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스티븐 스필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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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년 워싱턴은 살인사건이 사라졌습니다. 살인사건이 없다는 건 워싱턴이 굉장히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는 말이죠. 도대체 어떻게 살인사건이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이 도시는 범죄 예방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도입하면서 살인 사건이 거의 사라져 버렸죠. 그런데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예지력을 가진 세 명의 예언자들이 본 미래 상황을 근거로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첨단의 과학 시스템과 비과학적인 예지력이 만나 ‘프리크라임’이 탄생한 것이죠. 하지만 세 명의 예언자들이 항상 같은 상황을 보는 건 아니에요. 만약 두 명의 예언자가 동일한 미래를 예측하면 다른 한 명이 본 미래는 묵살되어 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마이너리티 리포트’ 입니다.


‘프리 크라임’을 이끌고 있는 팀장 존 앤더튼은 세 예언자들에게 각별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시작되기 직전 존 앤더튼은 아들 션을 잃었는데, 존은 ‘프리 크라임’이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되었다면 션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으니까요.

존은 세 예언자들 중 능력이 가장 뛰어난 아가사를 통해 오래된 살인사건을 다시 보게됩니다. 아가사가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느끼죠. 그래서 오래된 그 사건, ‘앤 라이블리’ 살인 사건을 다시 알아보려합니다. 앤 라이블리는 아가사의 엄마입니다. 아가사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죠. 션을 잃은 뒤 가족에게 드리워진 고통의 그늘을 잘 아는 존은 아가사의 메세지에 본능적으로 궁금증을 가지죠. 그리고 여기에 무엇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죠. 바로 아가사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삭제되었다는 걸요. 존은 국장인 버제스에게 보고하지만 버제스는 아가사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단순히 잔상이였기에 삭제된 것이라 설명해주죠. 얼마 뒤, 존 앤더튼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살인 현장을 보게 되고 피의자 이름에 존 앤더튼이 찍힌 구슬을 손에 넣습니다.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존은 무엇인가 잘못 되었음을 느끼고 멀리 도망가기보다 직접 미래의 범죄 현장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불안정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이야기에요. 미래의 범죄를 예언이라는 비과학적인 면에 기대어 해결하려 하니까요. 영화 속에서도 ‘프리 크라임’ 시스템이 믿을 만한가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런 이야기는 시대만 미래 배경이지 과거에도 지금도 우리에겐 전혀 낯선 게 아니에요. 서양 문화에선 주술사나 점술가들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해 준다기보다 두루 뭉실한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 강했죠. 반면 영화 속 예언자들은 미래를 아주 정확히 예측한답니다. 그들은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졌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예언자들의 미래를 의심없이 받아들이죠.


불안정에서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대항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안심을 얻으려는 마음이에요. 그런 위안과 안심이 강하면 강할수록 맹목적 믿음으로 나아가기도 하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대상이 있답니다.


바로 점집.

혹은 무당 혹은 보살님도 되겠죠 그들은 모르는 게 없어요. 과거와 미래를 불문하고 생판 처음보는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속속들이 잘도 맞춰요. 마치 그들이 이 세상을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해방 직후 조아무개씨는 황해도 해주에서 가내 염료공업으로 재산을 모아 65년쯤 서울의 남창동에 있는 빌딩을 매입합니다. 이후 조씨는 부동산업에 손을 대기 시작 충무로 등지에 여러채의 빌딩을 소유, 80년 당시 임대료만 월 1억원을 넘겼다는 군요.

이후 조씨는 엄청난 부를 쌓았고 중졸이라는 한을 풀기위해 육영사업을 시작, 대전에 고등학교등 3개 학교를 세우고 학원이사장을 지냅니다.

어느날 조씨는 병원에 입원한 부인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여느때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조씨의 집은 장충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2층양옥으로 두 명의 가정부와 둘째 아들내외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날 가정부 한 명은 몸이 아파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한 명은 부인의 간호를 위해 병원에 있었습니다. 집에는 경비원 한명과 둘째며느리만 있었죠.

그 날 조씨는 귀금속을 노린 강도에 의해 안방에서 칼로 수차례 찔려 살해됩니다. 강도가 노린 귀금속들은 조씨의 방안 문갑에 있었는데 평소 조씨는 문갑 속 패물, 현금, 수표가 얼마인지 그 누구에게도 말해주지 않아 피해액이 얼마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집안을 뒤지 않은 점, 귀금속이 있는 곳만 건드린 흔적, 조씨가 노인임에도 무참히 살해한 등을 참고해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았습니다. 조씨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큰 아들은 분가해 따로 살고 있었고 작은 아들은 전날밤 부인과 말다툼을 한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군요. 유일하게 집에 남아있던 며느리 외에 경비원은 6개월전 매부의 소개로 이 집에 근무하기 시작했다는 군요.

사건 발생 10일을 넘기고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의미 없는 단서들만 언론에 흘려 마치 활발히 진행중인 듯 속였고 이에 답답한 조씨의 유족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벌였다고 합니다.


자, 이제 무당이 등장했습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진 뒤라 미래를 보고 막을 수는 없겠지만 무당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에요.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요?

한참 굿이 진행되고 죽은 조씨의 혼에 빙의 되어 조씨를 흉내내던 무당. 유족들은 무당에게 범인을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무당 왈,

“목이 찔려 말을 못하겠다~!!!”


무당의 재치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수사관들은 웃었다는 군요.


우연찮게 발견한 옛날 사건인데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사건이야 이미 벌어지고 난 뒤의 일이지만, 여기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빌어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던 유족들을 볼 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된 상태를 바라겠죠. 안타깝게도 우리의 생활은 불안의 연속이니까요. 우리는 거의 모든 일에서 불안을 느끼죠. 때론 불안에 기인한 심각한 병을 가지기도 하고요. 불안이 원인인지 아님 불안이 결과인지 그것조차 불안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그것을 이용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도 해요. 욕심의 현상 유지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죠. 안심하라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을 쓴 필립 K. 딕은 ‘불안’이란 병이 시간이 흐를수록, 고도화된 시스템 속에서 더 크게 작용할 거라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불안을 이용하려는 사람과 막으려는 사람 그리고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그 끝이 어떻게 될런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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