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BBC Sherlock 3, 7-4.

2014.01.30 04:19

lonegunman 조회 수:5406




7-4. 협주곡 concerto




'우리 다같이 불이야,하고 외쳐볼까요? 자, 그럼, 하나, 둘, 셋!'

'불이야!' 우린 모두 고함을 질렀다.

-홈즈와 그 일동 (노우드의 건축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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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지기 스타더스트(aka 데이빗 보위)의 유명한 그래미 어워드 인사말 '신사 숙녀 여러분과 ...그 밖의 존재들이여. ladies and gentlemen ...and others'에서 착안한 게 분명한 셜록의 들러리 연설문 '신사 숙녀 여러분, 가족, 친구 여러분과... 그 밖의 존재들. ladies and gentlemen, family and friends and... others' 식순에 맞춰 주요 등장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봅시다. 



1. ladies and gentlemen



몰리는 진리입니다.



시즌2에서 셜록은 난생 처음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에 휘말리며 냉정을 잃지만, 모리아티라는 가장 강한 적과 대항하던 마지막 순간의 셜록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했습니다. 시즌1의 초인-그러나 인간의 감정을 하찮게 여기던-이 존 왓슨의 시선-모든 인간에 대해 공정한-이란 무기를 얻어 몰리-세상에서 가장 하찮은-라는 변수를 게임에 적용시킬 수 있었지요. 그렇게 가장 강한 적수가 그림에서 물러나고 가장 혐오스런 적수(정말이지 어쩜 그리 혐오스럽던지. 라즈 미켈슨!)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적수의 그레이드가 하향되자 균형을 맞추듯 셜록의 능력도 저하됩니다. 주위 사람들의 감정이 이용 대상이 아닌 보호 대상이 됨으로써 고기능 소시오패스의 기능이 저하된데다, 존 왓슨과의 우정에 '너무 깊이 엮이는' 바람에 사건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죠. 이러한 사실도 주목할만 합니다만, 시즌3에 그려진 셜록의 능력에서 정말 주목할만한 특별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2화 '피투성이 근위병' 사건에서 셜록이 제안했듯 그게 뭔지 맞춰보세요. ...아무도 없습니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레스트레이드, 경감님도 넓게 보면 탐정 아닙니까. 

레스트레이드 : 음... 자네가 실전 사격에 뛰어든 거? 원전에선 제대로 된 거 쏴본 적도 없잖아.

훌륭해요!

레스트레이드 : 맞췄나?

아니요. 다른 분?

톰 : 여자예요.

뭐요?

톰 : 여자들요. 여자들이랑 채팅방에서 떠들기도 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여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한 거죠.


됐고, 시즌3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아주 중요한 변화는, 보면서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바로 '마인드 팰리스'입니다. 마인드 팰리스가 뭐 어쨌냐고요? 원전을 봅시다.


-인간은 자기 두뇌의 작은 다락방에 쓸모가 있음직한 모든 가구를 잘 갖춰놓아야 한다고 말이야. 나머지는 원할 때 언제든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헛간 같은 서재에 때려 넣어두면 돼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인간의 뇌는 원래 텅 빈 조그만 다락방같은 거야. / 도움이 되는 지식이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지식은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 (주홍색 연구)

-내 머리속은 온갖 종류의 상자곽으로 가득 차 붐비는 창고방 같네. 상자들이 너무 많아서 거기 뭐가 있는지는 희미하게 밖에 기억하지 못해. (사자 갈기)


마인드 팰리스(다락방)는 셜록(홈즈)이 온갖 정보들을 저장해놓는 창고와 같은 곳입니다. 시즌3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원전과 달리, 그리고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이 마인드 팰리스에 사람이 입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죠? 셜록이 자신에게 생긴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존 왓슨과의 우정, 그것도 문학사에서 손꼽힐만큼 깊이 각인된 이 드물고 강렬한 우정은 어쨌든 결국은 감정적인 것이라, 셜록 홈즈라는 고성능 렌즈에 생긴 흠집으로 작용되었습니다. 게다가 시즌3에서 셜록은 존과의 관계를 넘어, 존을 통해 세상과 관계하기 시작하죠. 그로인해 범죄를 푸는데 집중되었던 셜록의 지능은, 몰리에게 감정적인 보상을 하고, 최고의 들러리 연설을 준비하고, 신부 들러리의 짝을 찾아주고, 왓슨 부인의 잠재적 외도 상대를 걸러내는 일 등에 소모되죠. 그러는 동안 1화부터 차근차근 마수를 뻗치던 마그누센의 실마리를 다 놓쳐버리고요. 애초에 몰랐다고 주장하긴 하지만 어쨌든 1화에선 마인드 팰리스에서 폭탄 해체법을, 혹은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내는데 실패하고, 2화에선 숄토 소령의 방을 찾아내는데 버퍼링이 생기기도 하며, 3화에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메리에 대한 모든 것을 놓칩니다. 이렇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주의력이 분산되어 돌이킬 수 없이 금붕어 중 하나가 될 뻔한 이 시점에서, 셜록은 그 약점에 굴복하는 대신 그 약점을 오히려 내재화시켜, 자신의 약점이 돼버린 그 사람들 개인 개인의 특성을 일종의 정보로 마인드 팰리스에 추가하고, 그 개개인의 특수화된 관점들은 셜록이 보지 못하는 사각을 비춰, 셜록의 약점이었던 사람이, 관계가, 다시 무기가 되어 기능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가 어떻게 했을까 / 나처럼 했겠지 / 그럼 자네라면 어떻게 했겠나. (마지막 문제)

-나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된다는 가정하에 우선 그 사람의 지능을 가늠해본다네. 그 다음에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나갈 것인가를 상상하는 걸세. (머스그레이브씨네 의식문) 

-언제나 자신의 입장을 바꿔놓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 결과를 알아낼 수 있을 걸세. 상상력을 약간 동원해야 하긴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지.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 

-녀석은 꽤 머리가 좋은 편이니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나는 스몰의 입장에 서서, 그 정도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봤지. (네개의 서명)


말해 뭐합니까. 당연히 원전을 기반으로 했지요. 원전에선 주로 범죄자들에 한정되어 있던 이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기'가 주변의 관계로 확장된 겁니다. 물론 아직 정보를 활용하듯 이것을 완전히 자유롭게, 유용하게 이용하진 못하는 듯 보입니다. 그래도 미답 상태에 있던 사건을 풀기 위해, 범죄를 풀어내라는 마이크로프트의 조언이 아닌, 피해자를 구하라는 존의 조언으로 방향을 전환하던 2화를 떠올려보십시오. 누가 '하루살이 남자'일까를 고민하던 셜록이 포커스를 바꿔 누굴 구해야 할까에 집중하자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스토리 전개상 셜록이 너무 세진다 싶으면 원전을 끌어와 다시 약화시키고, 셜록이 너무 약화된다 싶으면 원전을 끌어와 다시 강화시키는, 이 적재적소의 균형 감각이 저는 자못 감탄스러운 겁니다. 


한편, 이번 시즌에는 원전을 둘러싼 홈지언들의 투덜거림에 응답하는 듯한 대목들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전에서 홈즈가 자신의 명백한 실수나 실책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남탓으로 돌리기 좋아한다고 불평하는 연구자들이 많았는데, 마치 그를 대변하듯 '왜 모든 게 내 탓인데!' 울분을 터뜨리던 존의 모습에 체증이 내려간 홈지언들 많겠다 싶었습니다. 셜록의 부활에 기절하긴 커녕 기절시킬 기세로 주먹질해대던 존도 같은 맥락이고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닌에게 반격의 기회를 준 것에 세계가 환호했을 겁니다. 밀버튼의 하녀를 유혹하고 버린 건 원전에서 가장 비난받는 홈즈의 행동 중 하나였거든요. 다만, 그녀가 서식스의 별장을 언급할 때 한 번 멈칫하긴 했습니다. 셜록을 '금욕적 이성애자(라고 타이핑하는 손가락에 짜증이 막 뱁니다)'로 생각하는 스티븐 모팻이 뭐 밀회라도 준비해놓았나, 진심은 아니고 비꼬는 차원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재닌의 서식스 별장 발언을, 재닌이 유포한 허위 사실 중 하나로 생각하기를 좋아합니다. 그 거짓말 때문에 사실과는 달리 셜록이 은퇴하고 서식스에서 벌 친다는 얘기가 돈 거라고요. 원전에서 그 말년은 너무 쓸쓸하니까. 뭐, 가장 온건한 생각은 셜록이 재닌의 발언에서 은퇴 후 벌 치는 발상을 착안했다고 여기는 거겠죠.


주변 인물과 관련해 할 얘기 다 했는지 모르겠군요. 아, 이 얘기 혹시 했습니까?

몰리는 진리입니다.



2. family


시즌2 때 밝혀진 존의 미들네임 '해미쉬'의 배경은 많은 분들이 조사해서 아실 겁니다. 도로시 세이어스의 이 유명한 이론은 원전을 둘러싼 셜로키언들의 무수한 이론들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이론 중 하나입니다. 기본은 '토르교 사건'에서 언급된 존의 풀네임 'John H. Watson'에서 시작됩니다. H의 원형은 원전에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지요. 세이어스 여사는 '입술이 뒤틀린 남자'에서 메리가 남편을 '제임스'라고 잘못 부른 이유가 바로 존의 미들네임이 '해미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스코틀랜드식 이름인 'hamish'가 영국의 'james'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또한, '네 개의 서명'에서 메리 아버지의 죽음에 '존 숄토' 대령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메리는 '존'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길 꺼려했으며, 그래서 미들네임인 '제임스'를 선호했으리라 가정하는 것도 그럴 듯 하죠. 이렇듯, '해미쉬'는 원전의 빈틈에서 시작해, 원전의 감정선을 한바퀴 돌아, 원전의 오류를 바로잡는데까지 미치는, 무척 아름다운 이론이라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미 앞에서 셜록의 웃음 개수 세고 있는 셜로키언들의 행태에 기함을 토한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들의 잉여력은 셜록 홈즈의 식별 가능한 서로 다른 추론의 개수는 217건, 셜록 홈즈가 스스로 정의를 구현한 건수는 14건,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건수는 26건, 뭐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가요. 그러나 어리고 순진했던 저를 이러고-정말이지 이러고- 있게 만든, 원전을 둘러싼 이 이상한 나라의 가장 큰 매력은 해미쉬 이론과 같은, 쓸데없이 정연한 논리 구현들이었을 겁니다. 아름답잖아요. 논리학자들의 온갖 논문 속 예시문에 뜬금없이 221B니, 셜록 홈즈니 하는 이름들이 허구헌날 튀어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겁니다. 아무튼 저는, H가 해미쉬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 만족하지 못하고 왜 해미쉬인지 납득이 돼야만 하는 쓰잘데기 없는 논리 애호가이기도 해서, 아래에는 시즌3와 관련된 셜로키언 이론의 배경 논리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 중에는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논리 전개 과정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여러분, 잘 오신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셜록 홈즈의 개인사에 이르면 문제는 조금 더 어려워져서, 대부분 해미쉬 이론처럼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상은 시골 대지주였어.

-우리 할머니는 프랑스 화가 베르네의 누이였지.


우리가 셜록 홈즈의 가족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그리스인 통역사'에서 언급되는 이 두 가지 사실이 전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별 수 있나요. 아쉬운대로 이 두 가지 사실로부터 시즌3가 채택하고 있는 셜록 홈즈의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보기로 합시다. 


우선 조상이 시골의 대지주였고, '지주 계통이 다 그렇듯 그리 변화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홈즈의 언급으로 미루어 봤을 때, 대가 이어지는 아버지 쪽의 혈통이 영국의 순혈이라 가정하고, 그렇다면 프랑스 화가 베르네의 누이인 할머니는 외가쪽 혈통이 됩니다. 같은 책에서 홈즈는 이 할머니의 '예술적인 기질이 아주 낯선 형태로 드러나' 자신의 '관찰력과 비상한 추리력'으로 유전되었으며, 마이크로프트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도 같은 기질을 물려받은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홈즈와 마이크로프트는 외탁했으며, 이는 곧 어머니의 뛰어난 머리를 암시하죠. 시즌3 3화에서 천재 수학자였던 어머니의 설정은 여기서 옵니다.

귀족 가문 출신인만큼 '셜록 홈즈'의 이름이 이렇게 간단할 리 없는데, 우리가 원전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전무하므로 이번엔 책 밖으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기록한 왓슨은 코난 도일을 출판 대리인으로 선택하는데, 이는 홈즈와 왓슨 두 사람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일단 왓슨과 코난 도일은 같은 의사로서 연이 닿아 있었을 거고, 그렇다면 홈즈가 코난 도일과 일하는데 승낙한 계기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글로리아스콧호'에서 홈즈는 '동급생들과 통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것이 그들과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의 불테리어가 발목을 물어' 우연히 친구가 된 빅터 트레버 역시 '처음에는 얘기가 1분 만에 끝나버렸지만' 홈즈의 발목이 낫는 열흘 동안 병문안을 온 빅터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기에,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고 말합니다. 즉, 홈즈와 가까워지는 데에는 '공통점'이 키워드인 거죠. 코난 도일은 평생 동안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를 세계 최고의 작가로 꼽아왔습니다. 이는 아버지 존 도일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하지요. 여기서 아마도 홈즈 역시 '월터 스콧'에 대한 취향이 있었으며, 그것이 어머니(외탁한 셜록은 어머니와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에게서 물려받은 취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을 것으로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시즌3가 밝힌 셜록의 풀네임 '윌리엄 셜록 스콧 홈즈 william sherlock scott holmes'의 '스콧'은 이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셜록이야 원전에서 떠먹여준 이름이라 딱히 이론적인 배경은 없지만, 앵글로 색슨어로 '금발'을 뜻하는 '셜록' 역시 어머니쪽에서 유래된 것으로 가정되곤 합니다. 셜록의 퍼스트 네임은 의견이 분분한데, 시즌3는 셜록 홈즈의 전기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를 집필한 윌리엄 베어링굴드의 노선을 따라 최종적으로 '윌리엄 셜록 스콧 홈즈'를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어링굴드는 '윌리엄'의 유래를 다만, 셜록의 아버지가 신학자 '윌리엄 홈즈'의 숭배자여서 붙인 이름이라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베어링굴드가 셜록 홈즈의 전기에 채택한 가설들을 상당 부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가 한 일 중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셜록의 아버지 이름을 '사이거 홈즈 siger holmes'라 밝힌 것인데요, 이 이론엔 아주 심플한 맛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가 죽음에서 부활한 단편 '빈 집'에서 홈즈는 왓슨에게 대공백기 동안 노르웨이 등반가 '시게르슨 sigerson'의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홈즈가 선택한 이 이름은 말 그대로 siger+son, 사이거 siger의 아들son이란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고로, 홈즈 아버지의 이름은 사이거입니다. QED.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름은 시즌3랑 별 상관 없네요. 그래도 베어링굴드의 훌륭한 이론 두 번째는 무척 상관 있는 얘깁니다. 자, 대를 이어 시골 대지주 가문이었던 홈즈가에는 이를 물려받을 자손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러나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은 신분과 사유지로부터 자유로워보이죠. 여기서 유추되는 사실은 신분과 사유지를 물려받은 적장자가 따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원전에선 등장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가 이미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신분이 마이크로프트나 셜록을 옭죄지 않는 것으로 봐선, 죽은 큰형의 신분이 다시 그의 적장자인 아들에게로 대물림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고, 그러므로 그의 사망 시기는 성년 이후로 가정됩니다. 한편, 코난 도일의 초기 스케치를 보면, 주인공 탐정의 이름을 '셜록 홈즈'로 확정하기 전 '셰링포드 홈즈'라고 적어놓은 기록이 있습니다. 고유명사를 왜곡시키는 왓슨의 방법을 따라 셜록을 대치하기 위해 채택한 이 '셰링포드'는 셜록의 죽은 형(즉,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시키지 않으면서도, 글에 등장해도 피해가 가지 않을 존재)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즌3 말미에서 죽을 수도 있는 첩보 활동에 셜록을 보내며 마이크로프트가 차갑게 내뱉었던 '다른 형제가 어떻게 됐는지 보셨지 않습니까.'는 이 죽은 형 '셰링포드' 이론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고급 취향과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으나 세계와 거의 단절돼 있는 홈즈 형제들의 상태로 봤을 때, 둘은 꽤나 고립된 유년기를 보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그밖의 국가들)를 오가며 정착하지 못하는 생활도 그에 한 몫을 했을 것이고요. 특히 앙상하고 마른 원전의 셜록 홈즈가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갖고 있다가 후기로 갈수록 건강을 급격히 잃어가는 것에 비추어, 그가 체질적으로 아주 유약했으며 원전 초중기의 신체 능력은 유약한 유년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싱과 펜싱으로 단련한 결과로 추측됩니다. 병약하고 고립된 셜록에게 친구 비슷한 것이라고는 두 형 뿐이었고, 셜록이 본인보다 뛰어난 마이크로프트의 영향하에 있었음도 여기서 유추되죠. 저는 BBC 셜록의 주변 인물 중에서 시즌1에선 허드슨 부인에, 시즌2에선 몰리에 열광했었는데요, 시즌3는 정말이지 마이크로프트의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시즌2에서 (그놈의 지긋지긋한) 빌리 와일더의 '셜록 홈즈의 사생활'(을 제가 일부러 자꾸 언급하는 게 아니라, 제작진들이 그만큼 막 가져다 썼다고요. 시즌2 1화는 스토리 구조까지 ctr+C, ctr+V입니다. 이 영화 딱히 안 싫어하는데 자꾸 나쁜 쪽으로 언급하게 되는군요.)을 끌어오면서 추락시키고 만 마이크로프트 캐릭터의 위엄을 다시 세우기 충분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화에서 존과 재회할 생각에 한껏 들뜬 셜록을 차분히 나무라며, 보통 사람들에게 2년은 상처를 덮고 잘 먹고 연애도 잘 하고 잘 살아가기 충분한 시간이라는 걸 이야기하는 마이크로프트는 얼마나 옳았습니까. 2화에서 보통 사람은 우정이든 사랑이든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고, 결국 모든 게 변하고 모든 게 떠나간다고, 엮이지 말라고 조언하던 마이크로프트는 또 얼마나 옳았나요. 그리고 3화, 셜록이 존과 엮이길 마다하지 않은 이유로 시작된 벼랑 끝으로의 질주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동생을 사랑한 형의 마음을 짧막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헬리콥터씬은 또 얼마나 심금을 울렸습니까. 고립된 홈즈가를 벗어나 셜록보다 먼저 세상을 겪었을, 셜록보다 뛰어난 사람. 세상 밖에 나가면 우린 괴물이야, 바깥은 온통 금붕어들 세상이야, 너랑 나같은 사람은 너랑 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금붕어랑 엮여봤자 좋을 것 없어, 내 말을 들어, 넌 나보다 훨씬 멍청하니까- 스스로는 온몸으로 깨우쳤을 이 교훈들로 아마 끊임없이 보호해왔을 동생을, 그러게 그렇게 엮이지 말랬더니 결국 엮여서 금붕어들 따위로 인해 추한 꼴 보게 된 동생을 내려다보는 마이크로프트의 심정을 저는 감히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세상의 시선에선 셜록 홈즈가 위대한 탐정이든, 하이펑셔널 소시오패스든, 세계 최고의 천재든 살인자든 뭐든, 전지적 마형 시점에선 그냥 생떼같은 어린 동생일 뿐이었던 이 헬리콥터 씬에서의, '안 피웠어요.'와 '형이 피웠어요.'의 간극만큼이나 영영 헤아려지지 못할 형님의 마음이 진정 애잔하기 그지없습니다.





3. friends


나와야 할 게 나왔죠. 빌리와 메리.


우선 빌리 위긴스. 셜록의 심부름꾼 5인방 중 두 명이 1타 2피로 처리돼버립니다. 원전에서 셜록의 조수 역할을 하는 주요 인물은 총 5인으로, '베이커가 비정규군' 출신의 빌리, 위긴스, 심슨과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등장하는 출신을 알 수 없는 소년 카트라이트, 그리고 일명 '뚱땡이 신웰'로 통하는 신웰 존슨이 그들입니다. 3화에서 등장한 마약쟁이는 처음엔 자신을 위긴스라 소개하고 본명은 빌이라 밝히는데, 최종적으로 셜록은 그를 빌리라 부르죠. 빌리는 원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홈즈의 조수라, 아마 파스티슈 작품들에서도 가장 많이 끌어다 쓰는 아이일 겁니다. 그런데 BBC 셜록에선 어린애가 아니라 그런지 저는 이 빌리에 신웰을 대입하게 되는데요, 범죄자 출신이었다가 개심하고 셜록의 공식적인 조수가 된 신웰은 '눈썰미가 좋고 두뇌도 번뜩여 정보 수집에는 이상적인 요원(유명한 의뢰인)'이라고 묘사됩니다. '랑데일 파이크(세 박공 집)'와 더불어 셜록의 정보원으로 격상되어 기억되기도 하는 인물인데, 신웰에 해당되는 인물이 차후에 따로 나올지, 빌리가 셜록의 공식 조수 신웰의 역할을 계속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메리.

아, 그동안 메리 얘기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필요한 얘기를 순서대로 하느라 한참 참았습니다. '네 개의 서명'에서 메리는 범죄를 추적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강단있는 여성으로, 그녀에 대해서만큼은 홈즈도 드물게 칭찬을 늘어놓는데, 그녀가 '정말 모범적인 의뢰인'이며, '올바른 직관을 갖고' 있고, '이 방면(범죄 수사)에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야말로 만만치 않은 인물인 거죠. 아시다시피 '네 개의 서명'은 시즌1 '블라인드 뱅커'에서 메인 줄기를 다 가져다 써버려서, 거기서 가져올 게 뭐 남았나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등장 인물들의 관계나 살해 수법, 아이템들을 이름과 국적 등 겉모습만 바꿔서 솜씨 좋게 탈탈 털어 다 써먹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시즌3 '세 사람'에선 '블라인드 뱅커'가 가져다 쓰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독침 쏘는 난쟁이, 아그라의 보물 등의 필수요소들을 이번엔 변주없이 그대로 가져와 다시 써먹습니다. 한 번은 간접적인 변주로 한 번은 직접 언급의 정공법으로 같은 원전을 두 번 써먹는 패기에 좀 웃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메리 모스턴을 둘러싼 진짜 이야기는 3화 '마지막 서약'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죠. 그리고 시즌3의 패기는 여기서 폭발합니다. 시즌1 3화가 아무리 솜씨 좋아도, 시즌2 3화가 아무리 매력 넘쳐도, 그래도 시즌1 1화의, BBC 셜록을 처음 만난 충격에는 비할 것이 아니었는데, 하물며 그 시즌1 1화를 다 포함해도 정말 물리적으로 팔뚝에 소름이 돋은 건 이번 시즌3 3화가 처음이었어요. 아마 소름 돋은 포인트는 보편 감성과 굉장히 동떨어진 부분일텐데, 이야기를 변주하는 제작진의 방법론 때문이었습니다. 분량이 분량이니만큼 한 번 더 참고, 자세한 얘기는 변주곡 장에서 하겠습니다. 

캐릭터 면에서 메리를 다루는 작가진의 시선은 존을 다룰 때만큼 공정합니다. 보통 셜록과 존 사이를 갈라놓았다는 이유로 괜한 미움을 받고 많이 왜곡되어 온 캐릭터인데요, 원전 어디를 봐도 메리는 결코 크산티페가 아니었죠. '보스콤밸리 사건'에선 왓슨에게 '요즘 당신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기분 전환이라도 하면 나아질 거예요. 게다가 셜록 홈즈씨 사건이라면 언제나 사족을 못 쓰시잖아요.'라며 오히려 왓슨과 셜록을 가까이 만들려 노력하기도 하고, '해군 조약문'에선 왓슨이 '홈즈는 문제가 나타나면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으려 한다는 내 생각에 아내도 맞장구를 쳤'다고 기록할만큼 홈즈에 대한 이해도 높았던 여인이었습니다.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원전에선 홈즈가 부활한 시점에 왓슨이 가족상을 당하는데요, 대부분 이 가족상이 '네 개의 서명' 때 결혼했던 메리의 죽음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노선을 택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슬퍼질지 두렵네요. 2화 '세 사람'에선 셜록이 캠(CAM)의 전보를 읽자 메리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당연히 마그누센의 협박 전보였을 테고 그 내용은 '네 가족이 이 결혼식을 봤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였죠. 고아로 신분 세탁한 메리의 그 '가족'이란 존재는 무엇이기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을까요. 내용은 의미없고 단지 마그누센의 이름에 반응한 것 뿐일까요. 메리에 대한 가장 하드코어한 이론 중 하나는 모리아티에 관한 것인데, '입술이 뒤틀린 남자'에서 메리가 실수로 존을 제임스라고 불렀던 게 그녀의 전남편을 부른 것이고 제임스는 모리아티의 이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무시무시한 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모리아티가 돌아왔군요. ...그냥 웃자는 얘깁니다.



4. ...others.


원전에서 홈즈는 범죄 해결과 추론에 개의 도움을 무척 많이 받습니다. 그 중 홈즈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던 개는 크게 셋인데요, 위에서 몇 번 언급한 '글로리아스콧호'의 불테리어 (홈즈의 다리를 문 빅터의 개 말입니다.), '네 개의 서명'에서 홈즈의 조수 노릇을 톡톡히 했던 토비, 그리고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가 안락사시킨 테리어가 그들입니다. 레드비어드와 관련된 셜록의 아픈 기억이 정확히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네 개의 서명'을 통해 그들 관계의 끈끈함을, '주홍색 연구'를 통해 슬픈 이별을, '글로리아스콧호'를 통해 셜록에게 남은 트라우마를 추측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기어다니는 남자'에서 홈즈가 말했듯 '개는 한 가정의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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