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론 TRON (오리지널)

2013.11.06 22:48

Q 조회 수:2676

론 TRON 

 

미국, 1982.      ☆☆

 

A Walt Disney Production- Distributed by Buena Vista Pictures. 1 hour 36 minutes. Aspect ratio 2.35:1.

 

Written and directed by Steven Lisberger. Story by Bonnie McBird and Steven Lisberger. Cinematography by Bruce Logan. Produced by Donald Kushner. Music by Wendy Carlos. Production Design by Dean Edward Mitzner. Visual Effects Supervised by Harrison Ellenshaw. Computer Effects Supervised by Richard Taylor.

 

CAST: Jeff Bridges (케빈 플린/클루), Bruce Boxleitner (알란 브래들리/트론), David Warner (에드 딜린저/사크), Cindy Morgan (로라/요리), Bernard Hughes (월터 기브스/ 뒤몽), Dan Shor (램), Peter Jurasik (크롬)

 

듀나님의 리퀘스트 [트론] 오리지널 리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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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트론 새로운 시작] 공개 시점에서 쓰려고 했던 리뷰인데, 뭔가 성가신 일로 해서 일단 기회를 놓치게 되면 여간해서는 재개를 하지 못하게 되는지라 여태까지 미뤄졌습니다. 그것도 그렇고, 한국어로는 짧은 시간내에 하고 싶은 말을 빨리 쓰는 능력이 아직 모자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죠. 물론 영어로 쓴 글도 왜 그렇게 말이 많고 복잡하게 쓰냐는 식의 비판을 많이 듣습니다만. ^ ^

 

[트론] 은 [블레이드 런너] 나 [존 카펜터의 괴물] 과 마찬가지로 공개당시에는 전반적으로 특수효과를 위해 스토리와 “내용” 을 희생한 실패작이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가 거의 20년이 지난 21세기에 들어와서 컴퓨터 그래픽을 특수효과에 도입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월트 디즈니의 “고전” 으로 공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트론] 은 충분히 여러번 감상을 할 수 있을만한 가치를 지닌 한편이긴 하지만, 명작이니 걸작이라는 수사를 붙이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모자랍니다.

 

그런데 이것이 각본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캐릭터들을 더 세련되게 다듬는다고 해결될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론] 은 기획 당시부터, 어떤 의미에서는 [재즈 싱어] 를 볼 때 우리가 토키라는 목소리와 노래소리가 흘러나오는 영화라는 데서 일차적 의미를 찾지 않을 수 없듯이,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영상기술의 전시효과에 완전히 종속된 한편이었습니다. 단지 아이러니칼한 것은 특별판 디븨디와 블루레이에 수록된 메이킹 필름들이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이 기술 자체도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고 거의 “몸으로 때우는” 수공업적 작업을 무수히 거쳐서야 비로소 어느정도의 완성도를 바라볼 수 있었던 “원시적인” 수준밖에 유지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만, 모든 새로운 예술매체에 도입되는 기술이란 것은 그런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죠.

 

[트론] 의 기본 아이디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을 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가 노트패드에 낙서 수준으로 한번은 끄적거려 봤음직한 설정이죠. 즉 컴퓨터 안의 프로그램들이 자신들만으로 구성된 세계를 만들고 살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쓴 우리들을 “유저” 라고 부르면서 하느님처럼 숭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론] 의 경우 그러므로 [매트릭스] 가 가장 유명하게 만들었고 [시리얼 엑스페리멘츠 레인] 등의 아니메가 강박적으로 다루어낸 바 있는 버추얼 리얼리티를 소재 및 주제로 삼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적인 가상세계라기 보다는 엘프나 요정들이 사는 이차원의 세계에 더 가까운 거죠. 이 컴퓨터안의“세상” 의 정치학도 뻔하디 뻔한 겁니다. MCP (마스터 콘트롤 프로그램) 과 그의 부관인 사크가 지배하는 독재관리사회에서 프로그램들은 압제에 고통받고 비데오 게임에 동원되어서 말살되고 있으며, “좋은” 프로그래머가 만든 트론이라는 용감한 프로그램이 MCP에 대항해서 혁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매트릭스] 처럼 개똥폼을 잡지는 않지만, [트론] 오리지널의 설정의 구태의연함을 보면 불과 15년 사이에 얼마나 컴퓨터에 대한 인식과 가상세계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했는지 새삼 상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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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보자면 [트론] 의 그 나이브함-- 역시 [매트릭스] 의 썬글라스끼고 가죽 잠바 입고 설쳐대는 메시아니즘과 인류의 미래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개똥철학과는 대극적인 위치에 있는-- 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편안한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매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극채색으로 어우러진, 현실감이라고는 단 한톨도 없는 빤질빤질하게 빛나는 배경에서 반딧불처럼 퍼렇게 빚나는, 전자부품 찌꺼기로 여기저기 기워낸 고대 로마인의 복장같은 어정쩡한 코스튬을 입은 배우들이 비데오게임 놀이를 하는 것을 편하게 구경하는 것을 일차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뭐 이런 비데오게임 놀이에서 지면 인류의 장래가 뭐 어떻게 되고 그런 거 아녜요. 무슨 영화만들기에 대한 메타포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라이트 사이클이 감속 하지 않은채로 확 직각으로 꺾어지는 (그 때문에 전혀 진짜 오토바이를 탄 것처럼 “실감” 이 나지 않는), 또는 나비처럼 투명한 날개를 펼친 태양전지 돛단배가 미끄러지듯이 날아가는 그런 비주얼들을 보시고 와 하고 감탄하시면서 보시면 되는 거에요. 이러한 [트론] 의 나이브하고 단순한 매력은 팩맨이나 갤래거 같은 옛적의 비데오게임의 매력과도 비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팩맨이 갑자기 3차원적인 캐릭터로 변신해서 유령들에게 38구경 권총을 난사하거나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고, 사실 그런 게 팩맨의 어필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도 없지 않겠어요?

 

단, [트론] 의 경우에 있어서도 다른 디즈니의 아니메이션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람 연기자들의 공헌이 지대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제프 브리지스 연기자가 아닌 다른 분 (예를 들자면 디즈니에서 아역스타로 성인역까지 성장해온 경력이 있는 커트 럿셀이라든지) 이 플린역을 맡았더라면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진짜” 사람 캐릭터를 통해 [트론] 의 세계관의 이질성과 엑조틱함을 가감없이 전달함과 동시에 카리스마와 더불어 스토리를 끌고 가는 과업을 달성할 수 있었을 지 의심스럽습니다. 브리지스 연기자의 “워 워, 이거 페달을 밟았는데도 왜 안나가지. 어어 잠깐! 스톱! 꺅!” 이런 투의, 거침없이 감정을 피로하는, 좋은 의미로서 어린이들의 순수한 반응 같은 연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지극히 인공적인 이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브리지스의 연기와 신디 모건이 프로그램 요리로 출연했을 때의 멍~ 하고 초점이 없는 연기를 한번 비교해 보시면 그 실력의 차이를 가늠하실 수 있겠습니다). [스타맨] 도 그렇고 하여간 브리지스 연기자의 공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존 카펜터의 괴물] 도 이분이 하셨더래면 어땠을지...

 

웬디 카를로스 ([시계장치 오렌지] 에서 클래식을 전자음악으로 편곡하는 작업을 했을 때는 월터 카를로스였는데 그 사이에 성전환수술을 했죠) 가 담당한 음악은 언제 제가 한번 말했다시피 개인적으로 데이빗 샤이어의 [2010 년 오딧세이 2] 와 존 스코트의 [인세미노이드] 등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엘렉트로닉 스코어의 하나입니다. 순수하게 전자음악은 아니고 종교음악을 연상시키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와의 합주도 있는, 장중하면서도 친근감이 넘치는 스코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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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은 무슨 영화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그런 걸작은 아닙니다만, 영화라는 영상예술의 다양성을 과시하는 좋은 예로서 거론될 가치는 있는 작품이고, 또 명랑하면서도 냉랭하고, 칼라풀하면서도 단순한, 일견 모순된 아름다움이 충만한 이색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이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는 나름의 평가 기준이 있으시겠지만, 2013년의 시점에서 다시 보자니 영화라기 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그런 한편이 아닐런지, 그런 “사진영상” 과 “움직이는 그림” 의 차이점을 메꿔가는 수렴의 과정에서 한 단계를 확정짓는 한편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 : [트론] 을 극장에서 봤을때 딜린저가 자기의 책상을 터치스크린으로 써서 직접 키보드를 치면서 사무를 보는 장면이 그렇게 쿨해보이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시 말하지만 휴대폰은 커녕 랩탑도 없던 시절입니다. 애플 컴퓨터가 우편함처럼 생겨먹고 고양이 마빡만한 스크린이 달려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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