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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감상 후 솔직히 머릿속이 혼란스런 생각으로 중심을 못 잡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최근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읽는다고 생활 외적인 탐미적 지적 유희에 중독된 이유도 있겠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작품 속에서 추구한 인간 삶의 의미들이 우디알랜 감독 앞에서는 보잘것없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구원의 문제 등 모든걸 받친 것처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삶 속에서 허우적 될 필요 없다 는 것이 우디알렌 의 인생 달리 보기 그 목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 오프닝에 나오는 세익스피어 독설처럼……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 영화 제목은 원제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환상의 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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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인생이란, 죽음 앞에 다다르기 전, 그때까지 젊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알피(안소니 홉킨스) 그의 아내 헬레나(젬마존스) 딸 샐리(나오미와츠)남편 로이(죠슈 브롤린) 이렇게 네 사람이 우디알렌의 다소 소프트 한 염세적이고 회의론적인 삶의 방식에 대항해서 본능적인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아내 헬레나와 이혼 후 콜걸과 결혼을 꿈꾸는 알피, 40년간 결혼생활 후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헬레나는 점쟁이를 찾아가 앞으로의 귀인의 환상을 듣게 됩니다. 딸 샐리는 의사를 버리고 전문작가로 나선 전망 밝지 않는 남편을 잊고 싶기라도 한 듯 갤러리 큐레이터로 사장 그렉과의 멋있는 사랑을 꿈꿉니다. 남편 로이는 작품 하나 완성하기 힘들어하는 작가로 미래의 베스트셀러 작가보다는 지금의 망한 자신의 심적외로움을 달랠만한 앞집 음악전공대학원생 디아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네 캐릭터들은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살아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인생 사는 거 별거 없다. 현실에서 누구나 이런 말 할 수 있지만 도리어 그런 말 생각해서 하면 더 거짓말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묘한 게 그냥 인생 욕하면서 하는 말일수도 있고, 진지하게 살고난후 나온 말일수도 있지만 그게 누구나 정답일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삶 속에서 shit하면 내뱉는 느낌)  알피는 젊은 아내를 맞아 다시 애 낳고 인생을 향유하고 싶은 생각은 스포츠센터 젊은 친구에게 폭행당하고, 헬레나는 인연의 시작을 꿈꿨지만 죠나단의 주인부인으로부터 영적 허락을 맞는 과정에서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다혈질적으로 반응합니다. 샐리는 엄마의 투정(?)에 삶 속에 현명한 길을 제시하듯 엄마를 위로하지만 정작 자기의 갤러리 투자금이 엄마의 점쟁이가 투자하지 말라는 말에 그딴 개소리로 치부해버립니다. 로이는 샐리와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혼 후, 디아집으로 짐을 옮기고 창문 넘어 디아의 모습을 본 것처럼 디아의 집에서 자기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그래도 인간인데 삶 속의 의미 없이 어떻게 살수 있나? 우리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태어난게 아닐까?  그러나 웃기는 소리일수도 있다는 것이 우디알렌의 이 영화입니다. 우디알랜은 미치도록 냉정한 이 현실을 유머로서 각 세운 우리의 삶을 흩으러 놓는 겁니다. 왜냐면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콜걸출신 아내가 임신 했다는 말에 내자식인지 유전자 감식해보면 안다는 알피의 사업가적인 본능적인 계산성, 귀인이라고 생각했던 죠나단의 변심에 물불안가리고 역정 내는 헬레나, 갤러리투자가 안되자 당장 자기 꿈을 위해 엄마에게 달라 드는 샐리, 친구습작소설을 죽었다는 말을 듣고 자기 걸로 만들어 발표하는 조이(우디는 여기서 한번 더 비틉니다. 통쾌한 당황함을 맛보기 위해??) 외교관 약혼자를 두고 유부남 조이에게 맘 쏠리는 디아, 그녀는 양가가 모인 자리에서 이 사실을 선포함으로써 집안싸움이 적나라하게 벌어집니다. (그리고서 우디는 역시 이 당황함도 즐기는지 모릅니다.)이 점이 이영화의 가장크나큰 재미입니다.

애니 홀, 맨허튼이후 다시 만난 우디알랜이지만, 포아르 경감처럼 회색 뇌세포의 그 천재성은 우리를 취하게 만듭니다. 나오는 캐릭터들의 삶들은 처음 멋모르고 보면 참 멋있고 안정적이고, 돈 많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없다듯이 그만의 유머로 깔아뭉개버리는 우디알랜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디알렌의 이 영화는 꿈과 이상, 환상, 이 모든걸 시니컬한 현실 속에서 유머로 보기 좋게 굴복시키는 영화 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새로운 제2인생, 살아보다 부딪치는 벽들은 여지없이 냉소 속에 본능적으로 자기만의 삶을 영위할 뿐입니다. 거기에 따따부따 할 이야기가 없다는 거지요. 아마 우디알렌과 도스토예프스키가 한바탕 설전을 벌인다면 무척 흥미롭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 : 도스토예프스키의 언급은 본인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책 3개의 번역판을 연달아 읽기를 진행하면서 삶의 의미론을 추구하는 기본 문학가의 대표성으로 도스토예스프스키를 언급했습니다. 이 영화와는 관련성은 없으며 단순 의미론을 추구하는 철학자, 문학가등 불특정 다수의 모두를 지칭하는 대표 사람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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