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승철은 친구 경철과 살아가면서 남쪽사회에 합쳐지기를 시도하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탈북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경철, 그리고 3명의 탈북자 경철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유독 승철만 그렇다. 그는 탈북전 굶주림 때문에 고향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그 사건은 탈북이후 남쪽에서 생활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광고전단을 붙이는 일상 생활 속에서 그에게 자유를 찾아 남쪽을 선택해서 좋았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단지 하루하루를 시급 1만원 이상의 월급쟁이를 꿈꾸는 친구와 탈북자 관리 경찰관의 관계만 그에게 끈을 이어줄 뿐이다.

그의 생계형 적응은 광고전단을 잘붙이는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텃새 때문에 쉽지가 않다.

남북차이로 인한 아노미 현상일까? 말을 잊은 생활 속에서 갖은 린치를 당하면서도 그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승철은,

경철에게 선물 받은 NIKE 잠바가 텃새를 부리는 두 명으로 부 터 난도질을 당한다.

자기들 영역에는 오지 마라는 동물적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는 광고지 책임자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또다시 갈수밖에 없다.

생계적인 이유와 현실 적응의 노력과 삶의 의미이기에 그렇다.

백구(犬)와 교감은 억눌려 말을 못하는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지막 우울한 소통이고 행복한 순간이다.

어느 날 텃새부리는 두 명으로 부 터 공격을 받고 고향에서의 살인악몽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을 치려고 들었던 짱 돌은 그 옆에 떨어지고 그들은 도망간다.

감독은 몇몇 폭력의 순간을 보여주지만 어디에도 피 튀기는 폭력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단지 서울 재개발 구역 하늘아래에서 아등바등 거리는 자들의 다툼만 있을 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울한 적응과 우울한 소통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주인공 탈북자 승철은 남쪽생활의 부적응자이다.

“친구 없이 사는 게 말이 되냐?”는 친구경철과 현실 안착을 도와주는 경찰관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친구를 속이고 갈취한 돈으로 현실 생존을 위한 우울한 소통의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라스트 씬 5분이 넘는 롱테이크는 승철의 살아온 숨막힌 여정과 변화된 승철의 앞으로의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핸드헬드 카메라는 노래방에서 승철의 뒷모습을 보여주다가 이미 길바닥에 쓰러져 죽은 백구의 죽은 마지막 모습, 급기야 이 둘을 동시에 롱 쇼트로 보여준다.

사기꾼 친구 경철이 찢어진 NIKE잠바 안주머니에 감춰둔 돈을 가져온 승철은 평소 입고 싶었던 양복을 사 입고 머리를 깎는다.

그 NIKE잠바는 경철이 선물로 사준 것 이며, 텃새부린 두 악당에게 커트 칼로 찢긴 잠바이다.

이 잠바는 아이러니 하게도 전승철에게는 유일한 현실적응과 소통의 도구이다.

평소 무시를 당한 경철로부터 약속을 어기고 그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생계와 양심, 비양심적 현실 적응 중 한계에 부딪친 승철의 선택적 현실적응 모습이다.

지금껏 광고지를 붙이던 삶보다 부도덕하지만 쉬운 삶의 방법을 선택한 승철,

이 부분은 경철이 승철을 업신여길 때 나왔던 TV방송 프로그램의 10억 운운하는 쇼트와 무관하지 않다.

승철은 기독 신자로서 노래방 운영을 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온 다소 가식적인 숙영과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

백구는 차에 치어죽지만 거두지 않고 단지 빤히 처다 보고 지나치고 만다.

승철은 이제 탈북자. 무산인. 대한민국 부적응자가 아니라 이제 그가 선택한 방법으로 부적응자라는 카테고리에서 부도덕하지만 현실 적응자로 변하는 순간인 것이다.

백구(犬)는 승철이 부적응 중 같이한 유일한 친구였으나 NIKE잠바에서 훔친 돈으로 현실과 소통 되자 백구의 죽음은 그 임무를 다 한 것이다.

이 엔딩은 탈북후 승철이 적응 못한 남쪽의 긴 시간을 대사 없이 단번에 한 테이크로 정리 한다.

길바닥의 돌을 발로 차며 걷던 승철의 도시개발구역의 황폐한 모습은 승철의 마음이다.

친구 경철처럼 승철은 양주와 브랜드를 자주 들먹이지 않았지만 승철도 그렇게 하고 싶었으리라,

숙영이 속한 성가대에 들어가기 위해 근사한 양복을 입은 자기 모습을 그려보는 친구가 승철이다.

그러나 경철에게 끌려가지 않으려는 백구의 모습도 이전에 승철의 모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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