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 3

2013.05.15 14:34

칼리토 조회 수:3253

아이언맨 3가 끝나자마자 과연 4편이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벤저2까지만 계약이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이언맨 프랜차이즈에 로다주가 빠지면 그거야 말로 앙꼬없는 찐빵이겠지요. 그의 아이언맨 4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간략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아이언맨의 시작부터 이 영화는 온전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위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기가 지구인중에서 따를자가 없을 정도의 천재 과학자이면서 여자 갈아 치우기를 침대 시트 갈듯 하는 문제적 남자 토니 스타크, 캡틴 아메리카같은 범생이도 아니고 헐크처럼 통제가 안되는 지랄 발광력의 소유자도 아닙니다. 능글능글 하지만 그는 항상 냉철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해결해 나가는 캐릭터였죠. 그런 그가 3편에서는 조금 달라집니다.
 
 
 
 
표정이라던가 거동이라던가 몸짓 하나하나 까지 좀 더 침착하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죠. 뭔가 깊은 고뇌에 빠진 영웅같은 느낌이 듭니다. 극의 도입부에서 새로 개발한 수트를 장착하는 신은 마치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무술인같고 알수 없는 불안감때문에 잠도 못자는 난관에 봉착한 모습은 과거 약물중독에 빠졌던 시절을 리마인드하며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수트는 마크 42까지 개량되어 있습니다. 밤잠도 안자고 연구 개발을 거듭해서 수트를 만들어내는 이면에는 역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불안감은 전작인 어벤저스에서부터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지구인 레벨에서야 다툴 사람이 없는 수퍼 히어로이지만 빤쓰만 입은 헐크한테도 마치 갓난아기 손목 비틀듯이 가볍게 제압당하는 것이 아이언맨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두뇌와 과학 기술, 첨단 소재를 사용한 아이언 수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토르나 헐크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 없는 능력이지요. 애초에 상대가 안되는 괴물, 혹은 신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들과 자웅을 겨룰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기고만장 토니 스타크에게는 참으로 암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을 동경하여 올림포스의 신들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려던 이카로스가 결국 날개를 태워먹고 추락하듯이 끝없는 연구 개발로 수트를 개량하여 완벽에 다가가려던 토니 스타크도 신화에서처럼 추락 혹은 급작스러운 하강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가 가진 모든것이라고 생각하던 가장 향상된 수트 조차도 그의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다만 추락한 이카로스에게는 부활의 기회가 없었던데 반해 토니 스타크에게는 부활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신화와 그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의 차이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아이언맨이 되기 위한 아이언맨 수트들은 하나의 맥거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리즈의 1편에서 토니 스타크가 오로지 살기위해 만들어낸 마크 1이 동굴이라는 자궁을 뚫고 태어난 탄생, 혹은 다시 얻은 생명의 상징이었다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3편에서의 수트는 일종의 소모품으로 취급되고 우리가 익히 아는 손오공의 분신술처럼 역할을 다하면 훅하고 불어서 없애도 되는 터럭같은 존재들입니다.

 

 

 
 
[터럭치고는 참 비싼 터럭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한 사람, 혹은 한 남자의 구원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남자가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하고 기를 쓰고 넘으려고 해도 넘을 수 없는 것은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모성,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며 키워내는 능력입니다. 비록 본의 아니게 얻은 능력이긴 하지만 페퍼 포츠는 자신의 힘이나 능력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자만하지도 않고 과시하지도 않고 오로지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그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지요. 어쩌면 이 영화에서 진정한 영웅은 수트를 버리고 자기 자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심리적인 불안감과 존재 증명의 딜레마를 벗어던진 토니 스타크가 아니라 애초부터 그런 고뇌따위는 일그램도 가지고 있지 않은 페퍼 포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고백하며 시작된 영화는 그 고백의 상대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며 끝을 맺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토니 스타크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일종의 성장담이자 영웅이 자각하는 신화적인 스토리이기도 하고 인과응보라던가 서유기를 떠올리게 하는 동양적 이야기의 변주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이고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즐길만한 오락물이기도 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마블 세계관을 잘 모르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아이언맨이라는 영화만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상당히 만족할만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시리즈의 4편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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