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OKO.  코토코 


일본, 2011.    


A Kaiju Theater Production, distributed by Makotoya. 1 hour 31 minutes. Aspect ratio 1.85:1. 

 

Written and directed by: Tsukamoto Shin'ya 塚本晋也. Cinematography: Tsukamoto Shin'ya, Hayashi Satoshi 林啓史. Music: Cocco. Makeup & construction effects: Hanai Mai. 

 

CAST: Cocco コッコ(Kotoko), Tsukamoto Shin'ya (Tanaka Seitaro 田中清太郎), Nakamura Yuko, Nakamura Rika, Seki Masaharu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가장 최근작인데, 북미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도 구할 수가 없다 (유럽에서는 이미 블루레이까지 출시되었다!). 북미의 철남팬들 뭐하는 거냐, 쪽팔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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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해변에 선 어린 소녀가 [마더] 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카메라에 찍힌 영상으로 시작된다. 소녀는 몸을 아무렇게나 흔들면서 흥겹게 막춤을 추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주연배우이자 가수인 “콕코” 의 오키나와 전통음악풍의 노래가 깔린다. 영상과 음악의 불일치가 현격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폭력적인 인상을 관객들에게 준다. 이 부조화스러운 파괴적인 감정의 충돌을 불러오는 영상은 어디에서 본 듯 하면서도 역시 츠카모토 감독에게 고유한 풍미를 지녔다. 


[코토코] 는 물론 코토코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뜬금없이 서양말, 일본말 노래를 흥얼거리고, 커다란 눈매가 공격적으로 생긴 이 여성은 다이지로오라는 어린 아기를 짊어지고 고군분투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놉시스에서는 그녀가 무슨 “다른 인간의 악을 알아보는 초능력을 지녔다” 라는 식으로 써있던데 영화를 실제로 보시면 그런 식의 SF적 설정이 떠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표현을 굳이 쓰자면 한마디로 말해서 코토코는 미쳤다.  정신이상이다.   다이지로오를 보고 “아유 예쁜 아기네~”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유모차에 접근하는 중년아줌마 뒤에 그녀와 똑같이 생긴 중년 아줌마가 살기를 뿜으면서 유모차를 확 비탈길에서 밀어버리는, 그런 식이다. 관객들한테 이것이 도대체 어떤 전개를 의미하는 것인지-- 진짜 사람들의 “속내” 를 보는 것인지, 겹쳐 있는 차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코토코의 내면적 불안의 투영인지-- 물론 츠카모토 감독은 설명해주지 않는다. 

 

아마도 북미 관객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정신이상 어머니가 젖먹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생활을 하게 내버려둔다는 것 자체가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호러적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코토코가 다이지로오를 둘러멘체 프라이팬으로 볶음밥 같은 것을 요리하는 장면 따위는, 그 묘사의 폭력성에 압도당하면서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면서 어렵게 어렵게 볼 수 밖에 없다. 유일하게 이러한 폭압감에서 자유로운 부분은 그녀가 언니에게 잠시 맡겨놓은 다이지로오를 방문해서 같이 노는 장면인데, 이것 가지고 숨통이 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그런데 이러한 살벌한 장면들을 여과 없이 늘어놓음으로써 관객들한테 연속 펀치를 멕이면서도, 츠카모토감독은 코토코라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데, 마치 엄청난 맹활어 (猛活魚- 이건 중국식 표현인감?) 를 낚은 낚시꾼이 절대로 흥분하지 않으면서 낚시줄도 놓지도 않고 고기가 그것을 끊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낚시의 스킬을 연상시킨다. 감독 본인도 능청스럽게 등장해서, 코토코에게 밥먹다가 포크로 손등이 찍히는 것 정도는 예사고, 얼굴이 두배반 정도로 부풀어오르게 난타를 당해도 여전히 “널 사랑하는데” 라고 배시시 웃는 마조히스트 작가역을 맡아서 보여주지만 이 역할은 그저 그렇다. [동경의 주먹] 에서 이미 관객들을 명왕성으로 날려보내는 “여성이 남성을 구타하는” 신을 완벽하게 보여주신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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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토코의 정신세계는 츠카모토가 연기하는 타나카 작가와 언니 가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맞이하며, 미국영화같으면 아무리 CGI 로 가짜같이 표현했다 할지라도 절대로, 절대로 집어넣지 못할 종류의 끔직한 클라이맥스가 닥쳐온다. 그렇지만 위에도 말했듯이 코토코의 정신은 파괴된채 심연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코토코] 의 최종 이미지는 영화에서 코토코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끝내야 할때, 말못한 설움을 참으면서 짐짓 아들과 언니에게 보여주었던 “나는 괜찮으니까 어서 들어가!” 라는 제스처를 어떤 캐릭터가 반복하는 모습인데, 감독은 이것을 창문을 넘어서 롱 샷으로 마치 지나가는 사람이 가볍게 툭 던지듯이 삼입한다. 그 순간에 난 왈칵 눈물이 흘렀다. 

 

울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츠카모토감독이 무슨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아젠다나 자기의 예술적 에고를 위해서 캐릭터들을 작살내는 그런 천박한 영화감독이 아니라는 확신을 한번도 배신당한 점이 없다는 점에서, 나에게 있어서 그는 보증수표적인 영화인이다. 

 

[코토코] 를 어떤 정신이상에 걸린 불행한 여성의 심리에 관한 소고가 아니라, 아무리 망가지고 부서지고 내러티브와 정치적 목적에 부적합한 캐릭터라도 절대로 그 캐릭터에 대한 이해심과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 한 창작자와 그의 창작에 대한 태도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을 수는 없을까. 그런 면에서 [코토코] 는 어쩌면 [밀양] 처럼 역시 보기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겪고 나면 구원을 받은 것 같은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작품과 어딘가에서 접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족:  콕코는 오키나와 출신의 가수이고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지만 위의 공포의 클라이맥스에 미군이라고 의심되는 복장의 군인이 등장한다.  그래서 뭔가 오키나와에 대한 정치적 코멘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좀 했는데 감독님께 여쭤본 결과 그런 구체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하신다.   "뉴스 프로그램" 에 자주 등장해서 모두가 익숙해져버린 그런 현대의 폭력의 모습을 정형화해서 묘사하고 싶으셨을 따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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