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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봄방학 기간은 글자 그대로 광란의 파티 기간이라고 하죠?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거나 도서관에 틀어박혀 못다한 공부와 과제를 하는 기간이겠지만, 이른바 '노는' 학생들에겐 수영복 하나만 챙겨든 채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는 플로리다나 멕시코 해변으로 떠나 몇날 며칠동안 파티와 맥주,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일탈의 시기... 스프링 브레이커스는 바로 이 광란의 봄방학 기간을 다룬 영화입니다. 


'바네사 허진스 셀레나 고메즈 등 헐리웃의 떠오르는 차세대 디바들이 마이애미 해변을 배경삼아 영화 내내 비키니만 입고 나오는 영화'라는 설명을 듣는다면 대번에 이 영화의 성격이 짐작되실 겁니다. '코요테 어글리'가 그러했듯 시종일관 경쾌한 팝 뮤직이 흐르는 가운데 섹시한 청춘 스타들이 무더기로 나와 몸매를 뽐내며 아찔한 장면들을 연출하지만 결코 일정 선은 넘지 않으며 좌충우돌하다 결국 잘생긴 남자주인공과 연결되는 하이틴용 데이트 무비일 거라고요.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짐작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이 영화는 '코요테 어글리'처럼 말랑말랑하다기보다는 차라리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더 나아가 '트레인 스포팅'에 가까운 녀석입니다. 풋풋한 예쁜이들의 천방지축 귀여운 소동 따위가 아니라 마약과 섹스로 점철된 내일은 없다 식의 파괴적 일탈,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허무를 그리고 있죠. 영화의 오프닝부터 해변에서 비키니만 입은 채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미녀들을 클로즈업하거나 토플리스로 남자 등에 목마를 탄 채 맥주를 부어대는 여자들의 모습을 훑어내리는 데서 '이거 하이틴 무비 수위가 아닌데...? o_oa'라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게 주인공들이 교수의 차를 훔치고 물총으로 식당을 털어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일탈 수준을 넘어(사실 이것만 해도 꽤 중범죄입니다만;;) 갱단과 총격을 주고받는 대학살극으로 발전할 거라 누가 알았겠어요?


영화의 분위기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동시에 꽤나 나른합니다. 자극적이면서 나른하다니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실제로 그래요. 제목 폰트의 네온사인처럼 화면은 시종일관 화려하지만, 대사는 나른한 독백이 반복됩니다. 마치 술이나 약기운에 잔뜩 취한 채 몽롱한 기분으로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요? 도시의 네온사인과 지나다니는 차들의 불빛은 번쩍번쩍하고 지극히 빠르게 느껴지는데 정작 내 몸은 물먹은 솜마냥 무겁고 느리게 느껴지는...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 말이죠. 모든 것이 한낱 꿈결인 것마냥 비현실적이리만치 아름답고, 또 덧없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헤비하고 하드한 영화입니다. 꽤 선정적인 장면들도 심심찮게 나오고, 또 이야기 역시 상당히 파격적이죠.디즈니 아역배우 출신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쌓아온 셀레나 고메즈와 '하이스쿨 뮤지컬' 출신의 스타 바네사 허진스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화끈한 성인식의 의미였을까요? (...하지만 셀레나 고메즈는 독실한 크리스천 & 순진녀 역할로 나와 점점 도를 넘어가는 친구들의 일탈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간에 짐싸 나오는 역할이라 본격 성인식 신고라고 보기도 애매...=_=;;)  


몽롱한 분위기와 타이틀 & 엔딩 크레딧에서의 화려한 네온 폰트가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Spring break, forever"란 대사처럼 누구나 화려한 파티가 영원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언젠가 파티는 끝나기 마련이고 그 뒤에는 몰려올 피로와 숙취, 허무와 고독이 기다리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끝에 찾아올 허무를 알기에 불타는 순간은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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