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라 3: 사신 이리스의 각성 ガメラ3:邪神<イリス>覚醒


일본, 1999.    ☆☆☆★★


A Daiei Company Ltd./Nippon Television Broadcasting Co./Hakuhodo Ltd./Tokuma Shoten/Nihon Shuppan Ltd Co-Production, distributed by Toho Co. 화면비 1.85:1, 1시간 48분. 


Director: Kaneko Shusuke 金子修介 

Screenwriter: Ito Kazunori 伊藤和典, Kaneko Shusuke 

Cinematography: Tozawa Jun'ichi戸沢潤一 

Special Effects Direction: Higuchi Shinji 樋口真嗣 

Monster Design: Higuchi Shinji, Maeda Mahiro 前田真宏 

Executive Producer: Tokuma Yasuyoshi 徳間康快 

Music: Otani Ko 大谷幸 


CAST: Nakayama Shinobu 中山忍 (나가미네 마유미), Maeda Ai前田愛 (히라사카 아야나), Fujitani Ayako藤谷文子 (쿠사나기 아사기), Tezuka Toru手塚とおる (쿠라다 신야), Yamazaki Senri山崎千里 (아사쿠라 미토), Honda Hirotaro本田博太郎 (사이토오), Hotaru Yukijiro蛍雪次郎 (오오사코), Koyama Yu小山優 (모리베 타츠나리), Ito Ryuta 伊藤隆太 (사토루), Kawazu Yusuke川津祐介 (노지리 과학관장). 


photo GAMERA 3 REVENGE OF IRIS- TOKYO BURNING_zpsxuen3fed.jpg


[가메라 2] 의 흥행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제 3편의 제작까지는 여러 형태의 속편 모델을 검토해봤던 듯, 결국은 2편이 제작된 후 3년이나 지난 1999년에 새로이 가메라 영화가 제작되게 되었다. 이 이후에 "가메라 탄생 40주년"을 기념해서 [작은 용사들: 가메라] 가 2006년에 제작되긴 하였으나 이것은 다른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을 넘어서는 비싼 제작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아동용 영화로 기획되었고 별로 안 좋은 의미로 "카도카와 기획영화"의 색깔을 띄고 있으며,이 한편과의 연계점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좋다. [사신각성] 의 공개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는 사실상 [사신각성]으로 완결된 3부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말하자면, [가메라 3: 사신 이리스의 각성] 은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일본 괴수영화 중 최고 작품이라는 영광의 자리를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숫자의 후보와 경합하는 대단한 한 편이다. 미국 현대 (1970년대 이후) 수퍼히어로 영화의 역사와 대비를 해보자면, 크리스 놀란의 [다크 나이트] 에 해당되는 한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리라고 생각한다. [사신 각성] 에서는 각본과 스토리, 괴수의 디자인과 설정, 더 나아가서는 괴수영화의 근본적인 의미를 묻는 주제라는 모든 측면에서, 카네코 감독, 히구치 특촬 감독, 이토오 각본가 등 전 제작진이 본인들의 재능을 풀 스로틀로 발휘가 되어있고, 미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한편이다. 


먼저 [사신 각성] 은 고지라 시리즈가 "나쁜 고지라" 를 죽이고 "베이비 고지라" 를 등장시키는 등의 오만가지 꼼수를 쓰면서 얼버무리려고 했던, 장기에 걸쳐 시리즈화된 괴수영화의 아킬레스건 적인 의문-- 인구 밀집 지역에서 전투를 벌여서 엄청난 2차가해를 가하는 것이 필연적인 거대생물을 어떻게 히어로-영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아예 본편의 주제로 삼아버린다. 본편의 가메라의 대적자인 이리스는 1편의 아사기와 대칭되는 형태로, 1편에서 가메라와 갸오스가 대결할 때 아파트의 건물을 붕괴시키는 바람에 부모님을 잃은 2차가해의 피해자인 소녀 아야나가 발견하고 "길러내는" 존재이며 ("이리스" 라는 이름도 영화에서 대 괴수 전담조직으로 등장하는 거대생물심의회에서 붙인 것이 아니고 부모님과 함께 잃은 반려묘의 이름이다), 거기다 더해서 대규모 출현하는 갸오스를 퇴치하기 위해 나타난 가메라가 갸오스를 잡기 위한 화염탄의 방사로 시부야 역을 완전히 초토화시키는 일막까지 삼입하여,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부터 일면 불편할 수까지 있는 양가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대괴수 총공격] 에서 고지라를 태평양 전쟁 전사자의 망령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일본 열도의 절대적 파괴자로 재정립하고 원래는 외계에서 온 적대자였던 킹기도라를 오히려 "국토의" (이것도 반드시 현대 일본인을 잘 봐준다는 의미는 아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에서도 볼 수 있는, 카네코 감독의 샤프하게 도전적이면서도 본인의 역사의식 (그 역사의식이 반드시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구미에 딱 맞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과 현실비판의식을 장르적 언어로 녹여내고자 하는 접근 방식이 이 한편에 강렬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에다 아이가 연기하는 아야나는 명백하게 가메라에 대한 적의에 불타고, 괴수인 이리스에게 "이 아이도 나처럼 가메라에게 가족 (동족)을 잃었" 다는 인식에 바탕을 둔 강렬한 동지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관객들뿐 아니라 영화안에서 지난 두 작품을 통해 가메라에게 유대감을 지니게 된 나가미네 박사, 아사기, 오오사코 전 형사 등의 캐릭터조차도 함부로 그녀를 비난하거나 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카네코 감독은 명확하게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확실한 적대적인 존재들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파괴적인 존재라는 것을 머리부터 각인시키는 이 접근 방식이 가메라에 대한 감정이입을 훼방놓는 대신에, 오히려 이 사나운 얼굴의 거북이 괴수의 "심정"을 관객들로 하여금 추찰하게 만들고, 종국적으로는 더 큰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photo GAMERA 3 REVENGE OF IRIS- ASAGI AND AYANA_zpseefhnqtw.jpg 


더군다나 [사신 각성] 은 1편과 2편의 문제점과 약점들을 제작진이 확실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1편에서의 다소 고전 영화적이었던 갸오스와 가메라의 공중전은 CGI 를 사용하되 편집의 묘를 잘 살려서 훨씬 더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상태를 과시하고 있으며, 2편의 경우처럼 단계적으로 괴수측의 (광선) 무기를 노출시키는 방식 대신에 쿄오토오역에 메인 캐릭터들과 가메라, 이리스를 단숨에 한 곳에 몰아넣고-- 그것도 태풍으로 쏟아지는 폭우와 "태풍의 눈" 이라는 자연 현상도 이용해서--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몰아가는 데 성공하고 있다. 페이스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느라 아마도 가메라 또는 이리스를 생물병기로 통제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아사기와 아야나에 접근했으리라고 여겨지는 아사쿠라와 쿠라다의 존재가 조금 미흡하게 느껴지는 것은 유감이다 (실제로 디븨디-블루 레이 특전영상을 보면 이 두 캐릭터의 대화 등의 상당한 분량이 삭제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음모론적" 캐릭터들은 너무 오타쿠적으로 몰입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하지만. 


다음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사신 각성] 이라는 활동 사진의 *아름다움* 이다.  이 한편은 내가 본 모든 괴수영화 중에서 가장 미적 완성도가 높은 한 편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다. 자꾸 비교해서 미안한데 이 점에 있어서도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촬영이 잘 된 경우라도, 톱 스타인 고지라 자신만 간지나게 비춰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인정해 줄 수도 있을 [고지라 Final Wars] 의 경우는 고지라의 생김새도 포함해서 솔직히 말해서 못생겼다. 이 한편에서는 선명한 녹색의 울창한 숲으로 대표되는 자연 경관과 인간들의 군상과의 대비도 지극히 효과적이고 (지난 두 편처럼 일정한 "인공적인 환경" 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답답함" 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시가지의 인공 조명과 괴수들이 뿜어내는 화염을 광원으로 원용한 밤중의 액션 신이 엄청나게 멋지다. 이리스의 디자인과 조형에 관해서도 비슷한 부류의 칭찬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그 용자로 판단컨대 "스스로 유전자 변화를 일으켜서 진화한 갸오스의 변종" 이라는 영화상의 설정과 그렇게 잘 맞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입"이나 "날개" 처럼 우리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여길 만한 기관들을 과감히 제거해 버리고, 조류나 파충류라기 보다는 심해 연체동물이나 거대 로봇에 가까운 형태로 조형된 모습은 파격적이면서도 애니메이션 계열의 예각적 (銳角的)이고 (자칫 너무 나가버리면 도무지 살아있는 생물로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공격적인 디자인 센스를 "괴수" 라는 카테고리 안에 성공적으로 녹여낸 희유의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리스가 아야나를 자신의 신체 안에 끌어넣어 "융합"을 시도하는 장면 등에서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의 영향이랄까, 그 쪽의 작자들과 유사한 감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쓸데없는 남성 주인공 따위는 처분해버리고 (아야나의 로컬 보이프렌드 모리베는 내용상 도저히 주인공이라고는 볼 수 없는 위치에 있고,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지만 않은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존재이다), 1편의 나가미네 박사와 아사기가 실질적 주인공으로써 끝까지 음흉한 인간측 적대자들과 대치하고, 가메라와 이리스가 정면 충돌하는 클라이맥스도 연기적으로는 이 두 사람과 아야나가 명실상부하게 하드 캐리한다 (전반적으로 마에다 아이의 연기가 나카야마 시노부에 많이 딸리긴 하지만 그건 뭐 옥의 티 수준이다). 이 부분까지 긴장을 느슨하게 떨어뜨리는 일 없이 계속 페이스를 유지한 [사신 각성] 은 그 불편할 수도 있는 문제의식-- 괴수는 과연 영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인류를 보호" 한다는 명분하에 희생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정의의 세력"을 증오할 수 없는가-- 을 끝까지 흐지부지 하는 일 없이 밀고 나가면서, 결국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온다. 


나가미네 박사의 최후의 대사 "가메라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에요!" 를 뒤로, 포효와 함께 녹색의 피를 흘리면서 타오르는 화염속으로 걸어나가는 상처입은 가메라! 농담이 아니라, 여러 번 보아도 여전히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적이다. 


photo GAMERA 3 REVENGE OF IRIS- GAMERA ANGRY_zpsexr9i972.jpg


[사신 각성] 은 여전히 괴수영화의 왕도를 걸으면서도, 그 서브장르의 지평을 당시의 고지라 시리즈가 창피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또한 깊이 있게 확장하고, 잘못 다루면 위험할 수도 있었던 미적 취향과 사상적 주제를 망설임 없이 밀어붙임으로써, 괴수영화의 상투성이라는 한계를 딛고 영상예술의 자리를 넘보게 된 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보더라도 그 위력은 전혀 감퇴되지 않은, 괴수영화의 걸작이라는 타이틀에 손색이 없다. 


PS: 초반부의 부모님 참살 회상신에 등장하는 4년전의 아야나를 연기하는 것은 마에다 아이의 동생인 마에다 아키라고 한다. 얼핏 보면 "어리게 보이는 메이크업을 했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 번 주의 깊게 보면 닮았지만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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