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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코시건 6 : 남자의 나라 아토스 l 보르코시건 시리즈 6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은이) | 최세진 (옮긴이)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02-10 | 원제 Ethan of Athos (1986년)

남자의 나라 아토스 – 마일즈가 없어도 재미있다는 것을 증명하다

 『남자의 나라 아토스』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의 대형 기획인 16권에 달하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 6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인 만큼, 시리즈의 핵심 주인공인 마일즈 보르코시건이 어느 정도 등장할 줄 알았으나, 이름만 언급되고 마는 시리즈의 외전이다. 그만큼 분량도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외전이면 보통 본편보다 크게 재미가 떨어지지 않나 하고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웬걸, 이 책 충분히 재미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16권이나 되는 시리즈이지만, 각 권이 단독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높고 그 자체로 다 재미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단권 내에서 플롯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점 때문에 작가의 단편들도 수준급의 재미와 완성도를 지닐 수 있음은 물론이다.
 분량으로 따지면 경장편이라고 할만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남자들만 사는 아토스라는 행성의 에단 박사다.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에 인공자궁을 통해 남자들만 태어나고 사는 행성이 가능하다. 아토스는 바로 그런 행성으로 그리스신화의 여성들만 사는 아마존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이곳은 굉장히 바르고 선한 사람들이 모인 행성처럼 비친다. 일종의 경쟁과 다툼, 싸움, 폭력이 없고 시골의 정다움만 느껴지는 곳처럼 묘사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또 남자들끼리의 관계도 굉장히 귀엽고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평화롭고 조용한 행성에서 난소배양조직들이 사멸되어가고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행성의 존립이 위험한 것이다. 외부와 단절되고 자기들만의 문화에 안주하고 있는 이 행성에서는 통신 판매로 난소 조직을 사지만, 그게 어이없게도 엉터리 물건이 도착한다.
 배송 사기를 당한 셈이다. 이 점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핵심 재미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예산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점을 언제나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사 견습』에서도 용병단을 말로 집어 삼키는 마일즈이지만, 용병들의 수당이나 보험 문제로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진다. 보통 다른 데서라면 쉽게 넘어갔을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서 이야기의 질감을 부여하고 독특한 관점에서 오는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외전 역시 행성의 운명이 달린 난소 조직을 통신 판매로 구입하는데 배송 사기를 당해서 에단 박사가 직접 행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우면서 흥미롭고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다.
 광활한 우주, 또 미래지만, 현실적인 돈 문제가 언제나 이 소설을 지탱하고 있다. 에단 박사가 행성의 돈을 긁어모아서 클라인 우주정거장으로 나가는 것도 재미있고, 돈 때문에 벌벌 떨고, 또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받는 부분들은 역시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클라인 우주정거장에서 에단은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여러 소설에서 나오는 시골에 살다가 대도시에 나가서 경험하는 신문물의 충격 등이 재미있게 잘 묘사되고 있다. 그러면서 아토스 행성을 호모들의 행성으로 보고 핍박하는 부분에서는,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성적인 편견과 박해가 있다는 점이 지금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들면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진짜로 몇 세기가 지나도 인류는 변함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씁쓸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에단 박사를 돕는 인물은 바로 덴다리 용병대 중령, 엘리 퀸이다. 이전 작품에서 플라즈마 총에 얼굴이 녹아버렸지만 마일즈가 배타 개척지의 의술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된 인물이다. 덴다리 용병대에서 엘리 퀸 혼자만 단독으로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이야기가 처지는 곳 하나 없이 숨가쁘게 잘 전개되며, 엘리 퀸의 매력도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작품이 바로 전작인 『마일즈의 유혹』과 이어진 연계성이다. 『마일즈의 유혹』에서 마일즈는 대화를 하나 엿듣는데 거기서 나온 단어를 가지고 엘리 퀸을 투입시켜서 사건을 파헤치게 만든 것이다. 두 작품이 통신 대화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는 셈인데, 이런 점들이 시리즈의 연계성을 강화해서 재미있는 부분이다.
 전작인 『마일즈의 유혹』이 하드보일드 추리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이다. 원래 다양한 첩보물을 좋아하는 터라, 이렇게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첩보물은 신선하면서도 매우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다. 이처럼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작품마다 다른 장르가 느껴진다는 점도 장점이자 매력이다. 『명예의 조각들』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었고, 『전사 견습』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재미와 성장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가진 작품이었다. 『남자의 나라 아토스』 같은 경우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첩보 소설이자, 아토스라는 행성에만 살아온 인간이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모험을 겪는 소설로 여러 재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처음 단독 임무를 맡은 엘리 퀸의 실력과 또 성장을 엿보는 재미도 크다. 우주 정거장의 묘사는 이 시리즈가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써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SF적인 배경을 잘 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주정거장인 만큼 여러 행성의 세균이나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된 생태계를 지키는 생물통제국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설정 등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런 배경 설정을 그냥 보여주고 마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전개 됨에 따라 적절한 복선으로 작용하여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은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하는 지점이다.
 앞에 5권이나 나왔지만, 하나도 읽지 않고 이 작품만 읽어도 충분히 SF소설로써, 장르소설로써, 모험소설로써, 첩보소설로써 등 다양한 재미를 가진 오락소설로 즐기기 충분하다. 외전이고 분량도 적기 때문에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다른 책을 접하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 얇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은 다음에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새삼 엘리 퀸이라는 인물이나 몇몇 대사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장르를 떠나서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언제나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그 시리즈의 첫 외전인 『남자의 나라 아토스』는 기분 좋은 모험을 떠나게 해주는 좋은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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