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송가네 공부법 - 송하성

2011.04.29 11:16

clancy 조회 수:4173

송가네 공부법

송하성
(2011, 18)

언제부터인가 국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전통적인 문학이나 인문교양서적을 제치고 리스트를 차지하는 건 수험서들과 자기계발서입니다. 이 책은 아마도 이 두 분류 가운데 어디엔가 걸쳐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 송하성은 광주상고 졸업 후 공무원, 외교관을 거쳐 현재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와 두 아들까지 '송 가'에서 5명의 고시합격자를 배출했고 하버드,조지타운,북경대에 진학했습니다. 이 책은 그 제목처럼 이렇게 여러 명의 인재를 배출한 가문의 특별한 공부법을 소개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책의 주 독자층은 아마도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학부형들에게 이 책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그러니까 얼마나 '비밀스럽고' 또한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려줄까요. 어떤 것이든 가치에 대한 판단은 언제나 그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책에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판단이 되겠지요.

1. 책 내용의 충실성?
이 책의 3분지 1 가량은 공부법 보다는 저자의 개인사와 송가네 공부법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의 체험담 저자의 두 아들의 수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책을 쓸 정도라면 자신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자랑 정도는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펼치는 가운데 자주 언급되는 종교적인 내용들은 좀 불편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종교를 믿으면 공부를 잘한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내용까지 있을 때는요.

2. 내용의 독창성
그럼 나머지 3분지 2는 어떨까요. 일단 송가네 공부법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책은 크게 목표화,게획하,동작화,버릇화,몰입화,논리화,국제화로 주제를 나누어 공부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내용들이 얼마나 독창적인 송가네 공부법일까요? 공부법 이야기하는데 독창성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물을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송씨 집안의 공부방식에 대해 설파하기 보다는 송가네 공부법이란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사업의 홍보적 성격이 강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 독창성의 부재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라, 실행에 옮겨라로 요약되는 목표화,계획하,동작화는 얼마전 히트했던 <씨크릿>을 비롯한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기본적으로 읊어대는 메뉴입니다.(책에선 씨크릿을 직접 언급하기도 합니다) 100번 실행하면 버릇이 된다. 순간적인 몰입이 중요하다는 버릇화와 몰입화는 책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NLP이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트릭과 과학의 묘한 경계에서 아직 정식학문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신경언어이론을 주류과학이론인 것처럼 (물론 NLP이론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기본내용을 가져와 은근슬쩍 송가네 공부법인것처럼 말하는 부분도 불편합니다. 기억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건 사실 일반적인 공부법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두뇌개발 차원에서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국제화는 그럴듯한 제목과 달리 영어공부에 관한 내용입니다. 영어 못하면 짐승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당당하게 써내려간 부분에선 소름이 끼쳤습니다. 물론 다른 의미로요.

3. 내용의 전달성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서 소개한 방식들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히 활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공부법이 될 방식들이지요. 문제는 이것들이 정작 실행에 옮기면 결과적으로 '국영수 위주로 매일 꾸준히 공부했어요'와 그닥 다를 바 없다는 거죠. 천지가 개벽할 만한 공부방법을 알아내고 그걸 적용해서 송가네 사람처럼 성공한 사람으로 아이를 키우길 바라는 독자(학부모)에겐 배반감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자기계발서들이 대부분 이런 식입니다만...) 그건 차치하고 순수히 정보를 전달하는 책으로서의 기능을 봤을 때에도 책은 좀 지루합니다. 별다를게 없거나 간단히 전달이 가능한 내용으로 책 한권을 써내려니 자기자랑으로 가득한 개인사로 3분의 1을 채웠음에도 분량이 모자랍니다. 그러다보니 중언부언에 필요 이상의 인용들이 가득합니다. 어떤 경우엔 대체 왜 이런 부분은 인용하거나 이런 일화를 끌어온거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괜찮은 핵심 내용 마저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질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건 쟝르를 불문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이 경계해야 할 부분인데 말이지요.


책의 '목표화' 장에서 '노예근성으로부터의 탈출'이란 제목으로 저자는 자신이 백악관에 초청되어 부시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기회를 얻게 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라크에 파병한 한국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뿐더러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좋아하며 그와 한반도 문에데 해대 계속 상의하기를 원한다라고 한 부분을 언급하며 불편했음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분노의 감정에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는 부분에서 영웅심리와 애국심 가득한 행동을 자랑하려나보다 했지요.

하지만 뒤이어 나온 내용이란 게...

-책 내용 중

최근에 종교인들과 같이 평양게 간 일이 있습니다. 나는 북한 사람들을 뿔이 나고 험상궂게 생긴 마귀와 같은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평야공항에 내려서 보니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버스에 나누어 타고 평양시내를 들어가면서 북한 아내원과 같이 한국의 오래된 가요 두만강을 불렀습니다. (중략) 그런데 저녁식사 후 호텔에 들어가 TV를 보게 되었습니다. 화면에서는 예쁜 10대 소녀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왜 보름달이 서쪽에 지지 못하고 하늘에 걸려 있는가? 이는 김정일 장국님이 혁명 과업을 수행하시는데 차마 어둡게 할 수 없어서 지지 못하고 있다'이렇게 노래 부르며 진정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 놀랐습니다. 그것을 보고 나는 김일성 김정일이 하나님을 대신해서 북한 백성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들 대부분이 크리스천 아닙니까? 내가 질문 하나 합시다. 성경 출애굽기에 대해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모세가 출애굽 하던 때 60만 백성이 쉬고 자고 하면서 가도 두 달 반 이내에 도착한다는 물리적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얼마나 걸렸습니까? 1년, 2년도 아니고 40년이나 걸렸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노예근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남이 시키는 일이나 하고 생존만이 목표인 노예백성의 본질을 보았습니다. 노예가 되어버린, 꿈도 없고 소망도 없고 비전도 없는 이 노예 백성을 새 하늘과 새 땅에 들여보낼 수 없었던 겁니다. 뼈, 살, DNA까지 노예가 되어버린 그래서 노예근성으로 굳어진, 아니 노예 자체가 되어버린 이 사람들을 사막과 광야에서 늙어 죽게 하고 뱀에 물려 죽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 그 2세들만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한 것입니다.
나는 이스라엘이나 북한이나 우리 개인 모두가 노예근성에 빠진다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꿈을 이루려면 먼저 마음속에 늘 달라붙는 노에근성, 즉 운명주의와 패배주의 사탄을 깨부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

이거 참 난감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이 책의 문제점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 특히나 자수성가한 사람의 성공담을 듣는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상당수 자기계발서의 노림수도 바로 이런 포인트고요. 하지만 여기서 항상 경계해야 할 건 누군가의 성공의 방법을 몇 줄의 글, 심지어 한 권의 책으로 요약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또한 어렵게 그런 방법을 요약해냈다 하더라도 그 방식을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박지성의 성공에 대해 그의 부지런함과 우직함을 얘기하며 연습벌레로 불리게 된 일화들을 소개하지요. 물론 그런 부분이 그의 성공에 큰 부분임에는 틀림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진출하지 못한 선수들이, 아니면 프로의 수준까지 가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이 박지성만큼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부분에 대한 맹신은 넌 노력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거야. 넌 00처럼 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거야라는 잘못된 논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손가락의 끝은 자신 스스로에게 향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난 이 책대로 하면 성공할거야라는 맹신보다 위험합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을 비롯한 수많은 계발서들 하나하나가 나름의 가치가 있고 유용함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취할건 취하고 버릴건 버릴 줄 아는 선별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나 이렇게 얻은 정보를 무슨 실험이라도 하는 마냥 자식들에게 적용하려 드는 학부모들이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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