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개봉하는 날 저녁에 (축구중계가 없는 날을 틈타) 영화를 보고왔는데

너무너무 인상적이었고 좋았던 영화인데

영화에 대한 생각(말)을 이제야 해보네요. (비바 에스파냐~)

 

스크린이 점점 밝아지며 나레이션이 흐르던 첫 장면에서부터 매혹되어 정말 행복하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화면이 흑백이어서 너무 보기 좋다고 생각한 흑백영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안의 모든 실상과 모든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어둡습니다.

목사와 자녀들, 의사와 산파, 의사와 딸, 지주와 노동자들, 아이들과 아이들, 지주 부부 사이...

(정상적인 감정 교류가 있는 관계라면 외지인들인 선생과 유모 정도?)

그것을 조용하게 천천히 드러내어 보여주는데 감독은 매우 능숙하고 품위있고 지적이며 흑백 화면은 너무나 효과적이었습니다.

감독 천재.

 

이 영화는 감독상은 물론이고 각본상, 촬영상, 그리고 각종 연기상을 모두 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DVD가 나오면 구입해서 두고두고 야곰야곰 감상하고 또 감상해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순간적으로 너무 귀여워서 잊혀지지 않는 것 하나는

큰 아이들 둘과 강가에 누워서 피리를 만들어 불던 지주(남작인지 백작인지?)의 어린 아들 모습.

금발의 곱슬머리와 차림새도 귀엽고 혼자서 세상모르고 천진난만하기만 한데다 형들도 못만드는 걸 쉽게 만드는 비상한 재주까지.

눈치도 없이 그 피리 삑삑 불다가 그 후에 발생된 장면에서조차 귀여움을 느꼈다는...;;;

 

아 귀여운 장면 하나 더 있습니다.

목사의 막둥이 아들이 자신의 새를 아빠에게 바치던 모습.

그런데 이 장면은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한편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목사 때문에.

 

이 때 목사가 목이 메여했는데 제 눈에 그것은 자신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 받은 충격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그의 믿음이란 아이(인간)에 대한 불신, 모두가 악하다는 믿음.

그 불신의 깊이에 비례해서 아이들에게는 순결과 규율을 강조, 강요하고 그래도 성에 안 차서 팔뚝에 하얀 리본을 묶기까지.

그런 아버지 아래에서라면 순결한 막둥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버지의 믿음(불신)에 부응하는 인간으로 자라겠지요.ㄷㄷ

사정은 의사집 어린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네케가 현대물로 그려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400
581 [영화] 노웨어보이, Nowhere Boy vs. 레논 네이키드, Lennon Naked [20] 가시돋힌혀 2010.07.03 5079
580 [영화] 레드 RED [6] [1] 곽재식 2010.11.07 5023
579 [영화] [프로메테우스] 진화론으로 푸는 우주적 미스터리들... (스포일러 有 // 이미지 수정 완료) [4] [1] 또롱또롱 2013.01.03 5022
578 [영화] 이끼(2010) - 스포일러 [2] [1] 개소리월월 2010.08.05 4993
577 [책] 고령화 가족 1분에 14타 2010.03.31 4990
576 [영화] 서스페리아 Suspiria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8] [18] Q 2013.04.15 4988
575 [영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대지진] [1] taijae 2010.10.27 4984
574 [영화] 안티바이럴 ANTI-VIRAL (브랜던 크로넨버그 감독: 내용 생리적으로 불쾌할 수 있습니다) [2] Q 2014.04.28 4981
573 [영화] 세컨즈 어파트 Seconds Apart <부천영화제> [25] Q 2011.07.19 4973
572 [영화] 잃어버린 주말 The Lost Weekend [3] [26] 곽재식 2011.03.19 4973
571 [영화] 하녀 (2010) 개소리월월 2010.06.10 4964
570 [드라마] 조선 X파일, 기찰비록 [2] [1] 유로스 2010.09.19 4963
» [영화] 하얀 리본 (스포일러 포함) [3] [2] 어둠의속 2010.07.12 4960
568 [영화] 어스픽스/사령 (死靈) The Asphyx <유로호러/지알로 콜렉션> [1] [16] Q 2011.10.15 4959
567 [영화] 7번방의 선물, 아름다운 아버지와 착한 어린 딸의 아름다운 이야기 [2] [14] booak 2013.01.25 4942
566 [영화] 홀리 모터스 [2] [10] menaceT 2012.12.04 4939
565 [소설] 악의 교전 (키시 유우스케 작가) [3] [3] Q 2012.09.28 4936
564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 Q 2015.05.21 4927
563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It's Complicated, 2009) : 실은 간단하지 [1] [3] 조성용 2010.03.12 4918
562 [드라마] BBC Sherlock 2, 7-5, 7-6. [21] lonegunman 2012.02.08 491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