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로 해석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

☆ ☆ ☆  호랑이와 함께 폭풍 세례를... ☆ ☆ ☆  



!!! 본 영화가 인생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힌두교 신화를 묻어 두었듯 
본 리뷰 역시 영화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곳곳에 스포일러를 깔아 놓았다. 

한마디로 스포일러 쩐다는 의미이니 
미처 영화를 못 본 중생들은 유의하시길... !!!




[ Life of Pi ]






이 영화... 극장에서 보고 있을 땐 환상적인 비주얼에 폭풍 감동도 밀려오고 
어쩐지 인생의 의미를 다 알 것만 같은 훈훈한 기분마저 들었는데 

막상 집에 가서 찬찬히 생각해 보면 
아리송한 장면들이 하나 둘... 다섯 여섯 일곱...?? 
점점 더 많이 떠올라 당혹스러웠던 당신... 

분명히 전체적인 내용은 딱 느낌이 오는데 
구체적인 장면이 뭔지 잘 모르겠는 이 기현상의 원인은 
바로 그대가 인도인이 아니라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 한국 영화를 보는데 
곰이 동굴에서 육쪽 마늘을 먹고 있다!! 
그럼 환웅의 자손인 우리는 단박에 안다 
저분이 단군의 어머니 웅녀라는 사실을... 


하지만 만약 이게 베니스 영화제 같은 데 초청받는다면? 

난다긴다 하는 외쿡 거장 감독들도 
영화 주제가 홍익인간 이라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의 단군 신화를 모르는 이상 
굶주린 호랑이를 앞에 두고 뜬금없이 마늘이나 까고 있는 
저 개연성 없는 우루사의 정체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라이프 오브 파이 역시 
인도에선 단군신화만큼이나 유명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게 당연한 이야기들이 
장면 장면 숱하게 지나간다. 


그래서 한국인인 당신을 위해 
친히 라이프 오브 파이에 
힌두 신화를 간단히 곁들인 
불교풍 카레 리뷰를 준비해봤다. 


흔치 않은 오리엔탈 퓨전 메뉴이니 
맛나는 시간 즐기시길... 




☆★☆ 난 누규? 여긴 어디?



여기 파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힌두교, 카톨릭, 이슬람을 믿으면서 
동시에 모든 종교를 의심하는 
그렇기에 어떤 종교에서든 이단자일 수밖에 없는 
내추럴 본 신실한 배교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이 
어쩌다가 인도도 아니고 
생뚱맞게 캐나다에 있게 된 걸까? 




왜 그는 지금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이 질문은 
모두 3가지로 대답할 수 있다. 


첫 번째, 그냥 실제로 일어난 일. 

이건 별로 어렵지 않다. 


어쩌다 그만, 
프랑스어로는 축복받은 의미를 지녔으나 
영어로는 저주받은 발음을 가진 이름 때문에 
학교 친구들한테 징하게 놀림 받던 한 카레국 소년이 


이름으로 인한 비웃음에 시달리다 못해 
남들은 아무 생각 없이 운동장에서 공차며 뛰어 놀 나이에 
일찌감치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눈 떠서 
이 종교 저 종교 전전하며 유년기를 보내다가 


청소년기에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 오게 된다. 


그래서 캐나다스럽지도 않지만 인도스럽지도 않은, 
그렇지만 이름 하나는 그리스스러운 인도 출신 캐나다인이 탄생했다. 끝!!

 

'저기... 본론이 아직 안 나온 것 같은데요...?'
'응? 내가 빼먹고 말 안 한 거라도 있습니까?'



자신의 존재 증명 1차 시도에 실패하는 파이... 
그러나 벌써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는 듣는 사람이 OK할 때까지 
기본으로 삼세번은 반복 설명해주는 
무한 인내력의 큰스님 타입 이야기꾼이니까.




하지만 '수영장 이름을 가진 소년이 
동물이 가득 실린 배를 타고 
캐나다로 건너 갔다...'는 식의 단순한 사건 요약에는 
뭔가 중요한 게 빠져 있다. 


한 사람이 겪은 사건들의 나열만 가지고는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이 정말 누구인가...는 
그가 무엇을 겪었는가...가 아니라, 
그럼으로써 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삶 자체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본질적인 것일 수 있다. 


인도에서 자라나 여러 종교를 거치고 
그리고 마침내 캐나다로 이민 오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던 걸까? 


여기, 파이의 삶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이 있다. 




☆★☆ 산 넘어 산... 인생은 끝없는 고해의 연속 ㅠ ㅠ 


아버지의 동물들이 가득 실린 배 (= 동물원) 안에서 
강압적으로 고기를 배식하던 요리사는 
파이의 아버지를 의미하는데 
그가 바라보는 삶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아버지는 ‘먹지 않으면 먹히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이라 믿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누군가의 죽음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한 마리 '하이에나'였다. 


그에게서 어린 시절 육식을 배운 파이는 
아버지의 동물원에서 
사람의 이름을 한 호랑이로 자라난다.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요.'



어머니는 리차드 파커의 살생을 막으려고 하지만 
아버지의 세계인 동물원 안에서는 
아들 역시 맹수로서의 삶을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먹고 먹히는 것만이 전부인 삶은 
파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의 가르침이 필요했다면 

죽은 채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어야 했다. 


크리슈나의 입 속에 들어있는 
크리슈나 본연의 우주적 자아를 알아본 아쇼다처럼, 

육식 동물의 제왕(호랑이)으로 살고 있는 아들의 마음속에 
초식 동물의 제왕(코끼리)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챈 어머니는 

삶의 의미에 목말라 하는 파이를 
아난디(← Ananda : 열반의 환희)에게로 이끌어준다. 



그녀로부터 ‘연꽃(열반)이 숲 속에 숨어 있다’라는 
힌두의 가르침을 배운 파이는 
힌두 수행자를 의미하는 숲속 은둔자가 되어 
채식을 실천하기로 한다. 


그러나 먹지 않으면 먹히고 마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그 둘을 모두 거부하는 제 3의 선택이란 
굶는 것을 의미했다. 



아버지의 동물원이기도 한 화물선 안에서 
육식을 강요하는 요리사(아버지)에게 
만물의 어머니(비슈누)를 위해 맞서는 자는 
결코 배식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종교(어머니)와 현실(아버지) 사이에서 
파이가 갈등하고 있을 때 

건더기를 먹는 게 찔린다면 
대충 고기 국물만 마시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라고 권유하는 ‘행복한 불교신자’는 
대체로 아버지의 편에 서 있었던 현실주의자 형이다. 


만약 그가 육식 동물이었다면 
아버지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건더기를 마다하는 형의 본질은 얼룩말이었다. 


흑과 백, 밤과 낮, 종교와 세속이 혼재된 자라 할지라도 
아버지의 세계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자는 
먹히는 자 = 제물 = 첫배에 태어난 발굽 동물일 뿐이다. 




 

[파이의 가족 관계]





현실주의자인 아버지와 종교적인 어머니 
그리고 현실적이지도 종교적이지도 않았던 형과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 파이... 


이 일가족의 캐나다 이민은 과연 어땠을까? 


간단히 말하자면 
인도에서 그들이 꿈꿨던 아메리칸 드림은 
그냥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새 출발하기에 넉넉할 거라 생각했던 아버지의 세계는 
인도를 떠나자 금세 침몰해 버렸고 (= 아버지 사업이 망함) 


인도에서 꽤나 잘 살았던 파이의 가족들은 
캐나다에서 사회 하층민으로 굴러 떨어지는 
어마무지한 컬처 쇼크를 겪어야만 했다. 
(작은 구명정으로 옮겨 탄 요리사, 엄마, 선원, 파이) 



가족을 위해 가장 먼저 희생된 것은 
갓 성인이 된 형이었는데 

그는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인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험한 막노동 
혹은 돈은 쉽게 벌 수 있지만 위험한 (=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깎아 먹어갔다. 
(다리가 썩어가는 일본인 선원) 



그 와중에 아버지는 
파이를 집안의 마지막 희망으로 보고 
그의 교육에 최대한으로 투자했다. 

(요리사는 죽은 선원의 시체로 낚시질을 하는 한편 - 먹히는 자식 
동시에 파이 한 명을 태울 수 있는 작은 뗏목을 마련한다. - 먹이는 자식 ) 


어머니는 현실에 분노하며 저항해보지만 (요리사와 다툼) 
형이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죽거나 다치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그 다음 차례는 어머니였다. 


파이를 계속 교육시키려면 
그녀 역시 약육강식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했던 것이다. 
(파이를 뗏목에 태운 후, 요리사에게 등 떠밀려 바다로 입수!!) 


그러나 그녀의 천성은 초식 동물이었고 
이민 1세대로서 맞닥뜨린 사회 하층민의 삶은 
상어처럼 냉혹하기만 했다. 


그리고 아버지...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살점을 떼어 내서 
자식을 뒷바라지 하는 데 쓴 사람이었다. 
(요리사의 칼을 가지고 요리사의 시체로 미끼를 만드는 파이) 


결국 파이는 
형과 어머니와 아버지 본인을 모두 희생시킨 
원망스런 아버지의 눈물겨운 희생을 제물로 삼아 
대학 교수로 자립할 수 있었다. 



파이에게 있어 
인도를 떠난 이후의 가족사는 
캐나다 이민 잔혹사이기도 했다. 


자기 한 명을 캐나다 사회에 편입시키기 위해 
그와 그의 가족이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은 
다른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희생이면서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삶의 고통이다. 


 



인도에서 아버지는 허드렛일 같은 건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삶의 어느 순간, 
사실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이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래서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이 잃어야 했던 모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죄책감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져 버린 바로 그 순간에 

그는 그가 겪었던 고통, 
그가 살아온 인생,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 
그 모든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찾아내야 했다. 


끝없는 삶의 고통들이 
그저 성미 고약한 신들의 이유없는 변덕일 뿐이라면 

그래서 인생이 
의미 없는 출생 사고와 
잔혹한 생존 사건의 연속에 불과하다면... 

그런 이야기는 인간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내 인생인데 내가 잘 모르겠을 때... 우리가 SOS를 보내는 곳은 어디인가?






☆★☆ 삶이 2% 부족할 때... 목마른 영혼을 위한 호랑이 스프 


미우면 봐서 고통, 좋으면 못 봐서 고통인 인간사... 
세상은 넓고 인생의 문제는 많으니 
해답도 많고, 그 해답지를 출판한 종교도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바세계 아니겠는가... 


그 출판사 이름이 뭐든 간에 
자기 인생에 맞는 해답을 찾는 게 장땡이지 
그 해답지 제목이 구원이냐 성불이냐 득도냐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바... 

글로벌 무대에서 이름값 좀 한다는 
굵직굵직한 브랜드 종교들을 두루 섭렵한 파이에게는 
어쨌든 힌두교가 딱이었던 모양이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인생의 참의미를 찾아나서는 그의 우화가 
메이드 인 힌두 신화로 가득한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비주얼만 좀 생소한 힌두교일 뿐 
그 속에 든 이야기는 
어느 종교에든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이니까.^^ 




π는 본래 누구인가... 

일단 힌두교 상징으로 
주인공의 이름이 (물 → 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알아보자. 


힌두교에서 물은 만물의 근본이 되는 재료이기에 
비슈누 신은 천지를 창조할 때 
물 위에 떠서 명상을 한다. 
(= Reflect on the Water : 물 위에서 사유하다) 


 

이렇게 누워서 명상을 했더니 배꼽에서 연꽃이 뙇!!
그 속에선 또 창세신 브라흐마가 뙇!!! 



연꽃은 무한한 우주의 이치, 브라만을 상징하고 
그 속에 든 신은 그 지혜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태어난 브라흐마다. 

브라만과 브라흐마... 비슷하게 들리지만 헷갈리기 있귀 없귀? ㅎㅎ




공교롭게도 소년의 이름인 피신 몰리토는 
물이 너무나 맑아서 만물이 다 비치는 수영장이기도 하다. 
(= Reflect on the Water : 물에 비치다) 


그러나 하필 그 이름이 영어로는 오줌싸개로 들리는 바람에 
소년은 자신의 이름(물)을 두고 심각한 고뇌에 빠지게 된다. 
(= Reflect on the Water : 물에 대해서 사유하다) 



비슈누가 Reflect on the Water 하다가 
우주 창조의 깨달음 브라만을 꽃피우듯이 


소년도 Reflect on the Water 한 끝에 
(이름을 계기로 자아를 비추어 보고 스스로에 대해 사유한 다음에) 
자신의 이름을 π = 무한 = 브라만이라고 짓는다. 



힌두교 최고의 지혜를 일컫는 비슈누의 연꽃이자 
만물을 창조할 수 있는 영원불멸의 이치, 브라만



무한의 구도자 파이가 
해상 재난 액션 어드벤쳐 우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힌두의 동물 신들과 함께 찾아낸 
인생의 연꽃은 과연 무엇일까? 




# 모든 여행의 시작은 가출이다!  

인도의 많고 많은 신중에서 
가장 중요한 3주신이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인데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모두 파이네 집안에 
오글오글 모여 산다는 점이다. 


 

만물은 생성과 소멸을 무한히 반복한다는 우주의 지혜 브라만을 
제각각 자기 입장에서 실천하는 브라흐마(창조), 비슈누(유지), 시바(파괴) 


'브라흐마 넌 쟤가 부순 만큼 만들고, 
시바 넌 얘가 만든 만큼 부수셈, ㅇㅋ?' 

'그럼 비슈누 넌 뭐 할 거임?' 

'난 최고로 빡 최고신 함. ㅋㅋㅋ'

 




일단 파이는 우주적 지혜 브라만과 1촌 사이인 
브라흐마라 할 수 있고, 


식물학자인 어머니는 농업의 여신 락쉬미인데, 
이는 비슈누의 가장 유명한 여신 버전이다. 


그런가하면 동물원을 하는 아버지는 
시바를 일컫는 여러 가지 이름 중에서 
동물의 제왕, 파슈파티에 해당하고. 


정리하면 
비슈누 엄마와 시바 아빠 사이에서 
브라흐마 아들이 태어난 셈인데... 

이건 뭐... 엄마나 아빠가 
파이의 자아를 대신 찾아 주고 싶어도 
도저히 찾아줄 수 없는 가족관계다. 



그렇다면 소년 파이가 
자신의 본래 모습인 브라만을 깨닫고 
주체적인 자아로 성장하는 첫 단계는 
먼저 부모의 세계를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파이와도 달랐지만 
서로 간에도 너무 달랐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어린 시절 파이가 느꼈던 갈등과 혼란은 
힌두의 동물 신들이 보트 안에서 서로를 죽이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 얼룩말 : 폭풍의 신 인드라

동반 동물 - , 코끼리 

인드라는 원래 힌두교의 최고신이었으나 
나중에 지위가 하락해 시바의 화신이 된다. 

그는 폭풍과 번개로 적을 무찌르기도 하지만 
번뜩이는 벼락으로 신의 가르침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비를 내려 자비로운 해갈의 은총을 주기도 한다. 

파괴와 자비라는 2가지 대립 속성을 지닌 어린 파이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 얼룩말의 모습을 하고 
아버지의 세계에서 용감하게 뛰어내리지만 
아직은 내공이 초큼 부족하다. 








√ 하이에나 : 죽음의 신 야마

동반 동물 - 물소, 눈 넷 달린 얼룩 개

시바의 화신인 아버지는 
파이가 가지고 있었던 인드라의 대립 요소 중에서 
비슈누적인 면모(초식동물 얼룩말)를 물어 죽임으로서 
파이를 시바의 화신(육식동물 호랑이)으로 결정짓는다. 













√ 오랑우탄 : 원숭이 신 하누만

※ 하급신이라서인지 따로 거느리는 동물은 없는 듯...

아버지의 세계 안에 있으나 그와는 달랐던 파이의 어머니처럼 
시바의 화신이 낳은 아들이지만 
오히려 비슈누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신이다. 

수행자가 겪는 어려움들을 해결해주는 조력자로서 
파이를 완전 모태 신앙인스럽게 키우려 했으나 
남편의 과격한 오지랖 때문에 실패!! 

결국 하이에나에게 물려 죽는 모습으로 
파이의 의식 세계에 나타난다. 






√ 호랑이 : 전쟁의 여신 두르가

동반 동물 - 사자, 호랑이

두르가는 원래 시바의 화신이지만 
시바를 능가하는 강력한 권능으로 인해 
독립적인 지위를 갖게 되는 여신이다. 

아버지, 혹은 세상에 대한 분노로 고뇌하는 
파이의 청소년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파이가 칼을 들고 하이에나에게 화를 내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와 하이에나를 물어죽이며 등장한다.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버린 파이 자신의 모습이면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먼저 부모의 세계를 파괴하려는
파이 내면의 시바신을 나타낸다. 








√ 쥐 : 지혜의 코끼리 신 가네샤

동반 동물 -  (연꽃 위를 자세히 보면 콩알만한 게 두 발로 서 있음)
손에 든 성물 - 번뇌의 속박을 뜻하는 밧줄, 그것을 끊는 해탈의 도끼,
                     그 결과인 열반의 기쁨을 의미하는 사탕


시바의 아들이라는 전설도 있고 
브라흐마가 수학 문제 내기에서 진 벌칙으로 
코끼리 머리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란 설도 있다. 

자신의 상아 하나를 부러뜨려서 
경전을 적는 필기구로 쓰는 바람에 
상아가 하나밖에 없지만 
덕분에 지혜의 신이 되었다. 

브라만을 찾아낸 파이의 최종진화 형태이며 
초반에 파이가 던진 쥐를 호랑이가 먹음으로써 
그의 내면에 지혜로운 코끼리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중이가 부럽지 않은 파이 어린이의 풍부한 내면 세계





파이의 내면 풍경이 동물인 동시에 힌두신인 것은 
동물의 제왕 아버지와 힌두교의 화신 어머니가 
그의 초기 세계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연꽃 위의 코끼리를 찾기 위해 
안전한 부모의 화물선에서 뛰쳐나와 
작고 보잘것없는 구명보트를 차지하면서부터 
파이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 




# 호랑이와 함께 폭풍 세례를... 

힌두의 경전에서는 
해탈을 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전과 제사, 명상, 
그리고 단식과 고행을 제시한다. 


바다가 거울과 같이 잔잔해지면서 
환상적으로 만물을 비춰주는 비주얼 쩌는 장면들은 
파이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단계적으로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명상의 순간이다. 


그리고 그 답들을 
힌두교 방식으로 실천하거나 경험함으로써 
그는 본연의 자아정체성, 브라만에 도달하게 된다. 



- 초급 열반 코스 : 배워서 신 좋은 일 함 해보자... 열공, 경전!


최초의 명상이 일어나는 시기를 보자. 


화물선에서 조난당한 직후, 
그는 구명정의 식수 깡통과 비스킷으로 연명하고 있다. 


겨우 엉덩이 하나 붙일 수 있는 뗏목은 불안하기 그지없고 
물과 음식 때문이라도 구명정을 타고 싶기는 한데 
무시무시한 호랑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밤새 눈물 흘리던 파이는 
동이 터오는 바다에 구조 요청을 띄워보낸다. 


자기가 보낸 SOS에 
파이의 내면이 스스로 비춰낸 해답은 
신의 조화로 장엄하게 물든 하늘이었다. 


아름다운 아침노을과 함께 나타난 해(=신)를 바라보며 
그는 신에게 매달려보기로 한다. 

 

'저를 신에게 바칩니다.
저는 신의 그릇이니 무엇이든 채워주소서.'



아쉬울 때면 은총부터 퀵서비스 받고픈 중생의 마음이여...





신에 귀의하는 1단계는 
우선 구명정에 있던 안내서(기존의 경전)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는 
지도처럼 선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 


힌두교의 경전에는 
물을 만드는 방법처럼 유용한 것들도 있었으나 

카드 놀이, 단체 게임, 합창같이 
혼자 남은 조난자가 
그대로 따를 수 없는 대목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에는 
‘희망을 잃지 말라’라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미덕이 있었다. 



어머니 세계의 호각을 불면서 
(힌두 상징으로 소라 고동 = 신의 말씀) 
아버지의 세계의 서커스 조련 방식으로 
호랑이 길들이기를 시도해보는 파이... 


그러나 결과는 
호랑이가 오줌을 갈기는(Pissing) 테러로 끝나버렸다. 


프랑스어 Piscine과 영어 Pissing이 
얼핏 비슷하게 들려도 
사실은 완전히 다른 단어인 것처럼, 

호랑이를 다루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새로운 존재인 리차드 파커를 올바로 바라볼 수 없었고 
그렇기에 파이는 배에서 쫓겨나고 만다. 




- 중급 열반 코스 : 신도 공짜는 아니겠지...? 제사를 함 지내봐? 


신이라는 든든한 빽도 있겠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과감하게 
물고기가 한가로이 노니는 바다로 뛰어든 리처드 파커... 


하지만 호랑이 발톱 훅~ 한방이면 
물고기 따위 잽도 안 될 것 같은 그 기분은 
한낱 중2병에 지나지 않았고 

현실은 보트 가장자리에 매달려 
파이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구차한 처지일 뿐이었다. 


물 밖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리차드 파커를 들여다 본 파이는 
그것이 곧 바다에 비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닫는다. 


자기 역시 고기 잡는 법을 모르기에 
신의 옷자락에 매달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불안함을 느낀 파이는 
구명정의 비스킷을 뗏목에 잔뜩 쟁여두는가 하면 

우연히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자 
비슈누에게 감사의 폭풍 눈물 기도를 올리며 
시바(호랑이)에게 그 고기를 공물로 바친다. 
(젯밥은 약소하지만, 이거 먹고 앞으로도 잘 봐달라능~) 


그러나 그날 밤... 
명상의 바다에서 반짝이던 별들의 정체는 
바로 바다의 물고기들이었다. 

 


밤의 여신 라트리... 밤하늘에 빛나는 그녀의 별들은 
어둠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인도해주는 신의 메시지라고 한다.





거대한 고래의 모습으로 찾아와 
파이의 비스킷을 홀랑 뒤엎고 
유유히 되돌아간 비슈누의 속뜻은 

아무리 자기가 신이라도 그렇지 
바다에서 나지도 않는 비스킷의 기적은 그만 좀 바라고 
주변에 널린 게 물고기이니 그거 잡아서 자립하라는 거였다. 
(지나친 밥투정은 엄마의 맵싸한 등싸닥션을 부를 수 있다.) 


파이가 며칠을 굶주린 끝에 
마침내 기존 종교의 계율(힌두교의 채식)을 버리고 
호랑이라도 잡아먹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보트에 오르자 
비슈누는 마른 하늘에 물고기 벼락이라는 새로운 은총을 내렸으며 


과거 세계의 호각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깎아 만든 봉과 스스로 싸워 얻은 물고기를 써봤더니 
리차드 파커 역시 보트의 어두운 원룸으로 조용히 물러나 주었다. 




- 상급 열반 코스 : 신이란 쾌변과 같은 것... 다 버리는 고행 속에 청정한 비움의 기쁨이!! 


자신이 잡은 고기로 리차드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당당히 구명정의 밝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파이... 


이제 어엿한 배의 주인이 되자 
가진 것도 많아지고 (뗏목이 커짐) 
호각보다 더 좋은 악기(북)도 만들어 멋지게 연주하고 
인생의 번뇌에 대한 통찰력도 나날이 성숙한다. 


 



‘호랑이만 없으면 내 인생은 정말 평화로울 텐데...’ (부정)
‘저 녀석도 자유롭질 못했지...’ (동정)
‘우린 같은 동물원에서 같은 주인에 의해 길러졌어...’ (이해)
‘리차드가 없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긍정)





어느덧 호랑이의 구미를 맞춰주기만 하면 
더 이상 잡아먹힐 일은 없어진 일상에 
그럭저럭 안도하며 지내던 어느 날... 

멀리서 지나가던 한 척의 배는 
파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의 삶은 아무런 방향성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인생의 의미에 갈증을 느낀 파이는 
자신의 삶을 어디론가 이끌어 달라고 신에게 간청한다. 
(하늘을 향해 신호탄, 조명탄을 쏘아 보냄) 


그리고 그날 밤... 
다시 거울이 된 바다는 
리차드 파커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험난한 투쟁의 바다 속에는 
파이가 태어난 동물원이 있었고 


그곳에서 자라난 괴물 심해어는 
타고난 빛을 쫓아가 
대우주의 연꽃, 아난디를 만났으며 


비슈누의 이마에서 파괴의 신 시바가 태어났듯 
그 아난디의 이마에서 아버지의 배는 침몰했다. 


그리고 그 배를 침몰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식물원을 부순 신인도인이었듯이 
폭풍우를 반기다가 보트로 뛰어든 자신 역시 
아버지 시바의 동물 세계를 부순 또 다른 시바였던 것이다. 


자신이 곧 파괴의 신(= 호랑이)이며 
자신으로 인해 모든 번뇌(=호랑이)가 비롯됐음을 깨닫고 
고통의 근원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게 되는 파이... 



'내가 떠나보내고 붙잡았던 것들은 
모두 죽음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 미워하고 좋아하는 것, 즉 모든 욕망은 허무한 것이다.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 나의 인생은 온통 허상에 집착한 실체 없는 것이었구나... 



욕망에서 집착이 생긴다는 깨달음을 얻은 파이는 
폭풍 속에서 번득이는 번개(신의 계시)를 따라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리는 고행에 들어선다. 




 

폭풍 속에서 이제껏 자신의 삶을 기록했던 일기와 
생활을 지탱해주던 뗏목을 잃어버리는 파이 



'신이여, 부디 계시를...!!' 
Vs 
'난 모든 걸 다 잃었어. 내게 뭘 더 바라는 거야!!' 


어쩌면 이 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방황하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닐까...





그러나 해탈의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름다운 번개를 보여주려고 끌어낸 호랑이는 
작은 보트 안으로 들이치는 폭풍우에 허우적거릴 뿐이었고 


삶의 고통이 너무 고통스러워질 때면 
자신도 모르게 악을 쓰며 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그러자 
한 때 그렇게 두려워했던 호랑이도 
이제는 무릎에 누이고 위로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욕망하고 집착하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자기 자신과 
마침내 화해한 것이다. 


생의 욕망과 죽음의 두려움을 (근원적 번뇌) 
모두 끊고 나자 
삶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거였다. 



인간을 시험과 수난에 들게 하는 신의 진정한 사랑을 
드디어 깨달은 파이는 
인드라가 내려주는 자비의 비를 맞으며 
신에게 감사기도를 올린다. 


비로소, 
브라만의 세계 ‘아라냐’에 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열반 졸업 코스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 깨달았으면 하산해!! 


경전 연구, 제사, 명상, 단식과 고행에 힘쓰는 
숲 속 은둔자들이 갈 수 있다는 
브라만의 하늘나라 ‘아라냐’... 


그곳은 소마(신의 음식)가 흐르는 나무와 
아이람마디야라는 호수와 
황금 알의 사원이 있는 천국이다. 


그곳에서 나무 뿌리(소마)를 먹고 
호수에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한 파이는 
숲의 입구에서 아난디의 팔찌를 바치고 
그녀가 말했던 ‘숨어있는 연꽃’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다. 

(팔찌를 바친다는 것은 
이 곧 사원이라는 의미이다. 

에는 황금 연꽃이 숨어있고 
사원에는 황금 알이 들어있다. 

창세신 브라흐마는 
비슈누의 배꼽에 핀 황금 연꽃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황금 알에서 스스로 깨어났다고도 한다.) 


삶의 참의미를 찾아 스스로 숲(고행)에 들어간 파이와 
대비되는 존재가 미어캣인데 

그들은 신이 물고기(은총)을 내려주는 낮 동안에는 
신의 호수 주변에 빼곡하게 모여 신을 경배하지만 

별안간 신이 고통을 가하는 밤이 되면 
삶의 고행을 두려워하면서 
신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종교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세속적인 마인드를 함께 가진 그들은 
더 이상 고해로 뛰쳐나가지 못하는 다리 다친 얼룩말이며 
삶의 번뇌로부터 놓여나지 못한 행복한 불교신자들이었다. 



 

크리스마스엔 나홀로 집에를... 브라흐마 오신 날엔 나홀로 명상을... 






미어캣들이 모두 잠든 밤, 
홀로 깨어 앉아 

물고기가 죽어가는 산성 호수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파이는 

문득 자신이 이제껏 겪어온 고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다. 


힌두교 최고의 성지에서도 
물고기들은 죽고 
미어캣은 호랑이에게 먹힌다. 

그럼으로써 
미어캣들은 살고 
호랑이는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미어캣에 대한 신의 축복 안에 
이미 물고기의 고난이 들어 있고 

호랑이에 대한 신의 사랑 안에 
이미 미어캣의 수난이 들어 있듯 

자신을 사랑하는 신의 뜻 안에 
이미 삶의 고통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깨치자 

아니나 다를까 
호수 위로 해탈의 연꽃(황금 알)이 열린다. 


그러나, 
그 연꽃 속에 든 지혜의 정체는 
뜻밖에도 파이 자신의 잃어버린 치아, 
즉 경전을 적는데 쓰였다는 
코끼리신 가네샤의 부러진 상아였다. 


힌두교의 진정한 깨달음이란 
구명보트의 사용설명서(기존 경전, 교리, 계율)가 아니라 
연필(상아)이 다 닳을 때까지 적었던 
파이 자신의 삶 속에 있었다. 


그 상실과 고통과 극복과 성장의 나날들이 바로 
진리를 얻기 위해 스스로 상아를 부러뜨리는 
가네샤의 고행이었던 것이다. 


폭풍 속에서 다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던 속세의 삶이 
연꽃 속의 상아가 되어 되돌아온 밤, 

그는 자신이 더 이상 
힌두교의 세계 안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에서 
종교가 위안과 힘을 줄 수는 있지만 

종교는 맹목적인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는 어떤 종교에서든 답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어떤 종교도 완전한 정답이라 맹신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어머니의 세계를 빠져 나와 
자신만의 새로운 인도를 찾아나서는 
또 한 명의 콜럼버스가 된다. 


 



아메리카에 도착했으니 말일세... 친구... 
이곳엔 이곳 나름의 호랑이가 있을 걸세.......총총총







☆★☆ π는 끝이 없고 나를 찾는 여행도 끝나지 않는다... 


어느새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내와 아이들과 작은 호랑이(고양이)까지 데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파이... 


비록 호랑이를 길들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멕시코를 찾아낸 적이 있다지만,  

헤어짐의 상처를 잘 극복해냈다 해서 
그 다음 이별이 안 아픈 건 아니듯이 

한 번 깨달았다고 해서 
인생의 모든 고뇌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깨달음을 통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파이는 새로운 과거의 망령들과 
수차례 마주쳐야만 했다. 


특히나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그들은 자주 찾아왔다. 


 

멕시코의 병원으로 파견된 일본인 보험 조사원들... 

이들은 새로운 버전으로 부활한 부모의 세계다





너무나 종교적인 어머니의 세계에서는 
별 의미도 없는 바나나가 
경전에 적힌 글자 그대로 ‘물에 뜨느냐 아니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맹목적인 믿음은 
때때로 살아있는 신앙을 질식시킨다.) 


너무나 현실적인 아버지의 세계에서는 
인생의 모든 신비가 삭제된 삶이 
몇 장의 무의미한 보고서 사이로 누렇게 바래갔다. 

(얼룩말도 하이에나도 오랑우탄도 쥐도 미어캣도 없이 
그저 호랑이와 최장시간 항해했다... 라니, 

수영장 이름을 가진 소년이 
동물이 가득 실린 배를 타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랑 뭐가 다른가?;;;) 



그렇게 이 종교 저 종교 옮겨 다니며 
세파에 시달리는 동안 
어느덧 호랑이 리차드 파커 역시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그러나 또 어느 날은 
낯선 바다로 뛰어든 용감한 표류자가 
별안간 파이를 방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낯선 듯 낯이 익은 손님은 
한 때 너무나 소중했던 삶의 깨달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별 인사도 없이 멀어져갔다는 것을 
파이에게 일깨워주고 


그리고 다시, 
삶의 신비를 새로운 언어로 바꿔 주는 사람이다. 


그것은 이제 
호랑이와 함께 바다를 건넌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인생의 절반을 건너온 어떤 남자의 이야기로 
혹은 그 밖의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호랑이와 신과 신비가 있는 삶을 찾아 
끝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소설가들의 상아에 의해서 말이다. 




*** 와우!! 드디어!!! 고난의 리뷰를 마치며... 


파이를 인터뷰하던 소설가처럼 
신의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당신, 
당신의 호랑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호랑이를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당신의 인생을 기록한 항해 일지가 
상아와 연꽃을 담고 있는 보물지도로 업그레이드 될까? 


신의 언어로든, 속세의 언어로든 
언젠가 당신의 맘에 쏙 드는 근사한 이름과 
어디에선가 꼭 인연이 닿기를 바라며... 


끝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국정교과서 시 한 구절로 
본 리뷰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걸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어흥~












원본은 블로그에... 
http://blog.naver.com/jeichj/14018172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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