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텔레비전은 보드빌쇼와 같이 무대에서 올리는 쇼를 그대로 옮긴다는 듯한 느낌으로 제작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인지, "진행자"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진행자가 별로 필요 없는 영화나 연속극을 보여 주더라도, 그걸 보여 주기 전에 진행자가 나와서, 영화의 특징이나 유의점을 말해 주고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연속극의 스폰서 회사와 상품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점차 텔레비전다운 "그래픽" 요소를 활용하는 방법이 보편화 되면서, 이런 류의 진행자는 점점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오히려 진행자가 독특한 개성을 더해서 TV극의 맛을 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초기 사례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Alfred Hitchcock Presents)"의 진행자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인데, 이 감독은 단막극을 하나 소개해 주기 전에, 해당하는 단막극을 소개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간단한 농담이나 코미디 쇼 같은 우스꽝스러운 방법으로 이런 "진행자" 역할을 수행해서 매우 인상적인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60년대판 "환상특급(Twilight Zone)"의 로드 설링 시대로 넘어가면, 단막극을 소개하는 진행자가 전체 이야기 형식을 더욱더 살리고 그 특징을 더 강화하는 "극의 일부로서 진행자" 역할을 하는 경우도 보입니다. 단막극 시리즈인데, 그 단막극을 소개하는 진행자의 독특한 분위기와 소개하는 말 때문에 이야기의 신비로운 느낌, 또는 괴기스러운 느낌이 더욱더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환상특급"의 진행자와 같이 이런 독특한 진행자를 내세우는 신비로운 단막극은 이후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80년대판 환상특급의 성공 이후에 세계 각지에서 만개한 90년대에 재미난 사례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일본의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에 나온 진행자 타모리와 여기에 영향을 받은 MBC "환상여행"의 권해효가 보여준 신비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진행자 역할은 음침한 분위기가 제몫을 톡톡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범위를 넓히자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도중에 잠깐 나왔던 "인생극장"에서 이휘재가 활약하는 극이 진행되기 직전에 잠시 선글라스를 낀 진행자가 나와서 소개를 하는 대목을 언급해 볼 법도 합니다.

이런 부류의 "신비로운 단막극 진행자" 중에 단연 가장 특이한 사례로 꼽아 볼만한 것이 바로, 1989년부터 1996년까지 방영된 "납골당의 미스터리"(Tales from Crypt) 입니다.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단막극 진행자가 사람이 아니라, 납골당에서 깨어난 귀신 같은 시체였던 것입니다. "납골당지기"(crypt-keeper)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인물은 우스꽝스럽고도 괴기스럽게 꾸며 놓은 인형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인형을 움직이게 하는 특수효과가 무척 빼어나서 그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는 점도 기억할만 합니다. 이런 이상한 진행자를 내세운 것 답게,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공포물"만 전문으로 제작하는 단막극 시리즈였고, 납골당지기는 시청자들을 조롱하듯이 "취향 괴상한 놈들(creep)"이라고 부르면서 언어유희를 매우 많이 사용하는 음침한 농담을 낄낄거리면서 쉼없이 주워 담았습니다.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연출을 맡은 202 에피소드에서 아놀드 슈월츠제네거와 함께 출연한 진행자, "납골당지기")

그런즉,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대체로 공포물은 공포물이되, 코미디 요소가 무척 많이 들어간 공포물이 주로 중심이 되었습니다. 상당수의 이야기는 귀신이나 유령이 등장한다거나, 유혈낭자 장면이 좀 나온다 뿐이지, 내용만 놓고보면 그냥 코미디 범벅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이블 데드" 시리즈 시대 이후에 자리잡은 코미디와 결합된 공포물을 날이면 날마다 풀어 놓았고, 이걸 케이블TV인 HBO에서만 과격하게 해낼 수 있었던 공중파 TV에서는 보기 어려운 자극적인 장면들도 듬뿍듬뿍 집어 넣어서 독특한 내용으로 인기를 구가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해 볼만한 것은 "납골당의 미스터리"가 이런 "코미디스러운 공포물"을 투입하기 위해 활용했던 원작들 입니다.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원작"이 있는 이야기들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원작들이 세계의 유명한 고전이나, 명망 높은 단편 소설이 아니라, 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싸구려 "공포만화"였다는 것입니다. 제목으로 삼은 "납골당의 미스터리(Tales from Crypt)" 자체가, 50년대 미국에서 나왔던 공포만화 잡지의 제목이었고, "진행자"역할을 하는 인물로 납골당지기라는 귀신 같은 시체가 등장하는 것도 다름아닌, 만화판에서도 만화 본론 앞 뒤에 배치해 둔 것이었습니다.


(50년대 공포만화 표지 - "납골당의 미스터리"의 원조가 된 "Crypt of Terror"의 만화판 표지: 저작권표기- http://en.wikipedia.org/wiki/File:Crypt_of_Terror_17.jpg )

보다 풍성한 소재들을 갖고 오기 위해,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납골당의 미스터리" 만화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유행했던 다른 공포만화들의 이야기도 마음껏 가져 왔고, 매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마다 그 원작을 정확하고 큼직하게 밝히고, 50년대 만화 잡지 표지 풍으로 그려 놓은 그 이야기를 표현하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등, 원작을 50년대 싸구려 만화잡지에서 가져왔다는 점을 독특한 특징으로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좀 더 살펴보자면, 이런 부류의 50년대 공포만화들은 줄거리가 대부분 일정한 형식을 따르는 것이 보통인데, 대개,

1. 주인공이 괴기스러운 어떤 발견이나 상황에 직면한다.
2. 주인공은 자신의 탐욕을 이기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사악한 일을 한다.
3. 주인공이 사악한 일을 하기 위해 부린 제 꾀에 제가 결려서, 주인공은 파멸한다.

의 3단계로 되어 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1940년대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슈퍼맨", "배트맨" 부류의 초능력 영웅 만화들이 미국에서 일정 궤도 이상으로 올라 서면서, 1950년대에는 이미 가득 차 있는 초능력 영웅 만화 이외에 다른 여러 방면으로 시선을 끌어보려는 여러 만화들이 터져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1950년대에는 그 중에 공포만화들이 자극적인 맛이 힘을 얻어 대거 쏟아져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다양한 소재와, 왠갖 흥미로운 상황들을 제시하면서 출발하고, 결국에는 주인공이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에 처해 파멸하는 권선징악스러운 이야기들이 다수였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은 주로 "도덕극"(morality tales)으로 불리울 만한 것도 많고, 이야기의 극적인 심상이 완결되면서 동시에 권선징악도 이루어내는 "시적 정의(poetic justice)"가 실현 되도록 하려고, 억지로 억지로 쥐어 짜내서 결말로 만들어낸 이야기들도 꽤 많았습니다.

TV판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이런 다소간 억지스럽고 뻔한 이야기들도 TV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이런 특징을 오히려 개성으로 활용하기도 해서, "악몽과 같이 현실감 하나도 없이, 오직 이야기 속 세계에서만 벌어지는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편들도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삼아, 제가 갖고 있는 것들 중에 1953년말에 발간된 만화 "Shock SuspenStories" 제6호(복각판)의 내용을 소개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첫번째 만화 - 죽도록 딱 맞추기(Dead Right): 소개하는 말 - 이 긴장감 넘치는 흡인력 있는 이야기의 충격적인 마지막 반전을 단단히 각오하라...
내용 - "납골당의 미스터리" TV판 201 에피소드로 나온 것으로, 내용은 아래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2. 두번째 만화 - 몰래(Under Cover): 소개하는 말 - 여기, 그 번득이는 결말 속에 또렷한 충격이 있는 전율의 이야기가 있다!
내용 - 일단의 복면을 쓴 사악한 과격 조직 대원들이 한 여자를 채찍질해서 죽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몰래 신문취재를 위해 엿보고 있는 주인공. 주인공은 두목이 복면을 벗는 장면을 보고 FBI에게 이 조직의 두목을 알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들 단체에 붙잡히게 되고 "두목의 얼굴을 봤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버티다가 두들겨 맞고 기절합니다. 주인공이 깨어난 곳은 병원. 주인공은 병원에 찾아온 FBI에게 두목의 얼굴을 본 것을 이야기해 주며 일망타진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FBI들은 사실 복면을 벗은 단원들이 위장한 것으로 주인공의 말을 듣자마자 주인공에게 총을 난사해 사살해 버립니다.

3. 짧은 무서운 이야기 글 - 구부러짐(The Bend)
4. 쇼크 토크(Shock Talk) - 독자 편지를 소개해 놓은 부분 입니다.

5. 세번째 만화 - 그다지 안 거칠게(Not So Tough): 소개하는 말 - 몰아 닥치는 이 SF물은 필시 당신을 꽤나 덜컥 하게 할 것이다!
내용 - 주인공은 지나치게 엄격한 우주선 선장. 작은 실수를 한 항해사를 해임시켜 버리고,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원들을 엄격히 통제하고, 산소를 아낀다고 발작한 대원을 죽게 놓아두고, 반항하는 대원을 바로 사살해버리기에 이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수군거리며 "저 엄격한 선장이 언젠가는 좀 말랑말랑하게 부드러워져야 할텐데"라고 계속 읊조립니다. 마침내 우주선은 산소를 얻기 위해 한 행성에 착륙하려 하는데, 중력이 너무 강해서 추락하게 되고, 강력한 중력을 이기지 못해 선장은 중력에 눌려 떡이 되어 죽어 버립니다. 온 몸이 마침내 문자그대로 말랑말랑해져버린 것입니다.

6. 네번째 만화 - 설탕과 양념과 그리고... (Sugar 'n Spices 'n ...): 소개하는 말 - 살 떨리고 번득이는 공포를 찾는다면, 이 섬뜩한 이야기를 읽어 보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될 것을 보장함!
내용 - 주인공은 존과 마가렛 자매. 이웃에 사는 무뚝뚝한 할머니를 마녀 취급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할로윈 때 장난을 치러 갔다가, 할머니가 "살려줘!"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 집에 갔다가 갇히게 됩니다. 이 집에 들어가보니, 집은 과자로 되어 있습니다. 할머니는 "독일어로는 존과 마가렛을 핸젤과 그렌텔이라고 하지"라고 말하면서 낄낄거립니다. 할머니는 정말로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마녀였던 것입니다.

공포만화에 기초한 단막극 시리즈가 생겨난 배경을 따져 볼 때, 또 한가지 반드시 언급해 볼만한 것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 입니다. 스티븐 킹은 어릴 때 그런 싸구려 공포만화 잡지를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그런 잡지에 나온 이야기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서 이야기를 꾸며 간다는 말을 종종 해온 적이 있었습니다. 80년대가 되면서, 스티븐 킹이 영화 제작에 대거 참여한 - 심지어 주인공으로 연기까지 하기도 한 - 영화 "크립쇼(Creepshow)" 시리즈가 나오는 데, 다름아닌 이 "크립쇼"가 바로, 50년대 공포만화들의 다양한 소재와 환상적인 이야기거리, 코미디와 결합된 기묘한 형태, 극중극, 만화속 이야기를 소개하는 묘한 형식 등등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였던 것입니다. "크립쇼" 시리즈는 3개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담아 놓은 극장 영화였고, 단막극 시리즈와 매우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니, "납골당의 미스터리" TV물의 형식과 연출, 성격은 바로 이 "크립쇼"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한 것입니다. 그 덕택에, "납골당의 미스터"는 비슷하게 공포만화에 애정을 가진 여러 제작진이 애정을 갖고 의기투합해서 참여하는 모양이 되었고, 제작자로 리처드 도너, 로버트 제멕키스, 조엘 실버 등의 명사들이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는 점도 화제거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미국 TV쇼인 덕분으로 인터넷에서 비교적 풍부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입니다. 저는 아래에서 "납골당의 미스터리"에서 재미나게 본 이야기 10편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뒤이어, "납골당의 미스터리"에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몇몇 다른 이야기들도 덧붙여 한 번 언급해 보겠습니다.



101. 죽음의 신이었던 사나이 The Man Who Was Death


주인공은 사형수를 전기의자로 사형시키는 일을 담당하는 집행자 입니다. 그런데, 사형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인공은 실직하게 되어 우울해 합니다. 할 일이 없어진 주인공은, 법정에서 재판을 참관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법정에서, 예전 제도대로였다면 사형 당했어야 마땅할 연쇄살인마, 악랄한 범죄자 등등이 자기는 사람을 죽였지만, 아무도 자신을 죽일 수는 없다고 법정에서 낄낄거리며 피해자와 공권력을 비웃는 장면을 주인공은 봅니다. 주인공은 이에 부조리함을 느끼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면서 이런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들을 자기가 직접 살해해 버립니다. 살인 수법은 전기 감전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마침내 살인죄로 주인공도 검거 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인공이 죄로 잡히기 직전에 다시 사형제도가 시행 됩니다. 주인공은 새로 복직될 기회를 얻은 것이지만, 사형수가된 주인공은 이번에는 자기가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되고 맙니다.

"기계 장치의 신"을 이용하는 막판 우연에 의해 주인공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운명론적인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정교한 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모순된 운명의 장난은 흥미를 자아내는 줄거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흥미를 더 돋구기 위해서, 이 에피소드는 연출을 할 때, 옛날 느와르 영화 방식으로 주인공이 1인칭으로 독백을 읊조리면서, 자기 마음속에 느끼는 바, 세상의 모순에 대해 이죽거리며 냉소적인 생각을 품는 바를 관객에게 들려주도록 꾸몄습니다. 주인공이 전기의자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결말도 옛 느와르 영화들을 떠오르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푸른색이 감도는 화면 빛깔이나 도시 정경을 담아내는 수법은 80년대말 90년대초에 유행한 "네오 느와르"류 영화와도 일맥상통 합니다.

게다가, 이런 점을 더 과감하게 살리기 위해서, 극중 주인공이 카메라 쪽을 보면서 시청자를 향해 이야기를 하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주인공이 술집에 앉아 있고, 주변의 인물들은 꼭 진짜 술집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주인공은 이 술집을 지켜보는 "시청자"라는 극 밖의 존재가 있다는 것처럼 시청자를 향해 말을 거는 것입니다. 주변의 바텐더나 다른 손님은 시청자가 이쪽에 있는 지 모르지만, 오직 주인공과 시청자들만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특성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인 것입니다. 이런 수법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나, "페리스의 휴일(Ferris Bueller's Day Off)"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소위 말하는 "제4의 벽(the fourth wall)을 깨는 수법"을 영화/TV에서 사용하는 방식의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03. 저 고양이 좀 보지 진짜 간 거 갔군 Dig That Cat He's Real Gone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인공은 산 채로 관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관 속에 갇힌 채 묻혀 있는 주인공의 회상 장면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러므로 주인공이 계속 관 속에 묻혀 있는 채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형식입니다. 이번에도 101 에피소드처럼, "제4의 벽"을 깨는 수법을 이용해서, 관 속에 갇혀 있는 주인공이 시청자를 향해서 말을 하며 자신의 사연을 들려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의학적인 사고에 가까운 이상한 현상으로 고양이 처럼 9개의 목숨을 갖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래서 9번의 목숨을 하나씩 소모하면 죽어도 다시 깨어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실제로 확 죽어 버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수법으로 아무도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경이로운 서커스 묘기를 성사시킵니다. 이것은 실제로 확 죽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아무런 속임수도 없고, 아무도 해내지 못할 위험하디 위험한 묘기, 마술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은 돈을 모아 왔고, 돈에 얽힌 탐욕 때문에 나쁜 짓도 하고 살게 됩니다.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지금은 생매장 당했다가 깨어나는 묘기를 하는 중인 것입니다. 그러나 관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목숨을 소모한 숫자를 잘못 헤아렸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즉 처음 사고로 죽었다가 고양이 목숨으로 깨어나는 단계에서 이미 목숨 하나를 소모하면서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지금 죽으면 영영 죽는 것임을 알고 절규하며, 살려달라고 울부짖지만, 주인공 앞에는 영원한 죽음이 놓여 있을 뿐입니다.

서커스의 밤에 펼쳐지는 알록달록한 기묘한 조명, 어안렌즈로 보는 것과 같은 볼록한 화면이나, 괴상한 광대들의 모습 등등으로 기괴하고 우스꽝스럽게 왜곡된 장면을 적극적으로 살려서 연출한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이 "깜빡했다"라는 극히 단순한 점을 별 특색 없이 반전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좀 약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신에 호기심을 살릴 수 있는 회상 장면의 활용과, 현장감을 살릴 수 있는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면을 활용한 수법이 잘 잡혀 있고, "관 속에 누워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 준다"라는 환상적이고도 극히 1인칭스러운 연출 등등이 재미를 더해서 전체적으로 보는 재미는 충분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205. 세 사람이면 한 무더기 Three's A Crowd


주인공은 권태기에 빠진 남편. 주인공은 권태기를 극복해 보고자, 아내와 좀 마음에 안드는 구석도 있는 지나치게 유쾌해 보이는 듯한 친구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아내와 친구가 지나치게 가까워 보여서 이상하게 여깁니다.

마침내 아내와 친구가 자기 몰래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알게 된 주인공. 주인공은 아내가 자신을 배신하고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아내를 추궁하지만 아내는 실토하는 바가 없고, 친구는 뭐가 좋은 지 실실 웃을 뿐입니다. 격노한 주인공은 아내와 친구가 몰래 만나기로 한 비밀장소로 짐작되는 곳으로 가서 두 사람을 모두 처참하게 죽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두 사람은 힘든 주인공을 위해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 주려고 했던 것이라서, 죽은 시체가 쓰러진 곳에는 수십명의 주인공 친구들, 지인들이 모여서 축하해 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죄책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살인에 경악 합니다.

농담이나 도시전설 등에서 종종 활용되곤 하는 상당히 널리 알려진 소재를 무척 매끄럽게 극화해낸 이야기라고 생각 합니다. 가라 앉아 있는 연출과 극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해 보였는데, 반전을 눈치채지 못하게 관객이 속아 넘어갈만큼 "생일 파티와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분위기를 잡으면서도, 반전이 터져 나온 후에는 납득이 갈만큼 "생일 파티와 상관 있는 것처럼 볼 수도 있도록" 그 중간을 유지하는 줄타기가 잘 되어 있었지 싶습니다.


210. 복화술사의 꼭두각시 The Vetnriloquist's Dummy


매우 생동감있는 복화술을 펼치는 덕분에 항상 주인공이 존경하는 복화술사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 복화술사를 매우 따르지만 복화술사는 냉엄하기만 합니다. 결국 주인공은 그 비밀을 깨닫는데, 복화술사는 사실 복화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 부분이 샴쌍동이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 부분 자체가 아예 다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샴쌍동이 손부분의 행패가 너무 심해서 도끼로 잘라 없애려 하지만, 그 손 부분은 살아 남고, 결국 주인공에게 달라 붙습니다. 결국 주인공이 그와 같은 괴상한 복화술사가 되어 살아가는 운명이 됩니다.

내용 자체는 40년 가까이 먼저 1950년대에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Alfred Hitchcock Presents)"의 에피소드에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것입니다. 다만, HBO에서 90년대에 방영한 특성을 확 살려서 괴물 같은 손부분의 징그러운 모습을 잘 살리고, 도끼로 공격하는 장면 등등의 자극적인 내용을 강화해서 절정 장면의 힘을 더 살렸습니다. 특히, "손부분"이 복화술을 한답시고 읊조리는 농담과 욕이 매우 걸쭉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이런 특징에 걸맞게 되어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슈퍼맨", "오멘"의 감독으로 명망 높은 리처드 도너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304. 수리수리 악마수리 Abra Cadaver


주인공은 젊은 시절 시체 해부 중에 장난을 친 적이 있습니다. 시체인 척 가장하고 해부하려는 데 벌떡 일어나서, 친구를 놀래켜 심작발작까지 일으키게 했던 것입니다.

그 친구는 주인공에게 복수를 하려 합니다. 친구는 주인공에게 죽은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처럼 마비되지만, 감각만은 사라지지 않게하는 약을 주입합니다. 주인공이 죽은 시체 취급을 당하며 해부를 당하는 고통을 느끼도록 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죽어갈 때 통증을 느끼는 피부의 감각이 가장 먼저 사라지기 때문에, 자기 몸을 해부하는 광경을 눈으로 뻔히 지켜 보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후 주인공은 시체 취급 당하는 자신이 부검을 위해 해부되는 광경을 정말로 눈으로 보게 되어 극히 놀랍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것은 친구의 장난으로 실제로 주인공을 해부한 것이 아니라, 장기 모양의 소품과 가짜 피로 해부하는 척만한 것이었습니다. 웃으며 친구는 주인공을 깨웁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놀라서 심장마비로 정말 죽게 됩니다. 죽어가는 주인공은 실제로 죽을 때는 장난치는 중에 이야기 들었던 것과는 반대로, 죽으면서 감각이 서서히 사라져 갈 때, 마지막 순간까지 통증을 느끼는 감각은 늦게까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탓에 주인공은 부검하느라 해부하는 극심한 고통을 그대로 느껴서 괴로워 하며 죽어 갑니다.

공포물 다운 자극적인 장면, 절망적인 결말이 살아 있고, "납골당의 미스터리" 이야기 다운 피 튀기는 장면, 어둡게 꼬인 코미디 요소 등등이 잘 결합된 이야기였습니다. "마비되어 꼼짝할 수 없는 데, 주변사람들이 죽은 사람 취급한다"라는 이야기 거리는 공포물에서 종종 활용되는 소재인데,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에서 진작에 사용된 바 있고, "납골당의 미스터리" 시즌6 에피소드나, "하우스" 에피소드 중에도 변형된 내용들이 나옵니다.


407. 새로운 초대손님 The New Arrival


주인공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아 교육에 대해 상담하는 전문가 입니다. 주인공은 요청에 의해 "문제가 많은 아이"가 있다는 어느 집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집은 매우 기괴한 흉가로 돌아볼 수록 이상하며, 문제의 아이는 기괴한 가면을 쓰고 다닙니다.

집을 돌아보는 중에 방송국 직원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간다. 주인공은 결국 문제의 아이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아이를 두고 애엄마는, "애를 너무 버릇없이 가만히 뒀더니 심각한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이렇게 '죽어버렸다는 게' 문제예요"라고 말합니다. 주인공이 죽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집에 갇히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평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사용하라던 "무시하자, 무시하자"라는 말을 되뇌이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죽은 아이는 주인공을 비웃듯이 주인공 주변을 춤추며 돌아 답니다.

유아 교육에 대한 상담이 황당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치닫는다는 점, 정신나간 태도로 말하는 문제아의 모친의 대사 등등에 코미디 요소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납골당의 미스터리" 에피소드 중에서는 비교적 정통적인 공포물 입니다. 흉가의 음산한 분위기는 연출과 소품 모두 탄탄하고, 괴상한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는 아이의 음침한 모습은 호기심을 자아내면서도 "페노미나" 등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불길한 공포감을 고조시켜 주었습니다.


502. 행한대로 거두리라 As Ye Sow


주인공은 의처증이 있어서 사립탐정에게 아내를 미행하게 합니다. 미행 결과 아내는 성당에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신부와 아내가 바람이 났다고 의심합니다. 더우기 주인공은 아내가 무엇인가 숨기는 비밀이 있고, 자신을 침대에서 피한다는 것마저 알게 되어 주인공은 불륜을 확신하게 됩니다. 마침내 주인공은 성당의 신부를 암살하라고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우연히 성당에서 아내가 고해성사를 하려는 장면을 봅니다. 주인공은 아내를 감시하기 위해 신부로 변장하고 아내의 고해성사를 듣습니다. 주인공은 그제서야 진실을 알게 됩니다. 아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란, 바람이 났다는 것이 아니라, 임신을 했다는 것이었고, 아내의 어머니가 출산 중 사망했기 때문에 출산을 두려워하여 아내는 신부와 상담중이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은 아내가 신실한 아내이며 임신했다는 사실에 기뻐합니다. 그러나 그때 살인청부업자가 나타나 변장한 주인공을 신부라고 생각하고 살해해 버립니다. 뒤늦게 나타난 진짜 신부는 죽은 주인공을 위해 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오해하고 있던 사실이, 과연 오해할만해 보이는 꽤나 정교한 반전으로 드러나는 구성이 재미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의처증이 있지만 아내를 끔찍이 아끼는 과격한 남편, 아름다운 아내, 의심스럽지만 성실해 보이기도 하는 신부. 배역들도 적역이었습니다. 선혈낭자 장면이나 본격적인 공포물 요소 없이,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에피소드와 같은 보통의 반전 있는 범죄물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악한 행동을 한 주인공이 제꾀에 제가 빠져서 자멸한다는 구성은 옛날 공포 만화다운 도덕극스러운 맛이 잘 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513.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 까지 Till the Death Do We Part


주인공은 폭력조직 여두목의 남자와 바람이 납니다. 그러다가 들키는데 남자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합니다. 주인공은 잡혀서 총 맞아 죽을 처지가 됩니다. 두목은 정말로 주인공이 남자와 아무 상관 없다는 주장을 증명하라는 의도로, 남자에게 주인공을 죽이도록 시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남자는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거대한 총격전을 벌여 조직의 다른 모든 일당들을 소탕해 버리고 주인공과 힘을 합쳐 두목까지 없앤뒤에 모든 재산을 빼앗습니다. 호쾌하게 조직의 엎어버린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 남자가 처음 발뺌했을 때의 원한을 잊지 않고 남자를 배신하고 혼자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탈출한 이후의 상황은, 사실 모두 죽기 직전 주인공의 망상일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여전히 여두목 일당에게 붙잡혀 죽기 직전이고, 결국 허망하게 남자에게 살해 당하는 것으로 그냥 끝이 납니다.

죽기 직전인 상황에서 망상이나 인생을 되돌아보는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이용해서, 환상, 반전과 절망감을 표현한 이야기 입니다. 이런 소재를 이용하는 이야기 중에서는 앰브로스 비어스의 걸작 단편이 가장 대표적인데, 그 경우에는 "환상특급(Twilight Zone)" 60년대 원판 시리즈에서 방영된 적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 까지"의 구성과 내용은 사실상 거의 유사한 내용인데, 조금 덜 애절한 대신에 조금 더 현대적이고 발빠른 연출로 영상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603. 소용돌이 Whirlpool


겹겹이 어지럽게 겹친 장난스럽게 반복되는 반전과,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 등등을 소재로한 이야기로, 만화판 "납골당의 미스터리"가 출간되던 당시 50년대식 복고풍 분위기에서 이야기는 진행 됩니다.

1. 극중극중극중극중극 (4중 극중극)
한 여자를 두고 남자들이 다툽니다. 둘은 싸우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살아 있습니다. 이런 반전이 계속된 끝에, 남자들은 여자까지 죽이려 듭니다.

2. 극중극중극중극 (3중 극중극)
그런데 앞서 이야기는 알고보니 만화 속 이야기 였습니다. 만화 편집실의 작가와 편집장은 이 이야기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편집장이 너무 격렬히 화를 내자, 화가난 작가는 견디다 못해 편집장을 살해 합니다. 그러자 경찰이 출동해 작가도 경찰에 사살 됩니다.

3. 극중극중극 (2중 극중극)
그런데 알고보니 앞서 이야기는 작가의 꿈이었습니다. 작가는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꿈 속과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작가는 꿈을 생각하고 화가나도 꾹참고 편집장을 죽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러자 편집장이 기고만장하여 화를 내다가 작가를 살해해 버립니다.

4. 극중극
그런데 알고보니 앞서 이야기도 꿈이었습니다. 작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겁내며 조심스레 출근하려 하는데, 편집장이 집에 찾아오더니 갑자기 자살합니다. 작가는 살인자로 누명쓰고 감옥에 갑니다. 이번에는 꿈이 아닙니다.

5. 드러나는 진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어떤 다른 만화 속의 이야기로, 현실 세계에서 만화 속에서 작가 역할을 맡았던 사람은, 편집장이고, 만화 속의 편집장은 실제로는 작가입니다. 만화 속에서 항상 당하는 입장이었던 주인공은 거만하게 편집자를 꾸짖어 댑니다.

속도감있게 계속되는 반전과, 정신 없이 겹쳐져 있는 극중극, 여기에 걸맞는 복고풍의 현란한 화면 구성과, "딕 트레이시" 영화판과도 통하는 데가 있는 만화 같아 보이는 과감한 색채사용이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였다고 생각 합니다. 이런 류의 단막극 시리즈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 괴상하고 특이한 이야기 형식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도 할 만 합니다.


615. 네가 바로 살인자 You Murderer


고전 느와르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찬 에피소드입니다. 고전 느와르 영화 "호수의 여인 Lady in the Lake"처럼, 전체 이야기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 됩니다. 즉 마치 1인칭 컴퓨터 게임처럼, 화면에는 주인공이 보고 있는 것이 펼쳐지고,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다른 인물들은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거는 형태로 촬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또 거울에 비치는 장면 등에서 주인공의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 합성으로 얼굴이 험프리 보가트와 같이 생겼다는 점도 재미있고, 이야기 내내 주인공의 독백 나래이션이 나오기도 합니다. 연출은 "포레스트 검프"와 "백 투더 퓨처"로 명망 높은 로버트 제멕키스가 맡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이 아내의 배신으로 살해 당합니다. 그런데, 죽은 뒤에도 온몸을 움직일 수 없을 뿐 보고 듣는 감각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살인범들은 완전범죄를 꾀하고 거의 성공할 뻔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몸 - 즉 시체가 우연히 자동차 브레이크에 쓰러지는 바람에 자동차에 치여 살인범들은 죽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죽은 후에도 이렇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감각이 남는 지 어떤지 알게 뭐냐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시간 문제이지, 당신도 결국 죽고 나면 어떻게 될 건지 알게 될 거라고 말하면서, 낄낄거린다.

역시 줄거리는 기계 장치의 신에 의존해서 악인이 망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작정하고 도전적으로 저지른 연출이 재미를 더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여러 등장하는 배우들이 제 역할을 특히 잘 맡아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재미나고, 내용과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만, 맨 마지막에 한 마디 붙어 있는 "누구나 다 결국은 죽는다"라는 요지의 비아냥 거리는 대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 이야기와 엮여서 의외로 와닿는 데가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비교적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이야기들을 한 번 짚어 보겠습니다.


201. 죽도록 딱 맞추기 Dead Right


데미 무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아마도 출연료 기준으로보면 가장 거물급 배우가 출연한 사례아닌가 합니다.

데미 무어는 우연히 점쟁이를 찾아갔다가 점쟁이가 매우 용하다가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데미 무어는 그 점쟁이의 말을 굳게 믿고 자신에게 큰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한 추한 남자와 결혼 합니다. 데미 무어는 부자가 된다는 점쟁이 말만 기억하며 결혼 생활을 하는데, 남자는 파산상태이고 사는 것은 너무나 비참 합니다. 데미 무어는 망했다고 생각하나, 우연히 경품에 당첨되어 돈을 벌고, 남자를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러자 남자는 흥분하여 주인공을 살해해 버립니다. 데미 무어는 돈을 벌기는 벌되 죽을 팔자 였던 것입니다.

기묘한 예언의 운명론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였는데, 권선징악적인 면을 살리려고 어떻게 해보려다가 이야기가 꼬여서 극적인 맛이 좀 부족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경과 연출은 만화 원작에 걸맞는 50년대로 되어 있어서 복고풍 영상이 재미난 맛은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2. 교체 Switch


아놀드 슈월츠제네거가 연출을 맡은 이야기로, 이야기 도입부에 아놀드 슈월츠 제네거는 잠시 출연해서 농담을 하나 하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야기 내용은 주인공이 갑부 노인으로 사랑하는 젊은 애인이 있으나 나이 차이 때문에 고민이라는 게 출발입니다. 주인공은 불법 시술소를 통해 젊은 사람의 몸과 하나 둘 교체하는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젊어 보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전재산을 투자해 온 몸을 젊은 몸으로 바꿉니다. 그러나, 몸을 바꾼 후 찾아가보니 애인은 이미 결혼한 상태로, "결혼은 현실이니 돈이 중요하다"면서 어느 돈많은 늙은이와 결혼해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돈많은 늙은이는 자신에게 몸을 판 돈으로 갑부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206. 무덤에서 나온 것 The Thing From the Grave


테리 해처가 주인공 광고 모델로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테리 해처의 매니저는 광적으로 집착하며 가혹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테리 해처는 사진작가와 가까워져서 사진작가의 말을 듣고 매니저와 갈라서고 사진작가로부터 "약속을 지키게 한다는 목걸이"를 선물로 받습니다.

분노한 매니저는 사진작가를 죽이고 테리 해처도 죽이려고 하는데, 목걸이의 마력때문인지 죽은 사진작가가 좀비 모양으로 살아 나와서 매니저를 붙잡아 무덤으로 끌고 들어 갑니다.

왠갖 공포물들에서 무수히 남용 되어온,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마력" 때문에 죽어서도 시체가 되어, 좀비가 되어서도 약속을 지킨답시고 돌아온다는 류의 정형화된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이야기였습니다.


313. 당했다 Spoiled


V의 출연으로 유명했던 페이 그란트가 주인공을 맡은 이야기.

이야기가 시작되면 왠 막나가는 줄거리의 불륜 이야기가 나옵니다. 알고보니 이것은 싸구려 TV 연속극. 주인공인 페이 그란트는 이 연속극에 중독되어 있는 주부인 것입니다. 그러나 남편은 지하실에서 혼자 수행하는 과학 연구에 중독되어 있어서 너무나 페이 그란트에게 무심 합니다. 페이 그란트는 연속극 때문에 점점 자극을 많이 받지만 남편의 무심은 극에 달하여, 결국 페이 그란트는 케이블 TV 수리공을 유혹해 바람이 납니다.

한편 이식수술을 자유롭게 성공시키는 남편의 연구는 성공을 거두는데, 그 순간 남편이 페이 그란트의 외도를 알게 되고, 분노한 남편은 주인공과 수리공의 몸과 머리를 서로 바꾸어 버리는 괴상한 이식 수술을 해 버립니다.

싸구려 연속극의 오락가락하는 감정에 푹빠져서, 그걸 흉내내는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페이 그란트의 연기가 일품인 이야기로, 공포물 요소는 거의 전혀 없고 코미디 요소가 월등하게 강한 이야기였습니다.


411. 두 집 살림 Split Personality


조 페시가 도박 도시에서 쾌락주의에 물들어 사는 한량인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조 페시는 어느 부유한 쌍둥이들과 친해 집니다. 조 페시는 어느 한쪽의 재산도 포기하기 싫어서, 쌍둥이 양쪽 모두와 사랑에 빠지고 양쪽 모두와 함께 결혼하는 기행을 하기에 이릅니다. 조 페시는 서로 싸우지 않고 모든 것을 공평히 나누는 쌍둥이들과 함께 안락하게 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쌍둥이들이 살인범들임을 알고 놀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쌍둥이들은 조 페시 조차 공평히 나누어 갈라 갖기 위해, 조 페시를 전기톱으로 갈라 버리기에 이르릅니다.

과격한 장면을 농담 삼아 툭툭 써먹는 "납골당의 미스터리" 다운 결말 장면이 펼쳐지는 이야기였습니다.


510. 동이 트면 Came The Dawn


브룩 쉴즈가 나오는 이야기. 주인공은 비오는 밤길을 가고 있습니다. 차가 고장나 길에서 비를 맞고 있는 여자가 있는데, 다름 아닌 브룩 쉴즈 입니다. 주인공은 태워 주는데, 브룩 쉴즈의 차는 훔친 차 같아 보이고 여자는 도벽이 있는 듯 보이는 등 위험한 예감이 듭니다. 그 와중에 동네에서 여자 살인마에 대한 소문이 흉흉하여 분위기가 고조 됩니다.

주인공은 여자에게 별장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하는데, 브룩 쉴즈는 재미로 하는 것이라면서 남자를 침대에 묶으려 합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인공의 부인이 나타나서, 브룩 쉴즈는 도망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다름아닌 주인공 자신이 스스로의 부인 행세까지 하는 이중인격 미치광이로, 주인공은 여장을 하고 살인을 좋아하는 문제의 변태 살인마 였던 것입니다. 이야기 내내 의심스러웠던 브룩 쉴즈는 도둑질이나 하는 단순한 잡범일 뿐이었고, 브룩 쉴즈는 주인공에게 살해 당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감독을 맡은 영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반전거리를 뒤섞고 조합해서 다시 한 번 살려 본 평이한 이야기. 하지만, 폭풍우 치는 밤, 무시무시한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그 정통파 분위기가 살기는 그만이었습니다.


706. 냉냉한 전쟁 Cold War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 이완 맥그리거는 막나가는 2인조 깡패 중 일원으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듯 막나가는 범죄자들입니다. 결말 즈음에서 자신들의 적으로 나타난 어떤 바람둥이 난봉꾼의 정체가 흡혈귀인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들도 정체를 드러냅니다. 알고보니 이들은 좀비들로, 이미 죽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어서 극히 막나가는 깡패로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반전이 싱겁기는 합니다만, 대신에 이야기 초반에 생각 없이 막나가는 깡패들의 모습은 우습고 도발적인 맛이 수준급이었습니다. "펄프 픽션"과 같은 영화의 좀 웃길 정도로 막나가는 범죄자들이나, "황혼에서 새벽까지" 전반부의 총질을 밥먹듯이 하는 괴상한 삶을 사는 범죄자들의 일탈적인 맛과 잘 들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납골당의 미스터리"는 자극적인 장면이 듬뿍 담겨 있었던 성격상, 국내에서는 에피소드들을 분할해서 담아 놓은 비디오 테입으로 먼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디오판에서 먼저 활용되었던 제목이 "납골당의 미스터리"였고, 여기에 기초한 극장 영화판은 의외로 다른 제목으로 개봉이 되었습니다. 이후에, 국내의 케이블TV 등에서 심야 방송으로 방영되기도 해서, 국내에도 이 독특한 공포 단막극 시리즈를 아는 사람들은 꽤 많은 편 입니다.


그 밖에...

"납골당의 미스터리"가 흥행한 덕분에, 역으로 50년대 싸구려 공포만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효과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미국의 유명 만화출판사에서는 50년대 공포만화들을 깨끗하고 읽기 좋은 복원판으로 복각하여 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십년 묵은 철지난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큼지막한 덩치와 좋은 표지의 매우 비싼 책으로 나와서, 관심이 생긴 시청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보면, 우리나라의 흘러간 만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TV화를 해보는 것을 생각해 볼만도 합니다. "일곱개의 숟가락" 같은 그럴듯한 만화가 영상화되는 것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한때 쏟아져 나왔던 저렴한 잡만화들 중에 소재나 몇가지 독특한 특징정도만 눈에 뜨일 뿐 단점이 워낙 많았던 것들을 부담 없는 단막극 형식 등으로 한 번 표현해 보자는 것입니다.

하기야, 옛날 국내 만화들은 워낙에 일본 만화를 자비심 없이 불법 복제, 표절한 것들로 어마어마하게 넘쳐 났기에, 어떤 것은 복원을 해도 되고 어떤 것은 복원을 하면 안되는 지 부터 따지는 것이 암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찾아보자면 재미난 이야기 거리들이 꽤 있을 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꼭 만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한 때 "쓰레기"로 불리우며 마구 양산되었던 "저렴한 무협지"들을 빠르고 경쾌한 단막극 분위기로 줄줄이 재미나게 엮어보는 정도를 구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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