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다량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분야가 있는데, 애니메이션 분야입니다.

요즘 아이돌 같은 경우는 제가 봐도 굉장히 예쁘고 귀여워요. 

하지만 요즘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스즈미야 하루히]나 [토라도라]같은 작품을 보면...저게 뭐지. 재미도 없고 매력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듀게에서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소개받고 푹 빠져 버렸습니다. 

[펭귄드럼]도 시작은 황당무계합니다.

죽었다 살아난 여동생을 살리려면 핑드럼을 찾으라네요.

그리고 그 핑드럼을 찾으려면 어느 여고생의 일기장을 훔치래요.

이 일기장이 뭐냐하면 죽은 언니 모모카가 생전에 기록한 일기를 이 동생이 그대로 껴맞춰서 따라하고 있어요. 그러면 운명이 바뀐다면서요.

또 웃기지도 않는 4차원 만화인가, 제가 조금만 한가하지 않았다면 초반에 일찌감치 때려 치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안드로메다가 현실이라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히틀러가 정말 살아있어 세계 3차대전을 계획하고 있고, 허모씨가 해모수의 자손으로 아이큐 400의 공중부양자라는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일기장의 주인공 모모카는 실제로 특별한 아이인게 드러납니다.

그녀는 불쌍한 아이들의 구세주같은 존재였고, 일기장의 힘으로 지하철 테러 사건을 막으려다가 순교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차지하기 위해 난투가 벌어집니다.


굉장히 비슷하지 않나요?

지금 현실에서도 구세주가 남긴 책쪼가리 하나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말씀 그대로 따르라고 우격다짐하고 있습니다.

[펭귄드림]의 초반부 황당 개그를 낭비라고 보는 분들도 있으신데, 물론 재미없기는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서에 대한 이렇게 기가막힌 비유를 본 적 없는 것 같해요.





만화는 순식간에 진지해지면서 성서드립, 동성애, 근친상간, 미스테리 등등 덕후들이 열광하는 온갖 것들을 공세하기 시작합니다. 

안노 히데야키와 함께 떡밥계의 양대 산맥인 이쿠하라 쿠니히로 감독인 것입니다. 

여전히 에바 Q를 찾아 극장을 찾는 노예지만, 안노 히데야키의 사도나 인류 보완계획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반면 이쿠하라 감독의 떡밥은 보다 명확한 메세지가 있어왔습니다.

우테나의 혁명을 실패했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도저히 변할 것 같지 않던 히메미야 안시가 우테나의 희생으로 변화한 것이야 말로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타부키의 성우는 에바 카오루의 이시다 아키라. 모처럼 이분의 코믹 연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테나의 주제가 여성 혁명이었다면 [펭귄드림]의 주제는 가족입니다.

이 만화에는 정상적인 가족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동생 히마리를 살리기 위해 칸바는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무릅쓰면서 동생들에게는 '너희들은 그냥 웃으며 지내라'고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그런 칸바에게 계속 '가족은 쓸모없는 존재야',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속삭임이 따라옵니다.

결국 그는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동생에게 총알을 날립니다.

타부키와 유리는 모모카를 통해 이어진 가짜 가족일 뿐이라고 한숨 짓습니다.

쓸모없는 아이들은 어린이 브로일러로 보내집니다.

부모는 아이를 착취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존재이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로 인해 숙명적인 죄의식과 좌절감을 안고 태어난 존재입니다. 




만화를 보다보면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무력감에 시달리고 병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1995년 사린 사건은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분명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우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펭귄드럼]은 가족은 인류가 짊어진 원죄이고 살아가는 건 벌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운명의 열매를 함께 먹자' 말합니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어떤 운명도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 어쩌면 성경의 그 어떤 규율보다 큰 핵심일 수도 있구요.





오프닝과 엔딩마다 바뀌는 OST도 인상적입니다.

[우테나]같은 파격적인 참신함은 떨어지지만 묵직한 사회, 종교라는 주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넨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실루엣 장면이나 엘레베이터 장면같이 곳곳에 보이는 우테나의 흔적들이 우테나 팬들에겐 반가울 듯 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3587
483 [영화] 뫼비우스 MOEBIUS (김기덕 감독, 결말과 상세한 내용 있음) [2] 비밀의 청춘 2013.09.15 5399
» [만화] 돌아가는 펭귄드럼 (輪るピングドラム, 2011) [2] [2] 쥬디 2013.09.08 4269
481 [영화] 밀크 오브 소로우 (La Teta asustada, 2009) :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작은 첫걸음 [205] 조성용 2013.08.24 5312
480 [영화] 일대종사 [2] menaceT 2013.08.23 3662
479 [소설] 퍼시픽 림 [1] [27] 이데아 2013.08.21 3378
478 [영화] KOTOKO (츠카모토 신야 감독) <부천영화제> [10] Q 2013.08.15 3696
477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 [1] [204] 날개 2013.08.05 6533
476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 테드 창 [27] ripa 2013.08.04 4455
475 [영화] 설국열차(Snowpiercer, 2013) [212] 날개 2013.08.03 8873
474 [영화] 설국열차 [2] [22] menaceT 2013.08.02 6561
473 [일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고독한 미식가>와 <먹기만 할게> [1] [1] 큰고양이 2013.07.26 5376
472 [영화] 설국열차 Snowpiercer (봉준호 감독) [12] Q 2013.07.25 10312
471 [소설] 브라더 - 나혁진 [29] herbart 2013.07.23 3653
470 [영화] 더 머신 <부천영화제> [24] Q 2013.07.23 4428
469 [영화] 혼령의 집 Haunter (애비게일 브레슬린 주연) <부천영화제> Q 2013.07.22 4460
468 [소설] ZOM-B : 대런 섄 신작!(해리포터 작가가 격찬한 작가) [1] 날개 2013.07.21 2507
467 [영화] 퍼시픽 림(Pacific Rim, 2013) [1] [205] hermit 2013.07.18 6924
466 [영화] 마스터 [1] [1] menaceT 2013.07.13 4089
465 [소설] 컴퓨터 커넥션 – 불꽃놀이 같은 베스터 스타일의 매력 [19] 날개 2013.07.08 8949
464 [도서] 연애소설 읽는 로봇 [1] 날개 2013.07.01 219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