짜 무식한 화질의 4K 트랜스퍼로 출시해 줄 줄은 몰랐네. 


더도 말고 모든 영화를 보는 체험이 [리퀴드 스카이] 같다면 영화라는 매체는 보건복지부의 관리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어느 정도 컬트냐면… 이 영화를 중심으로 뉴 웨이브에서 엘렉트로클래쉬라는 서브 장르가 하나 생겨났고 그 계보를 따라가면 레이디 가가나 피치즈 (메릴 베스 니스커) 같은 라이브 퍼포먼스, 패션쇼, 그리고 엘렉트로닉이나 테크노 스타일의 음악을 섞어서 공연하는 음악인들에게까지 가 닿는다. 모르셨지? 


이 리스트에서 아마도 이제까지 못 본 분들에게 "보시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 라고 일러드리고 싶은 한편이자, 보신 다음에 그 전까지 지니고 있던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선입견이 안드로메다로 날라가 버릴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타이틀인데, 뭐가 어찌 되었던 간에 비네가 신드롬의 블루 레이 이외에 다른 어떤 경위로든 이 작품을 이렇게 고화질로 보게 될 가능성은 아마 전무할 것이다. 감독 슬라바 쭈커만과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 주인공을 동시에 (!) 연기한 앤 칼라일의 인터뷰 등 서플도, 약간 빈티가 나지만서도 진솔하게 수록되어 있다. 



14.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1973, Arrow Video,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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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 눈] 이 (그 사상적 함의나 심리적인 복합성을 배제하는 듯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가장 훌륭한 서부극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진네만과 같은 고전기 헐리웃 감독들의 실력을 과소 평가하는 평론가나 글 쓰는 이들의 의견은 신뢰하지 않는다. [자칼의 날] 같은 영화의 파워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무슨 올리버 아사야스나 마이클 만을 위대한 영화작가로 추켜세우고 칭송을 퍼붓는다 한들, 최소한 나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불만이시면 지금 당장 대한민국에서 [자칼의 날] 같은 영화 하나 찍어보시지. 소재는 많을 텐데? 연기자들도 실력을 갖추고 있고. 그러나 김신조 사건을 모티브로 [실미도] 같은 작품을 만드는 사회의 사람들이 과연 그야말로 잘 벼려진 면도칼로 베는 것 같은 이 한편의 냉철한 예리함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이 타이틀은 심지어 애로우 "아카데미" 도 아니고 그냥 애로우 비데오 출시작이다. 이대로 가다간 애로우의 독불천하가 곧 오게 될 거다. 크라이테리언이여, 창고에 짱박아둔 고전 영미권 타이틀에 안주하고 있다간 큰 코 다치게 될 것이다, 경고한다. 



13. 最後의 證人 (1980, 한국 영상자료원/Blue Kino, Region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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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에서 출시한 [최후의 증인] 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과 마찬가지로, 70년대의 암울한 군사 독재하에서 이제 새 세상을 열려는 민중들, 힘없는 사람들의 활화산 밑에 들끓는 용암과 같은 에너지가 막 분출하려는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한편이다. 김성종의 원작에 바탕을 둔 미스터리 스릴러이자, 전 계절에 맞추어 정성일 촬영기사가 담아낸 전라도와 서울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명중 선생이 연기하는 주인공 형사가 끝도 없이 헤매는 로드 무비이기도 하고, 자기의 핏줄에 연연하지 않는 착하고 인간다운 사람들일수록 가차없이 짓밟는 한국 현대사의 무자비한 수레바퀴에 맞서는 한 마리 사마귀의 필사적 저항의 제스처 같은 한편이기도 하다. 이두용 감독의 원래 의도했던 2시간 34분 판본의 네거티브를 (극장용 프린트에서는 무려 38분이 삭제당함. 이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각 조역 캐릭터들에 대한 진지하고 사려있는 접근 방법 때문에 "쓸데없는 군더더기"로 여겨지는 장면들은 극히 적다) 4K 블루 레이로 복원한 영상자료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젊은 관객 여러분들은 이런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1987] 같은 작품이 2017년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영상자료원에서 내놓은 작년 출시작 중에서는 [별들의 고향 The Heavenly Home to Stars (1974, 한국 영상자료원/Blue Kino, Region Free) ]도 한국 영화 연구자-고전 영화 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물론 Mondo Macabro 와 디븨디 프라임에서 동시에 다른 트랜스퍼로 출시한 (후자는 작년12월30일 출시라 아직 확인은 못 했지만) [깊은 밤 갑자기 Suddenly in the Dark (1981, Mondo Macabro, Region Free/G마루, Region Free)] 도 언급 아니할 수 없겠다. 아직도 1999년 이전의 한국 영화에는 여러 젊은 분들이 알지도 못하는 걸작-수작-괴작들이 산적해 있다. 바다에 떠 있는 독도 같은 바윗덩어리 가지고 난리 칠 기운이나 경제력이 있는 "민족을 사랑하시는 분들" 께서는 한국 영화 보존하는 데 그 기운이며 경제력일랑 하나도 빼지 말고 다 꼬나박으실 것을 충심으로 부탁드린다. 


12. 울프 선장 The Sea Wolf (1941, Warner Archive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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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잊어서는 안 될 레벨 중에는 워너 아카이브도 있다. 워너 브라더스는 블루 레이-HD 디스크 전쟁 ("청홍 대전") 때부터 남들보다 신중하게 천천히 움직이는 자이언트라는 느낌을 주는데 (그 때문에 믿음직스러운 점도 있고, 얄미운 점도 있다), 이제는 한 달에 서너 편씩 꾸준하게 블루 레이를 내놓으면서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 수요 중심이라는 레토릭에 걸맞지 않게, 가끔 놀랄 만한 수준의 복원판 블루 레이를 내놓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1941년에 제작되었지만 전쟁통에 상영 기회를 놓치고, 1947년에 겨우 극장에 걸렸을 때에는 무려 14분이 삭제된 "축약본" 이 되었고 (그럼에도 박스 오피스에서는 대히트를 쳤다) 그 이후 70년동안 1시간 40분의 오리지널은 공개된 일이 없다는 엄청난 사연의 소유자인 [울프 선장] 이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복원판의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 [카사블랑카] 의 감독인 마이클 커티즈는 그 기라성 같은 작품들의 면면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학계의 주목을 하워드 호크스나 존 포드는 고사하고, 존 휴스턴이나 빌리 와일더 만큼도 받지 못했던 연출가인데 (이제는 대규모 연구서도 출판되었다 하는 등, 사정이 좀 달라지는 모양이지만) 존 런던의 소설의 영화화인 [울프 선장] 의 완전판이 지닌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면모와 그 강렬한 연출력은 가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바가 있다. 


사족이지만, 한국에서 완전판이 시네마테크 상영을 하게 될 경우 꼭 봉준호 감독 내지는 [해무] 의 심성보 각본가-감독이 GV 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해무] 를 집필하기 전에 [울프 선장]을 보셨던 것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워너 아카이브의 다른 출시작으로는 오드리 헵번와 알란 아킨 주연의 [어두워질 때까지 Wait until Dark (1967, Warner Archive Collection, Region A)] 와 [환상 특급]으로 유명한 로드 설링의 각본을 존 프랑켄하이머가 연출한, (아마도 맥아더 장군을 모델로 한) 미 육군 우파 장군의 군사쿠데타 계획을 다룬 [세븐 데이스 인 메이 Seven Days in May (1964, Warner Archive Collection, Region A)] 도 딴 때 같았으면 리스트에 진입했을 타이틀들이다. 


11. 장미의 장례행렬 薔薇の葬列 (1969, Cinelicious Pics,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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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슬픔의 벨라돈나] 를 출시하여 나를 기얌을 하게 만들었던 시넬리셔스 픽스에서 요번에는 [장미의 장례행렬] (다음 영화에는 [장미의 행렬] 이라는 제목으로 적혀 있는데, 어떻게 안될까? "장례행렬" 하고 "행렬" 하고는 의미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어떤 영화 데이터베이스에서 [딸도 아닌 해원] 이라는 제목으로 기록해놓으면 어떻게 보이겠나?) 이라는 기막힌 선택을 했다. 이 한편은 사실 그렇게 덜 유명한 작품은 아니고, 비유럽권의 퀴어 영화를 논할 때에는 빠질 수 없는 제품이긴 하다. 유레카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시리즈에서도 별다른 서플이 없는 디븨디를 2006년에 내놓았었는데, 기다리길 잘 했다. 


시넬리셔스의 4K 트랜스퍼의 화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서플이 엄청난데, 한때 공산당 당원이었고 세계적 작곡가 타케미츠 토오루 등이 참여한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단체 "실험공방" 의 멤버였으며, 도큐멘타리 작가들의 모임인 기록영화작가협회를 주도했던 감독 마츠모토 토시오의 단편작품이 1961년부터 1975년까지 여덟 편 (!) 이 수록되어 있다. 그냥 [장미의 장례행렬] 의 출시가 아니고 "마츠모토 토시오 선작집" 의 출시라고 봐야 될 것이다. 


언제 이 영화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빈번하게 실존 인물들을 인터뷰한 도큐멘타리 장면들을 삼입하는 이 도전적인 활동사진은 게이나 레스비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헤테로분들에게 뿐만 아니라, 게이-레스비언 정체성에 대해 일면 확고한 이념적 신념을 지닌 게이-레스비언 분들께도 지극히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만 말 해 둔다. 


10. 대홍수 Deluge (1933,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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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로버의 활약상이 눈에 띄는 2017년인데, [대홍수] 는 아마 요즘 젊은 분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활동 사진, 즉 자그마치 84년전에-- 여러분들에게 "옛날" 이라는 개념은 한 20년 전의 일, 아닌가요? 30년전의 일인 [1987년] 을 인터넷과 언론매체에서 마치 일제 시대 배경의 사극 다루듯이 논의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런 느낌이 안 들 수 없슴다-- 특수효과를 대대적으로 사용해서 세계 멸망을 극명하게 묘사한 대재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정말 뺨을 꼬집어야 할 정도로 재미있다! 검열제도인 프로덕션 코드가 들어서기 전에 제작된 이른바 "프리 코드" 영화인데, 그야말로 "옛날 영화" 적이지 않은 직설적인 묘사와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다. 세상 (서양 문명) 이 파멸한 이후의 미국 사회의 야만성으로의 복귀가 충격적으로 그려지고, 그 와중에 남성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젊은 여성 주인공이 돋보인다. 금상첨화는 거대한 쯔나미에 휩싸인 채 모래로 만든 성채처럼 우루루 쿵쾅하고 무너지는 뉴욕의 마천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당연히 포함!-- 의 장대한 스펙타클이 특수효과의 "고색창연함" 에도 불구하고 가감없이 전해 진다는 점이겠다. 


키노 로버의 수려한 복원판에는 고전 특촬 영화 전문가 리처드 할란 스미스의 상세한 코멘터리와 더불어, 너무나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페기 섀넌이 주연한 1934년도 영화 [백 페이지] 가 통째로 수록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올리브 필름에서 이 [대홍수]의 특수 촬영 장면이 "도큐멘타리 재난" 을 "실제 촬영한" 화면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 에 등장하는, 비주얼 미디어를 조종해서 정치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획책하는 재벌 (!!) 의 음모를 그린 1939년도의 괴작 [S.O.S. 대해일 S.O.S. Tidal Wave (1939, Kino Lorber, Region A) 도 역시 2017년에 출시했다는 사실. 우연의 일치인지? 


9. 오델로 Othello (1952/1955, Criterion Collection,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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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즈의 셰익스피어 각색작들은 이제 디븨디도 아니고 블루 레이로 전작이 출시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오호라, 이 거장께서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런지. 아니면 오히려 "아, 이런 거지 같은 실패작을 왜 만천하가 다 보게 또 꺼집어내나!" 라고 불편해 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영미권의 고전 영화를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않겠는가? [오델로] 역시 여러분이 넘겨짚을 만한-- 배우들이 폼을 잡으면서 알아듣기 힘든 중세 영어 대사를 빠르게 치는 "연극적인"-- 영화가 전혀 아니다. 기절할 만큼 적은 예산을 들여서 모로코를 위시한 실제 중세-근세 유적들을 로케이션 촬영지로 활용하여 만든 [오델로] 는 "연극의 영화화" 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오히려 아방가르드 실험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거의 강박적으로 파편화된 편집과, 숨이 딱 멎을 정도로 놀라운 빛과 그림자의 원용이 1 초 1 분마다 눈을 떼놓지 못하게 하는 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델로 역의 웰즈는 그야말로 눈물을 펑펑 쏟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심야의 종소리/폴스타프] 에서의 폴스타프 역으로 보여준 연기와는 극단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속내를 짐작하게 힘들게 만드는 "경직된" 인물상을 보여준다. 이것을 웰즈의 계산의 실패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서트 에세이의 제프리 오브라이엔이 주장하듯이 웰즈 자신의 영화작가로서의 에고를 투영한 캐릭터 해석 방법의 하나로 볼 것인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셰익스피어극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 대해 연구하거나 영화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웰즈의 크라이테리언 복원작들은 하나도 빼지 말고 챙기셔야 할 것이라는 거다. 크라이테리언의 [오델로] 블루 레이는 1시간 33분짜리 1952년 "유럽판" 과 1시간 31분으로 웰즈가 다시 축약한 1955년 "영미판" 을 잡티 하나 없는 4K 마스터로 수록하고 있으며, 감독 피터 보그다노비치와 웰즈 전기 학자 마이런 마이셀의 코멘터리를 위시하여 프로덕션과 웰즈 이외의 다른 연기자들에 대한 서플로 꽉 들어차 있다. 


8. 불사의 괴물 칼티키 Calitiki The Immortal Monster (1959, Arrow Video,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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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이것도 와, 이런 영화를 화질은 좀 너덜너덜하지만 그래도 마침내 디븨디로 볼 수 있다니 황송하다, 라는 생각을 한 것이 엊그제 였는데, 애로우에서 "우리가 이런 타이틀을 그냥 넘기고 지나칠 줄 알았느냐 우매한 중생아!" 라고 대갈일성과 함께… 뭐 나의 뇌내망상이긴 하지만... 잡티 하나 없는 카메라 네거티브의 2K스캔을 거친 복원판 블루 레이로 내놓았다. [칼티키] 는 원래 미국영화 [더 블롭] 에서 나오는 부정형 아메바 괴물을 빠꾸리한 졸속 프로덕션인데, 감독은 리카르도 프레다로 되어 있지만 특수 기술과 촬영을 맡은 이는 다름아닌 마리오 바바인지라, "말로만 듣고 부지직거리는 쓰레기 같은 화질로라도 본 적이 없는" 세계중의 고전 호러 팬들이 군침을 흘리는 타이틀이 된 지 오래였다. 부정형 괴물이 사람을 뼈까지 녹여서 잡아먹는 장면 등은 광학적 합성을 거의 쓰지 않고 미니어처와 물리적인 특수 효과를 활용해서 근사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런 디테일까지 가지 않아도 멕시코 사원 내부의 흑백 촬영 등은 그냥 예술이다. 


무슨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영화 수준의 HD 트랜스퍼를 해 놓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할 판인데, 애로우에서는 다른 회사들과 무슨 특별판 터질 때까지 우겨넣기 경쟁이라도 하는 것인지, 와이드스크린으로 매팅 하지 않은 1.33:1 판본도 수록하고, 이탈리아판 디븨디의 적당히 그런 영어 자막도 싸그리 다시 새로 하고, 팀 루카스와 트로이 하워스라는 두 선수들의 오디오 코멘타리를 *따로* 녹음하는 등, 질릴 정도로 많은 서플이 따라 온다. 


7. 서스페리아 40 주년 기념 4K 복원판 Suspiria (1977, Synapse Films,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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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차 얘기한 내용이지만, 2000년대에 디븨디 시대가 들어서면서 가장 큰 덕을 본 영화작가는 큐브릭도 아니고 스필버그도 아니고 브라이언 드 팔마도 아니고, 당연히 VHS 도 제대로 나오기 전인 1980년에 세상을 뜨신 마리오 바바도 아니고, 다리오 아르젠토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에 당시로서는 압도적인 화질의 디븨디로 앙커 베이와 블루 언더그라운드에서 출시된 이후, 이탈리아에서 제공한 블루 레이 스캔의 퀄리티가 일부의 팬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과연, 이 색깔의 광란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호러영화의 제대로 된 블루 레이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었다. 끝내는, 자그마치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랩에서 원용한 것과는 다른 소스를 써서 그야말로 프레임 하나 하나씩 개별적으로 세척과 색보정을 했다고 주장하는 집념의 사나이 돈 메이가 이끄는 시냅스 필름에서 마침내…! [서스페리아] 복원판이 나왔다. 일이 이 정도 되면 시냅스의 사운 (社運)을 걸고 내놓은 타이틀이라는 말이 하나도 과장이 아니다. 


나는 솔직히 다른 블루 레이 판본들은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출시 날짜를 계속 뒤집은 때문인지, 스크리너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해서 그런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건 Blu-Ray.com 이나 DVDBeaver 등의 사이트들에서도 이 특별판의 리뷰가 아직껏 [1월6일 현재] 부재하다), 시냅스 판본이 이들에 비해서 얼마나 더 원본에 충실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고, 단지 디븨디 버전에 비교하자면 단순히 해상도가 높다는 차원을 떠나서, 예상을 뒤집고 비주얼 보다는 사운드 면에 있어서 엄청난 격차를 보여준다 (이 판본에서 쓰인 영어 사운드트랙 믹스는 1977년 극장 공개 이후로 한번도 복원되어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 시냅스측의 주장이다). 


솔직히 나는 영화 자체는 그런 불후의 명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이 정도로 집요하게 복원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그 자체로서 감동을 먹지 않기가 힘들다. 2017년의 명품 타이틀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근데 정말 한마디 안 할 수 없네… [서스페리아]가 증말 그렇게 좋은겨?! ^ ^;;;) 


 6. 프리츠 랑 무성영화 콜렉션 Fritz Lang The Silent Films (1919-1929,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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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 로버에서 또 해냈네. 이 콜렉션은 사실 수록작 중 [메트로폴리스], [스파이들], [달의 여인] 이렇게 세 작품을 이미 블루 레이로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지 말까 하는 망서림도 있었지만, 막상 구입하고 보니 아이고, 손에 넣기를 너무도 잘했다, 라는 안도감이 압도적이다 (혹시 나와 같은 이유로 망설이는 분께서 계시다면, 돈이 없다면 또 몰라, 열 편 중 서너 편을 이미 소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콜렉션을 놓치시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게 망설이는 유일한 이유라면, 빠른 동작으로 밟아버리고, 지르실 것을 추천한다). 영화의 면면도 면면이지만 팩키지 디자인이 현격하게 뛰어나다. 모든 블루 레이들이 포켓북 외국어 사전 사이즈의 "책" 안에 수납되어 있고 포스터와 사양이 각 책 안의 "페이지" 에 기록되어 있는 디자인인데, 고상하게 멋있기로 따지자면 2017년에 나온 다른 어떤 타이틀도 못 따라올 듯. 무엇보다도 1919-1920년 경, 랑이 각본가부터 감독으로 전환하던 시절의 초기 시절의 작품군을 독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슈티프퉁에서 복원한 뛰어난 화질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냐. 그가 각본을 쓰고 오토 리페르트가 감독한 에드가 알란 포 원작의 (!) 호러영화 (!!) [플로렌스의 역병 Pest in Florenz] 까지도 수록되어 있음에랴. 


키노 로버는 당연히 이걸로 다가 아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1942년도에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영화화한 나찌 독일제 (!) 영미 자본주의 계급사회 비판 재해 스펙타클 영화 (@_@....) [타이타닉 Titanic (1942, Kino Lorber, Region A)] 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무르나우의 전설적 무성영화 [문지기 Die letze Mann (1924, Kino Lorber, Region A)] 도 내놓았다. (무르나우 작품들은 나의 경우는 못 기다리고 유레카! 에서 출시된 리젼 B 블루 레이 컬렉션을 주문할 듯 하다. 참고로 이 작품들은 2016년도 출시라 이 리스트에는 해당 안됨) 


5. 티 맨 T-Men (1947, Classic Flix,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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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동안 그 해부터 50년전, 그러니까 2017년이라면 1967년 이후에 만든 영화들은 "고전"으로 인정도 하지 않고 따라서 취급도 하지 않는다는 강경파 방침을 고수해온 렌탈샵 클래식플릭스가 2016년부터 판매 및 디븨디-블루레이 출시 사이트로 변신을 거두었다. 초 강경파 그룹답게 1) 1960년대 이후 영화 따위는 눈길도 주지 않고, 2) 세간에 명작이라고 소문난 유명작들도 될 수 있으면 피해가면서, 3) 알만한 팬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퀄리티로 출시되기만 학수고대하고 있는, 4) 그 중에서도 특히 고전 필름 느와르에 집착해서 블루 레이 공방을 가동했고, 그 2017년의 출시 대표작이 안소니 만 감독의 [티 맨 (여기서 "T" 는 Treasury Department, 즉 재무부를 가리킨다. 위조지폐 적발, 대통령 경호, 그리고 정보 수집과 사찰 등을 이행하는 비밀요원들 Secret Service 는 2003년도에 국토방위부로 이관되기 까지는 재무부 소속이었다)] 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으리라 본다. 솔직히, 이런 하드보일드라는 개념이 스크린의 입자 하나하나에서 배어 나오는 고전작들을 한 열 몇 편쯤 보게 되면, 21세기의 영화인들이 자기네들이 과격한 폭력이나 섹스 묘사나 무슨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따위로 "옛날 영화" 에 없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해냈다고 으시대는 것이 얼마나 하찮고 안쓰러운 꼬라지인지 똑똑히 깨닫게 된다. 


존 알튼 촬영감독의 흑백영상의 요사스러운 마법을 끝내주게 살려주는 HD 트랜스퍼는 물론이요, 알튼과 만 감독간의 협업을 중심에 둔 도큐멘터리에는 토드 맥카시, 줄리 커고 등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서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분석을 해 주고 있다. 



4. 회로 回路 (2001, Arrow Video,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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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우에서 도대체 나오는 것인지 안 나오는 것인지 사람 속을 태우게 만들었던 2017년의 기대작이고, 아마도 내가 선정한 J-호러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한편이렷다.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걸작.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죽음은 고독. 끝없이 계속되는 고독." 


원래 어두컴컴하고 흑백영화에 가까운 색조의 한편이기 때문에 특별히 화질상의 놀라움 같은 것은 적지만, 그렇더라도 애로우에서 존중심을 가득 담아 제작한 특별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서플과 품질은 어김없다. 쿠로사와 감독의 인터뷰만 하더라도, 감독님은 언제나처럼 솔직하면서도 사려깊기 이를 데 없지만, 단순히 [회로]뿐만 아니라 이타미 쥬조오 감독의 조감독으로부터 시작한 이후의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조명한다. 학문적인 가치로 보아서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한편. 



3. 슬픔과 연민 Le chagrin et la pitié (1969, Arrow Academy,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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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자리에 위치한 세 편의 타이틀들에 대해서는 구구하게 설명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는 감탄사의 나열와 칭송의 변 조차도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 하루 꼬박 걸려서 강의 준비하고 책 써야 되는 시간 다 날리고 이 리스트를 작성하느라고 완전히 녹초가 된 탓도 있긴 하다만…). 


흑백 도큐멘타리의 걸작이자 란츠만의 [쇼아] 와 비교해서 결코 그 역사적 중요성에 뒤지지 않는 [슬픔과 연민] 에 대해서도, 사실 내가 새로 보탤 말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언설의 조각들만 몇 개 늘어놓을 수 있을 뿐. 그것도 [차이나는 클라스] 에서 역사학자도 아닌 서예 연구가가 "공자님 예수님 부처님 다 한국사람이다" 라는 것과 비까비까한 수준의 "논리"로 뒷받침된 "광개토대왕비 날조설"을 늘어놓으면 우와~ 하고 "사이다"를 들이키는 그런 한국분들이시라면, "Q 저거 죽일 놈의 민족 허무주의자 아냐?" 하고 비분강개 할 내용의… 헛! (비웃음) 


하여간에, 프랑스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역사 청산" 을 철저하게 했기 때문에 2차대전 이후로도 말썽이 없다, 라는 한국에 널리 통용되고 있는 "상식" 이 (그 중 드골의 사진을 집에 걸어놓고 그 앞에서 기도하는 극우 "역사가" 들을 제외한) 프랑스 역사가들에게는 얼마나 한심한 개소리인지만 얘기해놓겠다 (그런 "상식" 을 믿는 한국인들이 *절대로* 똑같이 식민지였던 알제리와 모로코 사람들의 위치에 자기들을 놓지 않으며,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알제리 사람들을 후안무치하고 악랄하게 틀어잡고 괴롭히던 프랑스의 식민지 통치-- 1830년에 시작해서 1962년에 해방되었다. 132년이다 132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하다는 점은 차치하자). 이 전제를 허무러뜨리지 않으면 [슬픔과 연민] 이라는 4시간에 걸친 장구한 도큐멘타리의 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딴 얘기 할 것 없고, 첨부되어 있는 43페이지짜리 소책자에 실린 장 피에르 멜빌 (멜빌 아시죠 여러분? 멜빌이 직접 레지스탕스에서 독일군과 싸운 경력이 있는 것도 아시죠?) 의 에세이에서 그가 이 한편을 보고 적은 감상 중 한 단락을 직접 인용한다: 


"내가 그 당시 [나찌의 프랑스 점령 중] 어떤 인간이었고 뭘 했느냐를 기억하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이 영화 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과 내가 연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나찌 SS 부대에서 장교였던 크리스티앙 드 라 마지에르와 연대감을 느꼈고, 독일인 군인들과 잤다고 해서 삭발당하고 길거리를 끌려다닌 여성들과 연대감을 느꼈으며, '해방' 후 시민들에게 두들겨 맞은 '부역자' [collaborateurs] 들에게도 연대감을 느꼈으며, 손을 머리 끝까지 들어올리고 포로로 실려가는 독일군 패잔병들에게도 연대감을 느꼈다. 좋은 자들, 양아치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사람들, 개새끼들, 그 모두에게. 그들도 나와 같은 나이였고, 우리는 때로는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이 거대한 비극적 모험에 연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애로우 아카데미 출시작이다.  



2. 다리가 부러진 말은 쏴 죽이지 않나요? They Shoot Horses, Don't They? (1969, Kino Lorber, Region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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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마지막 1/3 부분에, 영화 내내 줄곧 피곤에 지쳤지만, 결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대사로 직설적인 펀치를 날리면서 살기등등한 모습을 보여주는 제인 폰다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이, 댄스 마라톤 참가자들이 같이 쓰는 숙소에서 나가려고 짐을 싸는 장면이 있다. 폰다는 자신의 면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고 초조하게 찾는다. 없다. 안 보인다. 어쩌다가 그녀의 댄스 파트너 마이클 사라진이 바닥에서 찾는다. "여기 있어!" 하고 양말을 들어올리는 순간 침대의 발에 찡겨있던 양말은 쭈욱 하고 소리를 내면서 찢어지고 만다. 사라진은 과장이 아니라 공포에 질린 얼굴로 폰다를 올려다 본다. "어어…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 그 모습을 망연자실하면서 바라보던 폰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그 울음소리를 뭐라고 형용을 해야 할까? *몸이 반으로 찢어지는 것 같은* 울음소리였다. 


이 장면에서 나는 영화 보기를 그만두고 머리를 얼싸안고 바닥을 몇 분이고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가슴을 추스르지 않고는 계속 볼 수가 없었다. 


자기 나라의 위선과 착취를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내는 것 같은 기백으로 젊은 미국인 영화인들이 만든 이 걸작이 나온 해가 1969년이다. 감독이 누군지 아시나? 시드니 폴락 선생이다. 그래,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하고 나오는 [툿치] 의 바로 그 감독. 


내가 늘상 하는 얘기지만 제발 부탁이니, 미국 영화 아는 체 하지 마세요들. 당신들 평생을 바쳐서 공부해도 모릅니다. 


디븨디가 출시되었건 뭐건 (이미 절판된지 오래되었다) 서플도 충실한 [다리가 부러진 말은 쏴 죽이지 않나요?] 의 키노 로버 블루 레이가 당연히 1위를 먹었어야 하는 건데… 



1. 지옥의 운전사들 Hell Drivers (1957, iTV Studios/Network, Regio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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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마이너 성향이 막판에 고개를 들면서, [줄루] 의 감독 사이 엔드필드가 웨일즈의 탄광 출신이었던 당시의 대 스타 스탠리 베이커와 처음으로 콤비를 맺은, 공사판 트럭 운전기사들사이의 우정과 알력을 그린 [지옥의 운전사들] 에게 2017년 최고의 블루 레이의 월계관을 선사하겠다. 


작년을 장식하는 최고 블루 레이답게 British Film Institute 에서 복원했고 네트워크에서 The British Film 시리즈로 내놓은 타이틀이다.  더 이상은 할 말 없음.  그냥 보시라고. ^ ^   


2017년의 레벨상: 재작년에는 크라이테리언이 또 우승했지만 작년에는 키노 로버 Kino Lorber와 애로우 비데오 Arrow Video가 실제 리스트의 면면을 보셔도 가늠하실 수 있듯이, 압도적이었다. 고로 두 레벨에 공동 수상한다. 2018년에는 인디케이터, 네트워크, BFI 등의 영국 레벨이 강력 우승 후보로 올라갈 것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2017년의 영화인상: 아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약간 반칙이지만 재작년에 긁어 모은 크라이테리언 타이틀들까지 고려해서 오슨 웰즈Orson Welles 선생님께 바치겠다. 


올해의 카버 디자인상은 죄송한데 듀게에서는 안 하련다. 이것도 후보작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달랑 올리기가 너무 아까운데, 여기다가는 이미지를 올리기가 너무나 중노동이라서, 며칠 있다가 내 블로그에 올려서 나중에 링크를 붙이겠다. 


이렇게 또 2018년을 맞았네. 금년에 상또라이님들 도날드와 정은이가 핵전쟁을 벌여서 세계의 종말이 오더라도, 어쨌든 블루 레이-디븨디 (어쩌면 울트라 HD 4K 블루 레이 로도?) 수많은 타이틀들이 쏟아질 것은 거의 확실하니, 아마도 2019년 1월에 비슷한 리스트를 들고 (귀신의 몸으로라도?) 듀게에 찾아오게 될 것을 예상한다.  그 때 또 뵙시다.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고, 명심하시기 바란다. "낡은 (오래된) 영화를 무시하고 버리는 영화계는 반드시 멸망한다." 그리고 젊은 여러분, 반드시 여러분의 나이보다 오래된 영화를 금년에는 반드시 열 두 편 이상 꼭 관람하시길. Happy Movie Wat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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