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 (스포)

2012.09.09 23:15

엔릴 조회 수:5107




진정한 복수는 몸이 아닌 영혼을 죽이는 것이다.




사채업자 밑에서 돈을 받으러 다니는 악마, 이강도는 딱 봐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몰골에 인간다운 감정이라곤 결여한 태도로 빚진 기계공들을 장애인으로 만든다. 배알 꼴리게 하는 년놈이나 엄마아들은 더 줘팬다. 예외는 없다. 일이 끝난 후, 가슴 한쪽에서 비명을 지르는 영혼을 죽이기 위해 산 짐승을 도살한다. 그리고 먹는다.


여자, 엄마라며 눈물로 비는 그녀 앞에서 강도는 사람에게 지독하게 상처 받은 버려진 짐승이다. 이를 드러내고 거품을 물며 광기를 부린다. 그녀보다, 그녀에게 안기고 싶어하는 자기자신을 더 용서할 수가 없다. 입으로는 꺼져 씨발년아, 하면서 그녀가 준 식용 장어는 혹 잘못될까 수조에 고이 모셔 놓는다.


지독한 통과의례가 끝난 후, 강도는 이상할 정도로 쉽게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당연하지. 얼마나 꿈꿔왔었나. 죽어도 내 편인 사람을. 엄마를. 더이상 화장실 바닥에서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는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엄마가 차려준 쌀밥만 먹는다. 더 이상 난 에미애비도 없는 짐승새끼가 아니니까. 엄마가 하라는 건 무조건 한다. 사람을 죽여달라고 해도 그렇게 할텐데, 나무 심기 쯤이야. 이유 없이 싸대기를 후려쳐도 꼬랑지를 만다. 내가...뭐 잘못한 거 있어? 깨갱.


내 사람. 그 맛을 못 봤으면 몰라도 알고서는 없던 때로 못 돌아갈 것 같다. 30년 긴 세월 동안 끝도 없이 비기만 하고 채워본 적 없는 없는 가슴이라서. 사랑도 배워야만 할 수 있는 짓이라 그녀를 통하지 않고서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조차 할 수가 없어서. 지은 죄가 많으니 불안감은 커지고, 인생 첫 데이트로 기억을 한 페이지 장식해보나 했더니 육시랄, 내가 다리병신 만들어 논 새끼가 엄마 목에 식칼을 대고 악몽처럼 돌아왔다. 처음으로 불어본 생일 케이크에 촛농도 마르기 전에 엄마가 사라지고, 내가 일하는 SH사채의 사장님 개새끼를 찾아가 빌었더니 지 아니란다. 니가 장애인 만들어 논 새끼들 중에 찾아보라고.


엄마, 우리 엄마는 아무 잘못 없어요. 내가 다 그런 거에요. 차라리 날 죽여요. 날 죽여.



날 죽여.




그녀의 복수는 성공했다. 이강도는 사랑에 배알이나 꼴리는 치졸한 악마새끼에서 사랑을 공감하는 아이가 되었고, 모든 것을 잃음으로써 다시 태어났다. 속죄하는 인간으로.

그녀는 그를 구원함으로써 복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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