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4.10.24 11:39

고양이맨 조회 수:3023

평범하게 부활한 장진의 가족 드라마

[영화 리뷰] <우리는 형제입니다>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라는 제목만 놓고보면 형제애를 다룬 영화일 것 같지만, 그보다는 가족애를 다룬 가족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하이힐'로 여성성을 지닌 남성의 드라마를 자못 화려하게 표현했던 장진 감독은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꽤 많이 달라졌어요.

 

드라마를 기초에 두고 있다는건 여전하지만 '하이힐'이 무거웠다면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보다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허무한 코미디는 아니에요. 적절한 장진식 유머를 구사하되 정적이면서도 차분하게 형제인 두 남자와 그들의 한 어머니를 다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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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의 한 장면.
ⓒ 필름있수다

 

 

신파인듯 아닌듯 코미디인듯 아닌듯

 

영화는 상연(조진웅 분)과 하연(김성균 분)이 어린시절 어떻게 아버지를 잃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시작합니다. 초반부터 발휘되는 재기발랄함은 비록 이 영화의 각본을 장진 감독이 쓰진 않았지만(장진 감독은 각색을 겸했음) 장진식 유머가 부활했음을 알리죠. 다만 요즘 관객들은 예전보다 각박해진 세상 탓에 유머에 소극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어요.

 

장진식 유머의 모체는 '사랑'인데, 이는 인류애적인 범위의 사랑으로 이 영화속 모든 인물들을 싫지않게 바라보게끔 배려합니다. 그런 유머가 빛을 발하는 절정은 2인조 소매치기가 등장했을때에요. 물론 과거 장진 연출 영화에 비해 한국 대중 영화의 클리셰들을 군데군데 배치시켜놓았지만 최소화시켰지요. 상연의 문신 등장신이나 앵벌이 두목의 신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코미디라고 보기란 쉽지만은 않은게,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이 거의 없어서입니다. 주인공인 상연과 하연은 어릴때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고, 그들을 버린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아들도 몰라볼때가 많아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년만에 형제가 상봉하려다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동안 등장하게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어려운 삶을 살고있지요.

 

하지만 영화는 슬프거나 우울하지만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설정을 두고 신파라고 비판할 소지도 있을법 했습니다. 자기 아들의 골수 이식을 위해 수십년만에 동생과 어머니를 찾은 형의 이야기가 동생과 어머니로부터 골수를 이식받는 것으로 끝나면 명백한 신파죠. 또 자신이 죽인 사람의 자식을 양자로 들인 상연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테마가 되거나 어머니나 하연이 죽거나 했으면 '신파성'이 강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모두 비껴갔습니다. '신파성'이 없지 않지만 최소화시켰어요. 가족 드라마이기에 오글거리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볼만하게 오글거리는겁니다. 가족의 아픔을 겪어본 관객일수록 영화가 진행되며 서서히 눈시울이 적셔지는건 불가항력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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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입니다>의 한 장면.
ⓒ 필름있수다

 

 

장진, 모범적인 가족 드라마로 부활하다

 

이 영화는 장진 감독의 과거 작품들처럼 재기발랄하지만 그 분위기가 더 차분해졌고 평범해졌습니다. 이 영화는 복잡하거나 화려한 줄거리 또는 대사나 장면들을 내세우지 않아요. 등장인물들, 특히 상연과 하연 형제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전통적인 가족애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종교와 성격으로 대립하는 형제의 모습도 전형성을 띄는 편이고, 보는 동안 눈시울을 젖게 하지만 결말은 깔끔하고 담백하죠.

 

이를 두고 장진 감독이 부활했다는 표현을 쓴다면 어떨까요.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전작 '하이힐'이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에 비해 자신의 주특기인 '인간적인 사랑'을 적절히 버무려넣은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장진 감독의 필모에서 확실히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달라진 장진 감독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그렇지요.

 

또 이 영화의 각본은 상당히 무난해서 가족 드라마의 모범 사례로 여길만합니다. 보는 관객에 따라서는 진부하고 구식같은 가족드라마일수도 있지만, 그게 한국의 가족 드라마 아니겠습니까. 서울에서 대전과 여수를 오가며 벌어지는 상연과 하연 형제의 '엄마 찾아 삼만리'를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눈물샘이 가동하는 순간이 한번쯤은 올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는 나이들수록 부모님과 가족을 대할때 마음이 약해지는 한국인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현실일 거에요.

 

특히 아들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영화 속에서 잘 묻어나고 있지요. 어머니 역을 맡은 김영애를 비롯해 조진웅과 김성균은 말할것도 없고 이한위, 조복래, 최태원, 김병옥, 김민교, 김원해 등 주옥같은 배우들이 적당하게 자기 몫을 합니다. 이들 모두가 평범한 캐릭터들이지만 배우들의 명연기는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시나리오 작가와 능숙한 감독이 만나 각본과 연출을 따로 담당하는 '할리우드 분업식 제작형태'를 취한게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상영시간 102분. 10월 23일 개봉. 12세 관람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등록된 리뷰입니다. http://blog.naver.com/silez/220159739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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