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BBC Sherlock 3, 7-2.

2014.01.26 00:34

lonegunman 조회 수:2934



독주 solo




내 실수였어. 

자네가 쓴 회고록으로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자주 실수를 해.

-셜록 홈즈 (경주마 은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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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셜록 홈즈의 초상으로 돌아갑시다. 여러분께 제시해드린 두 사람의 셜록 홈즈 중, 첫번째 인물은 유명한 오답으로만, 두번째 인물은 정답으로만 구성했습니다. 오답부터 살펴볼까요? 

굽은 파이프, 틀렸습니다. 1898년, 셜록 홈즈를 최초로 무대에서 연기했던 윌리엄 질렛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몇 가지 손보고 싶었습니다. 승인을 받기 위해 작가에게 묻자, 우리의 코난 도일 경은 셜록 홈즈 파스티슈 역사에 길이 남을 한 마디를 남깁니다. "셜록 홈즈를 결혼시키든, 죽여버리든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다행히 질렛은 그 지경까지 가진 않고, 홈즈의 트레이트마크인 파이프를 좀 손 봅니다. 일반 일자형 파이프는 무대에서 입에 물고 대사를 할 때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며 방해가 됐던 거죠. 그 결과 무게 중심이 낮은 굽은 파이프를 입에 물고 긴 대사를 읊조리게 되고, 이런 질렛의 모습은 19세기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 이후 '시대가 바뀌어도 고정되어 있는 한 점(그의 마지막 인사)'으로 남습니다. 사냥모, 틀렸습니다. '경주마 은점박이'에서 코난 도일 경이 '귀덮개가 달린 여행모자'라고 묘사한 셜록 홈즈의 모자를 시드니 패짓이 사냥모로 해석해 그린 것입니다. 이 단편에 실린 거의 모든 삽화에서 셜록 홈즈는 그 사냥모를 쓰고 있는 데, '나(왓슨)는 쿠션에 기대앉아 담배를 피웠고, 홈즈는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길고 여윈 오른손 집게 손가락으로 왼손바닥 위에 요점들을 체크해 가며, 우리를 여행길로 이끈 사건을 스케치해주었다.'는 구절을 마치 옆에서 보듯 생생하게 묘사한 패짓의 삽화가 하필 큰 인기를 끌어 이 또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고 말았던 겁니다. 핸썸한 얼굴, 틀렸습니다. 셜록 홈즈는 매부리코에 큰 머리, 각진 턱, 지나치게 마른 몸에 앙상한 뼈마디가 돌출된,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문제의 발단은 시드니 패짓으로, 친형이자 몇몇 셜록 홈즈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월터 패짓을 모델로 셜록 홈즈를 그려놓아 우리의 탐정이 미남으로 돌변한 것입니다. 하필 솜씨도 좋아서 너무 닮게 그리는 바람에, 월터 패짓이 걸어다니면 사람들이 '셜록 홈즈가 나타났다'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는군요. '그건 초보적인 거야, 왓슨.'-틀렸습니다. 미국에서 또다른 현대판 셜록 홈즈의 제목으로 차용했다는 이 'elementary'라는 말은 원전 '등이 굽은 남자'에서 등장합니다. 여기서 셜록 홈즈는 왓슨의 옷차림을 통해 몇 가지를 추론해 낸 뒤, 정작 의뢰받은 사건은 풀지 못한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는데요, 이때 자신의 기술을 'elementary'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었죠. 이후 1940년대의 셜록 홈즈였던 바질 래스본이 덜떨어지는 나이젤 브루스의 왓슨과 파트너가 되면서 주로 '그것도 모르냐'는 뜻의, 점잖게 면박을 주는 표현으로 '그건 초보적인 거네, 왓슨. elementary, my dear watson'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대중은 마치 그게 셜록 홈즈의 입버릇인 양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셜록 홈즈는 의뢰인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지요.

셜록 홈즈는 주로 신사복을 입고 있었고, 왓슨이 스스로 자책하고 한탄하는 일이 많아 그렇지 사실 홈즈가 왓슨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그거야, 왓슨!'처럼 맞장구를 치거나 '훌륭해!' 칭찬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의뢰인'에서 셜록 홈즈는 범죄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여인이 딱한 나머지 '내 친딸처럼 여겨질 만큼 안쓰러웠다'고 왓슨에게 고백했으며, '얼룩끈'에선 공포에 떠는 의뢰인을 위로하며 '몸을 숙이고 그녀의 팔을 토닥이며 달래'주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오답을 통한 교훈으로, 일반적으로 '이것이 셜록 홈즈다.'라고 생각하는 인물과 '진짜' 셜록 홈즈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정답을 통한 교훈으로, '진짜' 셜록 홈즈의 '진짜' 행동도 조합하기에 따라서는 좀 가짜 같아질 수 있다는 것.


시즌2는 파스티슈 아이디어들을 끌어다 쓰면서 원전의 주변부를 배회하기 시작한 시즌이었고, 소위 '셜록 인간화 프로젝트'라 불리우는 스토리텔링이 시작되었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별 수 없이 근본주의자인 저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불안에 떨었습니다. 뭐, 몇몇 부분에 대해 불평은 늘어놓았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작진들이 아주 엉뚱한 짓은 벌이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었죠. 이 리뷰 시리즈를 처음 접하신 분들을 위해 2년 전의 논지를 다시 정리하자면, '인간화 프로젝트'를 통해 셜록 캐릭터의 강렬함과 능력치는 약화되었으나, 애초에 시즌1에서 그린 셜록이야말로 원전 속 홈즈의 극단적인 캐리커쳐에 가까웠으므로, 시즌2에선 오히려 BBC판과 원전 사이에 균형이 맞춰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네, 시즌1의 셜록은 앞에서 본 오답 셜록 홈즈처럼 셜록 홈즈의 어떤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한, 그래서 오히려 대충 보기엔 진짜로 진짜같은 어떤 인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을 과장했다는 것입니까. 간단히 말해서 셜록은 완벽한 '소시오패스 천재 영웅'이었죠. 

원전의 셜록 홈즈는 셜록 시즌1이 그린 것처럼 그렇게까지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시즌1이 과장해놓은 저 캐리커쳐는 원전과 가까워지기 위해 조금 땅에 발을 디딜 필요가 있을 겁니다. 시즌2가 했던 것이 세 키워드 중 첫번째 '소시오패스' 부분의 약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셜록이 감정에 휘말리게 만드는 작업이었죠. 1화에서 사랑을, 2화에서 공포를, 3화에서 패배를 맛보며 외딴 섬과 같았던 셜록은 사람과 관계하기 시작합니다.


시즌3는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소시오패스는 정의상 싸이코패스와는 달리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즌2가 셜록에게 감정을 부여했다거나, 셜록이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 됐다는 건 좀 이상한 말이 되죠. 소시오패스라는 설정으로만 보자면 시즌1 때도 셜록에게 감정이 없었던 게 아닙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의 감정을 마음대로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을 뿐이죠. 그러니까, 시즌3가 시작되는 지점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셜록이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사건들을 겪는 동안 신뢰로 곁을 지켜준, 혹은 함께 겪어준 관계들 속에서 더이상 그들의 감정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지점인 것입니다. 탐정인 셜록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범죄 해결입니다. 소시오패스인 셜록에게 타인의 감정은 무엇입니까, 이용 가능한 무기입니다. 고로, 존과 허드슨 부인과 레스트레이드, 거기에 모리아티가 예측하지 못했던 몰리까지도 포함한- 주변인들을 대하는 셜록의 소시오패스적 태도가 약화되었다는 건, 셜록이 이용할 수 있는 무기가 줄어들었음을 뜻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두 번째 키워드 '천재', 천재적인 탐정 능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시즌3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시즌3 1화에서 셜록은 메리가 받은 스킵 문자의 발신자 'CAM'이 찰스 오거스터스 마그누센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존을 납치한 게 누군지도 모르죠. 모런 대령의 지하철 트릭을 영 눈치채지 못하다가, 마침내 221B로 귀환한 존이 예의 오답 퍼레이드를 펼치자 그제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폭발물 해체법이야 물론 모르고요. 2화는 아예 미답 사건들의 패키지입니다. 존의 결혼식이 너무 중요한 나머지 도통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사건들은,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야 숄토 소령의 살해라는 하나의 퍼즐을 이루는 조각들이었음이 밝혀지죠. 3화에선 법과 정의로는 심판할 수 없는 악당 마그누센을 만나 갖은 모욕을 당하고, 그 와중에 존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놓치고 있었던 메리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참으로 '실수의 시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셜록 홈즈의 천재적인 능력이 약화되는 건 시즌2로부터 귀결되는 필연적인 결론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닐까요?


원전을 봅시다. 홈즈는 협박을 받는 의뢰인으로부터 밀버튼(마그누센)을 만나 '가장 좋은 조건으로 타협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나 221B를 찾아온 밀버튼의 행동에 '분노와 굴욕감으로 안색이 창백'해지고, 협상에 실패하자 무력으로 밀버튼을 누르려 하지만 밀버튼은 총을 꺼내 보이며 유유히 사라집니다. 홈즈는 '고개를 푹 숙이고 깜부기불만 굽어보며 30분 동안 입을 다문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그가 이겼어.' 시인하고 말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홈즈는 밀버튼이 협박에 쓰는 문서들을 파기하기 위해 밀버튼의 하녀를 유혹하고, 밀버튼의 가택을 침입하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필 그 날 피해자 여성 중 하나가 밀버튼을 죽이려고 같은 장소를 방문합니다. 무엇 하나 예측대로 되지 못한 이 날, 홈즈와 왓슨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결국 피해자가 협박범을 죽이고 사라지자, 홈즈는 뒤늦게 나와 '금고로 다가가서, 두 손으로 편지를 한 뭉텅이 집어들고 그것을 벽난로에 넣어'버립니다. 그나마 빠져나오다가 경찰한테 들켜 꽁무니가 빠지도록 도망치고, 자기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왓슨은 한동안 이 얘기를 출판하지도 못하게 되죠. 실수와 착오와 실수의 연속입니다.

뭐, 천하의 홈즈도 한 번쯤은 무능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일, 여전히 BBC 셜록 쪽이 좀 더 약한 것 같으십니까? '기어다니는 남자'에서 홈즈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교수를 만나러 캠퍼드에 갔다가 혼구녕이 나서 쫓겨난 뒤, 여기선 할 일이 없다며 런던으로 돌아간다고 했다가, 교수가 약물을 복용하는 게 틀림없다며 '앞뒤가 딱 맞아 떨어져!' 신이 나서는 캠퍼드 관광이나 하자고 했다가, 다시 '우린 바쁜 사람'이라며 런던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당췌 실마리를 잡아다는 건지 말았다는 건지, 런던에 간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이게 불과 이틀 사이의 일입니다. 그렇게 줏대없이 우왕좌왕하던 홈즈는 결국 사건 현장으로 돌아가, 왓슨이 '그의 관절을 본 적 있어?' 묻자 그제서야 '관절'을 떠올리며 '이런, 왓슨! 나는 정말 바보였어! 그런 관절을 흘려보고 말았다니!' 자책하며 '정말 은퇴할 때가 되었'다는 자학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사건의 말미에서 교수가 개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게 된 이후, 뒤늦게 사건의 전말을 짜맞출 수 있었습니다.

실마리야 가끔 놓칠 수 있지만, 그래도 홈즈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요? 천만의 말씀. '두 번째 얼룩'에선 언제나 홈즈의 말에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르는 왓슨의 역할을 홈즈가 하고 앉았습니다. 사건 추리를 위해 범죄자를 찾아가겠다는 홈즈의 말에 왓슨이 마침 읽고있던 부고 기사의 도움으로 '그는 죽었어.'라고 말하자 홈즈는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뛰어올랐'죠. 이 사망 소식이 우연의 일치같다는 왓슨에게 홈즈는 그럴 리 없다며 '우연의 일치가 아냐. 틀림없어. 연관이 있어. 맞아. 틀림없이 연관이 있어. 그 연결 고리를 찾는 게 바로 내 일이야.'라고 단언을 하지만, 어쩌나. 우연의 일치였습니다. 범죄 현장, 피에 젖은 카펫 밑에 핏자국이 '틀림없이 있다'고 주장하던 홈즈에게 레스트레이드는 깨끗한 바닥을 보여주며 '유명한 탐정인 홈즈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매우 만족한 듯, 쿡쿡 소리 내어' 비웃기까지 하죠.

'충분하지 못한 자료를 바탕으로 완전하지 못한 이론을 세우려는 유혹이 우리 직업의 가장 큰 적(공포의 계곡)'이라던 신조를 깨고 말도 안 되는 추측을 늘어놓은 뒤, '그건 추측일 뿐'이라고 정당하게 지적하는 왓슨에게 아님말고 식으로 나오던 단편 '노란 얼굴'의 홈즈를 설마 잊으신 건 아니겠죠. 결국 홈즈의 가설은 쌀알 한 톨만큼도 맞지 않는 순 엉터리로 밝혀지고, '노란 얼굴'은 셜록 홈즈가 최초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작품으로 역사에 길이 남습니다. '왓슨, 만약에 내가 잘난 척하거나 사건을 건성으로 대하거든, 내 귀에다 대고 노버리(노란 얼굴 사건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고 속삭여줘.' 애처러운 홈즈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셜록 홈즈의 초상을 보며 우리가 얻었던 첫 번째 교훈은 다음 장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두 번째 교훈을 떠올려 봅시다. 진짜 셜록 홈즈의 진짜 행동들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좀 가짜같아 보일 수 있다는 교훈 말입니다. 원전의 셜록 홈즈도 다른 대부분의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났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실수담을 한 시즌에 몰아넣고나니까 '어? 셜록 홈즈가 이랬었나?'하는, 왠지 좀 아닌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일어납니다. 진짜 홈즈라면 CAM같은 명백한 단서를 놓칠 리 없고, 진짜 홈즈라면 서로 다른 범죄들의 연결 고리 유무를 단박에 파악하고, 홈즈라면 메리를 첫 눈에 간파할 수 있었을 것 같은- BBC의 셜록이 원전의 홈즈보다 무능한 듯 느껴지는 이 불쾌한 느낌은 명백한 착시 효과입니다. 하나는 우리의 두 번째 교훈-원전에선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실수담을 TV판에선 한 데 몰아놓아서 생긴 착시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홈즈의 경우엔 우리가 그러한 실수들을 결국에는 범죄 해결로 연결했다는 결말로 기억하지만 셜록의 경우엔 실수가 벌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기에 일어난 착시 효과죠. 공정하게 생각해보면, 어쨌든 BBC판의 셜록도 결국엔 놓쳤던 실마리들을 엮어 세 에피소드의 모든 사건을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해결. 맞아요, 해결이라고 했습니다. 대중의 불만에 맞서 시리즈를 변호해보겠다고 말해놓고 논란의 핵, 셜록의 마그누센 사건 해결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 반칙이겠죠. 온건한 시청자들을 가장 경악케한, 셜록 홈즈의 살인 말입니다. 원전의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서도 피해자가 협박범을 살해했고, '마지막 서약'에선 셜록과 왓슨이 피해자였으니까, 원전의 수순에 따라 피해자가 협박범을 살해한 거라는, 별 의미없는 얘기는 여기선 하지 맙시다. 문제는, 원전의 피해자가 어떻게 행동했느냐가 아니라, BBC 셜록과 같은 상황에서 '진짜' 셜록 홈즈라도 그렇게 했을까-이니까요.

홈즈는 그렇게 했을까요? 저야 모르죠. 저는 셜록 홈즈가 아니니까. 그럼 질문을 바꿔봅시다. 누군가 홈즈가 그렇게 했다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마그누센을 죽이는 게 홈즈가 했을 법한 행동입니까? 에둘러 가지 않겠습니다. 제 대답은 YES입니다.


'소시오패스 천재 영웅'- 셜록 홈즈의 캐리커쳐에서 세 번째 키워드를 희석시킬 시간이 왔습니다. 시즌1, 3화에서 '영웅은 존재하지 않아. 존재한다 해도, 난 그 중 하나가 될 생각 없고.'라던 셜록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를 영웅이라 믿고 싶어했던 시청자에겐 안타까운 사실입니다만, 셜록 홈즈는 '범죄자가 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인, 왓슨조차 '만일 그가 그 열정과 지혜를 법에 맞서기 위해 사용했다면 얼마나 무서운 범죄자가 되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네 개의 서명)'던 인물입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하면서 번번이 왓슨에게 총을 챙기라 종용할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대놓고 '왓슨, 놈들이 총을 쏘면, 가차없이 놈들을 해치워주게(빨강머리 연맹)' 부탁하기도 했던 사람이에요. 그래도 군인 출신인 왓슨에게 범인을 처치하도록 하는 것과 셜록이 직접 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홈즈가 리볼버를 꺼내 주머니에 넣으며 '스몰은 자네가 맡아. 하지만 다른 녀석이 성가시게 굴면 내가 쏠 거야.'라고 거침없이 말하던 '네 개의 서명'으로 반박하겠습니다. '빈 집'에서 홈즈가 했던 말을 상기해봐도 좋겠습니다. 증거가 없어 법적으로 구속할 수 없는 범죄자 모런 대령에 대해 홈즈는 얼마든지 죽이고 싶지만 그래봤자 자기만 법정에 서게 될 게 틀림없으므로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안위 때문에 그를 살해하길 포기한 거죠. 어쩌면 셜록 홈즈가 허풍쟁이일 수도 있어서, 여전히 말은 그렇게 했어도 진심은 아니었을 거라고, 진짜 죽이진 않았으니 '마지막 서약'과는 다른 문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문제'에서 바리츠를 써서 모리아티를 폭포 아래로 떨어뜨린 건 어떻습니까. 실제 바리츠 기술이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쓰러뜨리는 기술이고, 원전에서 셜록이 '바리츠를 썼고', 모리아티가 '균형을 잃고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그래도 두 사실 사이에 연관 관계는 없고, 우리의 홈즈는 모리아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리 없으며, 그냥 방어만 했는데 모리아티 혼자 실수로 죽은 게 틀림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죠. 뭐, 좋습니다. 그럼, '얼룩끈'은 어떻습니까. 딸의 방으로 독사를 보내 독살하려던 의붓아버지는, 홈즈가 지팡이로 수차례 때려 돌려보낸 독사에 물려 죽습니다. 여기서 홈즈는 뱀을 때리면 돌아가서 처음 본 사람을 물 것이라는 사실과, 그러므로 자신의 행위가 의붓아버지의 죽음으로 이어지리란 사실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는다.'고 진술합니다. 설마, 그래도 독사가 문 거지 홈즈가 문 건 아니지 않느냐고, 여전히 홈즈를 변호하고자 하는 정열적인 분이 남아있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다시 '네 개의 서명'을 봅시다. 도주하는 스몰과 통가를 쫓으며 왓슨은 이 '인간 사냥'이 자신을 흥분에 몰아넣었다고 표현하고, 통가가 독침을 쏘려 하자 왓슨과 홈즈는 동시에 발포합니다. 누구의 총알이 명중되었는지 혹은 명중되지 않았는지는 묘사되지 않지만 통가는 뱃머리 아래로 떨어져 죽습니다. 백인을 죽이는 것과 미개한 원주민을 죽이는 건 다른 문제라고 주장하는 인종 차별론자가 없다면, 이쯤에서 마감하도록 합시다.


본 리뷰 시리즈에서 제 기준은 좋고 싫음도, 옳고 그름도 아닙니다. 원전을 파괴했느냐, 그게 유일한 기준이에요. 말하자면, 사건이 없을 때 셜록 홈즈가 70% 코카인을 주입하는 건(RKM의 파스티슈 작품 '400개의 서명') 웃어넘길 수 있지만, 코카인을 주입한 환각 상태에서 사건을 추리하는 건(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 천인공노할 일이요, 시즌2 1화에서 셜록 홈즈와 아이린이 밀당하는 건 그렇다 치지만, 아이린이 원전의 '아이린 애들러'가 아닌 '셜록 홈즈의 사생활(빌리 와일더 작)' 속 주인공 '일자 폰 호프만슈탈'을 흉내내는 건 짜증나는 일이 되는 겁니다. 아무튼 그런 기준에서, 위의 작업을 통해 제가 내리고자 하는 결론이 있다면 그건 셜록 홈즈의 행동이 옳았다거나, 그러한 전개가 좋았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셜록 홈즈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 뿐입니다. 자기만의 도덕 기준에 따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들을 없애는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 끔찍한 범죄자를 죽이지 않을 이유라고는 '그랬다간 내가 법정에 끌려가니까'밖에 없는 사람. 하물며 법망을 피해 있고, 정부에서도 손을 놓았으며, 무수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협박범에 의해 자신의 친구들도 피해자가 되었는데, 자신은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법정에 끌려가게 생겼고, 이로 인해 자신의 가족까지도 몰락하게 될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기꺼이 방아쇠를 당길 사람. 셜록 홈즈는 이런 사람이에요. 받아들이고 말고는 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각자의 문제인 거죠. 정의를 수호하고, 생명을 중시하며, 법을 비호하는 순수한 영웅을 기대하고 계셨다면 죄송합니다만 번짓수를 잘못 찾아 오신 겁니다. 환상을 깨뜨린 데 대한 사과의 의미로 이 사태를 받아들일 한 가지 좋은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라나다 티비의 셜록 홈즈 중 한 에피소드로 기억하는데, 범죄를 묵과하는 홈즈의 행동에 왓슨도 우리처럼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홈즈는 그런 사람이었고 왓슨은 이 사태를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자네같은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살인을 하면 어떤 경우에도 살인은 안 된다고 비난하기로 우리 굳게 약속합시다. 그러나 그게 셜록 홈즈라면, 데이빗 버크 왓슨의 '고객님, 이건 셜록 홈즈예요.' 정신으로, 샐리 도노반이 되기보다는 존 왓슨이 되기를 선택해봅시다. 


자, 그럼 다 됐습니까? 홈즈도 감정이 있었다. 홈즈도 종종 실수를 저질렀다. 홈즈도 범죄를, 살인을 저지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막연한 인상과는 다르게, 이 문제들에 있어서 시즌3는 원전을 파괴한 게 아니다. 탐정의 일에서 감정이란 것이 얼마나 방해가 되는 요소인지 강조하면서도 명백히 감정을 지닌, 천재적인 탐정이지만 때때로 실수를 저지르는, 천사의 편이지만 자신은 천사가 아닌- 그게 바로 원전에서 우리가 읽어온 바로 그 셜록 홈즈다. ...만족하십니까, 이제 다 행복한 건가요? 그럴 리가. 우리에겐 아직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고기능 소시오패스'의 기능 장애를 초래한, 천재의 실수를 야기시킨, 영웅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만든, BBC 셜록의 어마어마한 동기- 이 골치아픈 문제의 이름은 존 왓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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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 [영화] 캐리(Carrie, 2013) [2] [4] 샌드맨 2014.01.23 2597
500 [드라마] BBC Sherlock 3, 7-1. [12] [365] lonegunman 2014.01.23 6693
499 [영화] 트론 TRON (오리지널) [2] Q 2013.11.06 2652
498 [영화] 브라질에서 온 소년 The Boys from Brazil (로렌스 올리비에, 그레고리 펙 주연--15금 욕설 표현 있습니다) [10] Q 2013.10.30 3203
497 [영화] 사랑에 빠진 것처럼 [2] menaceT 2013.10.2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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