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머신 <부천영화제>

2013.07.23 03:26

Q 조회 수:4376

더 머신 THE MACHINE.

 

United Kingdom (Wales), 2013.   ☆☆☆★★

 

A Red & Black Films Production.  Aspect Ratio 2.35:1

 

Written and directed by Caradog W. James. Cinematography by Nicolai Bruel. Music by Tom Raybould. Production Design by Erik Rehl. Visual Effects by Matthew Strange, Lyr Williams, Minimo VFX. Special graphic design by Sinead O’Brien. Supervising Sound Editor: Tom Heuzenroeder.

 

CAST: Toby Stephens (Dr. Vincent MacCartney), Caity Lotz (Ava/The Machine), Denis Lawson (Thomson), Sam Hazeldine (James), Helen Griffin (Ms. Dawson), Pooneh Hajimohammadi (Suri).

 

 

오시이 마모루판 [공각기동대] 의 웰쉬 실사버젼? [더 머신] 을 좀 깔보는 방식으로 간단히 묘사하자면 아마 이렇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설정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공각기동대] 의 영향권하에 있는 한편이긴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비데오 테크놀로지가 아직 새로운 기술 행세를 할 수 있었던 80년대의 저예산SF에서 볼 수 있었던 일종의 쿨하면서도 나이브한 그런 일견 모순적인 매력도 지니고 있다.

 

나는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음을 고백한다. 원래 이런 내용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과 가치관이 침투한 미래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높이 사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기계” (단순히 인간형 로봇이라는 사실보다는 자의식을 지닌 인공지능이라는 측면이 설정상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캐릭터가 여러 의미에서 [블레이드 런너] 의 레플리칸트 등의 유명 사례들보다 더 미적이고 철학적인 개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도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나는 사실 터미네이터나 HAL 2000 의 변주를 예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막상 “기계” 의 캐릭터가 그리는 포물선은 이시모리 쇼오타로오의 [인조인간 키카이다] 에 가깝더라 (TV 시리즈에서는 그냥 수퍼맨에 대한 크립토나이트같은 “설정상 약점” 으로 전락하고 말지만, 원작에서는 나름 캐릭터의 유니크함에 공헌하는, “양심회로” 를 두고 주인공 지로오가 고민하는 그런 비슷한 장면도 [더 머신]에 나오고, “기계” 가 그러한 딜레마를 약간 허망하게 초극해버리는 엔딩도 닮았다. 아, 이런 이슈들은 고 이시모리작가의 작품들에 빠작한 분들이 아니면 관심도 없으시겠지만… [키카이다] 는 이두호작가가 [머신 엑스]라는 타이틀로 번안작품을 낸 적이 있다).

 

이 한편에서 가장 흥미있고 재미있는 부분은 스릴러적인 개소라기 보다는 주인공 빈센트와 군수산업과 군사정부를 대표하는 악당 톰슨이 막 “탄생” 한— 정확히 말하자면 죽은 여성 프로그래머 에이바를 고대로 본따서 만든 휴머노이드 신체를 통해 “현신” 한— 인공지성 “기계” 와 교류하는 부분이다. 어린 딸의 불치병을 고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자신의 연구가 불러 올 수 있는 사악한 결과를 애써 모른체 하려는 맥카트니박사역의 토비 스티븐스 ([다이 어나더 데이] 의 악당 구스타프역) 도 괜찮지만, 에이바박사와 “기계”의 일인이역을 맡은, 샌디에고 출신의 케이티 로츠가 정말 좋다.   벌거벗은 “기계” 가 벤자민 브리튼의 [사해 간주곡 (四海 間奏曲) 에 맞추어 붉은 형광을 신체 내부에서 점멸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 같은 것은 장중하고도 매혹적이며, 뭐랄까, 일본 애니 작가들이 이러한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하려고 하지만 아름다운 육체를 지닌 여성이 실제로 살아서 움직이는 “그림” 에는 역시 미칠 수 없구나, 하는 그런 감개를 불러 일으킨다.

 

 

 

악당측의 사정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점과, 인공지능의 진화에 대한 복선을 깔아놓고도 막상 클라이맥스에서는 액션신을 카버하느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등, 오시이판 [공각기동대] 같이 강박적인 애니메이션들의 약점까지도 고대로 받아들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특히 도입부에 같은 편한테 잔인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나온 수리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기계” 와 한바탕 결투라도 벌일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물론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지하는 심정에는 변화가 없다. 엔딩 신의 절망과 희망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분위기도 포함해서, 마음에 드는 요소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많으니까. 이 한편이 장편 데뷔인 캐러독 제임스 감독도 차기작을 보고 싶은 유망한 젊은 감독 리스트에 추가해 두겠다.  모든 면에서 말끔하게 뽑혀나온 것은 아니더라도, 지성적이고 할 말이 있으며 나름대로의 미적 일관성을 갖춘 저예산 SF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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