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BBC Sherlock 3, 7-5, 7-6.

2014.02.01 21:33

lonegunman 조회 수:4519




7-5. 캐논 canon 




편집광이 무슨 짓을 할 것인지, 그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존 왓슨 (여섯개의 나폴레옹 석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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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위한 장입니다. 

원전과의 상관 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찾아보시고, 관심 없으신 분들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셔도 무관합니다.


1. the empty hearse


(major details)

'빈 영구차'는 원전의 '빈 집'을 메인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셜록 홈즈의 귀환, 변장하고 등장해서 존을 놀래키는 셜록, 죽음을 가장한 트릭에 대해 설명하는 셜록, 생존 방법 중 언급되는 일본 레슬링(바리츠), 모리아티의 잔당들로 인해 죽음을 가장할 수밖에 없었던 셜록의 사정, 존의 비밀 누설을 염려한 셜록, 잠적 기간 중 셜록의 첩보 활동, 조력자 마이크로프트, 공백기 동안 레스트레이드의 실적을 타박하는 셜록, 그대로 보존된 221B, 메인 빌런인 모런 대령 등은 모두 '빈 집'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minor details)

후최면 암시법은 '유명한 의뢰인'을 참고하십시오. (후최면 암시라는 말 들어봤소, 홈즈씨? 아무튼 그 효과를 곧 알게 될 겁니다.)

셜록이 '벌처럼 바빴다'는 마이크로프트의 말은 '마지막 인사'를 상기시킵니다. (지난 날 런던의 범죄계를 감시할 때처럼 이번에는 조그맣고 부지런한 벌들을 관찰한 거야.)

현장 조사가 체질에 맞지 않는 마이크로프트는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를 참고하십시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철도 계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엎드려서 돋보기를 들여다보고 하는 건 내 장기가 아니야.)

모페르튀 남작 사건은 '레이게이트 수수께끼'를 참고하십시오. (모페르튀 남작의 사건은... 정치경제적인 문제에 깊이 관여된 것이므로 여기에 쓰는 건 적합하지 않다.)


셜록의 염소수염은 '마지막 인사' (자네의 그 우스꽝스런 염소수염은 별로 반갑지 않지만./ 조국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른 거야. 내일이면 추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겠지.)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 (잠시 후 염소수염을 기른 날씬한 젊은 노동자가 거드럭거리며 나타나...)을 참고하십시오.

메리에게 청혼하는 존은 '네 개의 서명'을 확인하십시오. (난 더이상 자네의 수사 방법을 연구할 수 없을 것 같네. 모스턴양이 내 청혼을 받아주었거든.)

모리아티와의 대결에서 13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한 셜록은 '레이게이트의 지주들'을 참고하십시오. (중요한 결과만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그밖에도 다른 23가지 추리를 했는데, 그건 여러분보다 전문가들이나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들이죠.)

존의 화를 돋구는 셜록의 농담은 '프란시스 카팍스의 실종'에서 확인하십시오. (홈즈의 유머감각에는 조금 특이한 면이 있어서 때때로 나를 화나게 만들곤 했다.)


셜록을 하운드에 비교한 존의 표현은 '주홍색 연구' (홈즈의 모습을 보고 나는 문득 잘 훈련된 순종 폭스하운드를 떠올렸다.), '네 개의 서명' (너무도 민첩해 마치 잘 훈련된 경찰견이 냄새를 추적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악마의 발' (마치 먹이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는 폭스하운드 같았다.) 등을 참고하십시오.

존 없이 조사하며 존의 존재를 상기하는 셜록은 '피부가 하얘진 병사'를 참고하십시오. (왓슨이 한결 그리운 것은 바로 이때다. 그는 교묘한 질문과 탄성으로 단순한 내 기술을 띄워줄 줄 알았다. 내가 직접 이야기 하려니 그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셜록의 런던 묘사는 '주홍색 연구'를 참고하십시오. (런던은 모든 부랑자와 한량들이 모여드는 오물 구덩이와 같다.)

의뢰인의 모자를 통한 추론 게임은 '푸른 석류석'을 확인하십시오. (이렇게 낡은 펠트 모자로 뭘 알아내겠어? / 자네는 내 방식을 잘 알고 있으니, 자, 이 낡은 모자 주인의 신원을 한번 추리해 봐.)

원숭이 분비물과 관련된 사건은 '기어다니는 남자'를 확인하십시오. (내가 검은 얼굴의 랑구르 원숭이를 사용한 것은 혈청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딸 앞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의붓아버지 윈디뱅크 사건은 '정체의 문제' (그녀가 결혼한다는 건 연간 100파운드를 날린다는 뜻이야. 계부는 그걸 어떻게 막을까?), '얼룩끈' (딸이 결혼하면 박사 손에 남는 돈은 쥐꼬리만한 것으로 줄어버리지.)을 참고하십시오.


스킵코드의 풀이는 '글로리아스콧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의 열쇠를 찾아냈지. 세 번째 낱말만 읽으니까 트레버 영감을 절망에 빠뜨렸음 직한 내용의 말이 떡하니 나타난 거야.)

제임스 왓슨은 '입술이 비뚤어진 남자'를 확인하십시오. (제임스는 잠자리에 보내는 게 나을까? 아냐. 의사 선생님의 조언과 도움도 필요해.)

위험에 빠진 존을 걱정하는 셜록은 '세 명의 개리뎁'을 참고하십시오. (다치지 않았지, 왓슨? 제발 다친 게 아니라고 말해줘. / 맑고 엄격한 그의 두 눈이 잠깐 흐릿해졌고, 굳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이때 오직 한 번 위대한 두뇌만이 아니라 위대한 가슴을 엿보았다.)


눈 앞에 있는 증거를 찾지 못해 답답한 셜록은 '사자의 갈기'를 참고하십시오. (마치 가위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찾고자 하고, 그게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데, 막상 그게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가 없는 답답한 기분 말이다.)

경찰 병력을 따돌리고 직접 조사하는 셜록은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 (나 자신이 경찰이 될 거야. 내가 거미줄을 쳐놓으면 경찰이 파리를 잡을 수 있겠지. 그러기 전엔 경찰도 무용지물이야.),'프란시스 카팍스의 실종'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네. 법대로 행동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보스컴 계곡 사건' (지방 경찰의 원조는 전혀 쓸모 없거나 편견에 가득 찬 것이기 십상이야.) 등을 참고하십시오.

존을 위험에 빠뜨리고 후회하는 셜록은 '악마의 발'을 참고하십시오. (미안해. 나 혼자서도 절대 해선 안 되는 실험에 자네까지 끌어들이다니. 정말 자네에게 미안하네. / 자네에게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이런 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는 없지.)


셜록이 진상을 설명하자 실망하는 앤더슨은 '빨강머리 연맹'을 참고하십시오. (이것 참! 처음엔 선생님께서 뭔가 대단한 걸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무것도 아니군요! / 이보게 왓슨, 설명하는 건 실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네.)



2. the sign of three


(major details)

'세 사람'은 원전의 '네 개의 서명'을 메인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고아 의뢰인 메리 모스턴,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 경찰의 수사를 비웃는 셜록, 복수를 위해 숄토 소령을 노리는 범인 조나단 스몰, 범행을 정당화하는 스몰, 독침을 쏘는 난쟁이, 결혼에 대한 셜록의 견해, 왓슨의 로맨틱한 경향에 대한 셜록의 언급, 비교를 통해 위대함을 드러낸다는 인용('인간의 참된 위대함이란 자신의 왜소함을 깨닫는 데 있다. 바로 존귀한 비교 능력과 인식 능력을 말하는 거네'), 미답 상태의 사건에 불쾌해하는 셜록, 어린 소년의 도움, 흥겹게 수다를 떠는 셜록, 셜록의 바이올린 연주 등은 모두 '네 개의 서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minor details)

녹음된 바이올린 소리를 셜록의 연주로 착각하는 장면은 '마자랭 보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지독한 깽깽이 소리는 대체 뭐야? / 저 현대 축음기는 정말 굉장한 발명품이죠!)

결혼에 대한 허드슨 부인의 견해는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을 참고하십시오. (결혼을 했다는 건 일상생활이나 습관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니까.)


최고의 사람(best man)에 대한 셜록의 견해는 '네 개의 서명'을 참고하십시오. (내가 본 가장 매력적인 여성은 보험금을 노리고 세 아이를 독살해서 교수형을 받았네. 가장 혐오스러웠던 남자는 런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25만 파운드 이상을 기부한 자선 사업가였지.)

존과 동행하는 셜록의 이유는 '피부가 하얘진 병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굳이 왓슨을 대동한 것은 감상이나 일시적인 기분에서가 아니라, 왓슨에게 주목할만한 장점이 있어서였다. 그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는 고지식하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기묘한 성냥갑 사건은 '토르교 사건'을 참고하십시오. (이사도라 페르사노 사건인데, 유명한 신문기자이자 싸움꾼인 그는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기묘한 벌레가 담긴 성냥갑을 앞에 두고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로 발견되었다.)

연애 문제를 의뢰하는 여인은 '정체의 문제'에서 확인됩니다. (길에서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보나마나 애정 문제를 뜻하는 거야.)

사건 의뢰에 응하는 셜록의 기준은 '얼룩띠'를 참고하십시오. (홈즈가 돈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기예를 발휘하는 게 좋아서 일을 했기 때문에, 사건이 기상천외하지는 않더라도 기묘한 데가 없으면 나서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존에게 셜록과 사건에 착수하길 종용하는 메리는 '보스콤 밸리 사건' (일은 앤스트루서에게 맡기면 돼요. 요즘 당신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여요. 기분 전환이라도 하면 나아질 거예요. 게다가 셜록 홈즈씨 사건이라면 언제나 사족을 못 쓰시잖아요.), '해군 조약문' (홈즈는 문제가 나타나면 한순간이라도 지체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내 생각에 아내도 맞장구를 쳐서, 나는 아침식사를 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베이커 스트릿의 옛 하숙집에 들이닥쳤다.) 등을 참고하십시오.


존의 간호사 노릇을 하는 셜록은 '증권회사 직원'에서 확인하십시오. (왓슨 이 사람 어때? / 아슬아슬했지만 고비는 넘겼어. 저 창문 좀 열어주고, 물병 좀 건네줘.)

범죄 예방의 중요성은 '유명한 의뢰인'을 참고하십시오. (죄를 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죠.)

사건의 추리보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우선한다는 셜록의 견해 (셜록, 지금 그를 찾아가서 과거담을 좀 들어볼까? / 형, 아가씨의 이야기보다는 그녀 오빠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 더 시급한 거 아니에요?)와 셜록이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사람을 구하는 존 (멜라스씨는 아직 살아있었다. 암모니아와 브랜디 덕분에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나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길이 만나는 어둠의 골짜기에서 내가 그를 끌어낸 것이다.)은  '그리스인 통역사'를 참고하십시오.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들의 삼자대면은 '유명한 의뢰인'을 참고하십시오. (나는 그의 지난번 여자였어요. 그가 유혹해서 이용해 먹다가 망가져서 쓰레기더미에 패대기친 백 명의 여자 중 하나라고요.)

'존 H. 왓슨'은 '토르교 사건'에 등장합니다. (채링크로스 콕스 은행 금고 어딘가에는 '존 H. 왓슨, 의학박사, 전 인도 육군'이라는 내 이름표를 뚜껑에 붙여 놓은 양철 서류함이 있다.)

담배를 쑤셔넣은 페르시안 슬리퍼는 '빈 집', '유명한 의뢰인', '해군 조약문', '머스그레이브씨네 의식문' 등을 참고하십시오.

우연을 부정하는 셜록은 '주홍색 연구' (우연이란 있을 수 없어. 단순한 우연이었다니, 그건 말도 안 돼.), '소포 상자'(이런 일에는 분명 어떤 목적이 있을 거야. 아니면 우리의 세상은 우연이 지배한다는 뜻인데, 그건 생각하기도 싫어.) 등을 참고하십시오.

바티칸 카메오 사건은 '바스커빌가의 개'를 참고하십시오. (그때 저는 바티칸 카메오 사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블로그와 현실의 괴리는 '경주마 은점박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실수였어. 자네가 쓴 회고록으로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훨씬 더 자주 실수를 해.)


기억하기 위해 잊어버리는 셜록의 방식은 '주홍색 연구'에서 확인하십시오. (어떤 새로운 지식을 기억하게 되면, 기억하고 있던 지식을 잃어버리게 되지. 그러니까 도움이 되는 지식이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쓸데없는 지식은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

망가진 외모의 은둔자는 '베일을 쓴 하숙인'을 참고하십시오. (흉한 얼굴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가리고, 아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낼 수 없는 곳에 가서 숨어 살고 싶다는 것이 내 바람이었습니다.)

자살하려는 숄토를 저지하는 셜록은 '증권회사 직원' (우리는 닫힌 문에 잔뜩 관심이 쏠렸다. 홈즈가 미친 듯이 달려가서 문을 밀쳤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베일을 쓴 하숙인' (당신의 목숨은 당신 것이 아닙니다.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 살아서 뭐 하게요. / 어떻게 그런 말씀을! 고통을 견뎌낸 부인의 사례는 그 자체가 견디기 힘든 세상에 더없이 소중한 교훈이 됩니다.) 을 참고하십시오.

셜록이 드라마퀸이라는 왓슨의 견해는 '마자랭 보석'에서 확인하십시오. (왓슨은 내가 실생활의 극작가라고 주장하지. 내 속의 어떤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나는 자꾸만 잘 꾸며진 연극을 고집하게 된다네.)

결혼한 존으로 인해 혼자가 된 셜록의 쓸쓸한 모습은 '피부가 하얘진 병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왓슨은 나를 버리고 아내한테 갔는데, 그건 우리의 관계에서 내 기억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나는 혼자였다.)



3. his last vow


(major details)

'마지막 서약'은 원전의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을 메인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가장 혐오스런 범죄자 찰스 오거스터스 마그누센, 연애 편지로 협박받은 고위직 여성의 사건 의뢰, 애플도어의 존재, 마그누센의 221B 방문,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범죄 수법, 굴욕을 맛보는 셜록, 편지봉투로 셜록을 속이는 마그누센의 수법, 마그누센의 비서에게 청혼하는 셜록, 비서를 이용해 마그누센의 집무실에 침투하는 셜록, 그곳에서 목격한 마그누센과 여인의 대치 상황, 범법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셜록과 그에 가담하는 존, 범죄자가 되는 두 사람, 피해자에게 총살당하는 마그누센, 애플도어의 문서들을 파괴하는 셜록 등은 모두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minor details)

마그누센의 외모는 '유명한 의뢰인'을 참고하십시오. (얼음처럼 차갑고, 목소리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자네 같은 일류 의사처럼 태도가 나긋하고, 코브라처럼 독을 품은 인간이었어. 짐짓 오후의 차 한 잔을 권하며 속으로는 칼을 가는 그런 인간 말이야. 기분 좋게 가르랑거리는 고양이 같았지. 장차 한 입 거리가 될 생쥐쯤으로 나를 바라보며.)

연애 편지로 협박 받는 의뢰인은 또한 '두 번째 얼룩'에도 등장합니다. (루카스라는 사람이 그걸 손에 넣어 남편에게 보여주겠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남편의 서류 상자에 있는 그 편지를 자신에게 주면 내 편지를 돌려주겠다고 했죠.)


메리의 친구 케이트에 의한 의뢰 (늘 이런 식이었다. 슬픔에 빠진 사람은 등대를 찾는 사람들처럼 아내를 찾아왔다. 케이트는 남편이 참을 수 없을 때마다 런던시의 동쪽 끝에 있는 아편굴을 이용했다는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아편굴에서 마주친 변장한 셜록 (놀랍게도 노인이 몸을 쭉 펴자 주름살이 사라지면서 흐릿하던 눈에 광채가 살아났는데, 화롯가에 앉아 씨익 웃는 그 사람은 바로 셜록 홈즈였다.), 마약 중독에 대한 존과 셜록의 언쟁 (자네는 내가 코카인 주사에서 아편 흡입으로 발을 넓혔다고 지레짐작하겠지. / 거기서 자네를 보고 정말 놀랐어./ 내가 자네를 보고 놀란 것에 비하려고. / 나는 친구를 찾으러 왔을 뿐이야. / 나는 적을 찾으러 왔을 뿐이지.) 등은 '입술이 뒤틀린 남자'를 확인하십시오.

결혼으로 소원해진 존과 셜록 (나는 한동안 홈즈를 통 만나지 못했다. 내가 결혼하면서부터 생활에 등이 떠밀려 서로 소원해졌던 것이다.), 결혼 후 존의 체중 증가 (결혼하길 잘했군. 그새 몸이 7.5파운드나 불은 걸 보니./ 7파운드야 / 이런. 조금 더 생각할 걸.)는 '보헤미아 스캔들'에서 확인하십시오. 

셜록의 조수는 '유명한 의뢰인'에서 확인하십시오. (신웰 존슨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첫 해 소중한 조수가 되었다. 안쓰럽게도 그는 처음에 아주 위험한 악당으로 이름을 날리고... 회개를 한 뒤 홈즈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 두뇌도 번뜩인 그는 정보 수집에는 이상적인 요원이었다)

셜록의 마약 중독에 대한 언쟁은 '네 개의 서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째서 자네는 타고난 비범한 능력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찰나의 쾌락에 빠져들려 하지?)

불쑥 찾아온 마이크로프트는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를 참고하십시오. (형한테는 자기 궤도가 있어서 그 궤도로만 달리지. 그런데 형이 이렇게 불쑥 나타나다니! 이건 행성이 궤도를 이탈한 격이야.)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셜록은 '네 개의 서명'을 참고하십시오. (이번 사건에 관한 그의 의견은 반드시 신문에 실릴 테고, 녀석들은 경찰이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 하고 있다 여기곤 마음을 놓을 것임에 틀림없으니까.) 거짓 정보에 대해선 '여섯개의 나폴레옹 석고상'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 친구가 석간신문에 엉터리 단서를 흘려서, 범인이 자기 계획을 계속 밀어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한 교활함에 나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존의 전공에 대해선 '두번째 얼룩'을 참고하십시오. (왓슨, 여자는 자네 전공 아닌가.)


범죄자가 협박에 이용하는 문서의 존재는 '유명한 의뢰인'을 확인하십시오. (그 책에 모든 게 담겨 있었어요. 여자 사진, 이름, 신상 정보 등 별의별 게 다 기록돼 있었죠. 아주 몹쓸 책이었어요.)

향수 냄새의 구분은 '바스커빌가의 개'를 참고하십시오. (범죄 수사 전문가라면 향수 중 75종 정도는 구분 할 줄 알아야 한다네.)

범죄자의 일격에 부상당한 셜록은 '유명한 의뢰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쉰 소리로 나직이 내 이름을 부르는 홈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 괜찮아, 왓슨. 그렇게 두려워할 것 없어. 보기보다 나쁘지 않아. / 홈즈 내가 어떻게 해줄까? 자네가 말만 하면 내가 가서 박살을 내주겠어.) 

셜록을 저격하였으나 죽이는 데 실패한 저격수는 '빈 집'을 확인하십시오. (가늠쇠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 한 순간 그의 모든 동작이 멈추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재닌이 은퇴 준비로 마련한 서식스의 별장은 '두 번째 얼룩' (홈즈는 탐정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런던을 떠나 서식스 주의 구릉으로 옮겨가서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연구와 양봉에만 몰두하고 있었으므로...), '마지막 인사' (자네는 이미 오래 전에 은퇴하지 않았나? 서식스 다운즈의 조그만 농장에서 꿀벌을 기르며 독서를 즐긴다는 얘길 들었는데.) 등을 확인하십시오.

병원에서 사라진 환자는 '입주 환자'를 참고하십시오. (한 5분 뒤 돌아와보니, 방은 텅 비고 환자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내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셜록의 은신처는 '블랙 피터'를 참고하십시오. (홈즈에게는 런던 곳곳에 최소한 다섯 군데의 은신처가 있었다.)


죄를 실토하기를 거부하는 메리와 고백을 종용하는 셜록은 '두 번째 얼룩' (홈즈씨 제발 도와주세요. 부탁이니 남편에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남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싶지 않아요.), '세 박공 집' (제가 다 털어놓아야 되겠어요? / 말하지 않아도 알만합니다. / 내 처지에서 생각해 보셨나요? 최후의 순간에 평생의 야심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보는 여자의 심정으로 현실을 보셔야 한다고요. 그런 여자가 자기 방어를 한다고 해서 비난을 당해야 하나요?)을 참고하십시오.

셜록의 뻔하지 않은 수법은 '빈집'에서 확인하십시오. (자네는 내가 그렇게 아둔한 줄 아나? 인형인 게 빤한 것을 세워놓고, 유럽에서 가장 예리한 사람 축에 드는 자들이 속기를 바랄 정도로?)

친구 없는 여자에 대한 셜록의 언급은 '프랜시스 카팩스 여사의 실종'에서 확인하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계층 가운데 하나는 친구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여성이야. ... 불가피하게 타인의 범죄를 자극하는 존재이기도 해.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세상을 떠돌지.)


과거를 은폐하려는 시도는 '글로리아스콧호'를 참고하십시오. (이 문서가 파괴되지 않은 채 네 수중에 들어간다 해도, 간절히 부탁컨대 당장 이것을 불길 속에 내던지고 다시는 생각지도 말기 바란다. 우리 사이의...사랑에 맹세코 말이다.)

과거를 덮어주는 셜록은 '프라이어리 학교'에서 확인하십시오. (저는 경찰이 아닙니다.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지난 일을 가지고 누구를 책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남편에게 호소하는 아내와 (나를 믿어줘요, 한 번만 나를 믿어줘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내가 뭘 숨기는 법이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우리의 한평생이 여기에 달려있어요.) 아내의 비밀을 감수하는 남편 (나는 아주 좋은 놈은 아니오.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는 더 좋은 놈인 것 같소.)은 '노란 얼굴'을 참고하십시오.

아내를 믿으라는 셜록의 조언은 '입술이 뒤틀린 남자'를 참고하십시오. (당신은 커다란 실수를 했습니다. 당신의 아내를 믿지 않는 것 말입니다.)

여자에 대한 셜록의 생각 (여자들은 누구라도 전적으로 믿어선 안돼. 아무리 훌륭한 여자라 해도 말일세.), 메리와 존의 사이를 가로막는 '아그라'의 보물 (아그라의 보물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로 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서 위로받는 존 (어둡고 무시무시한 사건 한가운데 있는 지금, 평화로운 영국 가정을 언뜻 본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은 '네 개의 서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안경을 살펴보는 셜록 홈즈는 '금테 코안경'에서 확인하십시오. (셜록 홈즈는 안경을 손에 들고 아주 골똘히 흥미진진하게 살펴보고는, 안경을 코에 걸치고 책을 읽어보려고 했다.)

보물을 숨길 가장 안전한 곳은 '마자랭 보석'에서 언급됩니다. (보석은 여기 내 주머니 안에 있지.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데 두고 다닐 수 없어서 말야. / 그걸 갖고 다니다니 놀랍군요!/ 더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어?)

법망 밖의 범죄자는 '빈 집'을 참고하십시오. (어찌나 영악하게 사실을 은폐했던지, 모리아티 일당을 모조리 잡아들였을 때에도 그의 유죄를 입증할 순 없었지.)

존이 연루되자 과격해지는 셜록은 '세 명의 개리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왓슨이 죽었다면 당신도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했을 겁니다.)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셜록은 '유명한 의뢰인'을 참고하십시오. (셜록 홈즈는 절도죄로 기소될 뻔했지만, 목적이 건전하고 의뢰인이 워낙 유명한 덕분에, 엄격한 영국 법조차 인간적이고 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 친구는 여태 한 번도 피고석에 선 적이 없다.)

셜록의 마지막 대사는 '마지막 인사'에서 확인하십시오. (차가운 동풍이 불기 시작했어. 지금까지 영국에서는 일었던 적이 없는 동풍이야.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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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변주 variation



'사소한 일에 집착할 때가 아니야. 우리는 가야해.'

'자네 말이 맞아, 홈즈. 우리는 가야 해.'

그는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자네가 몸을 사리지 않을 줄 알았어!'

-홈즈와 왓슨의 대화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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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들에서도 줄곧 그래왔듯 원전을 충실히 인용하는 BBC 셜록의 태도는 변함이 없음을 우리는 앞장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들에서도 줄곧 그래왔듯 BBC 셜록의, 그리고 각 시즌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원전을 변주하는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즌1 때는 원전의 정답을 오답으로, 원전에선 실수였던 것을 계획의 일부로 포섭하는 등의 변주를 통해 이 작품이 단순한 원전의 복제품이 아닌, 원전과 대화하며 그 속의 사건들을 끊임없이 정정하고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살아서 꿈틀대는 생명체임을 보였습니다. 시즌2 때는 원전과 BBC 셜록 사이에 존재하는 파스티슈와 팬덤의 영역을 건드려 두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세월의 간극을 훤히 드러내보이며, BBC 셜록 역시 시즌1에 머물지 않고 자체적인 세계관을 향해 나아갈 것임을 선언하는 큰 한 발을 내딛었지요. 그리고 근본주의자인 저는 시즌2의 그 걸음을 달가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달가와 하지 않았는가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시즌2 1화 '벨그라비아 스캔들'은 혼자 안티질하느라 원본, 더빙판으로 딱 두 번 보고 치운 뒤 거의 없는 회차 취급할 정도였습니다. (모리아티 캐릭터 달라진 거? 잘 만들었으니 인정. 마이크로프트 유치해진 거? 뭐, 웃기니까 패스. 헌데 감히 파스티슈로 캐릭터를 오염시켜? 천만배 복수를 하리라...) 그리고 시즌3가 시작되기 전, 복습하는 의미로 지난 시즌들을 챙겨보다가 문득 돈오의 순간을 맞았습니다. 원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면서 원전과 뭔가 다른, 그러면서 단순히 원전을 다시 읽는 것보다 새로운, 그러면서도 원전만큼 재밌는 작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말이죠. 그것은 마치 손발 다 묶어놓고 춤춰보라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더군요. 저처럼 편협한 근본주의자가 아닌 관대한 시청자분들께선 진작부터 이 작품을 공정하게 보셨겠지만, 원전을 이토록 충실히 존중하면서 개성을 불어넣는 작업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 깨닫기 전까지 저에겐 그러기가 쉽지 않았어요. 보통, 홈지언이라면 신성한 정전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엄숙주의 때문에, 어중이떠중이라면 원전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되는 핵심이 뭔지 모르는 방임주의 때문에, 셜록 홈즈 파스티슈- 즉,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을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작품 탄생의 역사에서 대단히 일어나기 힘든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거더군요. 이번 리뷰 시리즈에서 여러번 저의 호불호를 접고 간다고 밝힌 건 바로 그때문입니다. 제가 기대한 방향을 떠나서,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시즌1에 안주해도 충분히 좋았을 이 작품은 매 시즌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시즌2, 시즌3를 거쳐 이 작품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시도만 두고도 일단 박수받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셜록 시즌3를 맞이하야, BBC4에서는 지금까지 셜록 홈즈를 연기했던 배우들을 조명해보는 다큐멘터리 '셜록 홈즈가 되는 법; 위대한 탐정의 다양한 얼굴들'을 방송했습니다. 거기서 말하기를, 대중은 언제나 자기 시대의 셜록 홈즈를 가장 사랑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말하자면, 192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에일리 노우드를, 4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바질 래스본을, 60년대의 대중은 피터 쿠싱을, 90년대엔 제레미 브렛을, 등등... 각각 최고의 셜록 홈즈라고 여겼다는 겁니다. 언뜻 듣기엔 마치 '첫 닥터가 내 닥터'스럽게 들리기도 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충성심 강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팬심의 속성에 반해서, 새로운 셜록 홈즈는 거의 언제나 환영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그 점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깨달았습니다. 홈지언에겐 그들 중 누구도 '진짜' 셜록 홈즈가 아닌 거예요. 진짜는 오로지 원전에만 있고, 그들이 환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시대의, 내 셜록 홈즈를 볼 수 있는 특권이었던 거죠. 그러니 누구도 '아니, 더이상 새로운 셜록 홈즈는 필요없어, 더글라스 윌머(혹은 존 나일, 혹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혹은 ...)만이 진짜 셜록 홈즈야!'라고 외치지 않는 겁니다. 충성심 강하고 비교하기 좋아하는 팬심이 셜록 홈즈 배우들에게만은 작동하지 않았던 게 아닙니다. 그들의 충성심은 오히려 너무나도 굳건히, 그 긴 세월을 다 견디며, 오롯이 원전만을 향해 있었던 거죠.

시즌1 때 줄기차게 원전과 비교하며 애먼 컴버배치의 들창코를 트집 잡던 것을 기억하시는 독자가 계시다면 저의 충성심 역시 짐작하고 남으실 겁니다. 편협하기 그지없는 저의 팬심은 도무지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겁니다. 바질 래스본은 때로는 너무 멜로우하고 또 때로는 너무 필립 말로스러워서(이때는 필립 말로가 있지도 않았는데!), 존 나일은 지나치게 매끈한 외모와 태도 때문에, 심지어 제레미 브렛마저 연기톤이 신경질적이라고- 트집 한 번 안 잡고 넘어 간 경우가 없습니다. 존 왓슨은 또 어떤가요. H2를 보면 노다에, 슬램덩크를 보면 안경선배에 열광하는 제가 셜록 홈즈에서 존 왓슨에 열광했던 건 어쩌면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셜록 홈즈에 관한 어떤 책을 읽다가도, 일단 존 왓슨이 멍청하다고 주장하거나 전제하는 대목을 만나면 두 말 없이 책장을 덮어버립니다. 더이상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영화 쪽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서, 멍청한 왓슨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나이젤 브루스는 제겐 철천지 원수와도 같습니다. 가끔 진짜 귀여워서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지만, 그럴 때도 팔짱 끼고 이 악 물고 웃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건, 제가 좋은 안내자는 아니란 겁니다. '셜록 홈즈' 이름만 붙어 있으면 길에 떨어진 껌종이도 모을 테세의 진지한 수집가도 아니고, 셜록 홈즈에서 헐록 숌즈까지 뭐 하나라도 놓칠까 줄줄줄줄 외는 열렬한 연구자도 아니죠. 공정하게 얘기하자면 한정된 관심과 편협한 취향을 가진 흔한 덕후일 뿐. '코난 도일 읽는 밤'이란 책이 나왔으며 그 일부는 '그레잇 게임'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unlocking sherlock'의 새버전이 나온 것도 댓글을 달아주신 덕에 알게 됐을 정도입니다. (소개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전자는 코난 도일에 대한 책이겠거니 안 읽었을 거고, 후자는 시즌1때 그것이겠거니 안 봤을 겁니다. 덕분에 리뷰 시리즈 끝내면 읽고, 볼 생각에 두근두근 하고 있어요.) 제가 곁가지로 언급하는 파스티슈 작품들에도 뚜렷한 경향성이 있는데, 대부분 코미디라는 겁니다. 셜록 홈즈를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에서 일어나는 원전의 오독과 파괴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취향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다행히, 돈오의 순간을 거친 올해의 저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이번 시즌의 변주를 소개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왜 다행인가 하면,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담하고 용감하고 패기넘치는 걸음을 내딛은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의 저였다면 이 비범한 시도를 두고 뭐라고 비아냥거렸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요. 시즌3가 원전을 변주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덜 중요한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중요한 시도이며, 마지막 하나는 2년전의 저와 같은 근본주의자들에겐 위험하니 빨리 귀를 막고 숙이라고 '바티칸 카메오'를 외쳐야 할 시도입니다.



1. 덜 중요한 시도.


지난 시즌처럼 이번에도 원전 밖의 파스티슈를 끌어다 쓴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 시즌 이 시도에 대해 저같은 반동분자 몇을 제외하곤 크게 반발하지 않자, 이러한 차용은 한껏 광범위하고 대담해졌습니다. 제 취향이라야 편협하기 그지없어 보고 읽은 작품이 한없이 한정되어 있습니다만,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해는 충분히 기꺼운 마음으로, 제 취향의 바운더리 안에서 발견한 인용들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셜록의 들러리 연설문 중 '존을 데리고 다니는 건 대비 효과 때문인데, 신부가 못생긴 친구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과 유사한 일'이라는 표현은 코난 도일 경이 에든버러 대학 자선 행사에 헌정한 소품 '필드 바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코난 도일 경이 집필했으나 셜록 홈즈 원전에 실리지 않은, 외전 격의 작품들 중 직접적으로 셜록 홈즈와 존 왓슨이 등장하는 작품은 총 세 편으로 '필드 바자', '왓슨은 어떻게 홈즈의 방법을 터득했나.', '키 큰 남자'가 그것입니다. '키 큰 남자'는 미완성 작품으로 트릭의 뼈대 (사다리, 사다리에 묻은 흙, 사다리를 기댄 벽의 구조, 연못 등...)만 남겨져 있고, 이것을 피터 헤이닝이 재구성하여 '키 큰 남자'라 제목을 붙인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것인데요, BBC 셜록에선 희미한 형태로나마 이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적이 있죠. 시즌1 1화에서 왓슨이 확인한 셜록의 문자 '형이 초록 사다리를 가지고 있다면 체포하시오.'가 가리키는 '초록 사다리' 사건이 그것입니다. 제작진이 만든 바이럴 홈페이지로 유명한 셜록 홈즈 '추론의 과학' 사건 파일 페이지에선 헤이닝이 재구성한 '키 큰 남자'와는 다른 버전으로 구성된 같은 트릭을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왓슨은 어떻게 홈즈의 방법을 터득했나.'도 읽다 보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는, 홈즈와 왓슨의 귀여운 소품이지만 '필드 바자'는 정말이지 이 작품을 의뢰한 에든버러 대학 바자회 주최측에 감정 이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정성스럽고 사랑스런 소품입니다. 원전의 클리셰대로 아침 식사를 하던 홈즈는 왓슨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에든버러 바자회에 헌정할 작품을 의뢰받았다는 사실을 추론하고, 깜짝 놀란 왓슨은 그 근거를 묻죠. 홈즈가 왓슨에게 추론 과정을 설명해주는 줄거리의 이 익숙하고도 깜찍한 소품에서 홈즈는 '세 사람'의 연설에 인용된 대사를 해서 왓슨을 발끈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말해도 자네가 화내지 않으리라 믿네만, 내가 날카로운 지성을 가졌다는 평판은 전적으로 자네가 나를 돋보이게 해준 덕분이네. 사교계에 진출하는 여성이 못생긴 샤프롱(보호자)을 대동하지 않는 경우를 본 적 있나? 두 사실엔 명백한 유사성이 존재하지.'


코난 도일 경의 외전격 단편들(혹은, 그조차 인정하지 않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있어선 패러디) 중 주인공 탐정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셜록 홈즈일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티켓은 없이 여섯 개의 시계만 지닌 채 기차칸에서 발견된 시신의 미스테리를 푸는 '시계가 많은 남자'와 두 정거장 사이를 지나는 10분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열차의 미스테리를 푸는 '사라진 특별 열차'가 그것입니다. 두 편 다 불가능 범죄를 다루고 있는 수작입니다만, 탐정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후자에선 주인공 탐정이 '불가능한 것을 모두 배제하고 나면 남아있는 것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진실임에 틀림 없다'는 홈즈의 격언을 그대로 읇고 있지만!), 범죄자가 직접 전말을 밝히기 전까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점을 들어 셜록 홈즈 캐논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BBC 1화 '빈 영구차'에서 모런 대령과 함께 사라진 객차의 트릭은 이 '사라진 특별 열차'를 변주한 것입니다. '사라진 특별 열차'에선 한 프랑스 귀족이 급하게 파리로 떠나기 위해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며 특별 열차를 편성할 것을 요구하는데요, 한 시가 급하다기에 서둘러 출발시킨 이 열차는 다음 정거장에 영영 도착하지 않고, 10분 후 출발한 다음 열차는 아무것에도 부딪히지 않고 무사히 그 구간을 지납니다. 범행의 동기나 결말은 다르지만,  공기 중에 흩어지기라도 한 듯 사라진 이 특별 열차의 비밀은 '빈 영구차'에서 차용한 바와 같이 사이드 트랙과 폐쇄된 구간(탄광)에 있었지요.


1978년작 '바스커빌가의 개'는 우리나라엔 '일곱 가지 유혹'의 원작 영화로 유명한 피터 쿡과 더들리 무어 콤비가 주연을 맡은 코미디입니다. '바스커빌가의 개'는 아마도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셜록 홈즈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이 작품은 그 중 가장 괴상한 작품에 속할 겁니다. (무려 해머사의 바스커빌을 포함한다 해도요!) 셜록 홈즈 원작 뿐 아니라 작가 코난 도일의 사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불쾌한 농담들로 가득 찬 이 영화는 피터 쿡과 더들리 무어 식의 뒤틀린 유머 감각을 감안하더라도 선뜻 추천할 수 없는 아무튼 괴상망측한 작품입니다. 여기에는 셜록을 '셜'이라 부르며 민망스러울만큼 어린애 취급하는 셜록의 어머니가 등장하는데, 시즌3에서 우리는 이 농담의 점잖게 톤다운된 버전을 볼 수 있죠. '셜'이라는 애칭은 재닌에게 갔고, 어머니도 훨씬 정상적이지만 말입니다.


'빈 영구차'에서 셜록과 재회한 존의 반응은 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다 깨알같았지만, 존이 디비디 행상 노인을 분장한 셜록으로 착각하는 씬은 공들여 쌓아올린 클라이막스였죠. 이 씬은 기본적으로는 원전의 '빈 집'에서 책장수로 분장한 홈즈와 왓슨의 만남을 연상시키지만, 원전에 명시된 이 소재를 농담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은 명백히 파스티슈에서 끌어왔습니다. 바질 래스본과 나이젤 브루스의 1943년작 '거미 여인'이 그것이죠. 여기서 왓슨은 한 번 홈즈의 분장에 속은 뒤, 221B를 찾아온 곤충학자 노인을 변장한 홈즈로 믿고 이번엔 안 속는다며 비웃습니다. 이 곤충학자는 흰수염에 썬글래스까지, BBC 셜록의 디비디 행상 노인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죠. 왓슨은 당황한 노인에게 다짜고짜 달려들어 턱수염을 잡아당기는데,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잭 더 리퍼는 실제 원전의 셜록 홈즈와 동시대에 활동한 희대의 살인마였죠. 해서, 무수한 홈지언들이 최고의 탐정 셜록 홈즈가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1965년, 존 나일과 도널드 휴스턴이 주연한 영화 '스터디 인 테러'가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서 잭 더 리퍼는 귀족 가문의 의학도로, 단 한 여인을 죽이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나옵니다. 이 아이디어의 원형은 베어링굴드의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여기선 잭 더 리퍼의 정체가 다름 아닌 원전의 '애설니 존스'였습니다. 그것이 스코틀랜드 야드가 이 사건의 전말을 대중에 밝히지 않은 이유였죠. 현대로 온 BBC 셜록에선 동시대를 산 잭 더 리퍼와 홈즈의 관계를 해명해야 할 의무가 없어졌지만, 앤더슨으로 하여금 잭 더 리퍼 장난을 치게 하는 것으로 이 오랜 전통을 계승합니다.


니콜 윌리암슨과 로버트 듀발이 홈즈와 왓슨으로 분한 1976년작 '7% 용액'은 국내에도 번역되어 소개된 동명의 파스티슈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홈즈는 생사를 오갈만큼 마약에 중독되어, 왓슨과 마이크로프트에 의해 프로이트를 만나 정신 분석을 받게 되죠. 3화 '마지막 서약'에서 메리에 의해 사경을 헤매는 셜록의 마인드팰리스 씬은, '7% 용액'의 최면씬을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으로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 자신의 오랜 트라우마(레드비어드)를 지나, 그 끝에서 모리아티를 마주하는 플롯의 구성과 연출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7% 용액'과 마찬가지로 모리아티를 만난 뒤에야 셜록은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됐죠.



2. 중요한 시도.


시즌3에서 두드러지는 원전의 변주는, 원전을 직접 인용하되 그것을 다른 등장인물에게 대입함으로써 맥락 상 다른 의미를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뇌관으로 근본주의자들을 피신시켜야 할 세 번째 변주가 시작되는데, 우선 그 뇌관이 되는 사례들을 가볍게 몇 가지 살펴봅시다.


'주홍색 연구'에서 '자신의 신변에 대해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 홈즈의 입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던 왓슨의 말은, 존의 신변(미들네임)을 알아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셜록의 모습으로 변주됩니다. 이는 원전에서 드러내지 않은 실제의 이면을 비추어 셜록과 존의 우정에 동등한 무게를 부여해 줍니다.

'네 개의 서명'에서 홈즈가 팔뚝에 7% 용액을 주사하자, 참다 못한 왓슨이 버럭 성을 냅니다. '어째서 자네는 타고난 비범한 능력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찰나의 쾌락에 빠져들려 하지?' 이 장면은 3화 '마지막 서약'에서 그대로 인용되는데, 다만 그 대사를 치(면서 뺨을 치)는 대상이 몰리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단순한 존과 셜록의 관계를 넘어, 존을 통해 세상과 관계하는 셜록을 그리는 시즌3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서 위험하니 따라오지 마라, 싫다, 내가 못가면 너도 못간다, 실랑이를 하던 홈즈와 왓슨의 언쟁은 그대로 아편굴을 향하는 존과 메리의 언쟁으로 변주됩니다.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두 주인공의 끈끈한 관계는 존과 메리에게로 대입되고, 원전의 왓슨이 그랬듯 메리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만만찮은 존재임을 암시하죠.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서 홈즈가 용을 다룬다는 왓슨의 견해(초록빛과 황금빛의 괴물과 대결하는 것이 홈즈에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금고는 수많은 아리따운 숙녀들의 명성을 삼켜버린 악룡이나 다름없었다.)는 마이크로프트의 대사로 옮겨갑니다. 이 대목은 동생을 해적이나 드래곤 슬레이어로 여기는 형의 시선을 대변하는데 쓰이죠.

'푸른 석류석'에서 의뢰인의 모자를 두고 추론 게임을 하던 홈즈와 왓슨의 모습은 셜록과 마이크로프트의 게임으로 변주됩니다. 여기서 셜록은 마이크로프트의 뚱한 표정을 흉내내며 의뢰인의 외로움으로부터 마이크로프트의 외로움을 추론해내는데, 이후 의뢰인의 집을 찾아가서야 그가 여자친구도 있는, 그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철덕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이크로프트는 원전에서처럼 '자기가 옳다는 것을 애써 입증하느니 차라리 자기가 틀린 것으로 치고 마는(그리스인 통역사)' 사람이었고, 그가 셜록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나는 외롭지 않아. 니가, 외로워질 거야.'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즌3는 이렇게, 원전을 비틀어 자신의 세계관에 봉사하게 만듭니다. 원전에 등장하는 사건을 그대로 가져와 다른 인물에게 대입시킨 후 BBC 셜록 고유의 설정을 대변하도록 조작한 거죠. 원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원전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벌일 초석을 다진 겁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제작진이 자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전 눈치 보지 않고 그냥 질렀어도 경찰이 잡아가진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그들은 세계관을 확장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원전을 향해 눈짓을, 손짓을, 경례를 보냅니다. 그리하여...



3. 바티칸 카메오.


메리 모스턴은 '네 개의 서명'에서 등장하는 의뢰인이죠. 존 왓슨의 첫 번째 부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BBC 셜록에선 '네 개의 서명'에서 이 설정을 가져온 뒤 그녀를 단편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 대입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1화에서 스킵코드 문자로, 2화에서 결혼식 전보로 마그누센에게 계속 협박을 받던 메리는 결국 원전의 결말처럼 마그누센을 암살하기 위해 그의 거처로 향합니다. 원전의 같은 씬에서 이 피해자 여성의 존재는 홈지언들의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 천하의 홈즈조차 밀버튼의 버릇과 집의 구조와 하인들의 배치와 그 밖의 모든 것을 계산하고도 그의 하녀까지 유혹해야 할만큼 침투하기 어려웠던 밀버튼의 거처 한 가운데에 뜬금없이 등장한 이 여성은 스토리의 측면에서도, 트릭의 측면에서도 데우스 엑스 메키나였습니다. 둘. 홈즈는 밀버튼이 결코 심판받지 않을 비열한 자이며, 그런 극악무도한 자와 맞서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그 '다른 방법'에 해당되는 액션은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말로 협상을 해보거나, 몰래 문서를 훔치러 들어가는 등의 별 대단치 않은 일들이 흉악한 밀버튼과 맞설 그 대단한 '다른 방법'이었다고 적당히 눈감아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셋. 모든 사건이 끝난 후, 홈즈는 레스트레이드에게 '두 남자'가 범인이었다고 진술합니다. 이것을 두고, 도망치다 뒤꽁무니를 들킨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한 진술이었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혹자들은 오히려 왓슨이 기록하지 않은 진실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즉, 밀버튼을 암살한 여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밤, 암살자는 다름 아닌 홈즈였다는 거죠. 이렇듯 논쟁적인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암살씬에 이르자, BBC 셜록은 결론을 내지 않고 방향을 전환합니다. 메리의 총구가 셜록을 향합니다. 

원전 '마지막 문제'에서 홈즈는 모리아티와의 일전을 대비하며 창백하고 여윈 얼굴로 왓슨을 찾아갑니다. 왓슨이 무슨 걱정이라도 있느냐고 묻자 홈즈는 뜬금없이 '공기총!'이라 답하죠. 이 등장하지도, 발사되지도 않은 공기총의 존재 역시 무수한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리아티는 단 한 번도 공기총으로 홈즈를 위협한 적이 없으며, 최후의 순간에도 둘은 맨몸으로 폭포에 몸을 던졌으니까요. 이 미스테리는 10년이 지나 '빈 집'으로 홈즈가 부활한 뒤에야 밝혀지는데, 모리아티의 수하 모런 대령의 주무기가 공기총이었다는 식이었죠. 홈즈의 설명되지 않은 공기총 공포를 BBC 셜록에선 암살자 메리와의 대면으로 풀어갑니다. 그러나 발사되지 않았던, 혹은 엉뚱한 대상을 향해 발사되었던 원전의 총알은 이번엔 정확히 셜록의 가슴에 와 박힙니다.

이야기는 '유명한 의뢰인'으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홈즈는 역사상 처음으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지요. '괜찮아, 왓슨. 그렇게 두려워할 것 없어. 보기보다 나쁘지 않아.' 홈즈가 쉰 목소리로 작게 속삭이자 왓슨은 분노에 떱니다. '홈즈, 내가 어떻게 해줄까? 말만 해, 내가 가서 박살을 내 줄테니.' 그러나 괴한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고 왓슨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BBC 셜록에선 천하의 셜록이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만 처음이자 마지막 피습인 이 일격의 주인공을 존 역시 확인하게 됩니다.

메리 모스턴의 이야기는 다시 '네 개의 서명'으로 돌아가, 셜록 피습의 실상을 알게 된 존은 자신과 메리 사이를 가로막는 '아그라의 보물'을 마주합니다. 원전에서 '아그라의 보물'은 메리가 상속받을 막대한 재산으로, 왓슨은 자신의 사랑이 재산을 노린 수작으로 오인될까봐 차라리 그것이 없어지기를 바랐습니다.  BB판에선 아그라의 메모리 스틱 속에 메리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메리는 스틱을 존의 손에 넘깁니다. 

보시다시피 메리 모스턴은 단순한 창작 캐릭터가 아닌, 원전을 둘러싼 셜록 홈즈의 이상 행동들의 총체입니다. 밀버튼 사건의 데우스 엑스 메키나, 발사되지 않은 공기총의 공포,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당한 피습... 끝없이 전환되는 원전의 미스테리들 끝에 '아그라의 보물'이 존의 손에 넘어간 순간,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그걸 보면 다시는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메리가 애원하던 그 순간, 저는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 마지막 씬의 형사처럼 입을 벌리고 얼어붙었습니다. 머그컵을 들고 있었다면 떨어뜨렸을 거예요, 깨진 머그컵 바닥엔 코바야시 대신 이렇게 적혀 있었을 겁니다. '노버리.'


셜록 홈즈의 이상 행동을 이야기 하는데, 그의 유일한 실수담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말이죠.) '노란 얼굴'이 빠질 수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홈즈는 이상하리만치 아무것도 추론해내지 못하고 이야기에 끌려다니다, 마지막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며 또다시 이런 실수를 저지르거든 '노버리'를 속삭여 달라고 왓슨에게 부탁합니다. '노란 얼굴'은 셜록 홈즈 원전에서 손에 꼽아도 좋을, 가장 강렬한 사랑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남편은 수상한 아내의 비밀을 홈즈에게 의뢰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비밀을 덮어달라 애원하죠. 사랑엔 젬병인 홈즈는 이 위대한 러브 스토리의 진상을 알아내지 못하고, 사건을 해결하러 간 '노버리'에서 간신히 관찰자 입장으로나마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목격합니다. 아내는 자신의 오랜 비밀이 담긴 로켓 목걸이를 남편에게 건냅니다. 그녀가 덮어달라고 애원했던 진실이 로켓 속에서 드러나고, 그녀는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던 이 때, 남편의 대답은 그녀조차 짐작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주 좋은 놈은 아니오. 그러나 당신 생각보다는 좋은 놈인 것 같군.'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줄곧 자신을 속여온 아내의 비밀조차도 끌어안은 이 사내의 위대한 러브 스토리는, 셜록이 메리를 의뢰인석에 앉힌 순간,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과 '마지막 문제'와 '빈 집'과 '유명한 의뢰인'과 '네 개의 서명' 등 원전 속 묵은 미스테리를 하나 하나 건너 다름아닌 존과 메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메리가 건넨 아그라의 메모리 스틱은 '네 개의 서명'의 보물에서 '노란 얼굴'의 비밀을 감춘 로켓 목걸이로 치환되고, 존과 메리의 위대한 사랑은 다름아닌 BBC 셜록의 '노버리'였음이 밝혀지는 거죠. 그래서였습니다. 그래서 시즌3의 셜록이 그토록 헤맸던 겁니다. 셜록이 홈즈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셜록이 바로 홈즈여서. 메리 모스턴이 원전 속 셜록 홈즈의 이상 행동의 총체여서, 존과 메리의 러브 스토리가 셜록의 '노버리'여서요. 

다시 한 번 우리는 '그레잇 게임'으로 돌아옵니다. 원전의 빈틈을 채우는 것은 언제나 홈지언들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7% 용액'에서 니콜라스 메이어는 대놓고 프로이트로 하여금 '나는 원전의 4가지 의문점을 1타 4피로 해결했다!' 외치는 듯한 낯부끄러운 대사를 치게 만들기까지 했었죠. 시즌3의 '마지막 서약'은 한 덩어리의 플롯 안에서 원전의 유명한 의문점들에 하나 하나 대답해나갑니다. 홈즈는 왜 밀버튼의 거처에 잠입한 여인을 추론해내지 못했지? 메리 모스턴이어서. 그녀는 어떻게 잠입할 수 있었지? 전문 암살자였으니까. 홈즈의 공기총 공포의 정체는 무엇이었지? 메리 모스턴. 홈즈는 왜 무방비 상태로 당했지? 메리 모스턴이라서. 왜 메리 모스턴이라는 게 모든 걸 놓친 이유가 되지? 메리 모스턴이 존 왓슨의 약점이고, 존 왓슨이 셜록 홈즈의 약점이니까. 그렇다면 밀버튼의 사건에서 진짜로 일어난 일은 뭐지?... -이건 거의 원전과  BBC 셜록과 두 손을 맞잡고 추는 춤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변주를 두고 BBC 셜록을 보는 동안 처음 물리적으로 소름이 돋은, 패기넘치는 시도라고 말씀드렸던 건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원전은 기본적으로 사건 당사자인 의뢰인과 외부에서 그 일을 해결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로,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건은 모리아티의 경우가 거의 유일하고요. 시즌3는 처음으로 그 선을 넘습니다. 어쩌면 말야, 협박을 당한 당사자가 홈즈와 왓슨이 아니었을까? 아주 어쩌면 말야, 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왓슨과 메리가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만에 하나는 말야, 우리가 듣고 있는 홈즈와 왓슨의 이야기가 홈즈와 왓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듣고 보니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만, 장담하건대 이런 식으로 접근한 파스티슈는 셜록 홈즈 역사에 없었어요. 이건 최초란 말입니다. 원전의 서로 다른 사건을 엮어 하나의 플롯 안에 집어넣는 시즌1 3화의 솜씨는 굉장했지만, 그건 1939년 '셜록 홈즈의 모험', 그보다 이전에 질렛이 최초로 무대에 올린 셜록 홈즈 연극 때부터 시도되어온 각색 방법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갇혀 있던 두 주인공을 현대로 데려오는 시즌1 1화의 충격은 엄청났지만, 그건 1942년 '보이스 오브 테러'가 어설프게나마 먼저 한 일이었죠. '그레잇 게임'의 관점에서 원전의 빈틈을 해명하고 설명하는 것은 1974년 '7%용액'을 비롯 무수한 파스티슈물에서 해왔던 일입니다. 주인공들에 관한 새롭고 재밌는 상상을 늘어놓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그건 거의 원전과 주인공만을 공유했을 뿐인 순수한 창작의 영역이었죠. 그러나 원전 속의 사건을 주인공들에 '관한' 사건으로 해석하는 시도는, 제가 아는 한 없었습니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의 셜록 홈즈 파스티슈에 있어서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사건의 최초 목격자가 된 거예요. 한 번 이 선을 넘고 나면, 이야기는 어디로든 갈 수 있습니다. 메리 모스턴은 '노란 얼굴'의 아내에 대입될 수도 있지만,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피해자에 대입될 수도 있고, 원전 속 등장하는 버림받은, 배신당한, 배신하는, 살해당한, 그 어떤 아내로도 대입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어디에 대입되느냐에 따라, 존 왓슨의 포지션도 원전 속 누구의 입장에든 놓일 수 있고, 이런 식으로 확장되다보면 원전을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든 누구일 수 있는 대혼란의 카오스가 시작되는 겁니다. 바티칸 카메오!

다행히 우리의 제작진들은 충성스런 셜로키언들이라, 선을 넘어도 아주 신중하게 넘었습니다. 누구든 누구일 수 있는 대혼란이 아니라, (위에서 보았듯) 원전에서 정말로 설명되지 않았던 요소들만을 신중하게 끌어모아, 그것이 설명되지 않았던 이유를 해명하는 '그레잇 게임'의 철저한 규칙 하에서만 선을 넘었죠. 하지만 다음이 있다면, 다음에도 그럴까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차용하는 다른 작가들도 이만큼 신중할까요? 근본주의자들에게 이 시도는 거의 원작 파괴의 헬게이트를 여는 첫 발처럼 느껴질 겁니다. 남 얘기 하듯 하지 않겠습니다, 저에겐 거의 그랬어요. 그러나 단지 근본주의자로서의 앞날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이 패기넘치는 시도를 폄훼해서야 되겠습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은 일어날 일이고, 지금 일어난 일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홈지언이라면 신성한 정전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엄숙주의 때문에, 어중이떠중이라면 원전에서 건드리지 말아야 되는 핵심이 뭔지 모르는 방임주의 때문에 시도도 하지 못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정말로 근사한 사건임에 틀림없는데요.


작품을 보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군, 머릿속에서 굴릴 때는 별 거 아니었는데, 글로 풀어 쓰려니 여섯 장이 한참이네요. 그럼 마지막 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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