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ps파트너

2012.12.06 20:48

ML 조회 수:4328

 

영화 내용이 살짝살짝 언급됩니다.하지만 결정적인 것들은 다 뺐기때문에 스포일러는 아님
그러나 내용 아예 모르고 보는게 더 좋다 하시는 분들은 안읽으시는 게 낫겠습니다

 

여주인공 윤정에겐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남자지만,수동적인 성격의 윤정은 못본 척,

못 들은 척 하며 그의 청혼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 현승은 음악을 사랑하고 거기에 재능도 있는 인물입니다.하지만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의 여자친구는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는 그가 마냥 안타깝지요.

 

이 둘이 인연을 맺습니다.어떻게냐고요?남자친구의 청혼을 기다리다 지칠대로 지친 윤정이 미지근한 관계를 좀 ‘어떻게 해 보고자’,

한밤중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신음소리 섞인 음담을 쏟아내는데,전화번호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그걸 현승이 고스란히 듣게 된 겁니다.

윤정은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전화를 끊는데,며칠 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술에 만취한 현승이 윤정에게 다시 전화를 겁니다.

윤정은 변태라고 실컷 욕을 해준 뒤 전화를 끊으려 하지만,현승이 술에 취해 울면서 하는 말들에 왠지 마음이 끌려 그의 말을 들어주게 되지요.

그걸 계기로 둘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한 대화도 나누고,연애 고민도 공유하게 됩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네,말 안 됩니다.관객도 그걸 알고,감독도 그걸 압니다.심지어 극중 인물들도 아는 것 같더군요.

자기네들이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요.하여 영화는 여기저기에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들을 설치를 합니다.

남자친구 번호는 당연히 단축번호로 저장해놓는 게 상식인데,어떻게 전화를 잘못 거는 상황이 있을 수 있냐고요?

여주인공이 전화기를 바꾼 지 얼마 안되서랍니다.만취해 우는 낯선 남자의 전화를 안 끊고 정성스레 들어주는 여자가 세상에 어딨냐고요?

네,수동적이다 못해 가끔 자기파괴적이기까지 한 여주인공의 평소 성격을 보면 어느정도 설명이 됩니다.

 

문제는,이렇게 말이 안되는 상황들을 부연하고 설명하고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과정이 영화 끝날때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장편 영화의 이야기엔 개연성이 필요합니다.하지만 성탄절을 전후해 ‘이런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은 영화가 좀 말이 안되더라도

그럭저럭 넘어가 줄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에요.모든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려다 결국 웃기는 장면들 사이의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져버린

지금의 완성물은 무척 아쉽습니다.심지어 그런 세세한 설명들이 영화의 개연성을 확실히 해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녜요.‘말도 안된다’는 느낌은 똑같습니다.

어차피 이럴 거,욕 먹을 각오 하고 더 과감히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유료 관객들에겐 각본이나 편집의 기술적 완성도보다 작품이 섹스 코미디로서의 구실을 확실히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겁니다.

‘얼마나 야하고’,‘얼마나 웃긴지’말이죠.다행스럽게도,〈나의ps파트너〉엔 야한 장면도 많고 웃기는 장면도 많습니다.

아쉬운 점을 먼저 이야기했지만,상업 관객들의 수요마저 외면하는 영화는 아니란 얘기죠.남자친구 앞에서 수동적인 여자와

여자친구 때문에 꿈을 접으려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수동성을 극복하는 과정과 꿈을 다시 찾는 과정도 필연적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에서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배우들도 좋습니다.김아중 캐스팅은 특히 적절했습니다.이 배우는 상당한 수위의 성적 농담들을 알콩달콩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희한한 재주를 가지고 있어요.전작 〈미녀는 괴로워〉에서 살짝 보여준 장기를 이번엔 아주 제대로 살렸습니다.

그의 상대역인 지성,그리고 과감한 노출 연기를 감행한 신소율,지저분한 차림에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사는 선배 역할의 김성오,

여주인공의 비열한 남자친구를 연기한 강경준,모두 섹스 코미디의 장르 안에서 각자 맡은 클리셰들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의 호불호는 ‘무엇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저 역시 많이 웃었습니다만,

영화에 끝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궁색한 상황 설명식 이야기 전개 가운데 가끔씩 ‘반짝’하고 빛나는 코미디에서 신예 변성현

감독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겁니다.이것보다 더 좋은 영화일 수 있었을텐데,싶은 거죠.물론 대다수 유료 관객들은

그 반짝하는 순간에만 집중할 겁니다.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흥행 전망이 밝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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