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지옥에서 왔다  From Hell It Came

 

미국, 1957. ☆★★★ [흰별은 20점, 검은별은 5점으로 환산]

 

An Allied Artist/Milner Brothers Production Company Film. Distributed by Warner Brothers. 1시간 13분, 화면비 1.85:1

 

Music: Darrell Calker

Cinematography: Brydon Baker

Monster Effects: Paul Blaisdell, James H. Donnelly

Screenplay: Richard Bernstein, Jack Milner

Producer: Jack Milner

Director: Dan Milner

 

CAST: Tod Andrews (아놀드 박사), Tina Carver (메이슨 박사), Linda Atkins (킬고어 여사), Grace Matthews (오키드), Gregg Palmer (키모), John McNamara (클라크 교수), Chester Hayes (타방가), Suzanne Ridgway (코리), Baynes Barron (마랑카 추장), Robert Swan (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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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전히 별로라고 생각하는 데 요즘와서 갑자기 고전 명작 대접을 받는 작품 중에 우리 캘리포니아 주지사님께서 팔팔할때 출연하셨던 [프레데터] 가 있습니다만 이 [프레데터] 를 우연찮게 내가 한국 TV 에서 방송할 때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우리 주지사님께서 처음으로 프레데터 외계인을 대면하는 장면이 나오죠. 물속에서 쑤박~ 하고 모습을 드러낸 프레데터와 마주친 아널드!

 

고구마 찌그러뜨린 것 같은, 아니면 하마가 껌씹다가 혓바닥 깨문 것 같은 지사님 특유의 경악의 표정을 지으시더니"You ugly motherf*cker~" 어쩌구 하면서 유려하게 시적인 대사를 읊으시는데… 그건 원래 영어 대사에서 그런 거고 자막 이었는지 더빙 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한국말 대사는 “아이 뭐 이딴 괴물이 다 있어!” 였습니다.

 

아이 뭐 이딴 괴물이 다 있어… 아이 뭐 이딴 괴물이 다 있어… (머리속에서 이 대사가 메아리치는 모양)

 

으음. 생각하면 할수록 명대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왜 이딴 괴물이 다 있을까. 사실 [프레데터] 는 영화 자체는 좀 미련한 작품이지만 괴물의 디자인은 괜찮은 편이거든요. 별로 ugly motherf*cker 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말씀이죠. 딕 체니나 러쉬 림보가 백 배는 더 어글리 마더… 죠. 그런데 참 영화들 중에는 진짜 왜 이딴 괴물이 다 있을까 하는 예가 적지 않습니다. 구 회원리뷰란에서 소개한적이 있는 [거대한 발톱] 처럼 외계우주에서 온 우주 생물인데도 이빨 달린 칠면조처럼 생겨먹은 괴조도 있었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디자인을 한것이여? 하는 질문이 장마철의 곰팡이처럼 대뇌피질을 뒤덮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니깐요. 그런데 그거에 비하면 가뜩이나 저예산 호러인 [거대한 발톱] 보다도 훨씬 더 가난하게 만든 영화인 ([거대한 발톱] 이 제작비 만원가지고 만든 활동사진이라면 이쪽은 제작비2천 5백원 ;;; 뭐 그런 필이 납니다) [원자력 잠수함 ] 에 나오는 외눈박이 외계인은 또 디자인이 아주 멋있고 하는 짓도 그럴듯 하거든요. 그걸 보면 괴물들의 잘생기고 못생긴것 또는 걔네들의 존재감이나 “연기” (?) 는 제작비의 규모나 그런 것과는 일차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뭐… 괴물 애호가로서 한번 내DVD 컬렉션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있는 괴물딱지들을 한번 한데 모아볼까 그런 생각이 든 거죠. 그리고 내친김에 [세상에는 벼라별 영화가 OTL] 시리즈는 괴물이 나왔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 시리즈에 포함시키지는 말고 [투사 자카 셈붕] 처럼 총체적으로 괴이하고도 희한한 작품을 엄선하도록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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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것은 지옥에서 왔다] 는 어떤 평론가가 이 영화를 보고 “그래 됐으니 다시 지옥으로 떨어져라!” 라는 한줄 리뷰를 썼다는 전설 (디븨디 사방님의 리서치에 의하면 진실이랍니다. 정확한 표현은 “To Hell it can go!” 가 아니고 “To Hell with it!” 이었지만 뭐 하고 싶은 말이야 같은 거죠) 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만, 갖은 너절한 몰골의 괴물들이 즐비한 미국 장르영화상에서도 10대 가장 한심한 괴물들 리스트를 만들 때 누군가가 반드시 후보로 꼽을 정도로 잘 알려진 사진인데도 불구하고 VHS나 디븨디로 정식 출시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누차 얘기하듯이 [지옥에서 왔다] 를 만든 분들, 최소한 괴물과 같이 연기를 하는 배우 분들은 완전 이 나무 괴물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 얼마나 그 꼬라지가 웃겨주는 지에 대해서 인식을 단1초라도 하고 있다는 인상은 전혀 주지를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B급영화를 만드는 태도죠 (최근에 [씨네 21] 20자평가를 보니까 [스플라이스] 를 보고 B급영화라고 누가 쓰셨던데… 저렇게 공들여서 디자인과 설계를 한 영화를 B급이라니… 김기덕감독 작품은 그럼A급인겨?).

 

남양의 어떤 섬. 얼굴에 적당히 흙칠 메이컵을 한 서양 배우들이 연기하는 원주민들이 모여서 의식을 치루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키모라는 젊은 왕자 (추장의 아들은 뭐라고 부르죠?) 가 마랑카와 기도사 타노 그리고 걸프렌드 코리 (이름들이 맥아리 없기는 정말…;;;) 의 모략으로 추장 살해의 혐의를 뒤집어 쓰고 처형당하는 모양입니다. 이 섬은 비키니섬 (?) 의 핵실험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사는데, 왕자는 미국의 원자력 위원회에서 보낸 과학자들하고 친하게 지내다가 정권을 뺏으려는 마랑카의 야심에 희생당한 것입니다 (아니 근데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마랑카가 맞는 거잖냐고… 원자력 위원회에서 온 미국 과학자들을 불구대천의 원수 취급은 못할지더라도 이사람들한테다가 ‘물어내라!’ 하고 따져서 보상금이라도 왕창 따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키모 왕자는 이 섬의 전통 (?) 에 따라 단검을 심장에 말뚝으로 박아버리는 독특한 처형을 당하면서, 죽기 직전에 마랑카와 타노를 비롯한 섬 주민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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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섬에서는 타방가라는 나무 괴인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 오는데, 성스런 나무의 씨앗과 같이 묻힌 전설속의 추장 한분이 나무와 합체된 기괴한 모습으로 출현해서 자기 적들을 잡아 죽였다는 거에요. 미국 과학자들이 섬에 와서 주민들을 치료하고 (증말 병주고 약주고 자빠졌네) 자기네들끼리 로맨스를 벌이고 어쩌구 하는 사이에 키모의 시체를 묻은 땅에서 나무뿌리가 뭉근뭉근… 말 안해도 뻔한 전개 아니겠습니까.

 

그나마 국제적 (?) 인 스케일이 돋보이는 우주에서온 칠면조 아니 [거대한 발톱] 과는 달리 [지옥에서 왔다] 는 빈티가 너무나 팍팍나는 눈물겨운 (?) 저예산 활동사진이올습니다. 아무리 인구가 과소화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그렇지 이 섬의 총인구는 한 20명을 넘어보이지 않습니다. 사이즈도 무슨 삼류 휴양지의 뒷뜰 정도의 규모입니다. 거기에서 연기자분들은 또 기를 쓰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정상적인 스토리가 부여된 보통 영화의 티를 내려고 노력을 하시는데 참 안쓰럽습니다.

 

 “네가 추장님을 살해한것은 미국 백인들의 약이 네 약보다 잘 듣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

 “떼끼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놀리느냐, 여봐라 뭣들 하는 게냐 어서 단검을 박아라!” 

 

뭐 이렇게 실제로 나가지는 않습니다만 이 영화의 대사들을 듣고 있으면 그 진부함과 어리버리함에 그냥 머리가 띵 ~ 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자와 감독 밀너 브라더스는 어떻게든 액션 넘치고 서스펜스 넘치는 영화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온갖 잡다한 취향을 우겨넣고 있어요. 심지어는 스토리상의 악녀 두 분이 하와이안 비키니 (1957년 작품이기 때문에 노출은 거의 없고 두 분 다 자갈치 시장 아줌마같은 분위기 ;;;) 를 두르시고 머리채 부여잡고 싸우는 신까지 있습니다. 섹시함은 고사하고 더운날에 잔에 담긴 콜라가 김이 빠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 만큼의 감동도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나마도 나무 괴인 타방가가 등장하는 후반부에는 좀 마력이 올라가긴 합니다만… 아니 키모 왕자님은 키도 헌칠하니 잘루 생기셨두만… 이 나무 괴인은 왜 이리… 아니 그 드럼통같이 생긴 체구는 그렇다 치고 얼굴은 왜 저런 곰 쓸개 씹은 표정을 하고 계신다누? 만성 변비에 시달리다 시달리다 못해서 악다구만 남은 최불암 선생님 (?!) 같습니다. 캬 그래도 저걸 뒤집어쓴 연기자분은 어떻게 저런 꼬라지를 하고 제대로 걸어다니기라도 한 것인지 대단하다면 대단합니다.

 

이 타방가는 핵폭탄 실험의 방사능의 영향으로 출현한 것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판명이 됩니다. 왜냐하면 불을 확 질러버린 다던지 무슨 화학병기 이런 걸 써도 소용이 없고 아직도 가슴에 박힌 채로 돌아다니는 단검 (처음에 오프닝에서 깡무식하게 말뚝으로 쳐서 박은 바로 그 단검) 을 다시 한번 눌러서 확인자살 (刺殺) 을 해야지만 죽는대요. 뭣땜시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아무튼 미국 과학자 주인공 아저씨의 말도 안되는 편법으로 단검이 다시 한번 푹 눌려꽂힌 타방가는, 미운 놈들 허리를 부러뜨려 죽이는 복수는 다 이루었지만 이쁜 여자 주인공 보쌈 하려던 과욕 때문인지, 우워어 하고 비탄의 비명을… 그런 음향 효과 집어넣을 돈도 없었군요… 아무 말 없이 이마의 후까시 처연하게 부글 부글 황천으로 떠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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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어머 사장님두..."

 

참… 보고 나는 순간 과연 이 디븨디를 돈주고 산 나는 제정신인가? 하는 고민을 잠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처절한 삼십오류 활동사진입니다만, 이런 디븨디가 아닌 담에야 이런 괴물을 어디 구경이라도 해보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작품이라도 한때는 극장에서 관객들이 돈을 주고 바짝 긴장해서 보고는 했을 것이며… 아마도 제작비를 회수할 정도의 돈을 극장표를 팔아서 벌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쪽팔림이고 뭐고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이 서비스 정신 투철하게 무뎃뽀로 밀어붙이는 그 진짜배기 B급정신! 그것이야말로 영화의 질과는 상관없이 저같은 애호가들을 끌어당기는 자력을 방불케 하는 에너지죠.

 

워너 아카이브에서 출시된 온 디맨드 디븨디입니다만 화질은 무척 좋습니다 (DVD-R 이라는 사양은 오류가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대량 생산을 안 한다 뿐이지 원본에서 카피를 뜨는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필름의 질이니 뭐니 이런 거는 다 싸구려지만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해요. 서플은 없습니다만 예고편은 수록되어 있습니다. 디븨디 평가는 미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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