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와 살해를 다룬 범죄물이에요. 스포가 가득하구요.

이런 영화를 원치 않는 분은 읽지 마세요.

 

저도 꽤나 작정하고 쓴 감상문이라서 혹시나 비슷한 감상을 하신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 가득하나 읽고 느끼는 것이야 듀게에 강요할 수야 있나요.

 

저도 처음에 제목만 보고 엉뚱하게 이웃들간의 아름다운 연대적인 관계를 다룬 감동 드라마인줄 알고 완전한 착각 속에서 보게 되었어요.

, 물론 원래 저는 범죄드라마 팬이긴 하지만요. 자기 전에는 범죄 프로파일링에 대해서 듣다가 잠이 들만큼 주요 관심분야죠.

프로파일러가 될 수는 없다해도 하다못해 단기 수업이라도 듣고 싶었어요.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을 만든 직후에 만든 영화인데 모두가 반지의 제왕에 열광할 때 전 지루해 했지만

이 작품의 아름다운 동화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영상미와 연출에 거의 매혹되서 그 아름다운 영상이 감추고 있는 잔인한 비극조차 잊을만큼 홀려서 봤었어요.

 

영상만 보면 실사로 제작된 숱한 동화에서 아름다운 CG로 펼쳐진 영화들 아바타라든가 나니아 연대기같은 영화들도 연상이 되거든요.

















내 성은 “samon” 이름은 “Susie”에요.

 

14살에 살해당했어요. 1973.12.6.

 

이 영화가 같은 아동성범죄와 살해를 다룬 다른 영화와의 차별성이라면 Limbo(연옥?)이라는 사후세계에서 살해 이후에 머무는 소녀들의 초월적인 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영상화에요.

말했듯이 주인공이 살해되어 영혼이 help!!!!!를 외치며 굴을 뛰쳐나가서 루스 코너를 스치고 지나갈 때의 생생한 비명과

범죄 이후에 태연히 목욕을 하면서 살해의 욕망을 맛보고 있는 자신을 살해한 범인의 집으로 들어가서 그를 목격하는 장면들조차,,,,

그리고 데이트 약속이 된 남자친구를 향해 걸어가다가 강물속으로 빠져들어갈 때의 장면들까지.

 

연옥의 시시각각 눈을 홀리는 헨젤과 그레텔의 집처럼 동화적인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라 범죄와 연관되어있는 악몽조차도 아름답거나 가슴에 새겨질만큼 강렬한 영상으로 다가오죠.

아버지와 같이 병 속에 배의 모형을 만들어놓는데 나중에 그 배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병째 부서지는 영상들에서 느껴지는 절망감까지요.

 

 

그리고, 다른 영화와의 커다란 차별성은 범인이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이죠. 다 그렇지 않아? 아니요. 아니에요. 스탠리 투치의 소름끼칠 듯 정묘한 연기력이 아니었더라면 이 영화는 전혀 달랐을거에요.

 

그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이웃이에요. 혼자 사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음침해보일 수 있지만 아름다운 장미 꽃밭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경찰의 질문에 이성적으로 답변을 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애도를 표하죠. 모든 말과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으로 보여요. 그의 외모, 말투, 그 어디에도 눈길을 끌만한 것들은 없어요.

 

그러나 그가 그려낸 연쇄아동살해범은 내가 평생 봤던 모든 영화의 범죄자들 중에 가장 소름끼치는 사실성, 피부에 닿아오는 것같은 숨결, 그리고 바로 내 옆에도 있을 것같은 생생한 공포감이었죠.

 

범죄 드라마와 영화는 질릴만큼 봤어요. 연쇄살인범들?

무시무시한 고문도구들을 갖춘 고문실로 피해자를 끌고 와서 고문을 하고 온갖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죠. 며칠이나 가둬두면서 위협을 하는 살인범들을 기억하실거에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서 숲에 피해자를 풀어놓고 인간사냥을 하는 경우도 봤고 온갖 엽기와 폭력과 공포의 극단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작품들을 수도 없이 봤지만

그토록 무시무시한 고문실은 내 집 옆에 있을 것 같지 않잖아요. 그런 괴물들이 바로 나의 이웃이라는 실감은 전혀 들지않죠.

그런 사건들은 FBI가 알아서 프로파일링하고 연쇄살인범들을 쫓아가서 잡아줄꺼라고 믿고 보는거에요. 그런 연쇄살인범은 전세계적으로 혹은 전국적으로 악명높지만 절대로 내 이웃은 아니라고 말이에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온 범인은 바로 내 이웃이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내 이웃에 있더라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그 어떤 사람일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눈에 띄지 않고 이 끔찍한 완전범죄를 철저한 계획 속에 끝낼 수 있는 이 사람은 내 이웃이라는 그 느낌이 소름이 끼쳐오죠. 서서히. 서서히 피부로 파고 들어와요.

그의 집요한 병적인 집착은 정교한 미니어처 제작과정부터 느껴져요. 미니어처와 땅 속의 덫이 될 아늑한 공간,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끌만한 인형과 인테리어,

 땅속에 있기 때문에 눈에 띄지않을 그 은밀한 덫을 제작하는 지도를 그리는 과정, 그가 커텐을 내리는 동작 하나까지.

 



그리고 그 운명의 날, 겨울의 황량한 옥수수밭, 이미 옥수수는 없고 낙엽들만 뒹굴고 있는 넓고 황량한 그 옥수수밭에서 수지는 그저 순진한 호기심으로 그의 교묘한 덫으로 유혹되었죠.

그건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안정도로만 느껴지는 유혹이었어요.

 

글쎄요, 그 황량한 밭에서 만약 수지가 위험을 깨닫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도망갔더라면 범인은 그녀를 잡기 위해 쫓아왔을까요?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그러나 그녀가 땅 밑에 위장된 그 덫 속으로, 땅굴 안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리자 온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상황이 되었죠. 영화에는 범인과 그녀의 숨막히는 범행 직전의 상황이 섬세하게 묘사가 되어있어요.

 

그의 작은 숨소리,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모자에 손을 가볍게 가져다 대려는 그 동작, 모자에 그저 손을 가져가려는 그 동작 하나가 얼마나 공포스럽게 느껴지는지,

그의 변태적인 욕망이 그저 그 숨소리와 눈빛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다가오는지 그 굴 속에 앉아서 불안에 떨고 있는 수지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범죄 자체는 전혀 묘사되지 않았어요. 처음엔 그녀가 그를 박차고 탈출했다고 믿었죠.

아니요, 그녀의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오고 살해 이후의 상황들을 바라보고 멈춰버린 자신의 인생의 잃어버린 살 기회들에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죠.

그리고 그녀는 연옥으로 가서 초월적인 세계 속에서 지내게 되는거에요.

 

이 영화를 용서할 수 없다고 리뷰를 쓴 독자들도 있었어요. 나도 그들에게 동의해요. 가족들은 범인을 완전히 직감하게 되지만 물증은 없었고 증거를 잡으려는 노력들은 모두 헛된 것이 되요.

 개인적인 복수도 법적인 정당한 처벌도 없었어요. 범인은 어이없게 사고사했을 뿐. 그의 죽음은 관객들마저 비웃는 것처럼 어이없는 농담처럼 느껴지더군요. 분노, 분노, 분노.

그의 죽음 이후에 그의 살아 생전의 범죄 행각들이 나열될 때 그가 살해한 여자아이들의 빼앗긴 인생과 그의 농담같은 죽음은 세상에는 정의란 존재하는 않는다는 증명으로 보였기에

감독에게도, 그리고 연옥이라는 초월적인 공간에서 그 모든 죄악을 넘어서는 용서와 초월을 주제 의식으로 담아낸 작가에 대해서도 이해도 용서도 하기 싫더군요.

 

피터 잭신은 “beautiful creatures”도 만들어냈고 소녀들에 대한 본인의 병적인 욕망(?)과 탐미적인 시선을 영화에 그려낼 동기가 충분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작가 자신이 대학교 때 등굣길에 폭력적인 강간을 당하고 자신의 친구도 그런 범행 피해자가 되면서 작가는 그 사건을 몇 년동안이나 법정에서 싸웠다는걸 알게 되었죠.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지만

그녀는 살해되지 않았고 생존자로써 그 사건을 딛고 현실에서 정면으로 부딪혀서 싸운 사람이었어요. 포기할 법할만큼 커다란 좌절을 딛고서도 법정 싸움을 멈추지 않고 범인에게 실제 형이 집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작품에서 이런 환상의 세계로 살해당한 소녀들에게 현실이 줄 수 없는 위안을 제공하려고 했을까요? 전 그런 달콤한 위안은 그저 거짓된 기만처럼 느껴질 뿐인데요.

   

자신의 죽음 이후의 상실감과 슬픔 속에서도 살아가는 가족들을 보면서

자신은 더 이상의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 이상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비극을

죽은 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보는,죽은 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삶.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던 레이와 괴짜인 루니 루크의 우정까지도.

 

그녀는 영원히 14살의 삶 그대로 정지되어있어요.

 

그 어떤 지상의 형벌로도 그 순수를 파괴당하고 인생을 박탈당한 아이들에게 순수한 아름다운 인생을 다시 돌려줄 수는 없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들에게 limbo에서 사는 것을 허락했을까요?

 

영원한 신의 위로와 같은 아름다운 치유의 땅을.

 

그 어떤 지상의 법도 그 악마들을 벌할 수 없기에,

그들에게 생을 돌려줄 수 없기에.


그러나 난 현실에서 싸워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죠.

결코 이 아름다운 환상으로 현실을 섣불리 위로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에요.

 

그럼에도 이 영화가 피해자의 철저하게 짓밟힌 인생과 정의의 부재, 거짓 위안으로 점철되어 있을지라도

오히려 고통스럽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때 정신을 놓고 빠져들어가서 몇 번이고 중독된 사람처럼 보게되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저항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매혹.

 

 

 

-시얼샤 로넌의 아역에서 성인배역으로 가는 청소년 연기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죠.

그녀의 그 이후의 성인기의 연기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고 감정을 뒤흔들어놓는 연기와 분위기 때문에 더욱 이 영화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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