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스포함유)

2011.09.22 15:07

jack 조회 수:3440

 

 

 

 

보고 나면 직격탄을 맞으리란 생각에 은근히 피해다녔던 영화.

결국 너무 궁금해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이름부터 찰떡 궁합인 톰과 제리는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행복한 노년의 부부입니다.

그들의 친구들이 가끔 그들의 집으로 놀러 옵니다.

불행과 고독에 힘겨워 하는 메리, 노년의 상실감에 시달리는 켄, 아내를 잃고 아들에게 미움 받는 로니.

이들은 톰과 제리 부부의 화목함과 친절에 이끌립니다.

계절별로 이들의 모습들을 번갈아 보여주는게 영화가 하는 일입니다.

 

 

톰과 제리의 부부 생활은 가히 이상적입니다.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잘 가꾼 정원과 잘 키운 변호사 아들이 있습니다.

주말 농장과 저녁 요리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릴 줄 알고, 젊은 세대와 농담을 주고 받을 줄 압니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톰과 제리의 행복한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언젠가 자신이 늙게 되었을 때 그들 부부처럼 되어 있기를 바랄겁니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영화의 흐름을 쫒아가다 보면, 오히려 공감을 느끼게 되는 대상은

 그들의 우울하고 불행한 친구들-메리, 켄입니다.

 

메리는 충동적이며 유부남과 얽히다가 이혼했고, 화훼나 요리 같이 일상을 즐기는 문화엔 관심이 없으며,

여전히 자신이 나이에 비해 젊다고 믿고 있습니다.

 

켄 역시 직장만 다니는 단조로운 삶에 익숙하고, 젊은 세대와의 단절에 패배감을 느끼며

외로움을 달래는 길을 술밖에 모릅니다.

 

언뜻 보면 불행과 어리석음을 한 데 뭉쳐놓은 듯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불만과 욕망을 토로하는 순간들 중에는 분명히 거울을 비춰보이는 듯한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내가 메리나 켄처럼 될 수도 있다는 예감 말입니다.

이제껏 해왔거나 하게 될지 모를 잘못된 선택과 실수, 그리고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불운들.

그것들이 겹치고 쌓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처럼 고독하고 우울한 노년의 삶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그 순간 영화는 차라리 호러 장르에 가깝습니다.

 

 

 

마이크 리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특정한 주제나 교훈을 설파하려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단지 사람들의 삶과 그 삶을 다루는 방식을 보여주고 그러는 중에 매우 여러가지 것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먼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사람들 틈에 끼기 위해, 또는 행복한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영화 중반에 깜짝 등장하는 케이티가 그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톰과 제리의 아들 조가 배우자로 데려온 그녀는 첫 등장부터 유쾌함이 넘칩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시종 농담과 웃음을 던져대는 천성이 쾌활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시부모님을 처음 뵌 며느리라고 하기 어려울만큼 빠른 속도로 톰과 제리의 가정에 화합됩니다.

 

그러나 그와 대조적으로 메리와 켄, 그리고 로니는 톰과 제리 부부의 행복함과 친절함에 이끌려 그들의 집을 찾지만

결국 자신의 고독한 처지만 확인하고 되돌아 갈 뿐입니다.

메리와 켄, 로니가 그들끼리의 공동체를 구성할 기회도 있었지만

역시 서로 소통하지 못하거나 단점만 바라본 채 각자 흩어집니다.

 

결국 메리가 아들 조를 유혹하며, 도를 넘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려 할 때,

그 사람 좋은 톰과 제리 부부도 메리를 밀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외에.. 영화는 은근한 감정을 숨긴 일상적인 대화와

의심과 슬픔, 분노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다단한 표정을 기가 막히게 화면에 잡아냅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경이롭습니다.

물론 메리 역의 레슬리 맨빌이 가장 눈에 띄지만,

너무 행복하고 건강하기만 해서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톰과 제리 부부에게

진정성을 불어 넣어 준 짐 브로드벤트와 루스 쉰의 연기도 깊은 인상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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